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스 (2)
“다시 한번 도전!”
재운이 힘차게 외쳤다.
새로 얻은 타마스의 씨앗은 10개였다.
“무작정 그냥 하려고?”
“에이~, 그럴 리가! 이번엔 동굴 안에다 확실하게 구획을 나눠놓고 작업해야지.”
럭키의 우려에 명확한 계획을 제시했다.
럭키와 머리를 맞대고 동굴 안에다 결계를 치기 시작했다.
동굴 가장 안쪽에 타마스를 키우고, 동굴 끝에다 벌집을 가져다 놓을 생각이었다.
동굴 속에 퍼진 타마스의 향기는 절대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만하면 더는 위험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작업을 마치고 손을 털며 럭키를 쳐다보았다.
럭키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고!”
씨앗 하나를 꺼내어 재생의 권능을 발현했다.
잽싸게 땅에 씨앗을 묻고 일행이 급하게 동굴 중간으로 피신했다.
화아악!
잠시 후 타마스가 다시 꽃망울을 터트렸다.
역시나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전보단 미혹의 강도가 확실히 약해졌다.
동굴을 에워싸고 있는 결계들이 타마스의 매혹적인 향기를 잡아두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재운이 럭키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짝!
럭키도 앞발을 들어 그의 손바닥과 마주쳤다.
둘이 합심하여 만든 결계가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지난 고생 들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제 벌들을 옮겨 오자고.”
바라던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자 일행은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성주신이 큰 덩치로 뒤뚱거리면서 벌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부우웅!
성주신이 가져온 벌이 든 자루가 동굴 입구 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 옆에는 재운이 마련한 새로운 벌통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물론, 벌들을 모두 다 옮겨온 것은 아니었다.
벌들을 적당히 둘로 나누고 반쪽을 자루에 담아서 가져왔다.
성질 나쁜 놈들이 벌집을 자루에 담고 있던 성주신에게 침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쇠도 뚫어버리는 벌침이 그의 단단한 가죽은 뚫지 못했다.
번개를 맞아도 끄떡없는 그의 방어력에 벌들은 하찮은 날갯짓만 할 뿐이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벌을 짊어지고 온 성주신이 동굴 입구에다 자루 채 던져넣었다.
벌들의 침 공격이 아프진 않았지만 간질거리는 느낌은 과히 좋지 않았다.
그가 동굴 밖으로 나오자 임시로 동굴 입구에 결계를 쳤다.
벌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막고, 타마스의 향기가 좀 더 빨리 작용하게 하려는 조치였다.
모든 계획을 마친 일행이 동굴 밖에서 초조하게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나 강림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유독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일벌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주변 탐색을 마친 뒤였다.
유독 커다란 덩치를 가진 황금빛 벌 한 마리가 우아한 날갯짓을 하며 느릿하게 날아올랐다.
누가 봐도 여왕벌임을 단번에 알아챌 만큼 여타 벌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느릿하게 주위를 한 바퀴 선회한 여왕벌이 동굴 안쪽으로 날아갔다.
땀이 나도록 손을 꼭 쥔 일행이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한참이 지난 후 끈적한 액체가 묻은 여왕벌이 동굴 입구로 날아왔다.
그리곤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벌통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뒤이어 벌떼가 여왕의 뒤를 따라 새 벌통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공이다!”
유독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강림이 제일 먼저 환호했다.
벌들이 모두 새집으로 이사를 마치자 입구에 쳐놓은 결계를 풀었다.
역시나 꿀벌들은 벌통을 떠나지 않았다.
몇몇 벌들이 동굴 밖으로 날아갔지만, 주변을 정찰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
오히려 평범한 꽃을 찾아야만 벌들 모두가 꿀을 빨 수 있었다.
타마스 한 송이론 그들의 배를 채울 수 없었다.
결계를 해제하자 은은하게 타마스의 향기가 흘러나왔다.
“좋아 좋아, 딱 예상한 대로 됐군.”
재운도 어렵게 얻은 결실에 기뻐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근디 이젠 이것으로다 뭐를 할거여?”
성주신이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당연히 개체 수를 늘리고 훈련 시켜서 싸울 때 활용해야죠.”
“워떻게 데리고 다닐 건디?”
