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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

반쪽짜리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Gracepark
작품등록일 :
2016.07.23 00:31
최근연재일 :
2016.09.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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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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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전 1

DUMMY

"호오."


이원은 자기도 모르게 셀레니얼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았다.


온통 거무죽죽하거나 시뻘겋고, 미관 따위는 개나 주라는 듯 엉망이었던 마족들의 도시와는 딴판이었던 것이다.


금색과 은색으로 장식된 깔끔하고 높은 건물들, 물론 이원이 보기엔 쓸데없을 정도로 높고 뾰족한 탑 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미관상 마족의 건물들과는 비교하는게 미안할 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중구난방식으로 지어진게 아닌, 마치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건축물인것 처럼 잘 짜여지고 각 부분이 대칭을 이루고 있는 꽤나 큰 규모의 도시.


곳곳에 높은 첨탑이 있는 건물들이 보였다.


"말에서 내리시오."


고개를 있는대로 치켜들고 높은 첨탑을 바라보던 이원의 앞을 트라이던트를 들고 눈이부실 정도로 빛나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수문장들이 각자의 트라이던트를 교차시키며 이원의 앞을 막아섰다.


굳이 셀레니얼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지만 이원도 사람인지라 조금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고를 치면 이 도시에 들어가는게 힘들거라는 것은 알지만 이원의 손이 간질간질했다.


왠지 딱밤을 먹이면 청량한 소리가 날것만 같은 투구를 힐끔 바라보고는 수문장의 지시대로 말에서 내렸다.


"리프라의 성전사, 이름과 소속을 대시오."

"이···글러, 리프라 교단의 성전사로 골로어 요새 소속이오."


이원이라고 말하려다가 리글러의 이름을 섞어서 말하기는 했지만 수문장들은 딱히 까다롭게 굴지는 않았다.


전투가 빈번히 벌어지는 골로어 요새의 특성상 이원에게 나는 미미한 마족의 냄새는 그들의 기준에서는 받아들일만한 수준이었고, 딱히 골로어 요새의 명부를 가지고 있지도 않기에 별 고민 없이 이원의 앞을 막은 트라이던트를 치워주었다.


"도시 안에선 말에서 내려야 하오."


이원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곤 백팩을 말 안장에 얹고 화려한 대리석 문을 지나 도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족놈들은 대체 왜 이렇게 빛나는 것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원은 얼마 안가 그 생각을 떨쳐버리고 말았다.


얼마 걷지 않아 '자애로운 날개' 라는 나무 간판이 걸린 여관 겸 주점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원은 여관방 안에서 식사를 마치고 여급이 가져다 준, 그다지 독하지 않은 술 한병을 다 비우고는 신급 퀘스트에 대해 잠시 생각에 빠졌다.


신전을 찾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루비마운틴은 한눈에 보기에도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었고, 천천히 걷더라도 한두시간 정도면 정상에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3단계 퀘스트가 어떤게 나오느냐가 큰 문제가 될지도 몰랐다.


아무리 사용자의 욕망과 관련된 퀘스트라 하더라도 리프라의 퀘스트인데 리프라 신전을 파괴하거나 신관들을 죽이라는 퀘스트가 주어질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부수는 맛이 있는 건물이었는데."


쓸모없이 넓은 지하와 쓸데없이 높은 기둥을 가진 리프라의 신전을 보았을때를 떠올리며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지하에 리프라 신전의 사람들이 모두 숨은지도 모르고 높이 1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기둥을 하나 부수니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기둥들이 무너졌었다.


그런 허접한 구조로 신전을 지어놓은건, 혈마석을 길게 가공해서 박아넣은 기둥이 그렇게 무너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지하에 매몰되어버린 놈들이 디바인 파워와 교단의 아티펙트를 사용해서 붕괴된 현장을 뚫고 나왔고, 1,000명이 넘는 신관과 성전사들이 모두 달려들었지만 그들을 몰살시키고 뺏은게 바로 리프라의 시계바늘이었다.


혹시나 싸우게 될 경우, 기습으로 기둥을 무너뜨려 놈들을 파묻어버린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몸상태로는 1,000명과의 전면전은 불가능하다는게 이원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3단계 퀘스트가 신관이 되라거나 리프라 교단에 의탁하라거나 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면 잃어버린 능력치를 되찾기 위해 퀘스트를 수행하는것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지도 몰랐다.


담배를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밟아 끈 이원은 일단 신전으로 가서 퀘스트를 확인해보고 생각하기로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


이원은 리프라 성전사의 브레스트 플레이트를 착용한 위에 법복을 입고 신전으로 가기 위해 오전 일찍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편한 잠자리에서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몸도 가뿐하게 느껴졌다.


