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2)
하늘이 갈라지고 빛줄기가 내려와 성주신을 비췄다.
다들 눈이 부셔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졌고, 서둘러 성주신을 바라봤다.
“괜찮은 게냐?”
럭키의 질문에 멍한 표정을 짓던 성주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 표정은. 혹시 너 바보가 된 거냐?”
멍한 표정이 계속되자 럭키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것은 아녀라, 근디 제 몸이···.”
그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일행도 그의 시선을 따라 그의 몸을 훑었다.
떡 벌어진 어깨, 허벅지 크기에 맞먹는 팔뚝, 볼록 나온 똥배처럼 보이지만 저게 다 근육이란 게 사기인 복근.
외견상 이상한 점은 없었다.
“뭔가 제 몸이 아닌 것처럼 ···, 가벼워라.”
“뭐야, 고작 그딴 것 가지고 그렇게 심각하게···.”
휙, 탁!
쉬우우웅, 펑!
럭키가 핀잔을 주려는 순간 성주신이 옆에 있던 고철 덩어리 하나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가벼운 손짓 하나에 1톤은 되어 보이는 고철이 산 쪽으로 날아가 박혔다.
“······.”
“······.”
일행은 잠시 침묵했다.
아무리 신령 중 강한 축에 든다 해도 저 정도로 강한 힘을 낼 순 없었다.
게다가 저건 물리력이었다.
이 세상 물건을 저렇게 날리려면 영력을 족히 수십 배는 써야만 했다.
“대, 대체 그 망치가 뭐길래?”
럭키가 그 광경에 턱이 떨어질까 걱정될 정도로 입을 벌렸다.
그게 무엇이든 그의 경험상 힘만으로 성주신을 이길 대상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가 아는 성주신의 힘이 족히 수십, 아니 수백 배 이상은 올라간 듯싶었다.
***
“모, 몰리···? 에이 씨, 대체 뭐라고 쓰여있는 거야?”
이 충격적인 사건에 다들 머리를 맞대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경험 많은 럭키가 망치에 새겨진 이상한 문양을 해석하려 했다.
저쪽 어딘가 다른 차원에서 통용되는 문자 같다고 추측한 뒤 나름대로 해석을 시도하다 포기해 버렸다.
분명한 건 이게 어떤 차원의 아주 강력한 신이 사용하던 신물이라는 것이다.
“영감탱이가 어디서 이런 물건을 주워온 건지. 게다가 그걸 왜 저 고물 더미 안에다 처박아놓고. 원 참!”
이런 대단한 물건이 그런 취급을 받고 있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네모난 모양에 난해한 문양이 새겨진 망치를 만지작거리던 성주신이 재운의 눈치를 살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대단한 물건이란 걸 알았기에 과연 자신이 이걸 가져도 되는지 결정할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시고, 쓰세요. 제가 이미 드리겠다고 말씀드렸고, 전 그 망치를 사용할 자신도 없습니다.”
재운이 팔을 들어 보이며 망치를 들 힘도 없다는 시늉을 했다.
그제야 안심한 성주신이 입가에 웃음을 띄었다.
이 망치가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안에 또 뭐가 있는지 확실하게 조사해봐야겠어.”
럭키가 전면적인 탐색을 선언했다.
일행은 다시 몸을 분주히 움직였다.
이 안엔 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보물이 있음을 조금 전 확인했다.
고물을 뒤지는 그들의 손길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
쨍그랑, 쨍그랑!
“후~! 대충 이게 다인 것 같네.”
재운이 추려낸 물건을 땅에 던지며 그제야 허리를 폈다.
몇 시간에 걸쳐 탐색했지만 조사한 것은 고물상의 백 분에 일도 되지 않았다.
새삼 이 고물상이 얼마나 넓은지 체감할 수 있었다.
여기를 제외하고도 공간이 중첩된 장소나 중음계까지 계산한다면 평생을 뒤져도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물론 그 평생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는 게 변수긴 했지만.
“허어! 넓긴 정말 더럽게 넓구나.”
고물 사이사이를 누비며 나름대로 열심히 보물을 탐색한 럭키도 힘이 빠졌는지 땅바닥에 배를 깔고 앉아 혀를 내밀었다.
