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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潤香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향潤香
작품등록일 :
2017.09.09 18:26
최근연재일 :
2017.11.03 22: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242,475
추천수 :
4,868
글자수 :
166,923

작성
17.10.27 22:05
조회
2,261
추천
66
글자
7쪽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9화

DUMMY


2


“아.”


클로이가 얕은 탄식과 함께 눈을 뜬 것은 드문드문 이어지던 공방 밖의 발걸음조차 완전히 끊겨버린 새벽이었다.

주변은 온통 조용했다.

문가에는 스켈레톤 하나가 보였지만 뒤로 돈 채로 요지부동이었고, 구석에 보이는 인형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에.


“커즈 씨.”


커즈, 그가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고개만 살짝 숙인 채로 잠들어 있었다.

그의 옆에는 몇 개의 나무 걸이들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아?”


자신의 옷가지들이 걸려 있었다.


“어머.”


몸을 반쯤 일으켰던 클로이가 황급히 담요로 가슴 언저리를 가렸다.

뭔가 답답하지 않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싶었는데, 가슴을 압박하던 옷과 로브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담요를 살짝 들어보니, 역시나 아래도 속옷과 속바지차림이었다.


“기절해버렸구나, 나······.”


공방에서 커즈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서다가 쓰러진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지금.

누가 봐도 자신의 모습은 커즈의 손길이 닿은 광경임이 틀림없었다.


“······.”


클로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자신의 옷가지를 정성껏 벗겨서 말리고, 그 모습을 지켜봤을 커즈를 생각하니 괜히 부끄러웠던 것이다.


“고마워요.”


그래도 고마웠다.

어쨌든 자신을 위한 커즈의 배려였으니까.

물에 젖은 몸 그대로 말렸으면, 지금쯤 감기에 걸려도 심하게 걸렸을 것이다.

옷은 공방의 열기 덕분인지 이미 빳빳하게 잘 마른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클로이는 커즈가 깰까 싶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하나씩, 그녀의 옷을 원래대로 챙겨 입기 시작했다.


“아야야······.”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한기 탓에 입가가 시렸다.

꾸욱.

그녀가 살짝 느슨해졌던 복면을 조였다.

항상 이 상처가 말썽이었다.

찬바람이 불 때면.

이가 시리듯이 시큰해져 오는 뺨.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이기에 버틸 수밖에 없는 상처다.




3


“아이고오! 우리 대박이 형님! 별 999개 감사합니다. 자아, 커즈 비둘기. 커둘기 나갑니다. 구구구! 구구구!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커즈 씨?”


아, 꿈이야?

꿈속에서 시청자가 쏜 별 999개를 받고, 의자에서 방방 뛰며 참았던 리액션을 방출하고 있었는데.

싸늘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그리고 바로 코앞에서 클로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표정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다가 느닷없이 손을 파닥거리며 방방 뛰고 소리쳤으니, 미친놈이라 생각하지만 않아도 다행이겠다 싶을 정도다.


“아, 일어났어요?”

“네, 감사해요. 커즈 씨.”

“클로이는 정말 그 감사 표현은 아끼지를 않네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호호.”


클로이가 웃었다.

던전 안에서 무척이나 우울하고 의기소침해 보였던 그녀와는 다른 반응.

좋았다.

천성이 어두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

내가 그녀에게 이곳에 온 이유를 물어보려던 그 때.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커즈 씨, 함··· 하고 싶어요.”

“예?”


순간 잘못 들었나 했다.

아무렴, 잘못 들은 거겠지.


“커즈 씨, 함께 하고 싶어요. 커즈 씨의 팀에 들어가고 싶어요.”

“결정했어요?”

“네. 메이와 아론에게 작별인사도 했고······.”


그 와중에 옛 정을 무시할 수 없어, 마지막 인사까지 한 모양이다.

그녀의 선택을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무슨 대화인지 궁금하지도 않고.

나는 나고, 그녀는 그녀지.


“달라질 각오는 됐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는 동료가 필요하지, 짐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변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거나, 남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사람은 질색이니까.


“달라지고 싶어요. 커즈 씨가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저는 반드시 달라질 거라 믿어요.”

“클로이를 팀원으로서 동등하게 존중함과 동시에 부족한 부분도 과감하게 지적할 겁니다.”

