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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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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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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전 2

DUMMY

"자애로운 리프라님의 계시에 따라 우리들은 온 힘을 다해···."


성녀 마리의 설교가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참을성이 부족한 이원에게는 이 곳에 앉아있는 5분이 5시간 이상으로 느껴졌다. 이원은 자리에 앉은지 6분 만에 튼튼한 나무 의자에서 일어섰다.


주변의 사제들과 수련사제들이 성녀 마리의 설교 중 자리에서 일어선 이원을 바라보았지만 곧 그들은 한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성녀 마리의 귀중한 설교를 놓치기 싫다는 듯 다시 성녀 마리를 주시하며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천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찼는데도 반도 채워지지 않을 만큼 본당의 규모는 상당했다. 그렇게 큰 규모임에도 성녀 마리는 신성력을 사용해서인지 또렷하게 모두에게 의사전달을 하고 있었다.


이원은 일어서서 이 곳으로 들어오는 통로인 십자 모양의 복도로 향했다.


"남자는 오른쪽."


좌우를 둘러보다 의미불명의 혼잣말을 한 이원은 오른쪽 복도로 발길을 돌렸다. 티끌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새하얀 벽과 금색 바닥의 복도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여 있는 계단을 내려갔다.


"총집회 중인데 어딜 가는 중인가?"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뜬금없이 나타난 은빛 법복을 입은 천족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원은 깜짝 놀라 주먹을 날릴뻔 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낼 수 있었다. 만약 주먹을 날렸다면 고위사제의 머리통이 시원하게 터져버렸을테고 그렇다면 뒤를 따르던 평사제 셋이 소리를 질렀을터였다.


그랬다면 이 계단을 내려오는 1,000명의 인원들과 사투를 벌여야 했을거라는 생각에 이원은 자신의 자제력을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골로프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잡생각을 길게 할 수는 없었고 리글러가 이원과 동행한 2시간 중 30분 가량을 골로프라는 천족 이야기에 할애했다는 것이 떠올라 골로프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런데 그게 꽤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인지 은빛 법복을 입은 고위사제가 눈에 잔뜩 주었던 힘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교님의 집무실은 이 복도를 지나서 왼쪽 네번째 방이네."

"감사합니다."


이원은 자신에게 존댓말을 쓰게 한 천족 고위사제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 두고는 리프라 교단의 예를 표하며 그를 지나쳤다.


총집회에 대부분의 인원들이 참석한 탓인지 꽤 긴 복도를 지나오면서 만난 네명 외에는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고위사제를 만난 복도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자 아까의 두배는 되는 넓은 복도가 나왔고, 좌우로 화려한 장식의 문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원은 당연히 골로프라는 주교를 만날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기에 문들을 무시하고 다시 직진해 오른쪽으로 꺾인 복도로 들어섰다.


지상의 기둥만큼은 아니지만 꽤 큰 기둥의 사이로 드넓은 대강당이 보였다.


<여신 리프라의 시계바늘 퀘스트 2단계를 클리어 했습니다.>


<보상으로 불안정 수치를 선택해서 200 포인트 만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백마법으로 환하게 밝혀진, 은빛 벽장식으로 가득한 대강당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 2단계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이원의 표정에 기쁨이 차올랐다.


그러나 곧 3단계 퀘스트를 확인한 그의 얼굴이 잔뜩 찌그러졌다.


"이런 씨벌···."


<퀘스트>

자비로운 여신 리프라의 시간을 되돌린자 퀘스트(3단계) : 대주교, 주교, 성녀 중 하나를 만나 여신의 시계바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오.


***


이원은 아까 지나쳐온 복도의, 골로프 주교의 문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문을 부술것인지 노크를 할것인지, 그리고 들어가서 평화롭게 대화를 나눌것인지 혹은 일단 한대 때려놓고 시작할 것인지 하는 고민이었다.


벽이 꽤 두터워 보이기는 하지만 얼만큼 방음이 되는지도 알 수 없었고 어쨌거나 퀘스트는 클리어 해야하니 성격에 맞지는 않더라도 노크를 하고 대화를 해야하지 않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문을 부수었다가 그 소리에 총집회 중인 1,000명이 모두 달려들기라도 한다면 곤란해진다.


이원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주교놈의 모가지를 비틀며 시계바늘에 대해 묻고싶은 자신의 본능을 억지로 억눌렀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손을 믿지 못해 왼손으로 세번 주교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시게."


중후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런 고민을 일거에 날려주는 좋은 반응이었다.


"누구신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선명한 흰색 원을 눈동자에 새겨넣은, 크고 흰 날개를 지닌 늙고 커다란 천족이 고급스러운 책상을 앞에 두고 매우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서 이원을 바라보고 처음 보는 사람인지라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원은 입을 살짝 열고 혀를 굴리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주교의 경계심을 없애기 위해 리프라 교단의 예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


"이원이라고 합니다."

"전면세계의 인간이로군. 무슨일인가? 처음보는 얼굴인데 나를 찾아오다니."


골로프라는 천족 영감은, 리글러에게 들은 그대로 이원이 인간이라서 그런지 조금 불쾌한 표정으로 이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앉아있는데도 이원보다 훨씬 커보이는 거대한 골로프는 이원이 대답하지 않고 몇발자국 앞으로 걸어오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무례하군. 자네에게는 더러운 마족의 냄새가 진동하니 다가오지 말고 거기 서서 질문에 대답하게. 자네는 누군가?"


이원은 오른손에 쥔 혈마석 조각을 만지작 거리며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컨트롤했다.