다른 곳을 탐색한 성주신도 땀을 훔치며 물건 몇 개를 가져왔다.
“어디 보자. 칼 네 자루, 창 세 자루, 작은 망치 하나에 도끼 두 개라···.”
각자가 찾아온 물건을 모아놓고 품평회를 열었다.
“쯧쯧, 별로 쓸만한 게 보이질 않네. 넌 어떤 것 같으냐?”
럭키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의 눈에 차는 물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에 눈치를 본 성주신이 슬쩍 자신의 망치를 감췄다.
“내가 봐도 별로 쓸만한 건 없는 것 같아. 내가 무슨 칼이나 창 같은 걸 써 본 적도 없고. 될 수 있으면 원거리 무기 같은 게 있으면 싶은데 말이야.”
아까 가져다 놓은 곳엔 방패나 활 같은 무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런 걸 당장 사용할 순 없었다.
능력치가 상승하며 몸은 빨라졌다지만 근접전에서 승리할 만큼 무기에 능숙해진 건 아니었다.
군대 경험은 있으니 기본적으로 총을 사용할 순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맞는 건 총기류 같은 건데 고물상에서 찾은 물건들은 죄다 옛날식 무기들뿐이었다.
“저기 이건···?”
그와 럭키가 낙담하는 사이에도 부지런히 고물 사이를 뒤지던 성주신이 작은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검은색의 납작하고 폭이 넓은 상자였다.
상자의 재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지만, 녹이 슬지도 않았고 광택도 죽지 않은 것이 고물상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덜컹!
상자를 받아든 재운이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짧은 총신을 가진 초기 형태의 권총이 들어있었다.
유려한 곡선에 손잡이엔 금장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척!
권총 손잡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제법 묵직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상자 안에는 총알 하나가 함께 들어있었다.
연발 사격이 불가능한 한 발짜리 총은 근대에 만들어진 장식품처럼 보였다.
“한 번 쏴봐!”
럭키가 일단 시험해 보자고 재촉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러면···.”
외딴곳이라고 해도 정문 앞은 도심지였다.
게다가 노인들이 파지를 가지고 하나둘씩 모여들 때였다.
그런 상황에 총소리가 난다면···.
아니 혹시라도 총이 터지기라도 하면 뒷감당하기도 만만치 않을 거다.
“괜찮아, 내가 이미 결계를 쳐 뒀으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아까 저놈이 난리 쳤을 때 이미 사람들이 뛰어왔겠지.”
럭키가 안심하고 빨리 사용해보라며 그를 떠밀었다.
철컥!
내심으론 그도 궁금했기에 총알을 들어 총의 뒷부분에 밀어 넣었다.
이런 구식 총 형태에 후장식이란 게 좀 우스웠다.
모양만 보면 총구에다 화약을 넣고 철환 하나 떨구고 꼬질대로 막 쑤셔 넣어야만 할 것 같았다.
틈새 없이 총알을 삼킨 총이 짧은 빛을 발했다.
그 모습을 보면 이것도 역시 신물임이 틀림없었다.
총구를 들어 산 쪽을 가리켰다.
목표는 10미터 앞에 있는 고철 덩어리.
신중하게 두 손으로 손잡이를 감싼 후 한쪽 눈을 감고 표적에 조준점을 맞췄다.
꿀꺽!
저도 모르게 셋 다 침을 삼켰다.
방아쇠를 당긴 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물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곳에서 부상당 할 존재는 없었다.
제일 약한 재운도 힘의 본질이 회생과 부활의 권능이었기에 죽거나 다칠 걱정은 하지 않았다.
철컥, 탕!
주위를 감싸던 무거운 긴장감과는 달리 조그만 소리를 내며 권총이 격발되었다.
내심 큰 위력을 기대하던 모두가 일어난 상황에 코웃음을 치려 할 때였다.
푸아아악! 화르르륵!
총구에서 튀어 나간 뭔가가 얌전히 목표로 날아간 후 터져버렸다.
그리곤 표적이 된 고철 덩어리 안으로 침투해 불을 내뿜더니 순식간에 고철을 녹여버렸다.
화염 방사기 같은 끈적한 불꽃이 아니라 순식간에 물체를 녹여버리는 고온이 분명했다.
