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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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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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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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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전쟁의 시작 2

DUMMY

시펠은 침을 꿀꺽 삼켰지만 목구멍이 침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어이없는 제안인 탓이었을까.


억지로 목구멍에 힘을 줘 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너, 천족 왕이 무슨 약속을 했지?"


시펠은 흠칫 하며 이원을 바라보았다.


곧 이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막사의 침묵을 깨 주었다.


"넌 혼혈이지만 내 측근이니까 교단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다시 권력을 잡으면 최고의 자리까지 올려주겠다? 아니면 뭐, 혼혈들도 천족들과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

"······."

"넌 왜 왕에게 선택 받았다고 생각하나?"


시펠은 의외로 이 자가 말주변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자기가 멍청해서 헛소리를 들어주는 것이거나.


무슨 말인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이유 모르게 무언가 자신의 심장을 콕콕 파고드는 말들.


"그거야···."

"재능? 능력? 개소리 하고 자빠졌네."

"무슨···?"


이원은 왼손을 들어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 이 새끼 멍청해가지고. 당연히 날개달린 놈들은 언제 뒤질지 모르는 왕한테 줄 안댈거 아냐. 그리고 너같은 혼혈은 아무도 안 받아주지? 그러니까 이 새끼 능력은 그래도 조금 있으니까 내가 오라면 오겠지, 왕이 이런 생각으로 널 받아 준 거 아니냐고. 진짜 그 왕이 혼혈이나 하급 천족, 인간들한테 관심이 있는건지 알게 뭔가. 왕 머릿속에 들어가보기라도 했나?"

"······."

"아하. 뭐 상징적인 건가? 시발 나는 혼혈도 받아주니까, 날개 안달렸는데 능력있는 새끼들은 다 나한테 와라! 내가 받아준다. 뭐 그런 선전용 아니냐고."

"말씀이 심하시군요."


시펠은 살기를 띄었다.


정치적인 문제 같은 것은 잘 몰랐다. 그저 아는 것은, 헤스페데스와 같은 상급 천족들의 사회에 자신이 설 곳은 없다는 것.


그리고 왕이 어떻게든 자신을 이 요새의 책임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인간과 천족의 혼혈인 시펠을 가족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인정해 주었다는 것.


사실 왕의 세력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이런 선전이 꽤 잘 먹혀서 주류 사회에서 배제되었지만 능력있는 하급 천족, 혼혈, 인간들이 조금이나마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기는 했지만.


"진짜 니가 원하는게 뭔데? 날개달린 새끼들 사이에서 인정 받는거냐? 아 나는 혼혈이지만 날개달린 천족들이랑 동등한 존재다, 뭐 그런거 원하냐고. 아니면 진심으로 천족, 인간, 혼혈 모두가 아름답고 평등하게 살아가기를 원해? 아님 다른 야망 같은거라도 있나? 왕이 되고 싶은 그런 욕심은 없나?"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시펠은 이원이 왜 이런 말을 하면서까지 자신을 부하로 삼으려 하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원은 시펠의 그 의문이 아닌, 시펠이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길 바랬다.


"셋 중 하나 골라봐. 1번, 나는 혼혈이지만 상급 천족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 2번, 진심으로 모든 존재가 평등하게 살아가길 원한다. 3번, 다른 새끼들 다 제끼고 차라리 내가 최고가 되겠다. 당연히 다른새끼들 중에 나는 안들어간다. 나까지 제끼려 했다간 패죽일거니까."


***


시펠은 이원이 나간 뒤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현자의 숲을 들렀다가 이 요새를 나갈테니 가장 좋은 말을 준비해두라고 말하고는 나가 버린 것.


"나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억울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다가 멈추고 말았다.


잘 생각해보니 그런 큰 뜻 같은것은 없었다.


그저 혼혈출신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우연히 기회를 잡게 되었고, 다시 그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을 뿐.


이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자존심 상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혼혈인데도 높은 곳에 위치한 자가 되고 싶었을 뿐인가. 상급 천족들 처럼.'


언젠가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마족의 사회가 천족의 사회보다 나을지도 모른다는 말.


그깟 날개가 뭐라고, 날개가 없으면 한줌의 기회조차 잡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니까.


마족들은 그저 자신의 강함으로 자신의 위치를 가져간다. 감당할 수 있다면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상급자를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기도 한다.


하지만 천족은 그게 아니니까.


자신이 아무리 장군의 지위에 오르고 요새의 책임자라 하더라도 결국 여기가 한계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왕조차도 겨우 자리만 유지하고 있는데, 그 부하인 나도 이 자리라도 유지하고 싶어서 버둥댄건가.'


상급 천족들의 시스템에 들어가서 혼혈 출신임에도 나는 여기까지 올라왔다 라는 자부심을 갖는게 자신의 인생 목표였던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들의 시스템에 들어가기 보다 내가 시스템을 만들라는 건가.'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바깥에서 슐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군님, 슐레츠입니다."

"들어오게."


슐레프는 평소의 무표정보다는 조금 더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글렌이 돌아왔습니다."

"무사한가?"

"예. 조금 다치기는 했지만 워낙 날쌘 친구이다보니 괜찮습니다. 다만···."

"무슨 일이 있나?"


