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사 스테인 (2)
[레벨 : 10
공격력 : 188
방어력 : 101
정신력 : 152
체 력 : 100
경험치 : 7088 ]
알찬 숫자들이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레벨 10 이상의 추가기능.
원하는 능력을 경험치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1회 최대 강화치 : 200
중복 강화는 할 수 없습니다.]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추가기능, 강화?”
그가 생소한 내용에 고개를 갸웃했다.
“뭔데 그래?”
럭키가 그에게 물었다.
그가 메시지의 내용을 말하자 럭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옛날식 강화법이야. 경험치를 쌓아 능력으로 바꾸는 거지.”
“아하, 이게 클래식한 방법이구나. 그게 10레벨부터 되는 거였군.”
그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유가 얘기했던 아이템을 강화하는 방식 이전에 하던 신들의 성장법이 이런 것이었다.
“너무 좋아할 것 없어. 이제야 네가 겨우 신으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니까. 아직 머어~렀다고!”
“나도 알아. 내가 이제야 알에서 벗어났다는 걸.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거지.”
“하하, 고 녀석. 말은 참 잘 헌다. 네가 얼마나 성장할지 내가 옆에서 한번 지켜보마.”
둘이 엎드려있는 괴수들을 밟으며 동굴 너머로 걸어 나갔다.
자신의 몸을 밟고 있는데도 놈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재운이 보여준 총의 위력은 놀라웠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무기의 위력에 그들은 하나같이 얼이 빠져 있었다.
둘의 뒤를 쫓아 미유와 알프레도가 지나갔다.
그들도 과감하게 괴수들을 밟으며 바쁘게 둘의 뒤를 쫓았다.
재운 일행이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일어서는 놈이 없었다.
서로 눈치를 살피며 계속 엎드려 있었다.
괜히 먼저 일어났다가 다시 돌아온 그들에게 찍히고 싶진 않다는 심리였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
“두목님, 침입자 놈들이···.”
부하 하나가 헐떡이며 들어왔다.
“아이 씨, 이번엔 또 뭐야? 그리고 내가 폐하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넌 왜 자꾸 두목이라고 부르는 건데, 너 나한테 반항하는 거냐?”
집중이 깨진 스테인이 짜증을 부렸다.
이 새끼들은 꼭 중요한 고비 때만 찾아왔다.
그동안 들인 공이 얼만데 이 중요한 시간에 방해를 하는 건지.
손만 비어있었어도 저런 것들 죄다 대갈통을 날려 버렸을 거다.
그의 감정이 시선에 충분히 실렸는지 보고를 하러 들어온 놈이 움찔하며 밖으로 도망쳤다.
혀를 찬 그가 다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이건 뭐 이렇게 조립이 까다로워서야. 경험치만 더 있었으면 완성품을 사는 건데. 젠장!”
그의 손엔 우주선 부품들이 들려있었다.
프라모델처럼 부품을 떼어다 하나씩 조립하는 중이었다.
특이한 점은 그 크기가 실물 크기란 것이다.
우주선을 조립해 그걸 타고 다른 차원으로 튀는 것.
그게 스테인의 장대한 계획이었다.
그걸 위해 죽자고 강화 아이템을 팔았고, 그 경험치로 겨우 조립식 우주선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완벽한 우주선이 완성될 판이었다.
장거리를 비행하기 위해선 아직도 강화해야 할 부품이 몇 개 더 남아있었다.
그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그의 집중력이 최고조를 향해 치달았다.
***
캬아아앙!
타앙!
털썩!
달려들던 놈들이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놈들의 뒤로 다시 한번 후폭풍이 몰아쳤다.
총의 위력을 맛본 놈들은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자신들이 생전 보지 못한 방식과 위력에 겁을 먹고 도전을 포기하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크와아아앙!
그래도 개중엔 무모하리만치 만용을 부리는 존재도 있었다.
동굴의 높이가 커지면서 3m가 넘는 괴수들도 간혹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런 체구의 놈들은 절대 쉽게 항복하지 않았다.
일단 한 대는 맞아보고 신중하게 항복했다.
탕!
퍽!
꺄아아아!
허벅지를 뚫고 지나가는 총알을 보며 놈이 서럽게 울었다.
회전력을 잔뜩 먹은 총알의 위력에 놈의 다리 하나가 누더기가 돼버렸다.
