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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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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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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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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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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칼타 요새 3

DUMMY

라위야를 떠나 렉칼타로 가는 마차 안에서, 이원은 셀레니얼에서 라위야로 올때와 비교하기 힘든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헤스페데스가 이원의 말을 듣고는 신성 모독이라고 용서할 수 없다며 달려들었던 일 때문인지 성녀는 이원에게 한 마디도 걸지 않고 있었다.


분노하며 달려든 헤스페데스가 이원의 멱살을 잡았고 이원은 멱살을 잡은 손을 후려쳐 뼈를 부러뜨려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울부짖는 헤스페데스에게, 예전부터 가져왔었던 금속제 투구에 딱밤을 때리면 무슨 소리가 날까 하는 호기심을 충족한 다음 마차를 출발시켜 버린 것이다.


성녀의 존재 덕분에 헤스페데스의 부하들이 달려드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크게 당황한 성녀는 헤스페데스에게 회복마법을 걸어주고 급하게 사과의 쪽지를 남기고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것이다.


그 일 때문에 호위중인 성기사들의 이원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더 안좋아졌지만 이원은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말을 타고 따라오고 있는 윤정빈은 성기사들에게 눈치밥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반나절을 이동해서 주위 요새들의 보급 포인트인 쉬켈타운을 지나, 또 반나절을 이동해서 렉칼타 요새로 진입하자 이 곳의 책임자인 시펠 장군이 이원과 성녀를 막사로 초대해 맞이해 주었다.


"이 요새를 책임지고 있는 시펠 장군입니다."

"리프라 교단의 성녀인 마리입니다. 이 분은 구원자인 이원님 이시고 저는 이원님을 보좌하기 위해 이 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 곳의 책임자인 시펠은 하급 천족 출신으로 요새의 책임자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원은 쓸데없이 덩치가 크지도 않고 날개도 없는 시펠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사실 다른 천족들과는 다르게 성녀를 보고 호들갑을 떨지 않는게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게 맞겠지만.


시펠은 성녀의 인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원에게 말했다.


"구원자님. 원하신다면 따로 부대를 편성해 드리겠습니다."


의외로 무덤덤한 반응에 조금 놀랐지만 시펠의 오른쪽 눈동자에만 흰색 원이 존재하는 것을 본 이원은 시펠이 어떤 자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천족과 인간의 혼혈.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급 천족이지만 오히려 인간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자들.


출생과 신분을 과할 정도로 따지는 천족들을 생각해 볼때, 이런 격전지를 맡은걸 보면 능력은 의심할 바 없겠지만 어쩌면 죽어도 무방한 자이기에 이런 곳에 있는것이 아닐까.


"몇명이나 줄건데?"

"일단 막 도착하셨으니 주변을 둘러보는데는 20명 정도면 충분할겁니다."


시펠은 그렇게 말하고는 성녀를 한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성녀님과 성기사들도 있으니 그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성기사랑 성녀는 같이 다니지 않을 생각인데."


성녀가 이원의 말을 듣고는 인상을 쓰며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물론 이원은 그런 그녀를 비웃으며 한마디 날려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저도 같이 갑니다."

"구원받고 싶다면 따라오던가. 내가 너를 특별히 구원해주겠노라."


***


구원의 의미를 곡해하지 말라며 시펠이 보는 앞에서 말다툼을 벌이려는 성녀를 뒤로한 채 시펠의 막사 밖으로 나와버린 이원은 주변에서 서성대는 윤정빈을 데리고 자신에게 배정된 막사로 향했다.


사실 그다지 좋은 막사는 아니었지만 주변의 다른 막사들과 비교해보면 깔끔하고 훌륭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종종 이원처럼 파견나오는 자들이 있는 것인지 특별히 손님용으로 마련된 막사는 5~6명 정도는 충분히 지낼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였다.


"형님, 근데 이 요새··· 위험한 지역 아닙니까?"


구석에 짐을 풀던 윤정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남부의 최대격전지에서 벗어나서 기뻤는데 정작 도착한 곳은 남부와 북부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고 소문난 렉칼타 요새.


아무래도 윤정빈은 골로어 요새를 벗어날 수 있다는 마음에 좋다고 따라 나선것을 후회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거절할 명분도 힘도 없는 일개 인간 병사에 불과했기에 어찌됐거나 따라나설 수 밖에 없었겠지만.


"걱정마라. 전투는 물론이고 경계도 나갈 필요 없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넌 나한테 던지는 것만 가르쳐라."

"예? 그래도 되는 겁니까?"


믿기지 않는 듯 되묻는 윤정빈에게 코웃음을 한번 쳐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이원은 막사의 입구에 서성대는 그림자를 보고 윤정빈에게 나가보라며 턱으로 막사 입구를 가리켰다.


"성녀면 꺼지라고 해."

"예."


윤정빈은 자리에서 일어서 막사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밖에서 투닥대는 소리가 들리자 담배를 하나를 꺼내 물고 생각에 잠겼다.


'성녀를 보고도 질질 안싸는 천족은 처음인데.'


마치 성녀따윈 신경도 안쓴다는 그 태도. 그리고 콧구멍까지 벌름거리며 화내려고 하는 성녀에 비해, 구원이 어쩌니 교리가 어쩌니 해도 일절 변하지 않던 안색.


