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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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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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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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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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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9화

DUMMY

“그래서 임프 소굴까지 가셨던 거군요.”


“네. 그래서 이렇게 허브도 캐왔죠.”


나는 방금 캔 따끈따끈한 블러드 허브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상처 하나 없는 블러드 허브라...”


“이것도 다 이 눈 덕분이죠.”


그런 내 눈을 쳐다보며, 미소바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디오님의 여정은 항상 재밌군요. 그래서, 이제 포션을 한번 만들어 보려고 여기까지 오신 거구요.”


“네. 리큐르랑 도구도 여기서 파니까요.”


포션의 재료인 리큐르뿐만 아니라, 이를 끓이고 증류해낼 램프나 플라스크, 유리관 등의 도구들도 모두 잡화점에서 팔고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그럼 잠시...”


미소바가 합장하듯 손바닥을 합쳤다.

그리고 다시 손을 떼자.


사아아아.


“오오...”


탁자 위에 빛이 일더니, 이내 리큐르와 연금술 도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가 막힌다.

이런 게 NPC의 권능인 건가.

나는 갑자기 학생 시절 과학 시간 실험실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대충이요. 일단 책에 있는 대로 해봐야죠.”


준비는 끝났다.

나는 탁자 한 켠에 연금술 책을 펴 놓은 후, 거기에 적힌 대로 한번 따라 해 보기로 했다.

과정은 대충 이러했다.

둥근 플라스크 안에 리큐르와 허브를 넣는다.

그리고 램프로 가열하여 충분히 끓인다.

이후 증류 과정을 통해 추출물을 모은다.

이렇게 설명하니, 라면을 끓이는 것만큼이나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구나.”


한참이 걸려 증류된 양은 포션 병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불이 너무 세면 안에서 눌어붙게 되고, 불이 너무 약하면 리큐르만 먼저 증발해서 날아가 버릴 겁니다. 보기만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지요.”


그제야 나는 포션이 왜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해봐야죠. 아무튼 일단 이거 다 살게요. 도구랑 리큐르까지 해서 총 얼마죠?”


그러자 미소바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냥 가져가십시오.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걸 전부요?”


리큐르만 해도 50골드.

실험도구까지 다 합치면 못해도 300골드는 됐다.


“벗에게는 돈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도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그에 대한 제 보답이라 생각하십시오.”


“어... 그게 그렇게 되나요?”


생각지도 못한 단어, 벗.

NPC에게서 벗이라는 말을 듣자 기분이 참 묘했다.

아무렴 어떤가.

NPC건 뭐건, 말이 잘 통하고 친하게 지내면 그게 벗인 거지.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이제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할 일들이 많아서.”


해서 탁자 위에 있는 것들을 다 챙긴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찰나.


“아, 참! 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말씀하십시오.”


“그... 되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사냥 말고 뭐 좀 할 수 있는 취미 같은 건 없을까요?”


“취미라... 음...”


“그냥... 좀 쉴 수 있는 그런 거요.”


“그 로니라는 친구를 위한 것이군요.”


역시 보통 눈치가 아니다.

로니가 하루종일 사냥만 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걸 정확히 집어냈다.


“있습니다. 다만 그 친구가 좋아할진 모르겠군요.”


“뭐죠?”


“낚시입니다.”


“낚시요? 오... 낚시라... 그거 괜찮은데요?”


약초학과 같이 또 다른 채집 스킬 중 하나인 낚시.

하지만 약초학처럼 등급이 있다거나 숙련도가 있는 스킬은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낚시를 하는 것.


미소바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한번 쓸자, 다시 한번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 모습을 드러낸 낚싯대 두 자루.


“가져가십시오. 이건 그 친구에 대한 선물입니다.”


“...이렇게 맨날 신세만 지네요.”


“아닙니다. 친구의 친구도 어찌 보면 친구인 셈이지요.”


그게 그렇게 되나.


“미끼는 필요 없습니다. 그저 물에 드리우기만 하면 되니까요. 강태공이었나요? 그처럼 세월을 낚듯 기다리다 보면 알아서 입질이 올 겁니다.”


아니, 또 그런 건 어디서 들은 거야.


“그리고 낚시터가 어딨는지는 아십니까?”


“음... 그냥 물 있는 곳에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요. 하지만 명당이 따로 있습니다. 지도 한번 펴보시지요.”


그 말에 나는 곧장 맵을 켰다.


“이곳, 그리고 이곳. 부화의 땅에서는 이 두 곳이 가장 좋을 겁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 조용히 머리 식히기에 좋지요.”


미소바가 가리킨 곳은 꽤나 외진 곳이었다.

확실히 몹들의 출몰지역과도 동떨어져 있어,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가지 않을 곳으로 보였다.

아무튼, 명당까지 추천받은 나는 또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낚싯대를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순간.


“그 친구. 많이 외로웠을 겁니다. 원래 정점에 선 자는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고독에 시달리는 법이지요.”


“......?”


“디오님께 차갑게 구는 것 같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 디오님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에이... 설마요.”


“마음의 문이 닫힌 지 오래됐을수록 그 속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잘 한번 보십시오.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 그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올 것이니까요.”


...무슨 뜻일까?


“어렵네요.”