털썩!
중심을 잃고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한 놈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곤 두 손을 머리 위로 들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런 놈의 옆을 재운이 지나갈 때였다.
무방비한 틈을 보이자마자 놈이 그곳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탕!
퍽!
털썩!
물론 고의로 보인 약점이었다.
함부로 살생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약간의 시험을 해본 것일 뿐이다.
짐승의 본능처럼 놈들은 약점만 보이면 돌변했다.
그것이 그들의 본능이란 걸 알았기에 더 이상의 자비는 허용치 않았다.
타앙!
휘리릭!
푸하아악!
다시 한번 공격력을 때려 넣으며 전방으로 총알을 날렸다.
괴수들을 휩쓴 총알이 그대로 돌로 된 문짝 하나를 날려 버렸다.
그 후폭풍에 휘말린 놈들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재운과 럭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미유와 알프레도는 터덜거리며 그들을 따라갔다.
처음의 전투 이후 그들이 활약할 기회는 더이상 없었다.
놈들과 붙기도 전에 재운이 모두 굴복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편하면서도 조금은 허무한 심정으로 문 안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와글, 와글!
먼저 들어갔던 재운과 럭키가 얼어붙어 있었다.
2층으로 된 넓은 운동장 같은 홀 안에 엄청난 괴수들이 떼 지어 몰려있었다.
놈들이 회식이라도 하는 듯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다가 폭음과 함께 그들이 들어서자 순식간에 조용해져 버렸다.
모두의 시선이 재운 일행을 향했다.
짧은 정적이 일행의 숨을 턱 하니 막아버렸다.
콰아아!
크와와아!
짧은 침묵은 괴수의 포효와 함께 깨져버렸다.
흥분한 괴수들이 떼를 지어 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젠장, 어째 너무 순조롭다 했다. 튀어!”
럭키의 구령에 맞춰 일행이 돌아온 길을 향해 뛰었다.
토끼를 쫓는 살쾡이처럼 화난 괴수들이 미친 듯이 그들의 뒤를 쫓아왔다.
***
벌컥!
쾅!
또다시 찾아온 불청객에 스테인은 분노했다.
작고 정밀한 부품을 끼우던 중 들려온 소음으로 인해 부품을 저 아래 바닥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내 이것들을 당장···.”
분노한 그가 총을 집어 들었다.
이런 깡촌에 숨어든 그가 왕 노릇 할 수 있게 해준 신물이었다.
저놈들은 총소리만 들어도 벌벌 기어 다녔다.
그렇기에 이주 초기를 제외하면 몇백 년간은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런 총을 다시 꺼내 들 만큼 지금 그의 분노는 매우 컸다.
“이 새대가리 같은 놈들이···, 응?”
그가 흉악한 이빨을 털며 방 안으로 들어온 침입자를 조준했다.
그의 눈앞엔 전혀 예상치 못한 것들이 서 있었다.
침입자 중 하나가 자신과 똑같은 총을 들고 겨누고 있었다.
재운이었다.
그도 놀랐는지 눈만 크게 뜨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야, 그 구식모델은?”
깜짝 놀랐던 그가 재운의 총을 보며 비웃었다.
얼핏 보면 같은 모델 같았지만 저건 강화가 전혀 안 된 구닥다리 총이었다.
기껏 해봐야 자신의 총 반도 안 되는 가격일 것이다.
물론 총 이란 아이템 자체가 희귀하긴 했지만 모든 차원을 놓고 보면 못 구할 물건도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의 애병 정도는 돼야 어디 가서 ‘강화 좀 했구나.’ 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무기빨에 목숨 거는 그로 썬 적잖은 우월감을 표출할 만했다.
“이봐, 네가 결계를 강화시키는 강화사냐?”
럭키가 던진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결과가 나왔다.
[띠링! 미션, 강화사를 포획하라!
미션 1) 강화사를 만나라.
미션 완료, 1000포인트 획득합니다..
이계 첫 미션 보너스 1000포인트가 추가 지급됩니다.
제한시간 : 20시간.
누적 포인트 : 6077점
최종 미션 완료시 5000포인트와 새로운 권능을 얻게 됩니다.
미션 실패 시 60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메시지가 그를 강화사라 확인시켜 줬다.
