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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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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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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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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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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렉칼타 요새 5

DUMMY

이원이 찾으려고 마음먹은 에르디는 마왕 페라투의 3번 정찰대에 속해 있었다. 10명으로 구성된 정찰대의 서열 2위로, 인간이기는 하지만 날랜 몸놀림에 냉철한 판단력으로 마왕군 내에서도 적당히 대우받고 있는 편이었다.


이 정찰대는 며칠 후 있을 공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 수집을 위해 나온 것이다. 정찰대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하지만 정찰 보다는 천족의 정찰대를 척살하는게 주 임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찰대라기 보다는 별동부대라고 보는게 타당했다.


정찰대의 대장은 무식하고 저돌적인, 2미터 정도의 키에 두개의 뿔을 가진 붉은 피부의 마족 마누. 장군급이 되려면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겠지만 워낙에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어 페라투 군 내에서도 꽤나 주목받는 기대주다.


아침 일찍부터 천족 영역과의 경계에서 몇 시간을 돌아다녔지만 겁쟁이 천족 놈들은 제대로 정찰을 하러 나오지도 않는지 허탕을 치고 있었고, 정찰 임무 교대를 위해 본대로 복귀하려는 와중에 귀신같이 밝은 눈을 가진 마누가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을 발견했다.


이 근방에서는 저런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는 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기에 의외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숫자도 적은 그 성기사들을 두고 본대로 돌아갈 마누가 아니었다.


"너, 너! 창을 달라!"


마누는 옆에 있던 마족의 장창을 뺏아 들고는 서너발자국 정도 도움닫기를 하더니 힘차게 장창을 집어던졌다.


에르디는 마누가 갑작스레 창을 던진것이 못마땅했다. 저게 빗나가면 천족 성기사들이 도망갈 가능성이 높을테고 그렇다면 공을 세울 기회가 줄어든다.


혹시나 맞추더라도 거리가 꽤나 멀어 저놈들을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다. 마누가 이런 식으로 다짜고짜 공격하지 않았다면 천족을 최소 십수명은 더 죽였을 것이다. 이 무식하고 학습능력 없는 놈은 매번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을 해대서 기껏 찾은 천족들을 쫓아보내기 일쑤였다.


힘만 쎄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마누의 보좌를 하는것도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공을 세워서 자신이 정찰대장으로 승급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공을 세울 자신이 있었다.


"크어억!"


그러나 마누의 손을 떠난 장창은 서로 대화를 하느라 자리에 서있던 성기사 하나의 몸을 그대로 꿰뚫는데 성공했고 성기사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숲에 울려퍼졌다. 마누는 자신의 철퇴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뛰, 뛰어라! 주, 죽여!"


어눌하게 더듬거리는 마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니 마누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정찰대는 기세좋게 앞으로 내달렸다.


에르디도 얼굴의 상단부를 가리는 투구를 내려쓰고 숏소드를 뽑아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놈이라도 잡아 공을 세워야 조금이라도 더 편해진다. 마왕군에 속했다 하더라도 인간들은 공을 세우지 않으면 대우가 형편 없었다.


"구원자님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성녀님을 뵐 면목이 없어집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성기사 중 한놈이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에게 악을쓰듯 외쳤다.


겁쟁이 성기사놈들이 숫자를 보고 도망칠 줄 알았는데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를 후퇴시키기 위해 방어 진형을 펼치고 있었다.


무식한 마족 놈들에게 저 남자를 잡으라고 해봤자 제대로 들어먹지 않을 것은 뻔했다. 마누 놈과 멍청한 부하들은 성기사들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에르디는 저 남자를 잡으면 큰 공적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고는 헤이스트를 써서 속도를 끌어올렸다.


'저 놈을 잡는다! 헤이스트!'


저 남자를 잡겠다고 확실히 결정을 내린 에르디는 좌측으로 성기사들을 지나쳐 크게 돌아서 검은 로브의 남자를 잡기 위해 내달렸다. 한 성기사가 에르디를 막으려 시도했지만 다른 마족들의 공격으로 봉쇄당해 버렸다.


