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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潤香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향潤香
작품등록일 :
2017.09.09 18:26
최근연재일 :
2017.11.03 22: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242,444
추천수 :
4,868
글자수 :
166,923

작성
17.09.22 22:05
조회
5,228
추천
80
글자
7쪽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16화

DUMMY

중앙에 붉은 스포츠머리.

양쪽에 민머리의 떡대와 말라비틀어진 멀대가 있다.

그들의 손에는 검과 가죽 주머니, 가방이 들려 있었는데, 바로 옆을 보니 남자에게 그것들이 없다.


“하아······ 제가 너무 방심했네요. 쿨럭! 쿨럭!”

“넓은 길 두고, 굳이 이런 길로?”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 온지 얼마 안 되어서요. 신기해서 구경하다가 그만, 인적이 없는 곳으로 들어왔다가 된통 당했네요.”


찢어진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긴 했어도, 남자의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도 나와 같은 탐험가 중 하나겠지.

다만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을 뿐이다.

힘은 이래서 중요하다.

내가 약하면, 세상은 정말 무서우리만치 빈틈을 노리고 무언가를 앗아가는 것이다.

그 경험을 나는 아라한 사가에서 수도 없이 했다. 힘은 내 전부였고, 타인이 나를 경외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였다.


“조심하시길.”

“예에······ 아이고, 고맙습니다.”


나는 무심한 걱정으로 끝을 맺고, 골목길을 나섰다.

여기서 그의 앞날이나 이후의 동선 따위를 걱정해주는 건, 사치이고 오지랖이다.

난 공명심에 휘말려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첫째로도, 둘째로도 항상 중요한 건 나다. 남이 아니라.

시야에 언뜻 보이던 3인조는 그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또 어딘가에서 길눈이 먼 모험가의 뒤를 노리겠지.

물론 나에게는 어림없는 얘기다.

조금 귀엽긴 해도, 옆에 해골 보디가드도 하나 있잖은가?

이 정도면 든든한 거 아니야?




3


“500골드쯤 하겠네요. 공방 거리 외곽에 있는 피터 씨의 공방이 499골드 99실버 99쿠퍼에 등록되어 있네요. 최저가입니다.”

“가격이 그렇게나 나갑니까?”

“예. 그나마 이것도 급매라서 싼 편이에요. 애초에 공방 매물이 잘 안 나오는 건 아시죠?”


500골드, 우리 식으로 따지면 시가 5억.

부동산 거래를 담당하는 관청의 전속 중개사가 부른 가격이었다.

짤랑. 짤랑.

수중에 들고 있는 5골드 뿐.

이것도 던전을 다녀와서, 몬스터들의 무기까지 박박 긁어다가 예리나에게 판 덕분에 모인 돈이다.

목표금액 1% 달성.

와, 99% 밖에 안 남았네 라고 생각하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


“개별 가격을 좀 알 수 있을까요?”

“공방 쪽은 처음이시군요?”

“예, 처음입니다.”


중개사의 눈빛이 웬 뜨내기가 갑자기 찾아와서 꼬치꼬치 물어보냐는 그런 눈빛이다.

아마 공방을 거래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알음알음으로 다 알겠거니 하는 거겠지.

하지만 난 모르니까, 물어보는 것이고 당당하다.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게 죄야?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 게 죄지.


“공방 건물 가격이 내외부 포함해서 100골드. 그리고 국가의 공인 등록비가 연 30골드에 방음 마법진 시공비가 370골드. 이렇게 해서 500골드가 산출되죠.”

“소리를 잡아주는?”

“네, 맞아요. 마법진 시공은 왕립 마법사단에서 직접 담당하고, 시세는 큰 변화가 없어요. 그러니 370골드는 사실상 고정 비용이라 봐야죠.”

‘그래서 무척이나 조용했구만.’


공방 거리에 처음 들어섰을 때 느꼈던 이질적인 적막의 정체를 알게 됐다.

이해는 갔다.

수 십, 수백의 공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거기서 망치질 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면 사람들 귀가 남아나질 않겠지.

자신들을 위해서, 또 다른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위해서 필요한 마법진인 셈이다.


“거래하실 건가요?”


귀찮은 듯, 묻는 중개사의 표정에 돈 없으면 저리 가라는 속내가 선명하다.

그래, 지금은 없지.

간다, 가.


“아닙니다. 잘 들었습니다.”

“예, 또 오세요.”


중개사의 영혼 없는 인사를 뒤로한 채, 나는 관청을 빠져 나왔다.

지금으로서 500골드는 언감생심이다.

한 번에 큰 돈을 벌 꼼수도 생각나지 않을뿐더러, 돈이 모이면 공방보다 네크로맨서와 관련된 스킬북을 살 생각이다.

언제까지 스킬 세 개, 그것도 소환 마법을 제외하면 공격 마법 달랑 두 개를 가지고 던전을 누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공방 매입은 이제 내가 생각한 목표 중에 하나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가까운 곳을 볼 때다.


“닥사에 올인 해야겠다. 경험치와 돈벌이, 혹시나 행운처럼 찾아올 스킬북 드롭을 생각해서라도.”


아쉽지만.

이럴수록 스텝 바이 스텝인 법이다.


“샛길 생각 말고 달려볼까!”


