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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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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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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이원님 나가신다 2

DUMMY

이원은 리버스 사이드에서 갑질 만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다.


물론 근력이나 마력 같은 숫자로 환산 가능한 능력치 뿐만 아니라, 잔인함이나 안하무인, 더러운 성격 같은 것으로도 탑을 달리기는 하지만.


그리고 이원이 탄 마차를 호위중인, 벨레르도 장군의 부장 중 하나인 리커는 이원의 갑질을 받아낼 훌륭한 '을' 로서의 준비가 누구보다 잘 되어 있는 인물이다.


벨레르도가 처신과 줄서기 및 로비로 장군이 되었다면, 리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벨레르도의 부장으로 들어갔고 벨레르도를 멘토로 삼아 누구보다 열심히 벨레르도의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자.


벨레르도는 리커가 이원에게 절대 밉보이지 않고 알랑방귀를 잘 뀔 것이라 생각하고 이원에게 붙여 보낸 것이다.


"이원님. 술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으니··· 구하의 명주, '플렌다' 를 들어 보셨습니까?"

"들은적은 있다."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귀한 물건이죠."


마차를 개조해 전체를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아 침대로 만들어 놓은 내부에 이원이 누워서 먹기 좋게 잘라 놓은 과일을 먹고 있고, 말을 탄 리커는 창문 사이로 고개를 살짝 들이 밀고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마차가 속도를 내기 힘든 산길인지라 잠시 속도를 줄이고 이동중인 상황.


이원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리커를 아니꼽게 쳐다 보았다.


"구할 수 없다면서 말을 꺼내는 이유가 뭐냐."

"아유, 섭섭하게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 리커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바로 그 유명한 플렌다의 원산지인 구하 출신으로···."


리커는 이원이 인상을 쓰고 노려보자 입맛을 다시고는 하던 말을 멈추고는 부하를 불렀다.


"어이! 길탄! 그걸 가져와라!"

"예, 리커님!"


길탄은 냅다 달려와 계곡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을 채워놓은 철제 바구니를 두 손으로 리커에게 건넸다.


그리고 리커는 비열한 미소를 띄고는 창문 사이로, 술병이 담긴 철제 바구니를 슬쩍 밀어넣었다.


"흐흐, 제가 설마 구할 수 없는 것을 이원님께 언급하겠습니까. 그리 생각하셨다면 이 리커에 대한 평가를 조금 바꿔 주시는데 이 명주, 플렌다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원은 말 없이 플렌다가 찬물에 담겨 차갑게 식혀져 있는 철제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 힘들다는 명주 답게 유려하고 아름다운 색상의 술병.


이원은 그제서야 표정을 조금 풀고는 플렌다의 입구를 막고 있는 코르크 마개를 가볍게 제꼈다.


퐁!


"괜찮네."


코르크 마개가 날아가는 기분좋은 소리에 이어, 술병에 코끝을 가져다 대자 진하지만 기분좋게 풍겨오는 고급스러운 복숭아 향.


이원은 씨익 웃으며 손을 뻗어 마차 천장에 달린 찬장에서 나무 잔을 하나 꺼내 플렌다를 가득 따랐다.


"리커(licker)라고 했나. 이름값 하는 녀석이군."


***


리커는 귀하디 귀해서 하루에 한 모금만 먹어도 극도의 사치라고 일컬어지는 플렌다 한 병을 앉은 자리, 아니 누운 자리에서 한 번에 비워내고 코를 골며 잠든 이원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플렌다는 언젠가 자신이 장군으로 승급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인사권자에게 상납하기 위해 아끼고 아껴왔던 것.


일 년에 두세 병 밖에 생산이 되지 않아 가격도 가격이지만 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까운, 엄청난 가치를 지닌 술이다.


천족 식량의 90%를 생산하는 구하.


식량 생산량은 9할이지만 이름난 진미는 9할 9푼이 그곳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미식의 지역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주 플렌다.


직속상관인 벨레르도에게 플렌다를 바쳤다면 2인자로 삼아 주었을 거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고작 한 요새의 2인자 정도로 만족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요새의 2인자 정도가 되는데 플렌다 정도 되는 물건을 진상할 자는 세상 천지를 뒤져봐도 없을 것이다.


'하··· 근데 이 자는 플렌다의 가치를 모르고 있는 건가.'


조금 속이 쓰렸다.


'괜찮네.' 와 같은 저급한(?) 칭찬만을 남긴 채 플렌다를 한 번에 다 비워버린 이 인간.


비장의 무기로 꼭꼭 숨겨왔던 플렌다를 너무 쉽게 허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교단 서열 6위인 이 자에게 줄을 댈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며 쓰린 속을 달랬다.


교단의 핵심인 다섯 날개들은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다가 소문에 의하면 이 자는 낙하산으로 순식간에 교단 서열 6위에 앉은 자.


리커가 판단하기로는 분명히 무언가 특별한 부분이 있을터였다.


최소한 주교, 어쩌면 대주교에게도 연이 닿아 있는 고급 낙하산일거라는 생각.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의 출세에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었다.


"리커 님. 전방에 천족 기병대가 보입니다."