조금 마음이 가라앉자 어차피 이 곳은 리프라의 신전이고 이 영감은 리프라의 주교, 그리고 자신이 묻고자 하는 것은 리프라의 성물임이 떠올랐다.


물론 자신은 리프라의 법복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리프라의 사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어차피 골로프의 표정을 보아하니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벽에 붙어있는 거대한 십자가를 휘두르기라도 할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이원은 퀘스트의 내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기로 결정했다.


슬슬 골로프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을 본 이원이 자기 나름대로는 부드러운 말투를 구사하기 위해 애썼다.


"리프라의··· 리프라님의 시계바늘에 대해 이야기하러 왔습니다."


골로프는 이원의 말을 듣고 3초간 무심한 눈빛으로 이원을 바라보다가 이원이 꺼낸 단어의 의미를 잠시 되새김질 하는듯 하더니 길고 하얀 수염을 파르르 떨며 이원을 잡아먹을듯 노려보았다.


그리고 강하게 책상을 내리쳐 고급스러운 나무 책상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콰앙!


"이, 인간 따위가 어떻게 리프라님의 시계바늘을!"


이원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골로프를 바라보았다.


인간 따위라거나 하는 말은 이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인간이라는 종족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본 적도 없거니와 인간을 초월해 마신보다 강한 힘을 손에 넣었던 이원이었다.


지금 가진 힘만으로도 마신까지는 무리지만 이런 상급 천족 따위는 돌팔매질 한번에 골로 보낼 능력이 있었다.


그저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오른손에 쥐고 있는 혈마석을 던지지 않은 것 뿐이었다.


"호, 혹시··· 그렇다면···."


반으로 갈라진 책상 따위와 자신의 앞에 있는 이원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생각에 빠진 골로프의 동공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날개를 닭처럼 푸드덕 거리기도 하더니 흥분을 조금 가라앉힌 듯 자리에서 일어서 이원에게 다가왔다.


"어디서 시계바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

"시계바늘을 직접 사용했습니다만."


이원의 말에 골로프의 콧구멍이 미세한 과장을 섞어 이원의 주먹이 들어갈만한 사이즈까지 확장 되었다.


그리고 온몸을 부르르 떤 골로프의 입에서 신음인지 말인지 모를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째서··· 천족의 구원자가··· 한낱 인간인 것인가···."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천족 영감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원은 천족의 구원자라는 말을 듣고 잔뜩 인상을 찌푸렸고, 자기도 모르게 원래의 말투가 튀어나와 버렸다.


"천족의 구원자는 무슨 개소리···."


천족을 구워버린 자 라면 몰라도, 라는 말이 나올까봐 황급하게 입을 닫았다. 그러나 엄청나게 충격받은 표정의 골로프는 이원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듯 했다.


"일단··· 여기로 앉게."


정신을 겨우 차린 골로프는 자리에서 일어나 몇가지 사이즈의 손님용 의자 중 중간 사이즈의 의자를 이원에게 권했다.


이원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


골로프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 신전의 지하 대강당에 있는 리프라님의 시계는 본디 시침, 분침, 초침 세 바늘이 있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네. 지금은 분침과 초침만이 남아있네만··· 이 이야기는 대주교님과 나를 포함한 세명의 주교, 그리고 리프라님의 신탁을 받는 성녀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지."


골로프는 어울리지 않게 침을 꼴깍 삼켰다. 목구멍이 커서 그런지 침넘기는 소리도 이원에게 선명히 들릴만큼 크게 들렸다.


깊게 한숨을 내쉰 골로프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수백년 전부터 내려오는 신탁이지. 리프라님의 시계바늘을 사용했다고 하는 자가 천족의 구원자가 될 것이라는··· 교단의 핵심 인물들만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그게 인간이라고는···."


<여신 리프라의 시계바늘 퀘스트 3단계를 클리어 했습니다.>


<보상으로 불안정 수치를 선택해서 300 포인트 만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원은 뒤이어 들려오는 골로프의 이야기나 3단계 퀘스트를 클리어 했으니 300포인트의 불안정 수치를 감소 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 따위는 귀에도 들리지 않고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천족의 구원자라니, 그렇다면 자신이 리프라의 신도 따위라도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하는 불안감이 이원을 덮쳤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퀘스트 창을 열어본 이원의 콧구멍이 손가락 세개는 들어갈 법한 사이즈로 확장되었다.


작가의말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골베 끝자락에 들어갔네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헤헷. 헤헷.


아 그리고 못보신 분들 계실까봐...이전 화 수정되었습니다. 씨잘데없이 내용만 길어질까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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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큰 그림 3 +22 16.09.11 2,633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1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8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8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5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9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4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2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4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5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0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3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2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5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80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4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2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3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4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 신전 2 +34 16.08.10 11,043 36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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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1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5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3 442 12쪽
16 알파카? 5 +22 16.08.05 12,976 409 10쪽
15 알파카? 4 +19 16.08.05 12,950 433 10쪽
14 알파카? 3 +23 16.08.04 13,104 415 10쪽
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12 알파카? 1 +19 16.08.02 14,403 416 9쪽
11 땅따먹기 3 +16 16.08.01 14,646 439 10쪽
10 땅따먹기 2 +16 16.07.31 14,974 4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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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신의 시험장 3 +10 16.07.29 15,695 45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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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작 4 +9 16.07.26 16,709 48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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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작 1 +22 16.07.23 20,141 526 13쪽
1 프롤로그 +20 16.07.23 22,542 49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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