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02,441
추천수 :
16,317
글자수 :
235,042

작성
16.09.04 20:39
조회
4,304
추천
183
글자
11쪽

이원님 나가신다 1

DUMMY

시펠이 펜던트의 보석에 신성력을 주입한 시점에서, 이원은 렉칼타의 남쪽에 위치한 풀체나 요새에서 이 요새의 장군인 벨레르도의 막사에서 코를 후비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왕 페라투에게, 성녀님과 함께 납치되었다가 혼자서 도주하셨다는 말씀 이시죠? 렉칼타 동부의 마족 영역에 계시다가 오신 겁니까?"

"그래."

"그렇다면 성녀님께서는···?"

"글쎄."


이원은 코를 후비는 것을 그만두고는 팔짱을 끼고 테이블에 두 다리를 올린 채 귀찮아 죽겠다는 듯 성의없게 대답했다.


교단파의 장군 중 하나인 벨레르도는(장군 직책의 9할 5푼 이상이 교단파이기에 크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만)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질문했다.


"혹시 렉칼타의 시펠 장군이 뭔가 암수를 썼거나 그런 흔적은 없으셨습니까?"

"전혀."

"어떻게 탈출하셨습니까?"


툭.


이원은 대답하지 않고 발 밑에 놓아두었던 커다란 보따리를 벨레르도의 발 아래로 던져 주었다.


검고 두꺼운 천을 둘둘 말아 놓은, 이원의 상반신 높이 만한 둘레를 가진 울퉁불퉁하게 여기저기 튀어나와있는 보따리.


축축하게 젖어있는 보따리에서는 불쾌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러왔다.


"이건···?"

"마왕 한 놈이랑 마족 장군 세놈 머리통."

"예?"

"어떻게 탈출했냐며? 다 죽이고 탈출했지 뭘 또 물어봐?"


당연히 거짓말이다.


잡혀간 적 따위는 없으니까.


마족의 주둔지에 있던 성소를 찾아 신성력을 배우고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나 처치했을 뿐이었다.


일부러 마력을 방출하며 이동했고, 마족의 군대는 누구도 이원이 천족의 요새에서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운 좋게 마족 장군 셋과 소수의 병력들을 이끌고 이동중인 마왕 헬펠을 만났고, 리프라의 초침을 활용해 큰 어려움 없이 놈들을 모조리 해치웠다.


그리고 놈들의 수급을 거두어 말을 얻기 위해 풀체나 요새에 들른 상태였다.


당연히 구원사제의 법복으로 갈아입은 채로.


"마왕이라면··· 페라투를 잡으신 겁니까?"


미심쩍은 표정을 하면서도 조금은 상기된 느낌의 벨레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믿고 싶었을 터였다.


페라투를 잡았다면 위험한 전황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테니.


"아니. 헬펠. 그리고 장군이라는 놈들 이름은 잘 모르겠네."

"헬펠··· 헬펠이라면 분명 남부 전선에 있다고 알려진 마왕인데 어째서 북부에···?"


벨레르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원이 마왕을 단신으로, 그것도 장군 셋을 더 죽였다고 말한다면 과연 이걸 믿어야 할 것인가.


못 믿겠으니 직접 두 눈으로 봐야만 하겠다고 저 보따리를 풀어헤쳤다가는, 교단의 입김으로 자신에게 무언가 불이익이라도 닥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그런 어리석은 생각.


그와는 별개로 저 보따리 속에 헬펠의 수급이 들어있는게 정말이라면, 굉장히 시급한 사안이므로 당장 사령관에게 보고를 해야 할 일이었다.


남부에 있어야 할 장군이 북부에서 발견되었다면 군부에서 파악중인 적의 병력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몰랐기에.


이원은 벨레르도의 의문에는 대답해주지 않고 하품을 한 번 늘어지게 하고는 테이블에서 다리를 내렸다.


"더 물어볼 것 없으면 말을 내놓아라."

"어디로 가십니까?"

"신전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 해야 할 것 아니겠나?"

"으음···."