“당연히 성주신처럼 소매 속에 넣어서···.”
“그라믄 내처럼 수만 방은 쏘여야 옷 안에다 넣고 다닐텐디, 괘안컸어?”
“······.”
그는 할 말을 잃었다.
한두 방 쏘여본 결과 그 짓은 절대 할 짓이 아니란 걸 체감했다.
“뭐야, 그럼 여태껏 헛짓거리 한거야, 그 고생을 했는데?”
럭키도 발끈하며 화를 냈다.
재운의 머리가 힘없이 떨어졌다.
***
[띠링! 퀘스트, 꿀벌들을 훈련 시켜라.
퀘스트 1) 벌들을 담을 휴대용 아이템을 찾아라.
퀘스트 완료시 100포인트를 획득.
첫 퀘스트 보너스로 완료시 1000포인트를 추가 지급.
퀘스트를 승낙 하시겠습니까? ]
그가 좌절하려는 순간 기적처럼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라니?
미션이 아닌 메시지는 처음이었다.
놀랍게도 할지 말지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었다.
항상 강제적인 미션을 하다 보니 이런 작은 배려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추가 보너스 1000점이 그를 흥분케 했다.
“당연히 콜!”
[띠링! 퀘스트를 승낙하셨습니다.
제한시간 : 24시간.
퀘스트 실패 시 제시한 포인트의 두 배를 차감합니다.]
메시지가 그의 뒤통수를 쳤다.
제한시간은 짧고, 실패하면 2배를 빼 간다고 협박했다.
퀘스트 완료 시 획득할 점수는 1100점.
2배면 2200점.
현재 자신의 누적 포인트는 2390점이었다.
실패하면 달랑 190포인트만 남게 된다.
“시발, 그러면 그렇지. 세상에 공밥이 어딨다고. 크윽!”
비통해하는 그를 보며 럭키가 이유를 물었다.
설명을 들은 그가 실컷 비웃었다.
“넌 정말 생각이란 게 없구나. 준다고 모두 덥석 물면 그게 사람이냐, 붕어 새끼지.”
럭키의 모욕에도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이 봐도 붕어같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제길, 1100점을 준다는 데 그럼 그걸 포기해?”
하찮은 변명으로 쓰린 속을 달랬다.
하지만 이대로 자책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한시간이란 폭탄이 이 순간에도 초침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
“벌을 담을 휴대용 아이템을 찾으라고, 어디서?”
다들 어리둥절했다.
밑도 끝도 없이 아이템을 찾으란다.
“무슨 추가 설명 같은 건 없고?”
“전혀···.”
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물상을 다시 뒤져 볼거나?”
성주신이 의견을 냈다.
그의 오함마가 이곳에서 출토(?)됐으니 다른 것도 나올 확률이 있었다.
그중에 벌들을 담을 휴대용 아이템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 있는 건 죄다 금속이나 뼈 같은 거로 되어있어. 그런 단단한 재질이 아니면 그 오랜 세월을 견뎌낼 수 없을 테니까. 휴대용이란 게 절대 무거울 리 없고, 최소한 속은 비었을 터. 고물상에서 찾긴 힘들게야.”
럭키가 의견을 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통 옛날 물건을 아이템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강림도 한몫 거들었다.
“호오, 듣고 보니 그렇구먼. 그럼 아이템이란 게 대체 뭘 거나?”
럭키도 처음으로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게 옛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요즘은 저세상도 네트워크가 참 잘돼 있거든요. 인드라망을 활용한 상호 통신방법 같은 거죠.”
자신의 의견이 먹혀들자 신이 난 강림이 입을 털기 시작했다.
간만에 받아보는 남의 시선이 그렇게 짜릿할 수 없었다.
강림의 두서없는 얘기를 요약해보면 이러했다.
요즘 저승뿐 아니라 다른 차원 간에도 원격 네트워크인 인드라망이 활성화되고 있었다.
그 인드라망 안에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게시판 같은 것도 존재했다.
더는 필요치 않거나 사정이 급한 신들이 급하게 신물을 처분하려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새로운 것에 좀처럼 관심이 적은 신들의 특성상 아직은 광범위하게 활용되진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나 덕후는 존재했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그런 덕후 성향을 지닌 이들이 주로 그 게시판을 이용했다.
