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카? 1
<이원>
근력 : 10,000(불안정 수치 : 4,990)
체력 : 12
민첩 : 23
재주 : 31
마력 : 6,081(불안정 수치 : 3,040)
이원은 스테이터스창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몸의 오른쪽에만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진다면, 몸의 왼쪽에서는 그보다는 못하지만 꽤나 강력한 마력의 존재가 느껴졌다.
연이어 칭호 창을 호출해보았지만 근력 능력치와 마력 능력치의 한계치를 돌파해주는 두 칭호 외에는 돌아온 힘이 없었다.
<칭호>
파괴신(유니크) : 근력 능력치의 한계 돌파 가능.(하위 칭호 8개)
냉혈한(스페셜) : 연속해서 동일 종족 사살시 각 능력치+1%(5%까지 중첩)
마법 그 자체(레어) : 마력 능력치의 한계 돌파 가능.(하위 칭호 5개)
"형님, 왜 그러십니까?"
장두원이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이원에게 조심스레 물었지만 이원은 눈길도 주지 않고 살짝 몸을 떨었다.
짜증섞인 이원의 반응에 움찔한 장두원은 딱히 더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호오, 다른 분들도 모두 이원님을 따라 마력을 선택하신 모양이로군요."
이원을 포함한 40명 모두가 마력 능력치를 얻는 것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이원이 그렇게 집착하던 마력이라는 능력치의 효과가 그들로서는 굉장히 궁금했겠지만 지금 당장 마력 능력치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원이 선택했기에 자신들에게도 당연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맹목적으로 마력을 선택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내일의 게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 있죠. 사실 여러분들께 굉장히 유리해져 버렸습니다만···."
"질질 끌지 말고 본론부터 말해라."
이원의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움찔 하며 이원을 돌아보았다. 파나토뮤는 그런 이원을 바라보며 클클대며 웃었다.
"일종의 팀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이 끝날때까지 점령당하지 않은 시험장의 사람들은 점령에 성공한 노예들을 팀원으로 맞이하게 되고 노예들은 점령자의 명령에 따라 나서서 싸워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랑 싸워야 한다는 거죠?"
"그럼 우리 노예가 100명 정도··· 게다가 우리는 40명··· 와, 이거 손안대고 코풀 수 있겠는데?"
손가락을 접어가며 숫자를 세보던 장두원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팀의 인원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파나토뮤의 말에 따르면 절대 이 수치에 근접하지 못할 것이란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항이었다.
파나토뮤의 노란 눈이 일렁였다.
"하지만 방심하지는 마시길··· 누군지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만만치않은 실력자가 다른 팀에 한명 있으니까요. 뭐, 이원님에 비하면 별거 아닌 존재이지만··· 그럼 내일 오전 10시에 다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파나토뮤가 사라지자 그가 있던 자리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온갖 음식들과 몇가지 장비 아이템들이 보였다.
다들 이원의 눈치를 보며 자기 입맛에 맞는 무기를 갖고 싶어 하고 있는데 이원은 관심 없다는 듯 뒤돌아섰다.
"니들끼리 알아서 나눠 가져라."
이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치킨 한마리와 맥주 캔을 챙겨서 구석으로 향했다.
저기압인 이원의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이원이 멀리 가서 앉아서 혼자 뭔가를 하는 걸 보고는 너도나도 달려들어 원하는 장비를 가지기 위해 투닥대기 시작했다.
'이번엔 왼쪽이냐.'
이원은 구석에 앉아서 왼손을 쥐었다 폈다 해보았다.
마력과 근력은 근본적으로 다른 힘이다.
오른쪽의 넘쳐나는 근력을 왼쪽의 육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돌팔매를 할 때도 최대한 왼쪽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오른쪽 다리로만 지탱해서 돌을 던지고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오른쪽은 근력, 왼쪽은 마력이라면 밸런스가 맞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마력의 운용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이원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굳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마력을 사용해 신체를 강화할 수 있고 검과 같은 무기에도 마력을 주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왼손에 검을 쥔다면 마력을 주입할 수 있겠지만 힘이 부족하고 오른손에 쥔 검에는 마력을 주입하지 못한다.