슐레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헤스페데스의 뒤를 따라 요새로 복귀하고 있었는데 괴한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블렙 강의 다리가 완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글렌까지 같이 공격 받았다는 말인가? 글렌을 잠시 만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글렌, 들어오게."


글렌은 렉칼타에서도 날래고 똑똑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자다.


직접 전투에는 조금 약하지만 정찰대로서는 최고 수준의 임무 수행능력을 보유한 정찰대장.


당연히 시펠이 글렌을 부르리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문 밖에 대기시켜 두었던 글렌을 불러들이자 곧장 들어온 글렌이 시펠에게 예를 표하고 곧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헤스페데스 장군 휘하의 측근들과 함께, 가장 후미에서 요새로 복귀중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시펠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였다. 괴한이 나타나 바위를 마구 던져댔고, 요새로 병력이 들어올 최단루트인 다리를 파손시켰다는 것.


그리고 글렌은 모르겠지만 헤스페데스가 참혹하게 죽었다는 것 까지.


"보병 1,000여기를 이끌고 오는 자는 헤스페데스 장군의 부장, 켈입니다. 다만 다리가 파손되어 도착이 하루 정도 늦어질 듯 합니다. 그리고···."


글렌은 아직 이원이 그 괴한임을 모른다.


그러나 눈치가 빠른 자 이기에, 자신이 모시고 있는 장군이 어떻게든 관계되어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다음 내뱉은 말은 꽤나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으리라.


"헤스페데스는 실종되었고, 그 부하들은 대부분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최소 한명 이상은 생존했습니다. 뒤를 쫓으려 했지만 놓쳐버렸습니다."


***


"지, 진짜 한 번 하게 해줄텐가?"

"영감. 전에도 그랬지만 말을 좀 제대로 해야 오해받을 소지가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공짜가 아니다."


이원은 현자의 숲 상급자 코스에 들어가자 마자 메일로의 집에 초대 되었다.


그리고 인체 스캐닝을 한 번 더 하게 해줄테니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고 한 것.


"뭘 원하는가?"


메일로는 눈을 반짝였다.


일전에 기억을 되찾은 순간 한 번 더 스캐닝을 하고 싶었지만 흉흉한 살기에 눌려서 미처 요구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한 번 더 스캐닝을 할 수만 있다면 이 자가 기억을 되찾은 것이 있는 만큼 얻어 낼 수 있는 것이 있으리라 여겼다.


"디바인 파워를 깨뜨릴 수 있는 아티펙트를 원한다."

"음··· 디바인 파워라···."


원래대로라면 그런 아티펙트를 내놓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고성능의 아티펙트들은 초 대량의 숲의 정수를 모아야 교환 가능한 것이기에.


하지만 메일로는 신성력과 마력이 공존하는 이원의 신체를 탐구하고자 하는 욕구에 마음이 흔들렸다.


"여신 리프라의 디바인 파워란, 만능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지."


들으라는 건지 듣지 말라는 건지 모를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궁시렁 거린 메일로는 자리에 앉은 채로 로브 안에 손을 넣어 뒤적거렸다.


"만능이란, 좋게 말하자면 팔방미인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특출난게 없다는 소리지."


거기까지 말한 메일로는 품속에서 푸른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하나 꺼내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일전에 이원이 반으로 쪼개버린 탁자를 마법으로 다시 고쳐놓은 탁자.


"그 맹점을 이용하자면 말일세. 디바인 파워라는 건 신성력이라는 세포가 하나하나 모여 만들어 낸 일종의···."

"이론은 됐고. 효과를 설명해라."


복잡한 건 됐다는 듯한 표정의 이원을 바라보며, 자신만만한 표정의 메일로가 자신이 꺼내놓은 액체를 소개해 주었다.


"이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디바인 파워에 의한 영향력을 무시하게 된다네. 안티 디바인 엘릭서."

"지속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섭취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나?"

"섭취 즉시 효과를 보고 한 모금에 10초 정도··· 이걸 한 번에 다 마시면 20분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겠군."

"일회용이라··· 몇 병 더 내놔봐."


이원은 잽싸게 그 약병을 낚아채었다.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아니, 20분이면 충분하다.


이원은 대주교의 신성력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교단의 최고봉 격인 자이기에 디바인 파워의 위력이 배리어를 뚫을 정도는 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사실 7,000이 넘어가는 대주교의 디바인 파워라면 충분히 이원의 배리어를 뚫고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니, 자칫 잘못하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수치다.


이원은 이 사실은 모르고 있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원이지만, 사실 최고의 선택이라 해도 무방한 정도.


안티 디바인 엘릭서를 마시고 대주교에게 일종의 사기극을 펼쳐 볼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미안하지만 그것 뿐이네. 그걸 만드는 재료를 구하는건 불가능하니까. 그럼, 스캐닝을 시작해도 괜찮겠나?"


작가의말

8/31, 이틀 뒤에 문피아 사무실로 초대 받았습니다.


지방에 사는지라 내일 오전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관광도 좀 하다가 올 생각인지라..


비축분이 없는 제 입장에서는 최대한 써서 예약연재로 올려놓고 갈 예정입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내일과 모레 이틀 중 하루 정도는 쉬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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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큰 그림 3 +22 16.09.11 2,633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1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7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7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4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8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3 208 10쪽
»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1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3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5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0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0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2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1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4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79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3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1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2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3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49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2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8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0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4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2 4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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