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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am의 서재입니다.

나는 늑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고담
작품등록일 :
2018.07.28 13:45
최근연재일 :
2018.08.23 13:05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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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77
추천수 :
990
글자수 :
269,868

작성
18.08.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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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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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20 너도 교도소

DUMMY

스쿠터 스로틀이 힘껏 당겨졌다. 그렇게 시작된 질주는 신호 무시하는 건 당연하고 막히면 인도를 달려 사람들 놀라게 하면서 곡예 운전으로 마구 가로질러 비닐하우스 앞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여기 맞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종석은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신발이 있는 현관이 나왔다. 여기가 맞는 거 같았다.

노크? 종석은 그런 거 모른다. 늘 그랬던 것처럼 문을 벌컥 열고 소리를 질렀다.

“야, 김민준!”

다시 한번 소리 지르니까 귀엽게 생긴 여자애가 나왔다.

“누구세요?”

“민준이 있어?”

“어, 없는데요······.”

민지의 눈이 불안으로 흔들거렸다.

“어디 갔는데?”

“모, 몰라요. 일요일엔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돌아와요. 근데 누구세요?”

“민준이 선배야.”

“어, 어딜 들어오세요!”

“밖에서 기다릴 순 없잖아?”

종석은 당연하다는 듯 민지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제 될 건 전혀 없었다. 보니까 이 계집애 외에는 없는 거 같고 나중에 꼰대들이 온다 해도 선배라고 둘러대면 된다.

경찰?

와봤자 뭘 어쩌겠는가. 짭새들은 학생들한테 벌벌 떨었다. 그래서 종석이 귀찮기만 한 학교에 다니는 거였다.

종석은 제집처럼 돌아다녔다. 낯선 남자가 그러는데 어린 소녀가 괜찮을 리가 없었다. 민지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민준한테 전화했다. 그러자 건넛방 침대 위에 있는 스마트폰이 윙, 윙 진동했다.

“오, 오빠 제발 전화 받아······.”

거추장스럽다고 주인이 놓고 간 스마트폰이 옆방에서 애처롭게 진동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민지는 울상이 됐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경찰에 전화하면 일이 커질 거 같았다. 저렇게 막무가내라도 나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무서웠다.

엄마 아빠한테 전화할까?

전화하면 걱정하실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일 때문에 바로 오시지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두 번째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렸다. 바보가 된 듯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나질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야, 나와봐!”

쿵쿵, 문이 흔들거렸다. 민지는 너무도 놀라서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야, 안 잡아먹을 테니까 나와봐!”

종석은 계속 문을 두들겼다. 처음엔 정말 물어볼 게 있어서였는데 대답도 안 하니까 점차 열이 났다.

“야 이년아! 문 좀 열어보라니까!”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댔다. 그러니까 문이 벌컥 열렸다. 의아스럽게도 잡고 흔들어대던 문이 아니었다.

“어?”

거칠게 열린 현관문에서 시꺼먼 뭐가 쏘아져 왔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느닷없고 빨라서 멍청한 얼굴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목이 잡힌 것 같았다. 동시에 몸이 허공으로 붕 뜨는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종석은 목이 찌부러지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에 휘감겼다.


* * *


종석은 목이 터져버린 것 같은 지독한 고통에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맨 처음 본 것은 싯누런 짐승의 눈이었다.

“누구냐, 넌?”

거인 같은 짐승이 물었다. 흉포함이 가득한 목소리에 종석은 덜덜 떨었다.

“배, 배종석인데요.”

종석은 자신이 알몸으로 나무에 묶여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기겁했다.

“김민준을 왜 찾았지?”

짐승이 물었다. 대충 둘러대고 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 그러니까 그게······.”

겁먹은 종석은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겁 좀 주고 보내려 했던 짐승은 자기 친누나를 어찌해 보려고 했다는 말에 잔뜩 사나워졌다.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의지가 실체화된 살기가 쏘아져 두려움에 덜덜 떠는 종석의 눈을 파고들었다. 보통 살기가 아니라 흉포함의 정점에 있는 늑대 종족이 분노를 담아 쏘아대는 살기였다.

