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서막 (1)
퍽, 슈우웅, 켁!
손가락 하나를 가지고 다섯 놈을 모두 하늘 위로 띄워 보냈다.
중력을 무시한 듯한 체험에 다들 어린아이처럼 신나 했다.
슈우웅, 쿠당탕!
아악, 엄마아아!
즐거운 경험에 다들 엄마 생각이 나는가 보다.
하늘 끝에서 땅으로 내려꽂힌 놈들이 감격하며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어슬렁, 어슬렁!
미야아아!
새끼 고양이를 입에 문 럭키가 성주신 앞으로 걸어왔다.
3개월령 크기의 럭키가 커 보일 정도로 그 새끼 고양이는 작았다.
입에 물고 있던 새끼 고양이를 내려놓은 럭키가 성주신을 보며 물었다.
“이놈들은 또 뭐냐?”
“아, 성님 오셨소. 이놈들이 저번에 문 앞에서 설치던 그 아그들이어라. 쥐새끼처럼 숨어들었는지 요서 헤매고 있어서 친절하게 교육하는 중이었서라.”
“히익! 고, 고양이가 마···말을···.”
다리가 반대로 꺾인 놈이 그와 중에도 신기한 장면에 놀라고 있었다.
그때 던전을 헤매다 끌려온 새끼 고양이가 시끄러운 소리로 울어댔다.
[두목, 저 새끼들이에요. 저 새끼들이 할매 집에다 불을 질렀어요.]
“그놈 참, 입에 걸레라도 물었나? 주둥이가 매우 걸구나. 나처럼 훌륭한 고양이가 되려면 고운 말씨부터 쓰거라.”
[예 두목! 아무튼, 저 쌍놈의 쉐키들이 불을 질렀어요.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그놈 참, 말귀를 못 알아먹네. 그래서, 지금 저놈들이 확실하다는 거냐?”
[예, 두목!]
“알겠다. 넌 여기 가만히 있다가 내 뒤를 따라서 이곳을 벗어나도록 해라.”
냥냥 거리며 뛰어다니는 새끼 고양이를 바라보던 성주신이 물었다.
“성님, 쟈가 뭐라는 거요?”
“저 새끼···, 에이 씨! 저놈들이 할매 집에 불을 지르는 것을 봤다는구나.”
“아따, 저 썩을 놈들이 범인이었고 만이라잉. 느그들 오늘 내 헌테 잘 걸렸다.”
퉷!
어느새 성주신의 손에는 긴 손잡이의 오함마가 들려져 있었다.
손바닥에 침을 뱉은 그가 오함마의 머리 부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흰 런닝에 삼색 줄무늬 운동복 하의를 입은 그가 오함마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한발 한발 다가갔다.
오함마를 든 웬만한 남자 몸통보다 굵어 보이는 어깨가 불끈불끈 춤을 추고 있었다.
“히이익! 가, 가까이 오지 마. 겨, 경찰에 시···신고할 거야.”
부러진 팔다리를 끌며 놈들이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 땅바닥을 기었다.
몇 놈의 바지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저 파마머리 근육 덩어리는 손가락 하나를 튕겨서 사람을 하늘 높이 쳐올렸었다.
그런 괴물이 손에 사람 머리통만 한 오함마를 들고 있는 거다.
오함마의 대가리 부분이 아니라 손잡이에만 맞아도 모두 골로 갈 것 같았다.
평소 잔인하다 자부하던 자신들도 저놈의 행동에 비하면 천사 쪽에 가까울듯 싶었다.
“뭐, 경찰? 느그들은 아직도 여가 어디인지 영~감을 잡지 못하는 구마잉. 경찰 할애비가 와도 여는 못 찾는당게.”
그가 ‘흐흐’ 거리며 신나 했다.
성주신이고, 성황신이고 하는 계급장을 떼면 그의 성격은 순수한 폭력 그 자체였다.
게다가 못된 사또 놈에게 엮여서 성주신 노릇을 하며 더러운 꼴을 수도 없이 많이 봐왔었다.
덕분에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이런 승냥이 같은 놈들이었다.
던전 안에선 하늘의 율법이라도 해당 사항이 없었다.
어쩌면 이곳 던전이야말로 그의 유일한 해방구일지도 몰랐다.
그가 오함마를 가볍게 들어 올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벽 쪽으로 몰린 놈들이 마지막을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을 때였다.
