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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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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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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계시펠, 결정.

DUMMY

이원이 렉칼타에서 시펠의 말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간지 2주 정도가 흐른 시점에서, 시펠은 점점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장군님. 록포트에서 지원병력 500과 무기가 방금 도착했습니다."

"아, 록포트. 그렇군. 록포트라."


시펠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슐레츠는 정자세로 서서 시펠을 내려다보았다.


"슐레츠."

"예."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는가?"


언제나 처럼 고요한 눈동자이긴 했으나 항상 보던 침착함이 아닌, 무언가 끈을 놓아버린 듯 가라앉은 시펠의 눈동자.


슐레츠는 테이블에 펼쳐진 지도를 힐끗 바라보고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해주었다.


"확신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일주일, 어쩌면 며칠. 아니면 3시간 뒤에 함락당할 지도 모르겠지요."


쾅!


시펠은 이를 악물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테이블을 내리쳤다.


복잡한 심경과 분노의 합작품.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달아올랐으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슐레츠는 별다른 동요 없이 그런 상관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렉칼타는 버리는 패라고 생각하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헤스페데스의 후임으로 부임한 블라프 사령관은 렉칼타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요새들에서 그나마 심각성을 깨달은 장군들이 조금씩이나마 지원을 보내 주고 있는 상황.


하지만 군부에서는 제대로 지원을 해준다거나 본격적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고, 블렙 강 유역에 병력들을 모으고 있었다.


"어제 왕께서 보내신 서신을 받았네."

"예.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 쓰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


슐레츠는 살짝 입맛을 다시고 시펠을 바라보았다.


시펠은 코웃음을 한 번 치고는 서신을 슐레츠에게 건네 주었다.


***


"동쪽! 동쪽 벽으로 들어온다!"

"막아!"

"으아아악!"


밤낮 가릴 것 없이 요새로 침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렉칼타의 병사들은 극심한 피로도를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잘 단련된 병사들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으며 높고 튼튼한 성벽이 있다 한들 2주라는 기간 동안 이어진 공격에 체력과 정신력이 극한에 가까운 시점까지 소모된 상황.


오늘의 야습은 달빛도 비추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 졌다.


야습이 시작된지 단 10분이 지났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폭음이 들려왔다.


"슐레츠! 지금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동문 쪽이 돌파당하기 직전입니다. 마족 장군 고놀란이 동문을 공격중입니다."


시펠은 아까 슐레츠의 말을 떠올렸다.


어쩌면 3시간 뒤에 함락당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말.


말도 안되는 것은 알지만 슐레츠가 첩자라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말을 들은 뒤로 2시간 정도가 흐른 시점이었기에.


"동문으로는 내가 간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휘는 제가 맡겠습니다."


시펠은 검을 뽑아 들고 록포트에서 온 500명의 병사들을 동문으로 이끌었다.


슐레츠도 시펠의 평소 성향을 알기에 침착하게 부재중인 시펠의 자리를 대신했다.


달빛따윈 보이지 않았지만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마법과 디바인 파워가 내뿜어대는 화염과 섬광이 동시에 터질때는 대낮처럼 환해지기도 했으니까.


"블랜더, 록포트의 병사들 중 디바인 파워를 사용 가능한 자들을 이끌고 공중지원조로 합류하라! 나머지는 나를 따라 성벽 위로 올라간다!"


힐끗 바라보니 디바인 파워를 사용 가능한 수준인 자들은 10여명 수준.


병사들을 이끌고 온 블랜더가 그들을 이끌고 공중 지원조로 합류했다.


아마 대부분이 일반 병사들이니 만큼 디바인 파워가 크게 강력하지는 못하겠지만, 렉칼타 병사들이 공중전에 취약한 만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고놀란!"

"클클. 이게 누군가. 반쪽짜리 천족님 아니신가! 반가우니 이거나 처먹으시게!"

"크아악!"


성벽 아래에서 고놀란의 화염 마법, 파이어 스피어가 날아들어 시펠의 옆에 있던 병사의 몸을 꿰뚫어 불태웠다.


150cm가 채 안되는 키에 녹색 피부를 가진 대머리 마족.


꽤나 뛰어난 화염 마법을 구사하면서도 빠른 몸놀림을 기반으로 근접전에도 강한 장군.


시펠은 검을 뽑아 들고는 노호성을 내질렀다.


"오늘 네 놈의 대머리 가죽을 벗겨 말려다가 작은 북을 만들겠다!"


***


장장 8시간에 걸친 전투.


마족들은 동이 트고서야 물러났고, 기나긴 밤을 전투로 지새운 렉칼타의 병사들은 정비를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싸우던 그 자리에서 지쳐 잠들었다.


시펠도 엉망이 된 요새를 수습하기는 커녕 성벽 아래에서 털썩 주저 앉았다.


'어떻게 살아남은거지.'


밤새 이어진 전투가 절반 정도 지났을때 쯤 부터, 시펠은 메일로가 주고 간 팬던트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팬던트의 보석에 대고 신성력을 주입하면 이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고 여기서 빼내 주겠다는 이야기.


사실 문득 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몇 번이고 펜던트를 잡았다가 놓았으니까.


"···장군님!"


잔뜩 목이 쉰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온 몸에 피칠갑을 한 슐레츠가 창을 지팡이 삼아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혹시라도 숨이 끊어진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동도 하지 않던 시펠이 고개를 움직이자, 그제서야 한 시름 놓은 듯 길게 한숨을 내쉰 슐레츠에게 시펠이 무언가를 집어 던져 주었다.