그것이 아니라 해도 그가 마계 출신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커다란 뿔, 심통 맞게 생긴 벌건 얼굴, 왕방울만 한 눈까지.
빨간색 황소를 연상시키는 인상은 전형적인 마계의 것 그대로였다.
2m는 되어 보이는 체격에 온몸이 싸움에 적합한 근육질로 되어있었다.
자신들이 찾고 있는 용의자 중 하나가 마계에서 도망 나온 놈이라 했으니 이놈이 분명했다.
“허, 고양이가 말을 하네. 넌 묘족의 새끼냐? 그거 몽땅 인간들한테 잡혀갔다고 하더니···.”
“캭, 어디서 이 몸을 묘족 나부랭이에 갖다 대. 니 눈깔은 그저 장식인 게냐?”
럭키가 묘족 취급에 발끈했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스테인은 동요하지 않았다.
“아따, 그 고양이 성질 한번 사납네. 털을 확 베껴놔야 얌전해 질려나?”
“이런 육시럴, 네놈은 뿔 하나 뽑혀봐야 정신을 차릴래?”
둘의 말싸움은 팽팽한 기세 싸움 같았다.
농담 같은 도발을 하면서도 서로의 정체와 약점을 찾고 있었다.
“결계 아이템을 강화하는 문제로 찾아왔습니다.”
보다 못한 재운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럭키를 노려보던 시선 그대로 재운에게 옮겨갔다.
그의 눈빛에서 전해지는 살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재운에게까진 통하지 않았다.
“대충 보니 어디 변두리의 신들 같은데, 결계 아이템 장사는 예전에 접었어. 이젠 장사 안 하니 헛지랄 말고 어서 꺼지쇼.”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속에 상대를 도발하는 힘이 들어있었다.
어지간한 정신력이 아니면 화를 내며 달려들 만큼 그의 목소리는 도발적이었다.
이것이 마계 것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라고 럭키가 말했었다.
그 말을 듣고 럭키도 마계 출신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콧김을 ‘쉐쉐’ 불어가며 스테인이 축객령을 내렸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그의 얼굴빛이 한층 더 붉어졌다.
이렇게 부드럽게 말했는데도 들어 처먹지 않으면 상냥한 주먹 말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 새끼들, 내가 누군 줄 알고 좃밥으로 보는 거야?”
혼자 흥분한 그가 총을 들어 일행을 겨눴다.
재운도 마주 보며 총을 정조준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쾅!
“두목, 큰일 났소. 침입자들이, 침입자들이···”
탕!
그 순간 스테인의 총이 발사됐다.
총구를 벗어난 총알이 문을 열고 들어온 부하의 뿔 하나를 분질러버렸다.
“이 새끼야, 폐하라고 말하라니까. 그리고 침입자는 벌써 여기 들어왔어. 넌 이것들 하나 못 막고 왜 뒷북만 치고 있는 거야? 이 쓸모없는 버러지들 같으니라고.”
히끅!
뿔 하나를 잃은 괴수가 놀란 마음에 딸꾹질을 했다.
“그, 그게 아니라 다···다른 침입자들이 떼로 몰려와서···.”
“뭐, 또 어떤 새끼들인데?”
“그, 그것이 아무래도 두목···아니 폐하와 같은 생김새라···.”
부하의 보고를 듣고 스테인의 붉던 얼굴이 시퍼레졌다.
그토록 피하고 싶던 일이 결국 터지고야 만 것이다.
“시발, 아닐 거야. 아직 조립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 새끼들이 왔을 리가 없잖아?”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그가 재운 일행을 무시하며 재빨리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어딘가를 만지니 벽 전체가 거대한 모니터로 변했다.
벽 곳곳에 수많은 화면이 떴다.
그중 동굴 입구 쪽을 비추는 화면에 일련의 무리가 잡혔다.
딱 봐도 스테인과 닮은 황소들이 무기를 들고선 괴수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지옥의 모습이 이곳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다.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든 생명이 그들의 발굽 아래 처참하게 뭉개지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시발, 좃됐네.”
화면을 본 스테인이 양손으로 뿔을 잡으며 절망했다.
그를 잡으러 마계의 정예군이 투입된 것이다.
“우리 협상을 좀 해볼까?”
럭키에게 조언을 들은 재운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 작가의말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제목은 "만렙용병 재벌 성공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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