“어이 동생, 아직 저놈들을 처리하면 안 돼. 재운이 놈에게 저놈들 진술을 듣게 해야 한다고.”
“쩝!”
입맛을 다시며 그가 들어 올렸던 오함마를 내렸다.
쿵!
오함마가 바닥에 닿자 땅바닥이 ‘웅웅!’ 대며 떨려왔다.
히이이익!
놈들이 겁을 먹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신음했다.
“아그들아, 남은 일은 쪼까 이따 봐야 쓰것다. 그때까지 숨관리 잘 하드라고. 알았제?”
끄덕, 끄덕!
뭔 말인 줄도 모른 채 놈들이 무작정 고개를 끄덕거렸다.
놈들의 이성은 이미 공포에 얼어버린 상태였다.
“이놈들은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동생이 가면서 이놈 좀 밖으로 내보내 줘.”
“야, 알긋쓰라 성님! 아가야, 이리온나. 언능!”
성주신이 커다란 손바닥을 내밀자 새끼 고양이고 손을 타고 그의 어깨 위로 올라탔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기어이 그의 머리 위까지 올라간 새끼 고양이가 바닥을 뒹구는 놈들을 내려다보며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흡사 자신이 성주신이라도 된 것처럼 고양이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리곤 성주신을 바라보며 존경의 눈빛을 마구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곱슬머리 위에 새끼 고양이를 얹은 성주신이 큰 몸을 흔들며 던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
성주신에게서 놈들의 소식을 들은 재운이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
사지가 부러진 놈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서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할 뿐이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서서히 그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서는 안구의 실핏줄이 터질 듯 굵게 불거져 있었다.
“다시 한번 물을게, 너희들에게 사주한 놈이 비성유통이란 게 확실한 거지?”
너무도 차분한 목소리가 오히려 싸늘하게 들렸다.
재운의 질문에 건달들이 강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엔 목뼈에 금이 간 놈도 있었다.
“네, 분명합니다. 비성유통의 비서실장이란 자가 매번 우리에게 의뢰했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그래서 똑같은 방식으로 너희들이 집에다 불을 질렀다?”
“그, 그냥 문 옆에 파지가 쌓여 있길래 겁주려는 목적으로 살짝···.”
“살짝, 살짝 뭐? 종이 더미에 불을 붙이면 그게 자연히 사그라들 줄 알았다는 거야?”
“그, 그건 아니지만 ···. 그렇게까지 커질 줄은 미처···.”
퍼억!
슈욱, 크아악!
변명을 늘어놓는 우두머리의 주둥이를 향해 재운이 발차기를 날렸다.
성주신의 발차기완 비교도 되지 않았지만, 놈의 몸이 붕 떠올랐다가 그대로 바닥에 메다 꽂혔다.
“이 새끼야, 변명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뭐, 그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 문 옆에다 불을 질러놓고 그런 소리가 나와, 그것도 환기조차 잘 안 되는 반지하였는데···?”
퍼억, 슈욱, 커억!
퍼억, 슈욱, 끄억!
무자비하고 집요하게 놈의 한 곳만을 찼다.
계속된 고통에 놈이 눈을 까뒤집으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회생을 통해 놈을 회복시키고 다시 팰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놈에게 자신의 금쪽같은 하루 치 생명을 헌납하고 싶진 않았다.
공포에 떨고 있는 다른 놈들을 돌아본 그가 뒤돌아서 던전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럭키가 물었다.
“너 어딜 가는 거야?”
“당장 복수하러. 이 소릴 듣고도 가만있다간 내가 미쳐 버릴 것 같아서.”
“이놈들은 어떡하고?”
“몰라, 그딴 놈들. 그냥 편한 대로 처리해버려.”
사람의 목숨이 아닌 양, 그가 물건처럼 그들의 처후를 맡겨버렸다.
럭키가 고개를 끄덕이자 성주신이 앙증맞게 웃으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놀란 그들이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재운의 발소리가 멀어질수록 그들의 비명은 커져만 갔다.
***
“시발, 사옥 한번 지랄 맞게 크네.”
비성유통의 본사 건물 앞에 선 재운이 고개를 치켜들며 욕을 쏟아냈다.
분명 그의 부모님 목숨과 또 다른 이들의 생명까지 빼앗으며 쌓아 올린 건물일 거다.
