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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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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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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렉칼타 요새 4

DUMMY

이원은 부대를 따로 편성해주겠다는 시펠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홀로 요새의 쪽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와 산속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주변의 상세한 지형지물을 그린 지도 한장을 받아들고는, 따라나서겠다는 성녀를 따돌린 채.


윤정빈에게는 요새의 인간 병사들 중 눈에 띄는 자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일러둔 채였다.


'다섯 놈쯤 되나.'


검은색의 두터운, 리프라의 마크나 천족의 상징 따위는 새겨지지 않은 로브를 두른채 이동중인 숲 속에는 여기저기 전투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원의 뒤를 쫓는 다섯 정도의 성기사들이 이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죽여버릴까 고민하다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입맛을 다시고는 조금 속도를 내어 성기사들을 따돌렸다. 근력이 반토막 났다하더라도 성기사들이 이원을 쫓아갈 속도를 낼리는 만무했던 것이다.


이원이 혼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마족 부대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 노예들을 자신들의 진영 주위에 무작위로 넓게 퍼뜨려놓는 것으로 경계를 대신 하는 전술.


혹시라도 마족 부대를 만나더라도 크게 걱정할만한 것은 없었다. 마족의 부대 체계에 대해서는 꿰뚫다시피 하고 있는데다가 마력을 사용한다면 마족들은 이원이 적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다.


마족 부대의 인간 중에서 마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준이라면 최소 마왕에게 소속된 인간일 가능성이 높았기에 위험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마족들을 만나지 않고 인간 노예의 참호를 발견한다면 일은 더 쉬워진다. 애당초 이원은 그들을 만나 정보를 캐볼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노예들은 특출난 무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에 지원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목숨을 잃는게 현실이기는 했지만, 마법으로 참호에 속박되어 있는 인간 노예들은 마족의 영역에 들어서면 쉽게 만날 수 있을 터였다.


보통 노예들은 전투 의지 따위는 없다. 식사 같지도 않은 식사를 제공받으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사는 비참한 자들.


성기사들을 따돌린 곳에서 대략 30분을 더 걸었다. 아마 지도가 정확하다면 이 쯤부터는 마족의 영역일 것이다. 그리고 이원의 짐작이 맞았는지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허접한 참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이."


조심성 없게 마련된 인간 노예들의 참호를 발견하고 참호 벽에 발을 올린 이원은 인간 노예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누, 누구···?"


노예들의 기운없는 목소리. 주섬주섬 허접한 무기들을 꺼내 들기는 했지만 이원이 혼자인 것을 확인하고는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천족도 아니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원이 무기를 꺼내들지도 않으니 공격해오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리라.


이원은 대답하지 않고 잔뜩 굶주려 있는 다섯명의 인간 노예들에게, 백팩을 열어 요새에서 가져온 훈제 고기와 과일 같은것을 던져주었다.


"이, 이게···?"


그들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이원을 바라보고 어쩔줄 몰라 했지만 한 남자가 유혹을 참지 못하고 훈제 고기를 한입 베어물었다.


"고, 고기다! 진짜 고기야!"


그 남자가 소리치자 이원이 꺼내놓은 음식들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던 사람들도 다른 자들이 음식에 손을 대자 걸신들린 듯 음식을 입에다 쑤셔넣었고, 이원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나무 술통까지 그들의 발 아래에 굴려 주었다.


"나, 나부터!"

"씨발놈아. 줄테니까 기다려."


이원은 그에 그치지 않고 담배 한갑과 라이터까지 제공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부족하나마 술맛까지 보여주었고,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담배까지 얻어핀 그들은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희멀건 죽 몇 숟갈이 그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전부라는 것을 이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땅을 파서 애벌레들을 잡아먹어야 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 그런데 누구십니까?"


그들 중 하나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말없이 자신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이원에게 질문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고기와 술, 그리고 담배에 정신이 팔려 이원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원이 그들을 죽이려 했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를 만큼 식사에 집중했기에.


하지만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진수성찬(그들의 입장에서지만)을 제공해준 이원이 발바닥을 핥으라면 핥을듯한 기세로 이원의 발 아래에 몰려들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거 없다. 내가 질문하는 것들에 대답해라."

"예···?"

"너희는 어디 소속인가?"


이원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인간이 이 무리중에서는 우두머리인듯, 잠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는 곧 입을 열었다.


"마족 장군 칼투구스의 소속입니다."

"이 참호에 들어온지 얼마나 됐지?"

"오늘로··· 6일째입니다."


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 전 큰 전투가 있었다는 시펠의 말을 떠올려 보면 그 전투가 끝난 직후에 이 곳으로 배치받은 자들일 터였다.


"이 곳에서 나가고 싶은가?"

"예?"


우물쭈물하는 그들의 생각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법으로 속박된 그들은 그 마법을 풀어준다 하더라도 갈 곳이 없을터였다. 수백개의 참호들을 돌아다니며 노예들을 다 풀어준다면 마족 부대의 혼란을 초래할 수는 있겠지만 큰 타격을 주지도 못할 뿐더러 마족의 경계심만 높이는 꼴이 될지도 몰랐다.


"흠. 아니다. 너희가 마족 부대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면 이 가방에 있는 식량들을 너희에게 모두 주겠다. 물론, 너희가 알려주는 것들이 나를 만족시킨다면."