이런저런 상념(과연 플렌다를 이 인간에게 바친 것이 좋은 선택이었던가 하는 고민과 이미 텅 비어버린 플렌다를 바라보며 반드시 좋은 선택이었으리라는 자기위안)에 빠져 있던 리커가 부하의 말에 고개를 들자, 눈에 익은 문양이 새겨진 깃발을 든 기병대가 마차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


"큭큭. 갈 곳 없는 쓰레기 들이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큰, 붉은 얼굴에 비해 올망졸망하게 모여있는 눈코입.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크기의 눈코입이지만, 얼굴이 워낙 큰데다 가운데로 심하게 몰려 있으니 엄청나게 작아보였다.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 마냥 중간에 쏠려 있는 눈코입을 가진 마족이 거만한 자세로 비웃자,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풉. 씨발 이건 또 뭐야. 하··· 좆같은 시험인지 지랄인지 통과 했더니 이번엔 터진 김치왕만두냐? 어떤 미친새끼가 김치왕만두에다 눈코입 모양으로 구멍 뚫어 놓은거야?"


이원과 함께 서있던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모두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실력도 눈치도 쥐뿔도 없으면서 입만 산 남자.


마신의 시험장에서 내내 입만 나불거렸지만 운 좋게 살아남아 이원과 함께 마족의 노예로 끌려갔던 남자였다.


"자기 신세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나 보군."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눈치없는 그 남자는 다시 폭소를 터뜨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주위로 다가오는 창을 든 마족들의 기세에 눌려 움츠려 들 뿐이었다.


"푸하하! 왜들 그래? 나만 웃긴거야?"

"저 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상처를 치료해서 살린 다음 헬하운드의 밥으로 줘라."

"예. 체젤님."


그리고 그 남자는 욕설을 내뱉으며 끌려갔고, 다시는 그 남자를 볼 수 없었다.


그제서야 이원은 깨달았다.


회귀 전, 마족에게 노예로 끌려갔을때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몇몇 장면들이 휙휙 지나갔다.


노예로 지내면서 마족의 배설물을 끓인 것을 식사랍시고 제공 받았던 것과 싱글 사이즈 침대만한 공간에 대여섯명씩 잤던 기억들.


체젤은 이원을 포함한 노예들에게 마법을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자신의 군대를 늘려 세력을 넓히기 위해.


"너희에게 1주일의 시간을 주겠다."


체젤은 높은 의자에 앉아서 노예들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런데 말이지. 인간 남자들은 성기가 없으면 마법을 더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소문이 있더군. 1주일 내로 마력을 신체에서 조금이라도 분출시키지 못한다면 너희 노예 놈들의 발전을 위해 내가 손수 성기를 잘라 내 주마."


***


"······님."


"···원님!"


"이원님! 구원자님!"


이원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부릅 뜨고 벌떡 일어났다.


"이원님! 일어나셨습니까?"

"후···."


이원은 한숨을 내쉬고 마력이 튀어나오기 직전의 왼손을 내려다 보았다.


꿈이 더 진행되어 다른 인간 노예 둘이 마력 분출에 실패해 성기가 잘렸고 이원이 마력을 분출시킬 수 있는지 체젤에게 보여줄 차례였다.


하마터면 꿈결에 마력을 발현시킬 뻔 했던 것이다.


이마에 조금 땀이 나기는 했지만 마력을 분출하지는 않은 듯 했다.


"무슨 일인가."


이름난 명주 답게 아직 취기가 조금 남아 있기는 했지만 두통이나 메스꺼움 같은 것은 없었다.


깔끔한 뒷맛.


잠에서 깬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악몽이었으니, 그리고 좋은 술을 제공해 주었으니 봐줄 생각이었다.


"좁은 길을 이동 중인데 구하의 사령관인 젠사카가 이끌고 있는 기병대와 마주쳤습니다. 급히 북부 전선으로 향하고 있으니 길을 비켜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젠사카?"


이원은 인상을 찌푸리고 슬쩍 마차의 창 바깥을 내다 보았다.


이 사두마차 만으로도 꽉 차는 좁은 산길.


반대 방향으로 이동중인 기병대와 마주쳐 역방향으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이 외길 주위로는 질퍽질퍽한 늪지대라 덩치 큰 천족들을 태운 말들이나 이원이 타고 있는 마차가 옆으로 돌아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차를 뒤로 돌려 다른 길로 돌아가게 되면 이틀이 더 걸립니다."


메일로와 약속한 날짜도 이 마차를 타고 가면 빠듯했다.


이원은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렸다.


"저 놈이 나보다 높은가?"

"절대 아닙니다. 당치도 않은 말씀입죠. 그러나 시급한 상황이라고 정중히 요청해왔습니다만···."

"저 놈들에게 돌아가라고 해라."

"하지만···."

"대주교에게 가는 급한 용무니 길을 막으면 사령관에서 해임시켜 병사로 강등시키겠다고 전해라. 이 마차의 일정이 늦어지면 교단이 뿌리채 흔들릴거라고 말이다."


당연히 이원에게 한 지역의 사령관을 해임시킬 권한 따위는 없지만, 이원은 나오는대로 지껄인 다음 몸을 뒤집어 다시 잠을 청했다.


"아, 알겠습니다."


리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용맹한 표정의 젠사카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정했다.


천족 도시의 사령관 보다는 교단의 고위 인사인 이원을 따르기로.


작가의말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닺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


내일 노트북 새로 옵니다.


할부의 노예...


뭐 어떻습니까.


결제는 다음달과 다다다닫다다닫다ㄷㅏ다다음달의 저에게 맡기면 되니까요.


이번달의 저는 행복하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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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큰 그림 3 +22 16.09.11 2,633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1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7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8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4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8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3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1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3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5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0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2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1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4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79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3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1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2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3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49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2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8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0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4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2 4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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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알파카? 4 +19 16.08.05 12,950 43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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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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