벨레르도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성녀와 구원자가 동시에 실종되었고 헤스페데스 사령관이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군부에서는 시펠을 의심하다 못해 당장 목을 베려 했으나 렉칼타로 대규모의 공격이 연일 이어지는 중이기에 당장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찌보면 시펠을 제거하기 위해 렉칼타로 제대로 된 지원을 보내주지 않는 상태이기도 했으니.


그리고 이원은 어쨌거나 교단의 최상위 인사.


게다가 실질적으로 군을 지배하고 있는 교단의 대주교에게 상황을 보고하러 간다는데야 벨레르도가 그걸 막을 권한도 명분도 없었다.


조금 미심쩍은 자세로 이원을 대하고 있었지만, 벨레르도는 자신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태도로 바꾸기로 빠르게 결정했다.


어쨌거나 이 자는 교단의 서열로 따지자면 성녀가 실종된 이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 이기에.


잘보여서 나쁠 것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정예로 호위대를 꾸리겠습니다. 풀체나의 벨레르도를 기억해 주십시오 구원자님."

"호위대?"


이원은 코웃음을 치고 벨레르도를 바라보았다.


구원자, 구원사제라는 직책을 달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원이 어떤 사람인지 의심조차 하지 않는 이 장군.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놓고 무시하거나 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부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긴, 날개 달린 천족들은 볼때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는 했지만.


"예. 물론 구원자님은 마왕을 단신으로 처치하고 적진에서 탈출에 성공하실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무위로 따지면야 당연히 호위할 필요는 없기는 하지만, 대도시를 지날 때 마다 혼자 계시는 것 보다야 병사들에게서 호위 받는 편이 통과 하기에 편하실 겁니다."


벨레르도는 눈치가 빠른 자였다.


이원이 던진 단 한 단어 만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빠르게 캐치 하고는 대답한 것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보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언가 자신에게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 처럼 비열한 표정을 한 채로.


"구원자님께는 제 전용 마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 내부가 굉장히 안락하고 넓은 편이라 마차에 타고 계시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실 겁니다. 게다가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니 셀레니얼 까지 이동하시기에 불편함이 없으실 겁니다. 구원자님 정도의 분이 말을 타고 가는 것도 모양이 안 나오지 않겠습니까?"


***


"자네는 이원 이라는 자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시펠은 자신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는 메일로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자기 자신 보다는 이원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노인의 질문은 시펠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교단 소속으로 주교나 성녀 바로 아래의 서열이면서도 리프라 교단을 붕괴시키려 한다는 것과 천족과 마족을 동시에 증오한다는 것 외에는 잘 모릅니다."

"어디서 왔는지, 언제 리버스 사이드로 건너 왔는지도 알지 못한다는 말인가?"

"예."

"흐음."


메일로는 마시던 커피 잔을 테이블에 내려 놓고는 혼자 생각에 빠졌다.


시펠은 펜던트에 신성력을 흘려 넣자 마자 메일로의 통나무 집으로 순간이동 되었다.


그리고 식사와 목욕을 제공받고, 뜨거운 커피까지 대접 받으며 소파에 앉아 있는 상태.


부하들이 무사히 탈출 했는지 궁금해 손톱을 쥐어 뜯으며 메일로에게 물었지만 노인은 제대로 대답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보다, 여기는 어딘지. 그리고 제 부하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실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으음···."


메일로는 여전히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듯, 왼손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턱을 괸 자세로 신음을 흘리며 시펠의 질문에 대답해줄 생각 따윈 없어 보였다.


시펠은 입술을 한번 물어뜯고는 복부에 힘을 주고 소리쳤다.


"어르신!"

"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나?"


깜짝 놀란 표정의 메일로가 그제서야 시펠을 바라보았다.


시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원이라는 자가 렉칼타 요새로 온 뒤로 이상한 자들만 만나고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생기고 있었다.


평소라면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머리가 아팠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혼혈 출신의 장군이기에 더욱 큰 책임을 져야만 하는 명령 불복종까지 저지른 상태였다.


더 이상 군인으로, 장군으로 살아가기에는 무리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


"여기가 어디고 어르신은 누구십니까? 그리고 제 부하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으음? 몰랐나?"


메일로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시펠은 그런 메일로의 반응에 입술을 꽉 깨물었고,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메일로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많이 와봤지 않나. 여기는 현자의 숲이고 나는 현자의 숲의 관리자일세."