이원은 백팩의 입구를 열어 아직 4분의 3은 남아 있는 식량들을 보여주었다. 참호 속에서 이원을 바라보고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생각했다. 저 자를 죽이고 저 음식들을 빼앗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라고 해봤자 별 것 없겠지만, 괜히 입을 잘못놀렸다가 더 큰 일이 생길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듯 했다.


별다른 무장도 하지 않은 걸로 보이는 인간 상대로 5대 1이라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원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혀를 한번 차고는 바닥을 더듬어 돌멩이를 찾았다.


***


인간 노예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그다지 쓸만한 것은 없었지만, 예전 노예 생활 할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인지 백팩에 있는 식량을 다 주고 와버린 이원이었다.


그들을 두들겨 패고 정보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이원이 바닥을 더듬어 찾은 돌은 돌멩이가 아니라 바위였고,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오른손으로 땅에 깊숙하게 파묻혀 있던 커다란 바위를 끄집어내는 것을 목격한 그들은 무기를 쥔 손을 살며시 놓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숨김없이 말해주었다.


알 수 있는 정보라고 해봐야 마족 장군들의 전투 방식이나 대략적인 성격(성격이 더럽다는 것 외에는 딱히 그들도 아는 것이 없다시피 했지만), 그리고 규모 정도였다. 대부분 천족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맞물리는 부분이 많았지만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건진건 마왕 페라투의 군대에 에르디가 포함되어 있다는 거지.'


자신의 참모진 중 하나였던 에르디.


에르디는 인간 노예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꽤나 실력있는 인간이었다. 애당초 이원이 북부 전선으로 오겠다고 생각했을 때 퀘스트와는 별개로 찾으려 했던 사람 중 한명.


마신의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실력이 있었던 탓에 마왕군에 편성된 에르디와 접촉할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에르디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각 부대의 본진이 어디에 위치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에르디와 접촉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몰랐다.


넌 미래에 나의 참모가 된다, 혹은 넌 나를 끝까지 모셨던 충신 중 하나였다?


명쾌한 해답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페라투의 군대에 있는 인간들은 최대한 피할 생각이었다. 대화도 하기 전에 실수로라도 죽여버리게 되면 곤란해질테니까.


요새로 복귀하기 위해 어느정도 이동하자 저 멀리서 익숙한 은빛 갑옷을 입은 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구원자님!"


그들을 따돌리고 홀로 사라진 이원을 애타게 찾고 있던 성녀의 성기사들.


이원은 성기사들이 착용하고 있는 빛나는 은빛 갑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나 여기 있으니 공격하시오 라고 강하게 주장이라도 하고 싶은듯 기를 쓰고 닦아서 광낸 갑옷.


"허억··· 헉··· 구원자님, 대체 어디를 혼자 다녀오시는겁니까?"


이원은 숨을 헐떡이며 자신에게 다가온, 다소 흥분한 상태의 성기사들을 힐끗 바라보고는 대답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뒤를 따라오던 성기사들의 리더가 이원에게 무어라 말을 걸었지만 이원은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무시했다.


당연히 마족의 인간 노예를 만났다고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마족의 냄새를 맡은 듯 성기사가 가까이 따라붙으며 인상을 잔뜩 쓰며 말했다.


"구원자님, 설마 마족의 영역에 다녀오신겁니까? 구원자님께 마족의 냄새가···."

"크어억!"


성기사 리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성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이원도 그 비명소리를 듣고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마족이다!"

"구원자님을 보호해라!"


갑옷을 입은 채로 긴 장창에 꿰뚫려 피를 토하며 쓰러진 성기사 하나와, 이원을 보호하기 위해 각자 무기를 꺼내들고 늘어선 성기사들.


그리고 마족과 인간이 섞인, 10명 가량의 마족 부대가 눈에 들어왔다.


"구원자님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성녀님을 뵐 면목이 없어집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그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외친 것이리라. 아직 적의 전력이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꽤나 먼 거리에서 일격에 성기사를 꿰뚫은걸 보면 상당한 실력자가 있음은 분명했다.


목숨걸고 이원을 지키려는 성기사들의 노력이 가상했던 것인지 이원은 어깨를 으쓱 하고는 요새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차피 성기사들은 거추장스러웠던 데다가 언젠간 치워버리려 마음먹고 있었기에.


"그래? 기특하군. 구원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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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큰 그림 2 +18 16.09.10 2,741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8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8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5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9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4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2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3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5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0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3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2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5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80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4 313 11쪽
»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2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2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4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2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9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1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5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3 442 12쪽
16 알파카? 5 +22 16.08.05 12,976 409 10쪽
15 알파카? 4 +19 16.08.05 12,950 433 10쪽
14 알파카? 3 +23 16.08.04 13,104 415 10쪽
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12 알파카? 1 +19 16.08.02 14,403 416 9쪽
11 땅따먹기 3 +16 16.08.01 14,646 439 10쪽
10 땅따먹기 2 +16 16.07.31 14,974 454 10쪽
9 땅따먹기 1 +14 16.07.30 15,424 444 11쪽
8 마신의 시험장 3 +10 16.07.29 15,695 450 8쪽
7 마신의 시험장 2 +12 16.07.28 16,074 470 11쪽
6 마신의 시험장 1 +9 16.07.27 16,545 500 10쪽
5 시작 4 +9 16.07.26 16,709 486 11쪽
4 시작 3 +20 16.07.24 17,449 485 11쪽
3 시작 2 +13 16.07.23 18,514 496 10쪽
2 시작 1 +22 16.07.23 20,141 526 13쪽
1 프롤로그 +20 16.07.23 22,542 49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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