눈을 태우고 뇌를 뭉개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고 싶었으나 짐승은 그만뒀다.

짐승은 지난 일로 이 나라 경찰의 수사력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하게 됐다. 이놈을 죽이는 건 어려울 게 없는데 그다음은 문제였다.

경찰이 찾아오는 게 달갑지 않았다. 귀찮을 게 뻔했다. 무서웠다고 눈물 뚝뚝 떨어트리는 여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노력을 생각하면 팔 하나라도 떼어내고 싶지만, 따져보면 무단침입과 더러운 망상 외엔 피해랄 것도 없었다. 악몽을 심어주는 것에서 그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더러운 생각도 마라. 다시는 얼씬도 마라. 다음엔 네 심장을 꺼내주마.”

짐승은 종석을 풀어줬다. 그리고 짐승의 탈을 벗고 사람이 되어 동생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 * *


야수화를 풀고 보통 사람이 된 민준이 마음씨 좋은 오빠가 되어 동생을 달랠 때 종석은 공포에 잠식되어 움직이지도 못했다. 종석이 산에서 내려간 건 새벽녘이었다.

어떻게 집에 갔는지 종석도 몰랐다. 집에 가서도 종석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아, 안 그럴게요······.”

종석은 이불을 둘러쓰고 질질 짜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면 누구라도 봐줘야 하는데 아들 성질머리를 잘 아는 엄마는 아들 방문을 열지 않았고 진즉에 아들을 포기한 아빠는 종석이 집에 있는지도 몰랐다.

며칠이 지나자 상태가 호전됐다. 종석은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그렇게 몇 달 지나면 제정신을 차리고 전과 똑같아지든 뭔가 깨달아 다른 사람이 되든 할 텐데 그걸 아는 사람이 없었다.

“왜 저래?”

“내가 알겠냐?”

며칠이나 종석이 나타나질 않아서 집까지 찾은 두 양아치는 그냥 두면 침이라도 흘릴 거 같은 종석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약했나?”

“그런 거 같지? 얼마나 빨았으면 저 꼴일까?”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내일 또 올게. 약 더 빨지 말고 정신 차려, 알았지?”

양아치 둘이 종석을 툭툭 치고 나갔다. 그리고 말한 대로 다음 날 종석을 다시 찾았는데 종석은 똑같았다.

“얘 왜 이래?”

이상해서 냄새를 맡아봤는데 약 냄새가 나질 않았다. 아무리 물어도 대답도 하질 않았다. 그래서 툭 건드렸는데······.

“으아아악!”

종석은 비명을 지르며 방구석으로 도망치더니 잔뜩 웅크리곤 덜덜 떨었다.

“야, 너 왜 그래?”

양아치들이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라할 때 비명을 들은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종석아!”

엄마는 아들한테 달려가고 아들은 엄마를 피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당황하고 겁도 난 양아치는 얼른 집 밖으로 도망쳤다.

“왜 저래?”

“약 너무 빤 거 아냐?”

“근데 종석인 약 안 하잖아?”

둘은 의문스러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터덜터덜 걸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한테로 갔다.

***


“왜 너희만 와?”

190에 100이 넘는 덩치에 목부터 시꺼먼 문신이 가득한 남자가 얼굴을 구기며 물었다.

“그게 저 그러니까······.”

“아가리 제대로 풀어라.”

덩치의 으르렁거림에 양아치 둘은 찔끔 놀랐다.

“종석이 맛이 갔습니다, 형님.”

“뭔 개소리야? 맛이 가다니?”

양아치들은 좀 전에 본 걸 낱낱이 얘기했다.

“그 새끼, 그거 쑈하는 거 아냐?”

덩치의 의아스러운 말에 양아치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수금한 돈 어디서 날려 먹고 채우질 못하니까 맛 간 척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가? 그럴듯하긴 한데 양아치들이 본 종석은 연기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아니라기에는 마땅한 다른 이유가 없었다.

