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02,466
추천수 :
16,317
글자수 :
235,042

작성
16.07.28 07:00
조회
16,074
추천
470
글자
11쪽

마신의 시험장 2

DUMMY

이원은 거침없이 오른쪽 주먹을 내질렀다.


딱히 제대로 된 준비자세를 취했다거나 빠른 공격도 아니었다.


오른쪽 어깨를 뒤로 조금 젖혔다가 앞으로 내지른,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당연히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듀클러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비웃으며 왼손을 뻗었다.


건방진 인간 놈의 주먹을 받아쳐 어깨까지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놈의 연약한 살이 찢어지고 뼈가 피부를 헤집고 나오며 근육이 터져서 바닥에 흘러내릴 것이다.


그런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아닌, 이상한 파열음이 났다.


파아아앗!


"키에에엣!"


주변의 가고일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괴성을 질러댔다.


듀클러의 붉은 눈이 크게 뜨였다.


"뭐, 뭔가. 자네는 뭔가!"

"아까 물어봐놓고 그러네. 다시 한번 보여줘?"


고작 인간의 일격에 자신의 왼쪽 어깨가 박살나 돌덩이가 되어 떨어지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번엔 가슴팍으로 이원의 오른쪽 주먹이 날아들었다.


투두둑. 쿵.


가루가 되어버린 듀클러의 상체가 바닥에 떨어지고 살아 움직이던 돌덩어리 같은 몸뚱이 전체가 바닥에 쿵 하고 떨어져버렸다.


더이상 듀클러의 눈에서 붉은 빛 따위는 새어나오지 못했다.


가고일들이 덩치에 비해 작은 발과 얇은 다리를 마구 굴리며 괴상하게 울어댔다.


이원을 제외한 사람들도 당황했지만 가고일들이 더 당황한듯 보였다.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녀석들이 발을 구르는 것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장두원이 부러진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엉성하게 단검을 들고 가고일을 견제하며 당황한 목소리로 이원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원은 대답하지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쯤되면 뭔가 나올 때가 됐는데.'


무턱대고 듀클러를 죽인것은 아니었다.


이원은 회귀 전만 해도 '마계엔 마신, 인간계엔 이원' 이라 불릴 정도로 최강자의 위치에 올랐던 사람이다.


10대 마신 중 '교활한 혀를 가졌으며 당신처럼 생각하는' 말파카와 '그림자를 그리며 과거를 보는' 보티스, 두 마신의 계략에 빠져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 갔지만 마신 한두놈 정도는 정면승부만 한다면 박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듀클러가 언급한 엘기리스는 이원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마신 중 하나였다.


엘기리스는 절대로 부하의 소멸 따위에 신경 쓸 위인이 아니다.


그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바랄 뿐.


다른 마신들도 대부분 그랬지만 엘기리스는 그런 성향이 더더욱 도드라졌다.


엘기리스는 출신이나 종족따위는 신경쓰지 않았고 자신의 즐거움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특이한, 그리고 단합같은건 개나 줘버린 강자들로 자신의 군대를 꾸렸다.


그렇기에 엘기리스의 군대는 가장 다양한 종족의 장이기도 했다.


엘기리스 자신의 군대가 서로 싸우는걸 즐기기도 했기에 그 군대는 심각할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놈에게 있어 듀클러의 죽음이란, 부하가 죽었으니 복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듀클러보다 더 재미있는 놈이 나타났으니 그 놈이 얼마나 재미있는 놈인지 지켜보는게 엘기리스의 반응일 것은 자명했다.


아무리 모욕해도 낯빛하나 안 변하는 마신.


모욕하면 할 수록 더 즐거워하고 공격당할 때마다 괴이하게 웃던 변태 마신놈.


"호오, 듀클러를 가루로 만든게 당신입니까?"


허공이 찢기듯이 길게 세로로 갈라졌고 갈라진 곳의 어둠에서 붉은색의 로브를 뒤집어 쓴 자가 튀어나왔다.


로브의 내부가 암흑처럼 새까매서 얼굴이나 형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원의 기억속에 없는 놈이었다.


이원은 별 감흥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심연의 추락자이자 대지를 찢어놓는 엘기리스님의 사자인 파나토뮤 라고 합니다. 엘기리스님이 당신에게 흥미가 있다고 하여 이렇게···."


