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도사의 던전사냥, 44화
이제 라이크만 던전 1층은 2층으로 향하는 최단 루트만 선택해서 공략하기로 했다.
본신의 레벨이 오르면서 경험치 수급 체감이 시원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이 녀석들까지 언데드로 만들면 딱 30이 되나?”
나는 이미 숨이 끊어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코볼트들을 보았다.
아직 언데드 생성 스킬의 레벨은 29.
약간의 경험치가 남았으니, 이 녀석들을 언데드로 만들면.
[숙련도 최대치 달성으로 스킬 레벨 업! 언데드 생성의 레벨이 30이 되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30 달성이다.
[언데드 생성 스킬 레벨 30, 죽음의 지배자 스킬 레벨 4를 달성하여 ‘악마의 속삭임’효과가 개방됩니다!]
[최하급 언데드 100기를 마나 소모 없이 운용할 수 있습니다.]
“좋아, 기다리고 있었던 소식이야.”
새로운 효과가 개방됐다.
악마의 속삭임.
항상 전투의 기반이 되는 최하급 언데드를 운용하기 위해서, 내가 탐냈던 효과였다.
여기에 충분한 마나 리젠까지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좋아질 터다.
나는 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커즈]
[종족 : 인간]
[레벨 : 33]
[직업 : 죽음의 사도]
[근력 : 10]
[체력 : 25]
[민첩 : 40]
[마력 : 255]
[행운 : 10]
[보너스 포인트 : 0]
[언데드 생성 : Lv 30]
[죽음의 마력 : Lv 11]
[죽음의 지배자 : Lv 4]
[······그 외의 스킬이 더 있습니다. 추가 열람을 원하시면 다음 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
만족스러운 구성이었다.
마력도 마법부여 작업 이후에 30이 더 늘어서 255가 됐다.
죽음의 마력도 꾸준히 스킬 레벨이 올라가고 있고, 다른 스킬들도 레벨 업이 누락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숙련도 영향을 받지 않는 죽음의 지배자만이 레벨에 맞게 오르고 있을 뿐.
나는 언데드 생성 스킬창에 좀 더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손끝으로 살짝 터치하자, 상세 정보가 출력됐다.
[언데드 생성 : Lv 30]
[지금부터 좀비 솔져, 스켈레톤 워리어, 와이트 등을 소환, 생성할 수 있습니다.]
[특수 개체 ‘어보미네이션’, 별칭 누더기 골렘의 생성이 가능합니다.]
“왔구나, 보미! 보고 싶었어, 보미야!”
반가움으로 가득한 진심이 터져 나왔다.
옛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보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이름.
아라한 사가에서 내가 무척이나 즐겨 소환했던 어보미네이션.
누더기 골렘이라는 별칭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 단어를 잘 쓰지 않았다.
내게 소속된 언데드가 누더기로 불리는 게 영 기분이 좋지 않았거든.
그래서 녀석을 줄여서 보미라고 불렀다.
이름만 들으면 예쁜 여성이 생각나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이 맞다.
정말 시궁창에서 나온 놈처럼 생겼으니까.
상상이 잘 안 된다고?
자, 우리 보미에 대해 알아보자.
아무 몬스터든 좋으니, 다섯 마리를 상상해 봐. 똑같은 놈이든 각각 다른 놈이든 좋아.
상상했지?
그 녀석들을 아주 거대한 손으로 찰흙 반죽 만들 듯이, 이리저리 쑤셔 넣고 만져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다고 생각해 봐.
어때, 덩어리가 만들어졌어?
자, 거기서 덩어리 윗부분에 대충 펜으로 아무렇게나 눈, 코, 입을 그려 넣자.
어라? 웬 뼈마디가 몇 개 떨어져 있네?
그건 대충 등 뒤에다가 붙여봐.
뭐 정수리 한가운데라도 좋아.
그리고 덩어리 양 옆과 아래에 사람 흉내 좀 낼 수 있을 법한 팔이랑 다리만 붙여주자.
됐어?
그래, 그게 어보미네이션이야.
혹시 모르니 어보미네이션에 대한 정보를 좀 더 확인해 봐야겠어. 아라한 사가와 다른 매커니즘일 수도 있으니까.
[어보미네이션]
[사체 5구를 합쳐, 하나의 거대한 육질로 만듭니다. 합친 사체의 종류에 따라 능력치가 달라지며, 언데드 5기로 계산됩니다.]
[최대 1기 생성 가능합니다.]
[언데드 생성 스킬 레벨 40 달성 시, 최대 보유 가능 개수가 2기로 늘어납니다.]
“아라한 사가와 똑같네. 이 녀석은 존재 자체가 상대에게 압박이지.”
어보미네이션은 그 덩치에 걸맞게 이동속도가 형편없지만, 무력 면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아직도 생각나네. 이 놈 하나로 몬스터 100마리가 넘게 몰려오던 길목을 틀어막았었는데. 그 때, 보미의 몸에 덕지덕지 붙은 살집까지도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하급 좀비와 비교했을 때, 30인분을 상회하는 유지력을 갖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문제는 하나의 개체지만 5인 취급을 받다보니, 언데드 플레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녀석을 보관하고 육성하려면, 지금 아공간에서 정예 다섯을 퇴출시켜야 한다.
“아공간 레벨이 좀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겠는데.”
가장 중요한 걸 생각 못했다.
어보미네이션 생성에는 마정석이 상당히 들어가기 때문에, 그 때마다 1회성으로 만들었다가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즉, 이 뚱땡이 녀석이 들어갈 좌석 5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말씀.
언데드 플레인은 뭔가를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숙련도가 오르니, 진득하게 기다려 5레벨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싶다.
지금 11레벨이니까 16까지.
아쉽지만 그 때까지 보미는 잠시 마음속에만 있는 걸로, 그렇게 하자.
곧 만나자, 보미야.
“라이딩도 하긴 해야 하는데······ 확실히 해골마가 있으면 기동성이 훨씬 좋아지긴 하겠는데 말이야.”
라이딩 스킬을 배운 지는 오래 됐는데, 아직 써먹지 못하고 있다.
일단 아직 던전 안에서 제물이 될 말을 만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동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게 크다.
곧 필요해질 듯 하다.
슬슬 준비해야 할 게 많아지고 있는데, 나로서는 기대감도 드는 터라 좋다.
“당분간 육성은 멈춰야 겠다.”
해골마도 그렇고, 어보미네이션도 그렇고.
보관 공간 확보가 시급해졌다.
새로운 정예 육성은 잠시 휴업이다.
우선 지금 있는 녀석들을 키우면서, 뉴 페이스를 맞이할 준비를 할 차례이지 싶다.
8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까?”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2층 중심부지만, 이젠 긴장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일전에 보스 몬스터 벨라즈를 때려잡은 것이 확실히 자신감 상승에 도움을 줬다.
습득한 지도로 라이크만 던전 3층까지 훤히 파악이 되니, 슬슬 층계를 높일 생각이다.
그러려고 마법 부여까지 해가면서 스펙 업을 한 것이기도 하고.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