***


이원은 아무 미련 없이 성기사들을 뒤로한 채 요새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성기사들은 절반도 안되는 숫자지만 디바인 파워를 사용해가며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기는 했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도주하기로 결정한다면 한둘쯤은 살아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들을 도와주고 빚을 지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하고 잠시 고민하기는 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며칠 같이 지내다 보니 마음이 약해졌나.'


천족들을 구해줄까 생각하는 자신의 생각을 다잡기 위해 고개를 한번 흔들고 담배 한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생각보다 잘 막아내고 있기에 딱히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것 보다는 저딴 마족 나부랭이들한테서 도망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몰랐다. 괜히 산보하듯 여유롭게 걷고 싶었다.


게다가 속도를 내서 시야에서 벗어난다면 자신이 벗어난 것을 안 성기사들이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녀의 수족들은 하나라도 제거해두는게 운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었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목에 매어둔 리프라의 초침이 금빛의 섬광을 토해내며 강하게 진동했다.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를 알려주는 초침이 최초로 발동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의 뒷 목을 단검으로 찌르는 환각이 보였다. '초침' 의 능력, 위기를 현실화시켜 미리 보여주는 기능이 발동된 것이다.


"죽어!"


이원은 본능적으로 헤이스트와 배리어를 발동시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재빨리 돌았다. 꽤나 실력있는 자였는지 접근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원은 감각 능력치를 개방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지만, 그와는 별개로 초침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몰랐기에 이 아티펙트의 성능에 굉장히 만족했다.


까가각!


그 여자의 공격이 배리어를 긁어내려갔다. 투구 사이로 보이는 여자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아무래도 천족 세력의 인간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데서 오는 놀라움이었을까.


"멍청하긴."


이원은 그런 그녀를 비웃어 주고는, 배리어에 막혀 멈추어있는 그녀의 양 팔을 가볍게 차서 검을 떨궈내고는 오른쪽 주먹을 쥐었다.


뻐어억!


오른쪽 손등을 왼쪽 가슴 높이로 끌어당겼다가 바깥쪽으로 크게 뻗어 그 여자의 상체를 강하게 후려쳤다.


"크어억···."


한번의 공격에 3미터 가량 날아간 그 여자는 커다란 바위에 부딛혀 바닥에 널부러져서는 괴이한 신음을 흘렸다.


"흐··· 흐억··· 꺄으어···."


일격에 뼈가 부러지고 내장에 타격이 갔는지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굉장히 짙은 농도의 검붉은 피가 입을 통해 새어나왔다.


게다가 바위에 부딛힐때 머리에 강하게 충격이 왔는지, 투구에 가려 하관만 보이는 얼굴색도 눈에 띄게 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굉장히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는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마구 떨어대며 꿀럭거리며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성기사나 잡을 것이지."


이원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성기사들은 마족들에게 확연히 밀리고 있는 추세였다.


"크아아악!"


성기사 하나가 더 쓰러지고, 이제 남은 것은 디바인 파워를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성기사 리더 뿐이었다.


아마 이원이 이 곳에 멈춰 서있다는 것을 눈치챈다면 거품을 물지도 모른다. 부하들은 모두 이원을 도주시킬 시간을 벌기 위해 목숨을 잃거나 쓰러졌고 자신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데 여유롭게 담배나 피우며 구경하고 있으니. 물론 이원을 바라볼만한 여유따윈 없어 보였지만.


이원은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는 성기사에게서 고개를 돌려 쓰러진 여자를 슬쩍 바라보았다.


괴상한 신음도 멈췄고 부르르 떨던 몸도 더이상 미동하지 않았다. 바닥에 엎어진 자세로 입가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혀를 한번 찬 이원은 그 여자에게서 몸을 돌려 요새로 걸어가려 했다.