"이, 이건?"

"고놀란의 머리가죽. 그, 누구더라. 가죽 잘 다루는 친구 있잖나. 그 친구한테 부탁해서 그걸로 작은 북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주게."

"···젤틱스 말씀이십니까?"

"아. 맞다. 젤틱스. 그 친구가 가죽을 참 잘 다루더라고. 내 혁띠도 그 친구가 만들어줬지."


힘없이 웃는 시펠을 바라보며, 어울리지 않게 침통한 표정을 한 슐레츠가 말했다.


"젤틱스는 사흘 전에 전사했습니다."

"그런가? 잊었나 보군··· 그나저나 오늘은 얼마나 죽었나?"


슐레츠는 잠시 입술에 침을 적셨다. 그리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사망자는 대략 이삼백명 선으로 보입니다. 현재 요새에 전투 가능한 병력은 2,000명 수준입니다."

"많이도 죽었구만. 그래. 블라프인가 지랄인가 하는 신임 사령관 새끼는 뭐하고 있나?"


시펠은 마른 기침을 두어번 쏟아 내었다. 슐레츠는 그런 시펠에게 수통을 건네고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블렙 강 유역에 진지를 펼치고 요새 후방의 협곡에 병력을 배치했습니다."

"왜 병력을 지원해주지 않는거지?"

"···제 의견이 필요하신 겁니까? 이미 알고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


시펠은 킥킥대고 웃으며 수통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딴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왕이고 상급천족이고, 혼혈이고.


이제 다 싫어졌다.


단 2주만에 생각이 바뀔 만큼 죽을 정도로 고생하고 있었으니.


"대체 이해 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고작 5,000명으로도 2주를 버텼는데 제대로 지원만 들어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블라프 사령관은 막아내는게 아닌, 멸절을 원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협곡 사이로 마족들이 들어왔을때 양쪽에서 친다··· 는 계획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우린 뭔가?"

"군인으로서 대답하시길 원하십니까, 아니면 개인으로서 대답하시길 원하십니까?"


시펠은 피식 웃었다.


이미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벌써 함께 한지가 몇 년인데 속내를 지독하게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둘 다 말해보게."

"군인으로서는, 렉칼타를 버린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병력을 모으기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의미부여는 가능합니다. 군인에게는 명령이 생명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개인으로서는, 지금 당장 뛰어가서 블라프나 왕이나 대주교나 다 찢어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시펠은 다시 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실소를 터뜨렸다.


"큭큭. 자네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과격한데?"

"그 상관에 그 부하 아니겠습니까."


슐레츠도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어버렸다. 그리고 시펠이 목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남문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려퍼졌다.


뿌우-뿌우-!


"마족이다! 마족 군대의 공격이다!"


시펠은 힘없이 반쯤 감겨 있던 눈을 번쩍 뜨고는 슐레츠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병사들을 일으키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순간, 거대한 불길이 요새를 덮쳐왔다.


"크아아악!"

"마, 마왕! 페라투다! 페라투가 직접 공격해온다!"


섬뜩할 정도로 거대하고 뜨거운 불길.


성벽 위에서 뿔피리를 불어대던 병사를 한번에 집어삼킨 화염은, 성벽 위에서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전투를 준비하는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집어삼켰다.


"장군님! 적이!"


용케 그 불길을 피해 아래로 내려온 글렌이 시펠과 슐레츠에게 다급하게 다가오며 외쳤다.


"어림잡아서 10,000은 넘어 보입니다! 더 이상은 무립니다!"

"······."


시펠은 그 말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야습에 지친 병사들에게, 마왕 페라투를 동반한 대규모의 공격은 더 이상 버티라고 말하기 힘든 정도였다.


이제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슐레츠."

"예."

"···전 병력들을 이끌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퇴각시키도록 하라. 그리고 군법에 의해 처벌 받을만한 간부들을 모두 데리고 북부로 도주하라. 클랍 요새의 북부에 있는 레켈 산 중턱에 숨어지내고 있으면, 조금 안정된 후 내가 직접 너희를 찾으러 가겠다."


퇴각하라는 말은 렉칼타를 사수하라는 명을 어기는 것이다.


분명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 할 것이 자명했다. 특히나 왕의 부하인데다가 혼혈인 시펠과 시펠의 부하들에게는 더더욱.


누군가에게는 책임을 씌워서 목을 베려 하겠지.


부하들 중 누구도 잃고 싶지 않은 시펠은 모든 간부들을 이끌고 탈영하기를 명했다.


무리한 명령일 수도 있으나 슐레츠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섰다.


"그럼, 장군님. 레켈 산에서 뵙겠습니다. 글렌, 전 병력의 후퇴를 명하는 북을 치고 전 간부를 소집하라."

"···알겠습니다."


슐레츠와 글렌은 지친 몸을 이끌고 시펠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그 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그대로 죽었을테지.'


시펠은 씁쓸한 표정으로 펜던트의 하얀 보석을 오른손으로 쥐었다.


'3번··· 내가 최고가 된다···.'


그렇게 혼자 중얼거린 시펠은 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 펜던트에 신성력을 흘려 넣었다.


작가의말

조금 늦었습니다.


며칠만의 업로드네요!


노트북에 탄산음료를 전에 쏟은적이 있는데,


지금 W키가 계속 눌려집니다.


글을 쓰다보멵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 이렇게 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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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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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4 183 11쪽
»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9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3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1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3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5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0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2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1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4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79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3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1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2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3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2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9 3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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