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6화
Chapter 6.
1
“정신 놓고 살았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훌리오와 같은 대장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심지어 여관도 거의 가지 않았다.
예리나의 얼굴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공방에서 망치질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픽 쓰러져 잠들었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했으니까.
내 모습?
당연히 몰골이 말이 아니지.
씻는 것도 가끔이고, 끼니만 겨우 챙기는 수준이었으니까. 그것도 살기 위해 먹는 수준이었다.
나는 본신의 레벨과 똑같아져 더 이상 스킬작을 할 수 없게 된 철제 장검 제작 스킬을 확인했다.
[철제 장검 제작 Lv 31]
[숙련도 : 00000/15500]
[제작 능력 : 최상급(2.5%의 확률로 내구도가 50% 깎인 불량품을 생산합니다.)]
[스킬 레벨 40 달성 시, 제작 능력이 장인으로 향상됩니다.]
[장인 달성 시, 불량품 생산 확률이 0%로 고정됩니다.]
[장인 달성 시, 숨겨진 버프 스킬이 발동 됩니다.]
“뿌듯하구만.”
최상급의 제작 능력과 그리 머지않은 장인 등급의 레벨 컷을 보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최상급만 되어도 거의 불량품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제작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 만들어낼 수 있는 무기의 양도 많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장인 것이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스킬 레벨 30이 넘으면, 그 분야에 관련하여 마법 부여가 가능하다.
즉, 철로 만들어진 검에 대해서는 마법 부여가 가능한 것이다.
이것 때문에 지난 시간 제작에 무척 공을 들였다.
군단의 전투력 상승뿐만 아니라, 향후 마법 부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니까.
철제 장검 제작 외에도 30레벨 이상을 달성한 제작 스킬은 수두룩했다.
지팡이 제작, 갑옷 제작, 창 제작, 석궁 제작 등등.
각각의 분야에서 하나씩은 최고점을 찍어 두었다. 만들어진 무구들은 전부 공방 앞에서 꾸준히 팔았고 말이다.
내가 쉬거나, 뼈 재료 수급 차원에서 던전을 다녀오기 위해 자리를 비워도 제작과 판매는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훌리오가 계속 무구를 제작하고, 직접 가판대에서 그것들을 팔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훌리오가 내 전속 대장장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훌리오가 내가 없는 와중에도 일을 착착 해주니, 그야말로 개꿀이었다.
덕분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비싸게 물건 값을 올리려 하지 않아도.
매일 꾸준히 내 금고에 돈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땅! 땅땅! 땅!
“커즈!”
한편, 마무리 세공 작업을 끝낸 훌리오가 나를 불렀다.
상급 마정석을 박아 넣는 정밀 세공 작업은 아직 내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 왜 갑자기 상급 마정석을 박아 넣고 있냐고?
내 전용 무구 제작 때문이다.
그 동안 평범한 갑주를 걸치고, 제대로 된 지팡이조차 들지 않았던 나다.
언데드를 애지중지 키우고, 돈을 벌겠답시고 얼마나 내게 인색했던가.
그래서 지난 제작 기간 내내, 조금씩 수익금을 모아 나를 위한 무구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눈앞에 있다.
“끝났습니까?”
“크, 정말 영롱하고 예쁘구만.”
훌리오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정면에 세워둔 마네킹의 손에 지팡이를 끼웠다.
누더기에 가까운 천 쪼가리를 걸치고 있는 내 초라한 모습과 다르게, 마네킹은 그야말로 고급 그 자체다.
나는 한 번에 모두 착용할 날을 기다리며, 마네킹에 대신 장착시켜 왔던 무구들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섰다.
그리고 내용을 확인했다.
[경량화 된 어둠의 뼈 갑옷]
[체력 +15, 민첩 +30]
[보유 언데드 총 인원수의 0.5%에 해당하는 수치를 민첩 스탯에 추가합니다.]
경량화 된 어둠의 뼈 갑옷은 민첩에 포커싱이 맞춰진 무구였다.
이것 때문에 몬스터들의 뼈가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엄청 들어갔다.
네크로맨서가 최전방에서 싸우지는 않더라도, 전선을 봐가면서 위치를 재조정해야 하는 일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민첩 스탯은 내게 분명 필요했다. 갑옷은 직접 챙기기 힘든 민첩 스탯을 확실하게 보정해주는 장비였다.
그리고 다음은 내가 가장 기대했던 무구인 지팡이. 제작 내내 스탯이 궁금해도 확인하지 않고 있었던 녀석이었다.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팡이의 스탯을 확인했다.
[마정석 듀얼 코어, 흑암의 지팡이]
[마력 +50, 마나(MP) +105]
[소유자의 마나 총량이 75% 이하로 떨어지면, 단위 스킬 당 마나 사용량이 25% 줄어듭니다.]
[소유자의 마나 총량이 35% 이하로 떨어지면, 단위 스킬 당 마나 사용량이 50% 줄어듭니다.]
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탄성을 터뜨렸다. 이 정도면 대만족이었다. 투자한 돈도 아깝지 않았다.
“마나를 물 쓰듯 써야하는 내게는 최고의 구성이잖아?”
“끌끌, 어떠냐? 만족스러우냐?”
“앞으로 좋은 지팡이를 만들게 될 일이 또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투자한 300골드가 전혀 아깝지 않아요. 정말 좋은 데요? 아주 좋아요.”
척!
나는 훌리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그가 번갈아가며, 장기간 공들여 꼼꼼히 제작하고 정밀 세공한 보람이 있었다.
이 녀석 때문에 150골드를 호가하는 상급 마정석을 두 개나 박아 넣지 않았던가?
마법사들에게 효용가치는 어떨지 몰라도, 네크로맨서인 내게는 최고다.
어차피 지팡이에 모든 마나 사용을 의존할 것도 아니고, 다른 것과 연계한다면 시너지가 훨씬 좋아 보였다.
갑옷과 지팡이가 멋들어지게 잘 뽑혔다.
그 외에,
[호신용 맹독 단검]
[기동력 강화의 장화]
[초경량 흑색 로브]
까지.
나와 훌리오의 손길이 닿은 물건들이 하나둘, 내게 착용되어 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홑옷에 가까운 차림으로 던전을 활보하던 내가 귀티 나는 네크로맨서로 전직하는 순간이었다.
작은 경차에서 고급 세단으로 바꿔 탄 느낌이야. 좋아.
이쯤 되면, 또 템빨이 적용된 상태창을 확인해보지 않을 수가 없지.
[이름 : 커즈]
[종족 : 인간]
[레벨 : 31]
[직업 : 죽음의 사도]
[근력 : 10]
[체력 : 25]
[민첩 : 40]
[마력 : 215]
[행운 : 10]
[보너스 포인트 : 0]
[언데드 생성 : Lv 25]
[죽음의 마력 : Lv 10]
[죽음의 지배자 : Lv 4]
[······그 외의 스킬이 더 있습니다. 추가 열람을 원하시면 다음 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
상세 스탯으로 봐야 보이는 마나, MP의 수치도 105가 훌쩍 올라있다.
마력을 제외하고는 10으로 통일되어 있던 스탯에 큰 변화가 있다.
무척이나 뿌듯한 변화인 걸?
“헌데 그러고 보니······.”
마지막 제작 스퍼트를 올린답시고, 어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아 재료를 샀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인벤토리를 살펴보니,
[50실버]
전 재산이 가감 없이 찍힌다.
“······.”
다시 던전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 작가의말
감기 조심하세요.
이미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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