“좋아요, 발전적인 피드백에는 항상 제 귀가 열려 있으니까요.”


클로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지가 충만해 보이는 그녀.

지금 정도만 되더라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반가워요, 클로이. 아니, 이제는 편하게 말 놓을게요. 스무 살인 클로이보다 내가 두 살 많으니까. 클로이도 편하게 불러요. 오빠든 삼촌이든, 뭐 아저씨든.”

“저, 커즈 씨.”

“음?”

“괜찮다면 커즈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직 오빠는 입에 잘 익지 않아서요. 괜히 낯이 간지럽기도 하고, 조금 부끄러워요.”

“편할 대로 해요, 그럼.”

“네, 커즈 씨.”


오빠 소리 들어보나 했는데, 클로이가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호칭이야 상관 없다.

매일 저 칙칙한 해골 뼈다귀 스컬에게 주인님 소리만 듣다가, 커즈 씨라는 존칭을 들으니 그것대로 기분도 좋고.

어쨌든 이제 그녀와 함께하게 됐다.

나는 그녀를 향해 힘껏 손을 내밀었다.


“잘 해보자, 클로이.”

“잘 부탁드려요, 커즈 오빠.”


맞잡은 그녀의 손이 무척이나 따뜻했다.

이 세계에 온 이후.

철저하게 홀로 지내던 내게 동료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4


다음 날, 아침.

나는 클로이와 함께 던전 입구에 와 있었다.

항상 혼자 오던 내 곁에 클로이가 있으니, 얀과 헨리의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


“어?”

“어!”


말이라는 게 참 신기하단 말이야.

한 글자로 그 의미가 읽힌다.


“팀.”

“아.”

“아아.”


두 사람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간단한 입장 절차를 마친 뒤.

나는 클로이와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 후.

라이크만 던전 1층의 입구의 고블린 한 마리를 상대로 가벼운 몸풀기를 끝낸 클로이에게 물었다.


“어때, 마력 체감이?”

“정말 넉넉해요. 연사를 몇 번 이어가도, 충분히 다음 안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완드(Wand)를 바라보았다.

기존에 그녀가 쓰던 것에 하급 마정석 몇 개를 세공해 넣은 것이었다.

이 작업은 내가 직접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새벽에 공방에서 직접 세공해 주었다.

그녀는 장비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고, 때문에 고질적인 마나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마정석을 몇 개 붙여준 것이다.

물론 이게 완전한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마법사의 핵심 공격 전술 중 하나인 ‘연사’를 원활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

나는 좀 더 냉정하게 클로이의 실력을 평가해 보기로 했다.

이 세계에서야 네크로맨서가 주가 된 삶을 살게 되었을지 몰라도, 아라한 사가에서는 마법사로도 맹위를 떨쳤던 나였다.

충분히 그녀의 실력을 점검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오늘은 네 실력을 좀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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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5화 +4 17.11.03 1,962 69 6쪽
54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4화 +7 17.11.02 1,988 58 7쪽
53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3화 +6 17.10.31 1,968 6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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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1화 +8 17.10.29 2,145 70 7쪽
50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0화 +7 17.10.28 2,245 68 7쪽
»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9화 +8 17.10.27 2,262 66 7쪽
48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8화 +8 17.10.26 2,290 73 7쪽
47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7화 +3 17.10.25 2,450 7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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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5화 +7 17.10.23 2,592 9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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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2화 +6 17.10.20 2,794 82 7쪽
41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1화 +5 17.10.19 3,026 75 7쪽
40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0화 +5 17.10.18 2,942 80 7쪽
39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9화 +6 17.10.17 3,035 83 7쪽
38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8화 +8 17.10.16 3,127 85 7쪽
37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7화 +7 17.10.15 3,300 87 7쪽
36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6화 +9 17.10.14 3,321 90 7쪽
35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5화 +8 17.10.13 3,500 99 6쪽
34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4화 +8 17.10.12 3,407 94 7쪽
33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3화 +6 17.10.11 3,597 100 7쪽
32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2화 +5 17.10.10 3,788 92 7쪽
31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1화 +10 17.10.09 3,797 88 7쪽
30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0화 +8 17.10.08 4,154 8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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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3화 +6 17.09.09 8,272 1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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