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02,467
추천수 :
16,317
글자수 :
235,042

작성
16.09.07 20:54
조회
3,578
추천
151
글자
10쪽

이원님 나가신다 3

DUMMY

이원은 눈을 감고 자는 척 했지만 밖의 상황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다.


구하의 사령관인 젠사카.


이원의 기억에 남아 있는 장군이다.


'천족 장군 중에는···.'


가장 귀찮았던, 가장 능력 있었던 장군.


개인의 전투력도 압권이었거니와 젠사카의 병사들은 말만 그런게 아니라 정말 목숨을 바쳐 명령을 수행한다.


스스로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병력을 이끌고 집단전을 하는데 있어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는 전장의 엘리트.


회귀 전, 북부 전선에서 일어났었고 지금 진행중인 대전투에서 젠사카가 아니었다면 천족은 더 큰 타격을 받았을 터였다.


지금은 구하의 사령관이지만 이 전쟁 이후, 전력의 4분의 1을 잃은 천족이 선택한 것은 총사령관 젠사카.


젠사카는 천족의 일곱 사령관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다.


헤스페데스 같은 얼간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장군.


'헤스페데스 같은 병신이 사령관 같은걸 하고 있으니 마족한테 처발리는거지.'


천족의 일곱 사령관들이 젠사카의 절반 수준만 되었어도 마족에게 이렇게 밀리지는 않을거라는 것이 이원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젠사카를 최전선에 내세우기는 커녕, 총사령관인 피들레오스는 그를 전선과는 동떨어진 곳에 처박아 버렸다.


뒤가 든든해야 마음놓고 싸울 수 있다는 씨알도 안 먹히는 논리로.


말도 안되는 배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단을 등뒤에 업은 피들레오스의 결정에 토를 달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어쨌거나 교단이나 피들레오스에 줄을 대지 못한 죄로 여기저기서 시달려왔던 젠사카는 의외로 순순히 병력을 뒤로 물렸다.


이원은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차라리 덤벼들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합법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었을텐데.


***


"이제 슬슬 출발할 때가 되었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셀레니얼 어디로 오라고 했지. 뭐, 가보면 알지 않겠는가?"


시펠은 미간을 찌푸렸다.


천족 도시 중에서도 손에 꼽는 크기인 셀레니얼에서, 군법을 어긴 자신이 발각된다면.


전장에서 가장 먼저 도망친 장군이라니.


시펠은 혼혈인데다가 그가 장군이 된 것을 아니꼽게 여기는 자들이 수두룩한 왕의 부하.


1주일간 행방이 묘연했기에 천족 왕도 자신을 포기했을 터였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전사자로 취급받을 수도 있겠지만 렉칼타는 완전히 마족의 손아귀에 넘어간 상태.


아마도 역적으로 몰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터였다.


"셀레니얼에는··· 제가 가기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아. 걱정하지 말게. 어디보자."


메일로는 로브의 구석진 곳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찾았다.


그리고 노마법사의 손바닥 위에 놓인 것은 조그맣고 둥근 통.


그 통을 받아든 시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아. 컨택트렌즈 라는 건데 그 뚜껑을 열어보게."


시펠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작은 뚜껑을 돌려 열었다.


"흐음. 내가 해주지."


메일로는 오른손 검지를 뻗어 통 안에서 컨택트 렌즈를 집어 시펠의 왼쪽 눈가 가까이 가져다 댔다.


"······."

"응? 왜 그러나? 내가 자네 눈알이라도 뽑을까봐? 가만히 있게. 눈 감지 말고."


시펠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조금 주춤했지만 그래도 메일로의 손길을 받아 들였다.


이제까지 본 결과 이 노인은 이상한 물건들을 수없이 가지고 있었고, 대체로 그 물건들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조금 꺼림칙 하기는 했지만 얌전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괜찮나? 불편한건 없나?"

"조금 걸리는 것 같기는 한데 괜찮습니다. 이걸 대체 왜 하는 겁니까?"

"흠. 거울을 한번 보게."


메일로가 손거울을 가져다 주자, 시펠은 자신의 왼쪽 눈동자를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비록 인간인 어머니를 원망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왼쪽 눈동자에 흰색 원이 생기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어릴 적에는 여신 리프라에게 밤새 빌곤 했다.


제발 내 왼쪽 눈동자에도 흰색 원을 그려넣어 달라고.


자세히 보면 두 눈동자의 원 크기와 색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얼핏 봐서는 전혀 차이를 모를 정도였다.


"이, 이게 무슨···?"

"뭐, 잠시 자네를 순혈 천족으로 만들어 주는 아티펙트라고 생각하게. 딱히 그런건 아니지만 진짜 천족 처럼 눈에 화이트 써클을 만들어 주니까 말일세. 눈을 비비거나 충격을 받으면 빠질 수 도 있으니 조심하고. 그럼 출발할까? 오늘이 이번 달의 마지막 날 전날이니까. 하루 셀레니얼에서 묵고 그 자를 만나면 되겠군."

"셀레니얼까지 거리가 얼만데 지금···."

"쯔쯔. 마법을 너무 우습게 보는군. 애당초 마족들이 쓰는 마법만을 봐왔으니 마법의 진정한 힘에 대해 알리가 있나. 마법이란 말일세. 마족들이 쓰는 그런 형태의 마법들만이 있는게 아니란 말일세. 자네는 내가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자네가 제대로 이해 하지 못한 것 같으니 다시 한 번 이야기 해줄테니 잘 들어 보게."