'마법.'
<마법 보유 목록>
배리어(LV.10)
헤이스트(LV.10)
스트렝스(LV.10)
다시 한번 기가 찬 표정을 지은 이원의 시야에는 단 세 가지의 마법만이 들어왔다.
불안정 수치가 절반이라 쳐서 3,000의 마력을 보유했다고 한다면 못해도 웜급 드래곤이 가지는 마력 수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강대한 마력을 가졌다고 해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마법은 세 개.
그것도 보조마법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원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트렝스를 사용해 보았다.
'시발. 진짜 반쪽짜리네.'
속으로 욕설을 내뱉는 이원의 왼쪽 신체에만 스트렝스 마법으로 인한 힘이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오른쪽 신체에도 약간의 효과가 느껴졌지만 왼쪽 신체에 비하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공격마법은 따로 익히면 된다고 치더라도 너무나 큰 박탈감이 느껴졌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마력을 운용해서 신체를 강화하는 것도 왼쪽 신체만 가능한 것을 확인한 이원은 맥주캔을 하나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마력이 절반이라도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만족할 만한 성격도 되지 못할 뿐더러, 다시 한번 자신이 회귀 아이템을 사용하게 만든 자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자, 여러분. 준비 되셨습니까?"
오전 10시에 칼같이 등장한 파나토뮤의 눈빛이 심하게 일렁였다.
마치 굉장히 즐거운 구경거리를 앞두고 있다는 듯이.
파나토뮤는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웃더니 어제 이야기 해주지 않았던 정보를 말해주었다.
"다른 시험장의 상황은 본진 포함 2개의 시험장을 가진 53명인 한팀과, 본진 포함 3개의 시험장을 가진 61명의 한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엔 여러분의 팀을 포함해 3개의 팀이 출전하기에 각 팀이 돌아가며 한번씩 공격을 맡습니다."
이 게임의 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원을 포함해 142명이 속한 엘기리스의 시험장 팀과 53명이 속한 말파카의 시험장 팀, 그리고 61명이 속한 스샤크의 시험장 팀이 살아남았다.
구체적인 룰은 선공 팀에서 한명이 투기장에 올라서고, 남은 두 팀중 한팀을 지정한 다음 그 한명이 지정한 팀에서 자신이 상대하고 싶은 사람의 숫자를 밝힌다.
그리고 상대팀에서 그 숫자만큼의 사람이 차례로 올라와 그 사람을 상대한다.
그리고 공격 팀의 한 사람이 지정한 수의 상대를 모두 이기거나 그 전에 패배하면 공격 팀의 턴이 끝난다.
그러면 다른 팀에게 공격권이 넘어가게 되고 어느 한 팀이 전멸하거나 혹은 정해진 시간이 끝날때까지 이 게임은 반복된다는게 룰이었다.
만약 정해진 시간이 될때까지 어느 한팀도 전멸하지 않았을 경우는 남아있는 인원수가 많은 팀이 승리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적은 인원수가 남은 팀은 게임에서 탈락하게 되고 남은 두 팀이 최후의 게임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었다.
탈락한 팀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파나토뮤는 기괴하게 웃을 뿐 대답해주지 않았다.
마치 폐기물을 버리듯 마계의 쓰레기장에 던져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원이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게임은 최대 5일간 휴식없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개인의 승리 조건은 상대가 죽거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을때, 그리고 항복했을때 입니다. 공격턴이나 방어턴을 불문하고 노예를 투기장에 세울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원수를 지정할 수 있고 항복여부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노예는 투기장에 올라가서 개인적으로 항복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파나토뮤의 말이 끝나자 다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생각보다 잔인한 룰이었던 탓일까. 하지만 다들 자신감은 충만했다.
개개인의 능력은 둘째 치고서라도 다른 팀을 모두 합쳐도 엘기리스 팀의 인원수에 비하면 한참을 모자란 수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파나토뮤가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투기장으로 이동하겠다고 알려왔다.
"그럼 여러분들의 건투를 빌며, 투기장에서 뵙죠. 클클. 이 투기장에서의 싸움은 모든 마신님들이 지켜보고 계시니 힘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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