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도사의 던전사냥, 07화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보이고.
계단을 따라 시선을 내리고 나니, 또 다른 층계가 보인다.
“지하 3층까지 있네.”
파악이 끝났다.
라이크만 던전은 3층이다.
그러므로 1층에 있는 내게는 내려갈 여지가 더 있다. 물론 공략을 하고 싶을 경우의 얘기고, 그게 아니면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던전 밖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출구는 남동부에 있다.
여기서 정확히 반대편의 대칭점.
“이 정도 거리면.”
측정을 위해 지도를 더 자세히 살폈다.
내가 있었던 동굴이 마침 근처에 표시되어 있다.
동굴에서 여기까지의 거리가 지도에서 손톱 한 마디쯤 되고, 걸린 시간이 약 30분 가량.
그리고 입구까지 세어보면.
“하나, 둘, 셋······ 때려치자.”
견적이 바로 나왔다.
그냥 엄청 멀다, 아주 많이.
도대체 무슨 던전이기에 한 층계에서 반대편을 가는 데만 한세월이 걸리는 거야?
고생 좀 하겠네.
이동은 시작도 안했는데, 출구가 까마득히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또 어떤 몬스터들을 만날지는 짐작도 되지 않는다. 지도가 친절하게 몬스터까지 표시해주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크켁. 케켁.
내 주변을 지켜줄 녀석들이 있으니까.
1층 정도야,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여차하면 뭐.
녀석들을 던져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방법도 있다.
나만 무사하면 말이야.
군단은 영원하단 말이지.
5
스윽.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이동 중에 만난 웨어 울프와 교전 중이었다.
크르르륵!
“질기네, 자식.”
근육질의 두 다리로 미친개 마냥 방방 뛰어다닌 덕분에 예상과 달리 조금 고전하고 있었다.
공중으로 훌쩍 뛰어 올라, 내 코앞에 착지했을 때는 순간 두 다리가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던 것이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놈이, 내 왼쪽 가슴을 빤히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는데 태연할 수가 있나.
뻐엉!
그 바람에 강타 스킬의 개통식이 조기에 이뤄졌다.
“와.”
묵직한 이미지의 향연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크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웨어 울프의 머리부터 사타구니 사이까지 묵직하게 훑어 내렸고.
크흥!
언데드의 맹공으로 체력이 빠르게 줄어가고 있던 웨어 울프가 비명인지, 신음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를 토해내며 비틀거렸다.
“······괜찮은데?”
체력이 많이 떨어진 녀석을 상대로 한 보조 딜링으로는 충분했다.
이른바 막타?
그 사이.
나는 가까이 있는 언데드를 재배치했고, 녀석들을 움직여 웨어 울프의 움직임을 속박했다.
그러니 웨어 울프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물량 앞엔 장사 없지.
꺄우우우-
산 채로 온 몸의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에 웨어 울프가 몸부림 쳤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정신을 분열시켜 버리자.
푸확!
시원하게 피분수를 하늘로 토해낸 웨어 울프의 몸이 도끼에 잘린 나무처럼 뻣뻣하게 뒤로 나자빠졌다.
“거참, 질기네. 망할 개새끼.”
[레벨 업! 레벨 8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레벨 8이 됐다.
꾸준히 레벨 업이 이뤄지니 기분도 좋고, 성장하는 체감도 확실히 된다.
초고레벨이 되면 레벨 1을 올리기 위해서 몇 주, 아니 몇 달이 걸리기도 하니까.
작은 행복도 감사히 받아들여야지.
[스킬북 드랍이 확인 되었습니다.]
“오?”
기분 좋은 메시지가 연달아 나왔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는 것마냥, 저 메시지를 볼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봉인을 해제하기 전까지는 누구나 그럴듯한 스킬을 꿈꾸지 않겠는가?
나도 마찬가지다.
[스킬 : 화염(Flame)]
[사용 가능 유형 : 제한 없음]
[적합 직업군 : 마법사형 직군(일치)]
[지정된 위치에 반경 5m의 거센 불길을 만들어 냅니다. 유지에는 초당 마나 1이 소모 됩니다.
마나가 고갈 되거나, 소모값을 0으로 조정할 시 불길은 10초 후에 자연 소멸됩니다.
피해량은 불길의 중심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최대 110%에서 55% 수준으로 차등 적용 됩니다. 쿨 타임 없음.]
“마침 잘 됐네.”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우선 적합 직업군에 해당하는 스킬북이 나왔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네크로맨서는 곧 흑마법사.
그리고 흑마법사는 마법사의 분류 중 하나이니, 일치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화염 스킬이면, 충분히 백마법사 행세를 할 수도 있겠어.”
즉,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될 수 있단 얘기지.
생각이 좀 더 멀리까지 미쳤다.
보통 이런 세계는 네크로맨서를 저주 받은 흑마법사라며 매도하기 마련이고, 당연히 인식이 좋지 않을 테니까.
물론 속단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시체를 부리며 늘 죽음과 마주하고 다니는 네크로맨서가 환영받을 것 같지는 않다.
유비무환, 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
척.
스킬북을 손에 얹은 뒤, 눈을 감고 집중했다.
[화염 스킬이 학습되었습니다!]
간단히 화염 스킬 추가 완료.
죽음의 마력이 단일 타겟형 공격 마법이라면, 화염은 광역 딜링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초기 마법들 치고 조합도 나쁘지 않다. 쓰임새야 내가 상황에 알맞게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고.
“화염.”
주문을 영창하자, 내가 정한 지점에 고온의 불길이 생겨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변의 공기가 쌀쌀했는데, 화염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땀이 흘러내릴 정도의 강한 열기가 느껴졌다.
“마나 먹는 하마네, 이거.”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마나 소모가 엄청나다는 것?
언데드 군단 유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마나 소모가 한 눈에 들어온다.
모으기는 어려운 주제에 쓰는 건 무척이나 쉽다. 마치 게임에 현질을 하는 것처럼 말야.
생각 없이 스킬을 돌리면 마나가 남아나지 않을 거다.
그래서 앞으로 내 성장에 중요한 것을 꼽자면 크게 세 가지로 압축 될 듯 싶다.
첫째는 포인트는 마력 스탯에 올인.
둘째는 마력 스탯, 또는 마나 총량을 보조할 아티팩트나 보조구의 확보.
셋째는 마나 재생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패시브 스킬, 아티팩트, 연공법 등의 확보.
이렇게 세 갈래의 길이 있다 하겠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잘 타네, 정말.”
돈지랄도 돈값을 하면 기쁘다고, 마나를 잡아먹는 만큼 활활 타오르니 보기가 좋다.
뭐든 태워 죽이는 건 어렵지 않겠어.
[라이크만 던전 밖으로 향하는 출구가 전방 100m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출입구에 대한 정보는 사전에 통보하는 기능이 있나보다.
이제는 네비게이션 기능까지?
편해, 아주 좋네.
- 작가의말
오늘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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