성기사들이 다 죽고 자신만 혼자 살아왔다고 성녀가 난리를 쳐댈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마족들은 천족의 시체를 수거해가거나 하지는 않으니 이곳의 위치만 말해준다면 마족들에게 당한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 이원에게 퀘스트 관련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20% 달성>

자비로운 여신 리프라의 시간을 되돌린자 퀘스트(5단계) : 배신자를 찾아 처단하시오.(종족 및 진영 불문)[1/5]


이원은 메시지를 바라보며 쓰러져 있는 여자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우연히 만나서 의도치 않게 죽이게 된 자가 배신자라니. 자기도 모르게 성가신 퀘스트를 일부 완료했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 이원은 그 여자가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배신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죽음은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고통스러워 하며 죽었다는 것을 알기에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한번 볼까."


이원은 바위에 강하게 부딛혀 찌그러져버려서 잘 열리지 않는 투구를 어거지로 뜯어냈다. 투구의 뒷통수 부분이 찌그러져 두피가 조금 긁혀나왔지만 이원은 담담하게 투구를 멀리 집어던져버리고는 시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갈색머리, 아주 약간의 부정교합, 주근깨. 그리고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눈썹.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다.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린 이원은 눈동자를 확인하기 위해 억지로 시체의 눈꺼풀을 열었다.


확 눈에 들어오는, 붉은 눈동자.


"에르디?"


이원은 경악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자신의 충신이자 가장 믿을 수 있던 참모였던 에르디.


퀘스트 메시지가 떠오르기 전에 죽인건 이 여자 뿐이었다. 배신자를 찾는 퀘스트의 카운트가 분명히 올라갔다.


그렇다면 이 여자, 에르디가 배신자의 일원이라는 말이리라.


반역도들이 들이닥쳤을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수하들에게만 지급되었던 통신용 반지로 호출을 시도했지만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었던 것이 떠올랐다.


당연히 이원은 반역도들이 그들을 가장 먼저 제거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의 심복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면, 반역도들을 이끌었다면.


어이없게 독과 저주에 걸렸던 자신의 상황과 그 상황에 칼같이 맞춰 밀고 들어온 반역도들.


퀘스트가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면 자신의 수족과도 같았던 자들이 자신을 배반했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이원은 두통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장 먼저 찾으려고 했던 사람을 직접 죽인것도 그렇지만 에르디에게 조차 배신을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짜증이 난 상태였다.


"저, 저놈이! 부, 부대장을 죽였다! 보, 보, 복수다!"


마지막 남은 성기사 까지 모두 해치웠는지, 마족 정찰부대가 이원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이원은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닥에서 돌멩이들을 주워 들었다. 퀘스트와 에르디 둘 중 어느것을 믿어야 할지는 달려드는 놈들을 다 처리하고 난 후에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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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큰 그림 3 +22 16.09.11 2,633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1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8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8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4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9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3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1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3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5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0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2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1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5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79 306 9쪽
»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4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1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2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3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2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9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1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4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3 442 12쪽
16 알파카? 5 +22 16.08.05 12,976 409 10쪽
15 알파카? 4 +19 16.08.05 12,950 433 10쪽
14 알파카? 3 +23 16.08.04 13,103 415 10쪽
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12 알파카? 1 +19 16.08.02 14,403 416 9쪽
11 땅따먹기 3 +16 16.08.01 14,646 439 10쪽
10 땅따먹기 2 +16 16.07.31 14,974 454 10쪽
9 땅따먹기 1 +14 16.07.30 15,423 444 11쪽
8 마신의 시험장 3 +10 16.07.29 15,695 450 8쪽
7 마신의 시험장 2 +12 16.07.28 16,074 470 11쪽
6 마신의 시험장 1 +9 16.07.27 16,545 500 10쪽
5 시작 4 +9 16.07.26 16,709 486 11쪽
4 시작 3 +20 16.07.24 17,449 485 11쪽
3 시작 2 +13 16.07.23 18,514 496 10쪽
2 시작 1 +22 16.07.23 20,141 526 13쪽
1 프롤로그 +20 16.07.23 22,542 49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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