이원의 주먹이 놈의 얼굴을 공격했지만 허공을 헛치는 느낌에 급히 주먹을 뒤로 뺐다. 로브 속에서 킬킬대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물리적인 공격이 먹히지 않는 몸입니다. 다짜고짜 공격하는 당신의 모습을 엘기리스님께서 더욱 흥미로워 하시는군요. 제가 당신의 안내자가 되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원은 사라져버린 자신의 힘이 원망스러웠다.


자신은 원래 칭호수집병자, 스탯돼지, 빌어먹게 강한 잡종 등으로 불릴 만큼 만능이자 최강의 능력을 자랑했다.


마법과 관련된 능력치는 줄어들다 못해 사라져버렸다.


현재로서는 영체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파나토뮤 라는 놈을 때려 부술 방법이 없었다.


한 대여섯 놈쯤 박살내 놓으면 제대로 된 안내자가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한놈이 끝이라니, 이원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해라. 안그러면 듀공인지 뭔지 하는 놈 처럼 부숴버린다."


파나토뮤는 여전히 킬킬대며 웃고는 허공의 틈새에서 몸 전체를 드러냈다.


몸을 다 드러내지 않았을 때는 후드만 보였는데 몸을 다 드러내니 후드와 함께 로브 같은걸 걸친 듯한 모양새였다.


팔다리도 보이지 않고 내부는 암흑으로 가득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클클. 엘기리스님이 주시하고 있는 분 답게 패기가 넘치는군요. 좋습니다. 제대로 안내해드리도록 하죠."

"좋다. 천쪼가리. 이제 우리는 뭘 해야하지?"


파나토뮤는 아까보다 더 크게 웃었다.


후드가 들릴 정도로. 후드의 내부를 잘 살펴보니 콩알만한 노란 점 두개가 보였다.


"저 문을 열고 괴물들이 들어올 겁니다. 제단에 그 괴물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시면 되겠습니다. 적응을 위한 간단한 단계니 긴장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끝나고 나면 이 파나토뮤가 선물을 드리도록 하죠. 클클클. 아, 그리고 5번에 걸쳐 공격해 올테니 한번 끝났다고 긴장을 풀면 안됩니다."


파나토뮤의 로브가 슬쩍 들리자 조용히 기다리던 가고일들이 다시 날개를 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톨로뮤의 후드 안에서 다시 노란 점 두개가 빛났다.


"한 번의 공격당 10분이 주어지며 10분 내에 처치하지 못하면 다음 몬스터가 추가로 공격해 올겝니다."

"10분 내로 죽이면?"

"굉장히 좋은 질문입니다. 다음 몬스터들이 바로 공격해 들어오되,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이 됩니다. 첫번째 공격을 9분만에 끝마치면 두번째 공격을 방어하는덴 11분이 주어지고 이 시간은 항상 누적됩니다. 클클. 총 시간은 50분, 50분 내로 처리하지 못하면 선물은 없습니다. 선물이 없다는건 다른 시험장의 인간들에게 뒤쳐진다는걸 의미하고, 그건 여러분이 죽을거라는 뜻입니다. 뭐, 당신을 보아하니 그럴 걱정은 없을 것 같지만요."


***


잠시 후, 이원을 포함한 40명은 족히 10미터 높이는 될법 한 커다란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끼기긱 하는 불쾌한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열린 문 밖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형님, 괜찮을까요?"


장두원이 오른손을 못 쓰는것이 불안한지 이원에게 물었다.


누가봐도 장두원과 팽범환이 이원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지만 그들은 이원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원이 '내가 너희보다 나이가 많다.' 라고 말했을 뿐.


처음에 팽범환은 그 말을 듣고 그냥 대장이라고 부르겠다고 했지만 이원이 거부했다.


그래서 형님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이원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까마귀 울음 소리와 흡사한 고음의 소리가 들리더니 조잡한 무기를 들고 있는 고블린 10 마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저건··· 뭐지?"


당돌한 여자, 최미현이 긴장하며 단검을 움켜 쥐었다.


이원은 별다른 말 없이 한때 듀클러였던 돌 조각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허리춤에 찬 정글도는 뽑아들지도 않았다.