큰 도시를 가로질러 말을 끌고 간 이원은 루비마운틴으로 향하는 완만한 등산로에 도착해서야 말에 올라탔다.


마음같아서는 천족 놈들의 경고따위는 무시하고 말을 타고 도시를 질주하고 싶었기에 힘을 되찾으면 이 곳에 와서 말을 타고 도시에서 레이싱을 펼쳐보겠다는 쓸데없는 결심을 하고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랐다.


신전으로 가는 길에 천족 꼬마 수련사제가 말을 타고 있는 이원을 열심히 쫓아왔다. 이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자신을 쫓아오냐며 물었다.


수련사제의 회색 법복이 땀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수련사제의 눈동자에 천족 특유의 얇지만 선명한 흰색 원이 보였다.


"헤헤. 저도 정식사제가 되고 싶어요. 그것도 사제님처럼 마족이랑 맞서 싸우는 사제요. 신전에서는 다들 전쟁 이야기를 안해주시거든요."


이원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자신에게서 마족의 냄새가 미미하게 나는 것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거라고 결론지었다.


꼬마라도 천족은 천족, 마족의 냄새는 귀신같이 맡을 수 있지만 법복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천족 소년은 아무래도 이원에게 마족과 싸운 이야기를 듣고싶은 모양이었지만 이원은 사제의 전투에 대해는 알지 못할 뿐더러 안다 하더라도 그 소년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면 차라리 몰래 살인을 해라. 넌 전쟁에서 죽을 가능성이 99%거든."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떡 벌리고 자신을 쳐다보는 천족 소년을 외면하고 매몰차게 말을 앞으로 달렸다.


가는 길에 열심히 걸어올라가는 수련 사제들이 보였지만 아까의 그 천족 소년처럼 귀찮게 할까 싶어 말을 재촉했다.


쓸데없이 산을 빙 둘러 나있는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말을 타고 달리자 리프라의 신전이 보였다.


원래는 정문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지만, 10여명의 사제들이 말을 타고 신전 정문을 통과하는 것을 본 이원은 뻔뻔하게 그 행렬의 뒤에 따라붙었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말은 수련사제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2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천족 사제가 양쪽 손등을 교차시켜 보이는 자세를 취하고 허리를 숙여 이원과 사제들의 무리에 인사를 건넸다.


앞의 사제들이 같은 자세를 취하는것을 본 이원도 그 자세를 따라하고는 다른 사제들 처럼 말에서 내렸다.


평사제들의 말은 교단의 공용 재산으로 취급되어 원한다면 아무 말이나 타고 갈 수 있게 되어 있어 주인이 누구라고 따로 표기하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수련사제에게 미련없이 말을 맡기고는 신전 내부로 진입했다.


리글러의 수다 중 도움이 되었던 것중 하나는 의복의 색상으로 구분되는 교단의 상하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금색 의복을 착용하는 주교 이상의 최고위 사제, 그리고 은색의 고위사제, 신도 중에서도 상위 천족들로 이루어진 푸른색의 성신도, 그리고 지금 이원이 착용하고 있는 검은색의 일반사제. 사제로 정식임명되기 전의 미성년 수련사제들은 회색 법복을 입고 평신도는 흰색 복장을 착용한다.


성전사 혹은 성기사들은 무장에 따라 구분하지만 신전에서는 모두 법복을 입고 활동하고 있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평사제보다 높은 등급의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무채색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만 이동했다.


종종 수련사제나 평신도들이 인사를 해올때는 입구에서 배운 자세로 응답해주고 최대한 말을 하지 않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중이었다.


'신전을 찾았는데 왜 퀘스트는 안 넘어가지?'


이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이유는 리들러가 '전선에서 아무리 싸워봤자 본 신전에 가면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다.' 라는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린 탓도 있었다.


신전에 상주하는 1,000명 외에도 워낙 여기저기에 파견되어있는 사제나 전투요원들이 많기에 다들 서로를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는 것.


그리고 신전 내부에 들어왔는데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었다. 퀘스트가 완료되는 특정 지점이 있을까 싶어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퀘스트창에는 '여신 리프라의 신전을 찾아라' 라는 메시지만이 떠있었다.


"사제님, 이제 곧 본당에서 총집회가 시작됩니다."


퀘스트 창을 바라보며 왜 퀘스트 완료가 안되나 생각하고 있는데 수련사제 하나가 다가와서 이원에게 총집회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원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당에 들어가보려다가 삐까뻔쩍한 옷을 입은 놈들이 너무 많아서 외곽만 돌고 있었는데, 총집회라면 어떻게 묻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원에게 총집회가 곧 시작됨을 알려준 수련사제 뿐만 아니라 다른 수련사제들도 보는 사람들 마다 정중하게 총집회를 알려주고 있었다.