저기 도끼 눈을 뜨고 계신 웅달이 형님한테 이번 달에 상납해야 할 돈이 무려 천만 원이나 됐다. 더 넘을 수도 있는데 정확히 아는 사람은 종석이뿐이었다.

왜? 종석이가 수금하니까! 그런 종석이가 미친놈이 됐다? 미친 척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은 당연했다.

종석이 평소 하던 짓거릴 생각해보면 웅달이 형님 말씀대로 수금한 돈을 어디다 날려 먹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종석이 새끼 어디 술집년이 라라걸스 라민하고 비슷하게 생겼다고 꼭 먹을 거라고 지랄 떨었잖아?”

“그년한테 털린 거 아닐까?”

“그게 뭔 개소리야?”

웅달이 형님의 말에 양아치들은 종석이 농담으로 한 말을 진담으로 풀어냈다. 당연히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종석이 그 새끼 잡아 와. 당장!”

고함에 놀란 양아치들이 달아나듯 밖으로 뛰었다. 그리고 두 시간 뒤에 둘만 그것도 빈손으로 돌아왔다.

“저기, 웅달이 형님 그러니까 그게······.”

“말 똑바로 안 해?”

“조, 종석이가 병원에 입원했답니다, 형님!”

“뭐?”

“종석이가 미쳐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동네 사람들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웅달은 담배를 뻑뻑 피워대다가 말했다.

“그 새끼 집 뒤져봐.”

우리 보고 남 집에 들어가 뒤지라고요? 그 집 아저씨, 아줌마가 두고만 볼까요, 하고 묻고 싶었다. 가기 싫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 아가리 한 대씩 맞아야 갈 거야?”

“아, 아닙니다, 형님!”

양아치 둘은 불이 나게 달려갔다. 그러면서 안 굴러가려는 머리를 맹렬히 굴렸다.

“이렇게 하자!”

“어떻게?”

“맡겨 놓은 물건이 있다고 하자. 급한 거라고!”

“뒤에서 지켜보면?”

그렇게 물으니까 바로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사실대로 말해줄까? 당신 아들이 애들 협박해 티켓 팔고 폐건물에 애들 모아 담배 팔고 술 팔고 계집애들 모텔 돌려서 달마다 조직한테 상납한다고?”

“지랄!”

“그럼 뭐 어쩌자고?”

종석 집 앞에까지 갔는데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근데 정말 운 좋게도 집 문이 열려 있고 집안엔 아무도 없었다. 들어가 보니까 급하게 나간 흔적이 보였다.

“종석이 새끼 끌려간 거 같지?”

“정신병원에 가자면 너 같으면 좋다고 걸어가겠냐?”

둘은 시답잖은 말을 주고받으며 무단침입에 도둑질이라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고 태평하게 집을 닥치는 대로 뒤졌다.

“없네······.”

종석이 방은 물론 다른 곳까지 싹 다 뒤졌는데 돈 가방이 나오질 않았다. 집만 잔뜩 어질러졌을 뿐이었다.

둘은 어떻게 무서운 형님한테 말해야 하나 두려워하면서 집을 나섰다. 터덜터덜 걷는 둘을 담배 피우러 나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옆집 아저씨가 카메라로 고스란히 찍었다.

“여기 직통구 교도소로 13번길 4444인데요. 도둑 신고하려고요.”

연락하고 10분 만에 경찰이 왔다. 경찰은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절도사건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는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오래지 않아 종석 아빠가 달려왔다. 종석 아빠는 엉망이 된 집을 보고 분통을 터트리다가 없어진 게 뭐냐는 질문에 현금도 없는 거 같고 폐물도 안 보인다고 말했다.

“혹시 누군지 아세요?”

경찰은 혹시나 해서 옆집 남자로부터 넘겨받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어, 이놈들은?”

이름은 몰라도 아들 친구 놈들인 것은 알았다. 종석 아빠의 말에 경찰은 형사과로 사건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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