"키엑!"

"키야아아악!"


이원이 집어던진 돌 조각이 서서히 다가오던 고블린 두마리를 동시에 꿰뚫었다.


고블린들은 깜짝 놀랐는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키에에엑!"


다른 한마리의 가슴팍에 이원이 던진 돌조각이 적중했고, 깔끔하게 뚤린 구멍 사이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고블린들과의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 졌을때 한 놈이 더 돌팔매에 쓰러졌고, 다른 사람들이 주춤한 고블린들을 다함께 공격해 죽이는데 성공했다.


"형님, 혹시 야구 하셨습니까? 제구가 장난아닌데요?"

"쓰잘데 없는 소리 그만하고 저 놈들 가까이 오면 족치기나 해."


왠지 들뜬 팽범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블린 20마리가 건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이원은 큰 돌덩어리, 즉 듀클러의 몸통을 오른발로 자근자근 밟아 던지기 편한 사이즈로 쪼개고는 돌멩이를 하나 더 쥐었다.


***


고블린 20마리 다음은 코볼트 20마리, 또 그 다음은 코볼트 40마리였다.


몬스터가 많을 수록 이원이 마구잡이로 던지는 돌멩이에 많이도 죽어나갔다.


별 긴장감 없이 돌팔매를 계속한 결과, 재주가 상당히 올라 있었다.


<이원>

근력 : 10,000(불안정 수치 : 4,990)

체력 : 8

민첩 : 10

재주 : 13


무려 6이나 오른 재주와 1이 오른 민첩을 보며 이원은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


사실 총합 7을 올린 것도 굉장히 대단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예전의 수치를 생각하면 진심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신들이 자신의 부하들을 꼬드기지 않았다면. 아니, 꼬드긴다고 넘어간 놈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분노는 자연스레 마족이라는 존재 자체에게 향했다.


'날 이꼴로 만든 마신 새끼들. 반역자 새끼들. 반드시 다 찾는다. 기왕 이렇게 된거 마족 새끼들도 다 쓸어 버린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조금 위험한 놈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왔다.


"취익, 취익!"

"취에엑!"


팽범환보다는 작지만 장두원과 비슷한 덩치의 아인종 몬스터인 오크 10마리였다.


이제까지 상대했던 고블린과 코볼트와 비교하면 비교도 안되게 강한 몬스터긴 개뿔, 들어오자마자 이원의 연속 돌팔매에 두 놈이 피를 토하며 죽었고 사람들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총 5마리가 명을 달리했다.


"이제 니들이 치워. 돌멩이 바닥났다."


이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원의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 오크들에게 덤벼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쪽짜리 최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입니다(아래 글과 내용 동일) +4 16.09.13 1,017 0 -
50 안녕하세요. Gracepark입니다. +87 16.09.12 2,552 47 2쪽
49 큰 그림 3 +22 16.09.11 2,634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2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8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3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8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8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5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49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4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2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6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4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6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1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0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3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2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5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80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4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2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3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6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5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4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3 360 11쪽
20 신전 1 +23 16.08.09 11,609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1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5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3 442 12쪽
16 알파카? 5 +22 16.08.05 12,976 409 10쪽
15 알파카? 4 +19 16.08.05 12,951 433 10쪽
14 알파카? 3 +23 16.08.04 13,104 415 10쪽
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12 알파카? 1 +19 16.08.02 14,403 416 9쪽
11 땅따먹기 3 +16 16.08.01 14,647 439 10쪽
10 땅따먹기 2 +16 16.07.31 14,975 454 10쪽
9 땅따먹기 1 +14 16.07.30 15,424 444 11쪽
8 마신의 시험장 3 +10 16.07.29 15,695 450 8쪽
» 마신의 시험장 2 +12 16.07.28 16,075 470 11쪽
6 마신의 시험장 1 +9 16.07.27 16,546 500 10쪽
5 시작 4 +9 16.07.26 16,709 486 11쪽
4 시작 3 +20 16.07.24 17,449 485 11쪽
3 시작 2 +13 16.07.23 18,514 496 10쪽
2 시작 1 +22 16.07.23 20,142 526 13쪽
1 프롤로그 +20 16.07.23 22,544 49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