쓸데없는 격식을 차린다고 생각했지만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총집회의 개시를 알리는 청명한 종소리가 신전 전체에 울려퍼졌다.


신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일제히 한 지점으로 향했다.


10미터 높이의 빼곡한 기둥들이 삼각형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건물, 이원이 리프라 신전을 박살낼때 가장 먼저 파괴했던 건물이었다.


"금일 총집회는 성녀 마리님께서 설교하십니다."


본당의 입구에서 총집회에 대해 안내하는 수련사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당으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이동하던 이원의 눈빛에 이채가 떠올랐다.


성녀 마리, 이원의 기억속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이름이었다.


십자모양의 복도에서 직진해서 천명이 모두 앉을 자리가 마련된 커다란 본당에 들어가 가장 뒷자리중 하나를 골라잡아 앉은 이원은 퀘스트가 여전히 완료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살짝 인상을 쓰며 전방을 주시했다.


그리고 기억 속의 여자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먼 거리에서도 분명히 누군지 알 수 있는, 금색 의복을 착용한 은발의 천족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상급 천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하얀 천사의 날개를 가진, 리프라의 현신이라 불리며 추앙받는 성녀 마리.


성녀 마리가 단상에 올라서자 본당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서서 예를 표했다. 얌전히 다른 사람들을 따라 일어선 이원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작가의말

이번화 수정되었습니다. 금일 신전 2 에피소드는 조금 늦게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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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큰 그림 3 +22 16.09.11 2,634 128 15쪽
48 큰 그림 2 +18 16.09.10 2,742 131 12쪽
47 큰 그림 1 +20 16.09.09 3,089 127 13쪽
46 이원님 나가신다 4 +21 16.09.08 3,264 147 10쪽
45 이원님 나가신다 3 +17 16.09.07 3,579 151 10쪽
44 이원님 나가신다 2 +21 16.09.05 3,909 166 10쪽
43 이원님 나가신다 1 +17 16.09.04 4,305 183 11쪽
42 계시펠, 결정. +14 16.09.03 4,150 174 11쪽
41 전쟁의 시작 3 +13 16.08.30 5,604 208 10쪽
40 전쟁의 시작 2 +24 16.08.29 5,419 216 11쪽
39 전쟁의 시작 1 +27 16.08.28 6,022 244 13쪽
38 헤스페데스 2 +22 16.08.27 6,137 246 11쪽
37 헤스페데스 1 -삭제 후 재업로드, 수정 버전- +14 16.08.26 6,494 201 11쪽
36 대산파 38대손 +34 16.08.25 6,756 261 11쪽
35 구원받을 시간이다 +37 16.08.24 6,911 301 12쪽
34 이보시오 현자양반 2 +26 16.08.23 6,821 281 10쪽
33 이보시오 현자양반 1 +21 16.08.22 7,081 254 9쪽
32 방화범 2 +22 16.08.21 7,193 279 9쪽
31 방화범 1 +41 16.08.20 7,632 300 11쪽
30 개소리를 굉장히 예의있게 하는 친구 +32 16.08.19 7,806 305 12쪽
29 렉칼타 요새 6 +28 16.08.18 7,981 306 9쪽
28 렉칼타 요새 5 +21 16.08.17 8,354 313 11쪽
27 렉칼타 요새 4 +27 16.08.16 8,742 315 11쪽
26 렉칼타 요새 3 +30 16.08.15 9,294 306 9쪽
25 렉칼타 요새 2 +32 16.08.14 10,228 342 12쪽
24 렉칼타 요새 1 +28 16.08.13 10,546 347 13쪽
23 마족장군 루쿨루 +40 16.08.12 10,564 387 15쪽
22 신전 3 +40 16.08.11 10,850 359 12쪽
21 신전 2 +34 16.08.10 11,043 360 11쪽
» 신전 1 +23 16.08.09 11,610 353 11쪽
19 인내심의 한계 +27 16.08.08 11,931 395 9쪽
18 낙오자들의 마을 +20 16.08.07 12,236 388 9쪽
17 마신의 선택 +26 16.08.06 13,024 4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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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알파카? 4 +19 16.08.05 12,952 433 10쪽
14 알파카? 3 +23 16.08.04 13,105 415 10쪽
13 알파카? 2 +21 16.08.03 13,813 439 12쪽
12 알파카? 1 +19 16.08.02 14,403 4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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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작 4 +9 16.07.26 16,709 48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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