그들은 게시판에 올린 신물을 속칭 아이템이라고 불렀다.
“그거다, 그게 분명할 거야!”
설명을 들은 재운이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딱 봐도 메시지와 맞아떨어지는 얘기였다.
그 게시판에 들어가 벌을 담을 아이템을 구매하면 되는 거다.
제한시간이 짧은 것도 온라인 거래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그 인드라망에 접속할 수 있지, 혹시 너도 그 게시판을 사용해 봤어?”
재운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대략의 방향을 정했으니 이젠 최단 시간 안에 거래를 성사시켜야 했다.
“내 주제에 어떻게 그런 델 들어가냐? 최소한 거래할 만한 아이템이 있고, 그걸 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난 그저 쉼 없이 일만 하는 개미일 뿐이야, 댓가도 없이 일만 하는···. 후~!”
갑자기 설명이 신세 한탄으로 흘러갔다.
강림의 눈가가 축축하게 젖고 있었다.
“그래서 뭐야, 넌 누구한테 그 정보를 들은 건데?”
그의 감상을 계속 들어 줄 시간이 없었다.
벌써 1시간이 훅 지나가 버렸다.
“있어, 저승에서 한자리하다가 은퇴한 양반이. 참 괴팍하고 성질 더러운 양반이지.”
아직도 감성에 젖어있는 그가 쪼그려 앉은 자세로 땅바닥에 끄적거리며 대답했다.
“그 양반 거처가 어디냐, 설마 저승?”
럭키가 답답하다는 듯 끼어들었다.
“저승은 아니고요, 그 옆이라고 해야 하나? 이승에선 거길 명계라고 부르죠.”
우울한 강림의 목소리가 일행을 모두 우울하게 만들었다.
명계는 신들도 함부로 갈 수 없는 세계였다.
남한에서 북한을 쉽게 갈 수 없듯이···.
***
“일단 저라도 그곳으로 가봐야겠어요.”
재운이 강림을 붙잡고 끌면서 일행에게 말했다.
“거긴 우리한테도 위험한 곳인데, 괜찮겠어?”
럭키와 성주신이 애써 말려 보았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네, 사람 두 번 죽지, 설마 세 번 죽겠습니까? 저도 이판사판입니다.”
바둥대는 강림을 옭아매면서 그가 창고 쪽으로 움직였다.
“내가 왜 거기에 가야 하는데? 왜 내 의사를 무시하냐고.”
강림이 동행을 거부하며 버텼다.
“너 밖에 거기에 가본 사람이 없잖아.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이럴 때 좀 도와줘.”
재운이 살살 달래가며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엔 강림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두 번! 클럽에 두 번 가게 해줄게.”
계속 버티려는 그에게 큰 미끼를 꺼내 들었다.
완강하게 버티던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세 번! 클럽 세 번에 회식 세 번 추가. 아니면 나 안 해.”
그가 패를 받고 더블을 외쳤다.
“야,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나도 이것저것 벌여놓은 게 많아서 바쁘다고. 그러니 둘 둘로 하자. 클럽 둘에 회식 둘, 콜?”
재운도 만만치가 않았다.
“좋아 콜! 대신 이번엔 다녀오자마자 가는 거다?”
“좋아, 약속할게.”
서로가 새끼손가락을 걸며 맹세했다.
몸에 힘을 푼 강림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행보를 럭키와 성주신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차원으로 연결된 창고 문고리를 잡은 재운이 남은 일행을 향해 인사를 마쳤다.
그의 다른 손에는 강림의 손이 쥐어져 있었다.
차원의 문은 목적지를 아는 사람만이 곧바로 연결할 수 있었다.
아니면 중간계만 열릴 뿐이었다.
다들 무사히 다녀오라는 시선을 보내며 배웅할 때였다.
우르르 쾅쾅!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휘감았다.
“이놈들, 여기 숨어 있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더냐?”
먹구름 속에서 잔뜩 성이 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튀어!”
럭키가 일행을 향해 외쳤다.
- 작가의말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제목은 "만렙용병 재벌 성공기"입니다.
https://novel.munpia.com/214358
독자님들의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