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2화
게임 랭킹 1위 유저가 직접 스트리밍하는 방송, 그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당연히 보고 싶지 않겠는가?
높은 명성만큼이나 매일 끝없이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기부와 별 세례는 덤이었다.
감사인사? 당연히 했지.
얼마나 쉴 새 없이 쏟아졌는지, 1시간 가까이 감사 인사만 하며 시간을 보낸 적이 비일비재 했을 정도다.
덕분에 통장 잔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자릿수를 갱신하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번 달의 수입은 얼마일까 흡족하게 계산기를 두들겨보는 중이었는데.
꽃 피던 삶이 한 방에 끝나버렸다.
세상만사 일장춘몽이라더니, 이게 무슨 개 같은 꼴이야.
아냐, 아니지.
죽었지만 다른 세계에서 부활했으니, 차라리 다행인걸까?
어쨌든 윤도진은 죽었다.
“휴.”
입에서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시 부활했다 해도, 사는 세계가 달라졌으니 막막하다.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까의 두통과 함께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깊이 박힌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여기, 혹시 위험한 곳인가?
소설에서나 보던 내용처럼 이계 진입이라도 한 걸까?
불현 듯 든 생각에 내가 명령어를 발동시켰다. 늘 내 상황을 인지하고자 할 때면,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내뱉던 멘트였다.
“상태창.”
팟!
한줄기 빛과 함께 내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름 : 커즈]
[종족 : 인간]
[레벨 : 1]
[직업 : 죽음의 사도]
뭐야, 이거?
이 세계에도 상태창이 있다.
그것도 신기하지만, 보이는 인터페이스가 아라한 사가랑 판박이다. 마치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다만 아라한 사가와 다른 것도 보인다.
“원래대로면 초보자로 적혀 있어야 하는데?”
죽음의 사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60레벨에 2차 전직 퀘스트를 해야 얻을 수 있는 특수 직업이 1레벨인 내게 주어져 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에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준 느낌이랄까?
꽤나 내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명칭이 직업에 적혀있는 것이다.
나를 이 세계로 인도했다는 안타라스라는 존재······ 이 정도면 꽤 큰 선물을 준 것 같은데?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스탯창.”
[근력 : 10]
[체력 : 10]
[민첩 : 10]
[마력 : 10]
[행운 : 10]
[보너스 포인트 : 5]
“이건 그대로네.”
올 스탯 10.
아라한 사가의 1레벨 기본 스탯이다.
시작할 때, 보너스 포인트 5를 주는 것도 똑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레벨이 1 오를 때마다, 보너스 포인트도 5씩 주어질 것이다.
“어디보자. 2차 전직 직업을 레벨 1에 부여 받았으면, 딸려오는 각성 스킬도 있겠는데.”
딱히 생각하려고 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
지금 되돌아보니, 아라한 사가는 내 삶의 전부였던 것 같다.
먹고 잘 때를 제외하면, 항상 나는 윤도진이 아닌 커즈였으니까.
그럼 커즈로 실력 발휘를 확실히 해야지.
스킬까지 확인을 끝내면, 어느 정도 머릿속에 육성 청사진이 그려질 듯 싶다.
“스킬창.”
[언데드 생성 : Lv 1]
[죽음의 마력 : Lv 1]
[죽음의 지배자 : Lv 1]
“좋아! 죽음의 지배자가 있어!”
나도 모르게 쾌재를 불렀다.
우리 안타라스 아저씨, 통이 크시네.
예상했던 대로 1차 전직 직업인 사령술사와 2차 전직 직업인 죽음의 사도에 연계된 각성 스킬이 같이 딸려왔다.
내 표정이 환해진 건 2차 각성 스킬인 죽음의 지배자 때문이다.
언데드 생성이야 1레벨에 주어지는 네크로맨시 스킬이고, 죽음의 마력은 이름은 거창한데 그냥 매직 미사일의 검은색 색칠 공부 버전이다.
이 두 개만 있었다면 꽤나 섭섭했겠지만.
죽음의 지배자는 얘기가 다르다.
네크로맨서로서 부릴 수 있는 언데드의 수를 비약적으로 늘려주기 때문이다.
순정 네크로맨서들이 날 그렇게 욕하면서도 부러워했던 건, 죽음의 지배자 스킬 레벨에서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 커즈는 기관총 들고 면상에 난사를 하는데, 우리는 새총으로 돌멩이나 쏘고 있으니 이게 싸움이 되냐?
- 거기에 신급의 컨트롤까지 받쳐주니, 신은 존나 불공평 한 거라고. 커즈, 개새끼!
고, 모 네크로맨서 유저들이 하소연을 했을까.
네크로맨서에게 인해전술은 전략이다.
그 전략에 걸맞게 언데드 군단의 수를 늘리는 데 필요한 것이 죽음의 지배자였던 것이다.
“숙련도 작업과 레벨 업 작업, 투 트랙으로 가야겠네.”
생각은 얼추 정리됐다.
아라한 사가의 스킬은 숙련도 시스템이다.
다다익선이라, 사용 할수록 숙련도가 올라가는 형태다.
언데드 생성은 네크로맨시를 위한 개체만 충분하면 반복 사용 할 수 있고.
죽음의 마력은 마력 스탯의 치환 수치인 마나(MP)가 충분하면, 역시 무한에 가깝게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숙련도도 오르겠지.
단, 특수 스킬인 죽음의 지배자는 조금 다르다.
얘는 레벨의 영향을 받는다.
레벨이 10 오를 때마다, 스킬 레벨 1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형태다.
너무 스킬 레벨 업이 박한 거 아니냐고?
그랬으면 쾌재를 부르지도 않았겠지.
죽음의 지배자는 그 존재 자체가 매우 위협적인 스킬이다.
특히 스킬 레벨이 깡패다.
오죽 했으면 아라한 사가의 레벨 랭킹 Top 10에 네크로맨서 유저가 아홉 명이나 있었을까?
네크로맨서 유저들이 내실은 지나가는 개나 던져주고 레벨 업에만 몰두 했던 건, 죽음의 지배자 때문이었다.
이 차이가 곧 일인군단이냐, 오합지졸이냐를 가르는 차이가 되기 때문이다.
헌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네크로맨서 능력을 줬지?”
내가 갖고 있던 그 많은 능력 중에 왜?
메시지가 재능 핑계를 대긴 했지만, 엄밀히 보자면 난 순정 네크로맨서는 아니었다.
그래서 부모님 안부부터 시작해서, 먹을 수 있는 온갖 욕은 다 먹었다.
순정 네크로맨서들 엿 맥이는 잡망캐라고.
물론 그 잡망캐에게 생채기 하나 제대로 낸 순정들이 없다는 게 웃긴 사실이지만.
어쨌든 맞는 말이다.
나는 마법학 전반에 손을 댄 잡식 마법 캐릭터에 가까웠다.
다만 그 중에 네크로맨시를 특히 더 즐겼을 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안타라스는 내게 떡하니 네크로맨서 전용 스킬만 던져준 게 아닌가?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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