시펠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 노마법사와 지낸 일 주일간, 마법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일장 연설을 해댔던 메일로다.


메일로 스스로는 '제대로 된' 마법사들 중에 자신이 말이 적은 편이라고 말하고는 했지만 시펠로서는 절대 믿을 수 없었다.


당장 저 노인의 입을 다물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두세시간은 너끈히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할 터였다.


"어르신!"

"응?"


이 노인의 끝을 알 수 없는 수다가 시작되기 전에 막아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급히 메일로를 불렀으나 다음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메일로는 다시 자신의 마법 이론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오자 눈을 빛내며 시펠을 바라보고 있었고, 시펠은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커피 잔을 들었다.


"커, 커피! 커피를 조금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곳에서 나가서도 어르신의 커피를 더 맛보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조금이라도···."

"호오. 그래도 자네는 커피 맛을 좀 아는군. 줄 때는 별로 달갑지 않아 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이원이라는 자는 커피 맛도 모르면서 그 귀한걸 뱉기나 하고, 하긴.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 귀하고 맛있는 커피에다가 설탕을 무지막지하게 때려 부었겠지. 쯔쯔. 자네, 커피는 언제부터 마셨나? 흠. 천족들의 세계에서 커피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을텐데···."


아차 싶은 표정을 한 시펠의 표정이 굳었다.


이 노마법사의 흥미는 마법과 커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데다가 종류가 구분도 가지 않는 수많은 알약들.


마법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는 것은 겨우 막았지만 마법 다음가는 취미인 커피에 대해 이야기 했으니 더 이상 이 노인의 수다를 막을 수 없으리라.


***


"말에서 내리시오!"


이원은 그 외침에 잠에서 깨서 마차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휘황찬란한 여신의 도시, 셀레니얼.


어느 새 셀레니얼에 도착한 마차를 가로막은 것은 다름아닌 셀레니얼의 수문장들 이었다.


"이 마차에는 구원사제, 구원자 이원님이 타고 계시다! 대주교님께 급한 용무로 가는 중이니 냉큼 그 창을 치우거라!"


이원을 등에 업었다고 생각하는 리커의 기세등등한 외침.


'이 마차에는 미친놈이 타고 있어요.'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원 전용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황금색 바탕에 은색 사선이 세 줄 가 있는 깃발.


"구원사제님이 계시단 말입니까?"


미심쩍은 표정의 수문장들.


이원은 마차에서 내려와 뭉친 온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면서 수문장들에게 다가갔다.


"그게 나다. 존나 급한 용무가 있으니 날 막으면 너희를 북부의 블렙 강 쪽으로 파견 보내 버리겠다."


수문장들은 이원의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이원이 입고 있는, 교단에 단 하나뿐인 직책을 암시하는 법복을 보고는 냉큼 창을 치우고 경례를 붙이고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물러섰다.


이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여기서 부턴 나 혼자 간다."

"구, 구원자님! 저도 같이 데려가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응? 넌 왜?"

"으음··· 그게··· 대주교님, 아니 주교님들 중 한분이라도 뵙게 해주신다면···."


리커가 말 끝을 흐렸지만 이원은 리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코웃음을 한 번 친 이원은, 리커에게 턱으로 가까이 오라는 시늉을 하고는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줄건데?"

"예?"

"대주교 만나게 해주면 뭐 줄거냐고. 머리 굴리고 점잔 빼지 말고 솔직하게. 난 솔직한 천족이 좋더라고."


뜨끔할 정도로 노골적인 이원의 반응.


리커는 잔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이제까지 본 구원자 이원의 성격 상, 절대 뇌물이나 청탁 따위를 물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때라고 생각했다.


리커는 비록 어디가서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말할 정도로 혈통 좋은 가문은 아니지만 구하에서도 부유하기로 소문난 집안의 차남이다.


대주교에게 직접 줄을 댈 수만 있다면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장남인 형을 제치고 가문의 후계자로 낙점 받을 가능성도 급격히 높아질 터.


"으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대주교님을 만나게 해주신다면···."


작가의말

기계식 키보드가 도착했습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탙


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의 저주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쪽짜리 최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입니다(아래 글과 내용 동일) +4 16.09.13 1,017 0 -
50 안녕하세요. Gracepark입니다. +87 16.09.12 2,552 47 2쪽
49 큰 그림 3 +22 16.09.11 2,634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2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8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9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8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5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9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4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2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4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6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1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3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2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5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80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4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2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3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4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3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9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1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5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3 442 12쪽
16 알파카? 5 +22 16.08.05 12,976 409 10쪽
15 알파카? 4 +19 16.08.05 12,951 433 10쪽
14 알파카? 3 +23 16.08.04 13,104 415 10쪽
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12 알파카? 1 +19 16.08.02 14,403 416 9쪽
11 땅따먹기 3 +16 16.08.01 14,647 439 10쪽
10 땅따먹기 2 +16 16.07.31 14,975 454 10쪽
9 땅따먹기 1 +14 16.07.30 15,424 444 11쪽
8 마신의 시험장 3 +10 16.07.29 15,695 450 8쪽
7 마신의 시험장 2 +12 16.07.28 16,075 470 11쪽
6 마신의 시험장 1 +9 16.07.27 16,546 500 10쪽
5 시작 4 +9 16.07.26 16,709 486 11쪽
4 시작 3 +20 16.07.24 17,449 485 11쪽
3 시작 2 +13 16.07.23 18,514 496 10쪽
2 시작 1 +22 16.07.23 20,142 526 13쪽
1 프롤로그 +20 16.07.23 22,544 49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