끓어오르는 의지가 담긴 눈빛이 빛났다.

그래.

아라한 사가에서도 닥사하면 커즈였잖아?

내 장기를 발휘할 때다.




4


“오늘은 노력 좀 하셨나 봐요. 정산금 4골드 10실버입니다.”

“평소보다 1골드 정도 더 나왔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이, 헨리! 5실버 가져와. 나랑 내기 했지? 오늘은 커즈 씨가 기운이 넘쳐 보인다고. 정산금 4골드 넘었으니, 약속대로 5실버 내놔라.”

“에이, 감독관 님! 이건 반칙이죠.”

“뭐가 반칙이야. 눈썰미가 좋은 거지.”


얼씨구?

이제 나와 안면이 터서 그런지, 경비병과 감독관은 내 하루 성과를 가지고 내기까지 한다.

감독관의 이름은 얀.

한 달 중에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이 던전을 드나들었으니, 확실히 눈에 익을 만도 하다.

처음엔 나만 보면 툴툴대던 얀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누그러졌다.

물론 내가 원만한 관계를 위해 적당한 ‘뇌물’을 쓴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다.

역시 저런 놈들은 뒤가 구린 놈들이 많아.


“보급품 채워 넣겠습니다! 다시 들어가실 거죠, 커즈 님?”


나는 경비병 헨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을 때, 친절하게 날 대해주던 경비병이 바로 헨리다.

그 성품은 여전하다.

그래서 늘 고맙기도 하고.

익숙해진 대화와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지난 시간이 실감난다.

벌써 한 달이 지난 것이다.




일평균 수익금 약 3골드.

처음 던전을 다녀온 이후로 오늘이 한 달 째다.

오늘까지 모인 돈은 총 100골드쯤 된다.

예리나의 여관 장기 투숙비와 던전 공략시에 먹을 식료품 구매비를 제외하면, 모두 모았다.

정말 독하게 모았더니, 그래도 제법 모이긴 했다.


‘6달은 해야 540골드인가. 공방 하나 사려면 반년을 날리네.’


돈이 좀 모이니, 공방에 대한 욕심도 다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사실 내가 버는 돈은 동류의 다른 탐험가들에 비해 2배에서 3배 이상으로 많은 편이다.

예리나의 여관에 오는 탐험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루 1골드를 벌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몇 골드를 더 벌겠답시고 무리해서 나섰다가, 다음날 장례식에서 보게 되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그걸 생각하면 빠른 편이긴 하지만······.

남들보다 좀 낫다고 해서 만족하고 멈추려고 시작한 닥사는 아니다.

애초에 내 성격과도 맞지 않고.

그나저나 말이야.

참 속상한 게 하나 있다.

지난 한 달간 던전에서 스킬북, 아니 종이 쪼가리 하나 구경을 못한 것이다.

처음에 강타 스킬북을 얻었던 게 초심자의 행운인가 싶을 정도로, 그 뒤로 운이 지지리도 없다.

안타라스 님.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던 안타라스 님!

그런 거창한 목적을 제게 주셨으면, 적어도 뭐라도 더 던져주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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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5화 +4 17.11.03 1,962 69 6쪽
54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4화 +7 17.11.02 1,987 58 7쪽
53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3화 +6 17.10.31 1,968 62 7쪽
52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2화 +5 17.10.30 2,013 63 7쪽
51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1화 +8 17.10.29 2,144 70 7쪽
50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50화 +7 17.10.28 2,244 68 7쪽
49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9화 +8 17.10.27 2,261 66 7쪽
48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8화 +8 17.10.26 2,290 73 7쪽
47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7화 +3 17.10.25 2,449 7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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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2화 +6 17.10.20 2,794 82 7쪽
41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1화 +5 17.10.19 3,025 75 7쪽
40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0화 +5 17.10.18 2,941 80 7쪽
39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9화 +6 17.10.17 3,035 83 7쪽
38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8화 +8 17.10.16 3,126 85 7쪽
37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7화 +7 17.10.15 3,299 87 7쪽
36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6화 +9 17.10.14 3,320 90 7쪽
35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5화 +8 17.10.13 3,499 99 6쪽
34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4화 +8 17.10.12 3,406 94 7쪽
33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3화 +6 17.10.11 3,597 100 7쪽
32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2화 +5 17.10.10 3,788 92 7쪽
31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1화 +10 17.10.09 3,797 88 7쪽
30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30화 +8 17.10.08 4,154 8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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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19화 +4 17.09.25 4,919 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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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12화 +5 17.09.18 5,713 90 7쪽
11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11화 +3 17.09.17 5,746 94 7쪽
10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10화 +2 17.09.16 6,055 93 7쪽
9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9화 +5 17.09.15 6,278 111 7쪽
8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8화 +5 17.09.14 6,410 98 7쪽
7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7화 +6 17.09.13 6,659 105 7쪽
6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6화 +6 17.09.12 6,839 108 7쪽
5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5화 +6 17.09.11 7,358 108 7쪽
4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4화 +8 17.09.10 7,795 105 7쪽
3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3화 +6 17.09.09 8,271 111 7쪽
2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2화 +8 17.09.09 9,257 131 7쪽
1 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1화 +6 17.09.09 10,993 1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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