'혼혈이라 신앙심이 약한건가.'


신앙심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보다 높은 신분의 굴러온 돌이 둘이나 있는데도 익숙하다는 듯 무심한 그 태도가 조금 신경쓰였다.


별로 신경쓸만한 일은 아닐지는 몰라도, 어쩌면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군 중에서도 혈통의 문제로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시펠의 자리를 노리고, 시펠의 공을 빼앗기 위해 파견된 경우가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들은 십중팔구 자신이 지휘를 하겠다고 나섰을테고, 시펠은 이제 갓 도착했으니 전황을 파악하라며 자신의 사람들을 붙여주고. 이원에게 한 말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시펠이 붙여주는 병력들이 이원에게 협조하지 않거나 골탕을 먹이려 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직접 처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형님. 성녀가 형님 좋아하는거 아닙니까?"


생각에 빠져있는데 그제서야 성녀가 돌아갔는지 윤정빈이 이원의 옆으로 와서 물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인상을 찌푸리고 바라보는데 윤정빈의 표정이 생각외로 진지했다.


"뭔 개소리냐?"

"여기 오면서 쭉 느낀건데요. 형님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라위야에서 부터는 밀당한답시고 새침하게 군거 아닙니까? 그런데 또 이렇게 찾아와서 꼭 형님을 만나야겠다고 우기는걸 보면··· 어휴 형님. 그래도 제가 여자는 좀 압니다. 눈에 보이는데요 뭐."


이원은 쯧 하며 혀를 찬 후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내가 저 시발년은 꼭 죽일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왜요? 성녀라는걸 빼더라도 전 저렇게 이쁜 여자 처음봤습니다. 야구선수 하면서 시구하러 온 연예인이나 리포터들도 많이 봤는데 쟨 진짜···."


들릴듯 말듯 하게 휘파람까지 불어보이는 윤정빈을 한심하게 바라본 이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날 좋아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그렇죠? 역시, 형님도 남자니까! 솔직히 천족 여자들 눈만 더럽게 높아서 인간들에게는 눈길도 안주거든요. 근데 그냥 천족 여자도 아니고 성녀라면··· 크! 리프라 교단 여자 사제들도 결혼하고 한다던데 성녀라고 못하겠습니까!"


이원은 괜시리 자기가 들떠서 흥분한 말투로 좋아하는 윤정빈을 한번 비웃어 주었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한테 맞아죽으면 얼마나 기분이 더러울까. 안그러냐? 죽일때 죽이더라도 저년은 꼭 밑바닥 보고 죽일거거든."

"어··· 그건 그렇긴 하지만요···."


우물쭈물하며 대답했지만 윤정빈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일단은 천족의 편에 서있는 이원이 성녀를 죽이겠다고 하는 말을 이제까지는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진심이 담겨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챈 탓이었다.


진심이 담겨있다고 하기 보다는 100% 진심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이원은 바닥에 담배를 던지고 발로 밟아 끄고는 말했다.


"눈치껏 행동해라. 저년 죽이면 넌 알아서 도망쳐야 될거다. 괜히 뒤집어쓰지 말고 알아서 해라. 잡히면 죽이겠지, 아마도."

"아, 예··· 그럼 죽이기 전에 미리 말씀해주시면··· 안될까요?"


성녀를 죽이겠다는 말이 진심이라고 확신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은 윤정빈은 킬킬대며 웃을 뿐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는 이원을 바라보며 느꼈다.


차라리 골로어 요새에 남아서 마족들과 싸우는게 생존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평소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봐선 미친놈이란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미친놈을 따라온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


작가의말

주인공은 타인의 감정이나 타인의 신념, 다양성 등을 전혀 존중할 줄 모르는 캐릭터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점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다만, 제가 주인공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판타지 소설의 한 미친 등장인물 쯤으로 여기시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언제나 부족한 글 봐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가) 그리고 글 중에서 등장하는 리프라 교단은 특정 종교를 따온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개념은 북유럽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이 부분에 대한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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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큰 그림 3 +22 16.09.11 2,633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1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8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8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5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9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4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2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4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5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0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3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2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5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80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4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2 315 11쪽
»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3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4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2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9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1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5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3 442 12쪽
16 알파카? 5 +22 16.08.05 12,976 409 10쪽
15 알파카? 4 +19 16.08.05 12,950 433 10쪽
14 알파카? 3 +23 16.08.04 13,104 415 10쪽
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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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땅따먹기 3 +16 16.08.01 14,646 439 10쪽
10 땅따먹기 2 +16 16.07.31 14,974 4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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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신의 시험장 3 +10 16.07.29 15,695 450 8쪽
7 마신의 시험장 2 +12 16.07.28 16,074 470 11쪽
6 마신의 시험장 1 +9 16.07.27 16,545 500 10쪽
5 시작 4 +9 16.07.26 16,709 486 11쪽
4 시작 3 +20 16.07.24 17,449 485 11쪽
3 시작 2 +13 16.07.23 18,514 496 10쪽
2 시작 1 +22 16.07.23 20,141 526 13쪽
1 프롤로그 +20 16.07.23 22,542 49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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