그렇게 잔뜩 부를 쌓아 놓고도 남이 가진 작은 것마저 탐이나 생명까지 불태워버렸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고 치가 떨렸다.
홧김에 무작정 차를 타고 달려왔지만 이미 밤은 깊었고, 건물 안엔 사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당장 천 사장의 집을 찾을 수도 없었다.
날이 밝고 놈의 위치를 찾아낸 뒤에나 구워 먹든 삶아 먹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뜨거워진 가슴이 이대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있었다.
저 잘난 건물이라도 시원하게 부숴놔야 진정될 것 같았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그가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경비실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불이 켜진 곳은 없었다.
건물 위쪽에 큰 구멍이라도 하나 내놓고 돌아갈 계획이었다.
철컥!
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며 낮은 경계벽을 넘어 주차장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퉁!
이질적인 에너지가 그의 몸을 튕겨냈다.
회사 안 주차장과 회사 밖의 보도블록을 구분 짓는 경계벽을 기준으로 결계 같은 것이 쳐져 있었다.
“젠장, 후환은 두렵다 이거지.”
그가 겪은 바론 이런 짓 하고도 무사 하려면 뒤에 강력한 수호신 하나 정돈 있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탕!
경계벽에 쳐진 결계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퉁!
그의 몸을 튕겨냈듯이 결계가 총알을 아주 쉽게 튕겨내 버렸다.
회생!
타앙, 퉁!
총알을 재생한 후 공격치를 최대한 때려 박은 상태로 재차 발사했다.
하지만 처음과 같이 너무 쉽게 튕겨버렸다.
쉬우웅, 팡, 화르르!
결계를 맞고 나온 탄두가 그의 뒤편에 있던 가로수를 맞고 폭발했다.
애꿎은 나무만이 유탄을 맞고 활활 타올랐다.
“제길, 고작 결계 하날 가지고···.”
오기가 생긴 그가 다시 회생을 거쳐 한계치까지 총의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총에서 이상한 빛이 나며 조금씩 떨림이 전해졌다.
“그만 멈춰라!”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뒤쪽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다급하게 총의 방향을 튼 그의 눈에 거대한 덩치의 실루엣이 보였다.
덩치의 어깨 위로 고양이 꼬리가 보였다.
럭키와 성주신이었다.
총구를 내린 재운이 그들을 향해 물었다.
“왜 말리는 거야, 내 마음 알면서···. 복수 같은 거 하지 말라는 소리라면 소용없어. 부모님과 할매 같은 피해자가 다신 생기지 않도록 내 손으로 놈을 끝장낼 거야.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성난 어깨를 들썩이며 그가 외쳤다.
성주신의 어깨에서 뛰어내린 럭키가 총총히 다가오며 그의 앞에 섰다.
그리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복수를 하겠다는 건 말리지 않으마.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구나.”
“왜, 뭣 때문에 때가 아니라는 건데?”
“잘 봐라.”
럭키가 단죽을 들어 결계가 있는 곳으로 날려버렸다.
무섭게 회전하며 허공을 날아간 단죽이 빛을 내며 원반 형태를 만들었다.
원반이 결계가 있는 부분에 부딪히며 깊게 파고들었다.
원반 빛이 닿은 결계 부분이 빛나면서 여러 겹의 층을 이루었다.
잠깐 힘의 대치를 보이던 원반이 결계의 탄성에 밀려 힘없이 튕겨 나와 버렸다.
임무를 완료한 결계가 다시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졌다.
튕겨 나온 원반이 단죽으로 바뀌며 럭키의 손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봤느냐?”
“결계가 하나가 아니었군.”
“그래 내가 느끼는 것만 다섯 겹이다. 지금의 너로서는 저 결계 조차 해결할 수 없어.”
“그놈이, 대체 그 새끼가 뭐길래 저런 강력한 결계를 펼칠 수 있는 거지?”
“나도 모른다. 다만 저 결계가 그놈의 능력이 아니라, 특정 물건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건 알고 있지.”
“물건, 어떤 물건?”
“우리가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물건. 그게 저 결계를 만들어 낸 거지.”
“그렇다면 놈도 ···.”
“그래, 그 천 사장이라는 놈도 분명 신과의 연이 닿아있다는 말인 게야.”
럭키가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또 다른 신이거나 신급의 뭔가가 놈의 뒤를 봐주고 있는 듯했다.
- 작가의말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제목은 "만렙용병 재벌 성공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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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의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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