"여기가 현자의 숲이고 당신이 관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메일로를 바라보는 시펠에게 슬며시 고개를 끄덕여준 메일로는 다음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자네 부하들, 꽤 많이 죽긴 했는데 살아남은 자들도 꽤 있다네. 열명 정도는 북쪽으로 향했고 천명이 조금 안되는 인원이 서쪽으로 향했군."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의심할거면 뭐하러 물어본 건가?"


메일로는 코를 찡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확실하게 해둬야 할 것이 하나 있군."

"뭡니까?"

"나는 마족도 아니고 마족과 연관도 없다는 것 말일세."

"전 어르신을 마족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만···."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메일로는 손가락을 튕겨 허공에 렉칼타 요새의 현 상황을 마법으로 띄워 보였다.


"그렇다면 다행이지. 이걸 보게."

"마, 마법! 당신은 마족···!"

"아니라니까. 하여튼 요새 젊은 놈들은 성질머리만 급해가지고··· 노인네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단 말이야."


자리에서 반쯤 일어선 시펠의 얼굴이 벌개졌다.


하긴 메일로가 마족이거나 마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자신을 포함한 천족(혼혈이기는 하지만)과 천족 세력의 인간 병사들의 성장을 도운 히든 플레이스의 관리자였으니.


시펠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하여튼 지금 렉칼타 요새는 박살이 난 상태라네. 뭐, 마족들은 요새에는 관심이 없는지 이 곳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어보이니까 안심하게."

"음···."


메일로가 띄워준 렉칼타의 광경은 시체와 불길, 그리고 파괴된 시설들.


또한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마족 군대의 모습이었다.


"뭐 어차피 자네랑은 이제 상관 없는 일 아닌가. 이원이라는 자를 따르기로 했으면 군인 행세는 그만두겠다는 생각 아니었나?"

"맞기는 합니다만··· 아니, 맞습니다. 혹시 북쪽으로 간 제 부하들 몇몇이 누가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서쪽으로 도주한 병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까?"

"안타깝게도 그 정도는 무릴세."


시펠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어쨌거나 도주에 성공한 부하들이 꽤 된다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무심결에 뜨거운 커피를 입에 대고, 혓바닥에 조금 데었지만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컵을 내려놓은 시펠이 메일로에게 질문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되는겁니까?"

"그 자와 만나기로 한 날 까지는 1주일이 남았으니 여기서 수련이라도 하고 지내게. 그리고 때가 되면 내가 데려다 주겠네."


작가의말

아, 노트북은 빡쳐서 하나 새로 사기로 했습니다.


도저히 글을 쓰기가 힘들 정도인데 근성으로 쓰고 있는 상태라서요.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쪽짜리 최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입니다(아래 글과 내용 동일) +4 16.09.13 1,016 0 -
50 안녕하세요. Gracepark입니다. +87 16.09.12 2,551 47 2쪽
49 큰 그림 3 +22 16.09.11 2,633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1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8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8 166 10쪽
»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5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9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3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1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3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5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0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2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1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5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80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4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1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2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3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2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9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1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4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3 442 12쪽
16 알파카? 5 +22 16.08.05 12,976 409 10쪽
15 알파카? 4 +19 16.08.05 12,950 433 10쪽
14 알파카? 3 +23 16.08.04 13,103 415 10쪽
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12 알파카? 1 +19 16.08.02 14,403 416 9쪽
11 땅따먹기 3 +16 16.08.01 14,646 439 10쪽
10 땅따먹기 2 +16 16.07.31 14,974 454 10쪽
9 땅따먹기 1 +14 16.07.30 15,423 444 11쪽
8 마신의 시험장 3 +10 16.07.29 15,695 450 8쪽
7 마신의 시험장 2 +12 16.07.28 16,074 470 11쪽
6 마신의 시험장 1 +9 16.07.27 16,545 500 10쪽
5 시작 4 +9 16.07.26 16,709 486 11쪽
4 시작 3 +20 16.07.24 17,449 485 11쪽
3 시작 2 +13 16.07.23 18,514 496 10쪽
2 시작 1 +22 16.07.23 20,141 526 13쪽
1 프롤로그 +20 16.07.23 22,542 49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