불꽃의 위력을 확인하려 잽싸게 뛰어간 럭키가 녹아내린 쇳물 앞에서 우두커니 멈춰 섰다.
“어떤 것 같아?”
재운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물었다.
“확실히 보통위력은 아니야. 이게 그냥 열로만 작용하는 것 같지도 않고.”
“열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고?”
“그래, 신물 중에서도 절대 흔한 물건은 아닌 게 확실해. 그 총알에서 나온 불은 아마도 진화(眞火)일 게다.”
“진화, 뭐 삼매진화 그런 거?”
“호, 네가 그런 것도 알았냐?”
“게임에도 나오거든, 날 너무 무시하지 말라고.”
“흐흐, 아무튼 그게 이 중에는 가장 쓸 만한 것 같구나. 단발인 게 큰 흠이긴 하지만.”
럭키가 아쉬운 눈으로 아직 총구에서 연기를 솔솔 피우는 권총을 바라보았다.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나에겐 회생과 부활의 권능이 있는데.”
재운이 자신에 찬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에겐 뭐든지 다시 살려낼 능력이 있었다.
한 발당 1포인트씩만 넣어주면 얼마든지 연사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목숨 같은 한 발 한 발이 되긴 하겠지만.
***
“벌을 분양 받고 싶다고라?”
“네, 저도 한번 키워보고 싶어서요.”
재운이 성주신에게 부탁했다.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이것들 키우기가 쪼께 거시기 할 텐데···.”
성주신이 파마머리가 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거라도 있나요?”
“별건 아니고, 이놈들이 승질이 워낙 더러워서 주인을 쪼까 가려 뿐져. 서로 익숙해지려면 솔찮게 벌침 좀 맞아야 할거여.”
“얼마 나요?”
“못해도 수천 방은 되겄제?”
“수, 수천 방이나요?”
바둑알보다 큰 벌의 벌침을 수천 방 씩 이나 맞아야 한다니.
키우려던 생각이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그 고비만 넘기믄 아주 수월혀. 게다가 이놈들 꿀이 아주 그냥 약발이 기가 맥혀뿔지.”
“얼마나 좋은데요?”
“말해 뭣혀.”
성주신이 팔을 들며 알통을 자랑했다.
말 허벅지만 한 팔뚝을 보니 모든 어려움이 다 사라질 것처럼 느껴졌다.
“키워볼게요. 아니 꼭 키우고 싶습니다.”
똥파리를 잡는 꿀벌들의 위력을 본 후 전력 강화 차원에서 키워보려던 계획이 건강 보건 쪽으로 몹시 기울어 버렸다.
하지만 벌을 키우겠단 결심은 더욱 확고해졌다.
“자, 여다 넣어줄텐께 잘 한번 키워 보드라고.”
부웅, 붕붕붕!
벌집이 든 자루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네줬다.
산기슭에 놔두면 알아서 꿀을 퍼 나르고, 벌집을 키울 거라고 했다.
그의 양봉에 대한 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복장, 내 복장이 워때서?”
성주신이 재운의 일을 돕겠다고 자청했다.
이곳을 자신의 거처로 삼은 이상 공밥을 얻어먹진 않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성주신에게 고물상 일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망치, 성주신 말로는 오함마를 얻은 뒤로 놀랍게도 성주신도 실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럭키의 말로는 신령의 힘으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함마를 든 성주신의 능력이 어느 정돈지 측정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 성주신이 고물상의 일원으로 합류한 후 남은 문제는 단 하나, 그의 복장이었다.
넝마 같은 치렁한 옷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위에 받쳐입은 갑옷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성주신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갑옷은 절대 벗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여기서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갑옷을 내려놨다.
일단 재운이 입던 삼선 운동복을 줬다.
다리 춤은 짧고 어깨와 배가 맞지 않아 지퍼를 잠글 수도 없었다.
흰 러닝셔츠 위에 잠그지 않은 운동복을 걸치니 그냥 동네의 평범한 건달(?) 같았다.
험한 인상에 커다란 체구를 한 파마머리 아저씨가 그렇게 동네 명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건달로 위장한 그를 데리고, 앞으로 함께 일할 소정을 향했다.
럭키는 또 뭔가를 대비한다며 고물상을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 작가의말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제목은 "만렙용병 재벌 성공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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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의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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