“그냥 잡화점 주인이 내뱉는 개똥철학 같은 거라 생각하십시오. 너무 심각하게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쨌든, 종종 이곳에 들려주십시오. 저는 항상 여기에 있으니까요.”


“그래요. 그럴게요. 그럼 잘 지내고 있어요. 아무튼 선물 고마워요.”


그렇게 미소바와 작별인사를 나눈 후, 나는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부화의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타운 스톤으로 다가가던 순간.


“어? 로니. 왜 여깄어?”


벤치에 앉아있는 로니.


“심심해서 와보았다.”


“아이, 짜식. 나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렇지 않다.”


아니기는.

신기하게도, 미소바가 말한 것처럼 로니는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가?”


“그냥 오랜만에 봐서 이야기도 좀 하고 그랬지. 그리고 이거.”


나는 반밖에 채워지지 않은 포션 병을 보여주었다.


“힐링 포션 하나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 허브를 다 써버려서 또 캐던가 해야 돼. 아니면 경매장에서 사던가.”


“심심풀이로 만들어봤나 보군.”


“아냐. 심심풀이는 무슨. 너 주려고 만들었다니까?”


“나 혼자 사냥할 때 쓸 용도로 말인가?”


“그래. 그리고 마나 허브도 있었으면 그건 내가 마실 용도로 하나 또 만들었겠지. 없어서 문제지만.”


“그렇군. 그럼 연금술을 계속할 생각인 건가?”


“응. 안 그래도 제작 스킬 하나는 진득하게 해보려고 했거든.”


“그렇군. 그럼 허브만 있으면 문제없다는 말이군.”


“맞아. 근데 또 임프 소굴에 가기는 귀찮고...”


또 그 성가신 녀석들을 상대할 생각을 하니, 나는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 왔다.


“그럴 필요 없다. 허브는 다른 곳에도 있으니.”


“다른 곳? 어디?”


“따라와라.”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하는 로니.


“어디 가는 데?”


“너도 아는 곳이다. 그리 멀진 않다.”


“......?”


내가 아는 곳 중에 허브가 있는 곳은 임프 소굴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니가 자신 있게 길을 나서자,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고블린 땅굴이잖아?”


“아니. 내가 말한 곳은 홉고블린 땅굴이다.”


“아!”


그간 깜빡 잊고 있었던 히든 던전, 홉고블린 땅굴.

중급 던전이라 그땐 도전하지 못했던 곳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 허브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진짜 여기에 있다고?”


“그렇다.”


그렇다고 하니 그럴 것이다.

허튼소리는 안 하는 로니니까.


해서 일단 땅굴 입구에 다가섰다.

그러자.


[고블린 땅굴]

[홉고블린 땅굴]


두 개의 메뉴가 내 앞에 떠올랐다.

홉고블린 땅굴을 터치하자.


[홉고블린 땅굴] [중급]

*사나운 홉고블린들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최대 입장 가능 인원 : 4명

*입장 제한 : 없음

입장하시겠습니까?


“오... 바로 들어갈 수 있구나.”


한번 클리어해 놓으면, 굳이 고블린 땅굴을 갈 필요가 없이 바로 히든 던전으로 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준비됐어?”


“물론.”


“가자 그럼.”


백문이 불여일견.

설레는 마음 반, 긴장되는 마음 반으로 나는 곧장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를 보니, 사실 고블린 땅굴과 그리 큰 차이는 없었다.

말 그대로 땅굴이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크기가 더 크다는 것.

폭이나 높이 모두, 몇 사람이 지나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나는 쉴드와 레지스턴스를 모두 걸었다.

알아서 앞장서는 로니.

그렇게 얼마 걷지 않았을 무렵.


“이건...”


좌우로 나뉜 갈림길이 나타났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바로 치트키나 다름없는 맵이 있기 때문.


“이쪽은 결국 돌아오는구나.”


원래 인던은 그때그때 생겼다가 사라지므로, 매번 들어갈 때마다 새 던전이나 다름없었다.

해서 일일이 걸어 다니며 맵을 밝혀야 했지만, 미소바의 퀘스트 이후로 나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맵이 다 밝혀지기 때문.


맵을 한번 살펴보니, 좌측 갈림길은 결국 돌아서 우측 갈림길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옆으로 빠지며 길이 계속 진행되는 구조.

지름길로 가자면 곧바로 우측으로 가야겠지만, 일단 한번 다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좌측 갈림길을 택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마주친 녀석.


[홉 고블린] [중급]

HP / MP : 70 / 0

공격력 / 마법력 : 30 / 0

방어력 / 저항력 : 8 / 8


이름에 고블린이 붙었다고 해서 일반 고블린과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좀 더 거무죽죽한 피부에 훨씬 사납게 생긴 외모.

체격은 오크와 비슷했지만, 능력치는 오크보다 훨씬 강력했다.

로니가 왜 이제야 이곳에 온 것인지 이해가 갈 정도로.


“후후. 오랜만에 보는군.”


하지만 일말의 긴장감도 없어 보이는 로니.

그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뭐냐 네 놈은!”


중급 몬스터라서 그런 것일까.

인간의 말을 구사하는 홉 고블린.

허나 굳이 그에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로니는 창을 내지르며 그에 응답했다.


이에 훌쩍 뒤로 물러나는 녀석.

하지만 이를 예측한 로니가 반대편 손으로 창대의 끝을 잡고는 더욱 깊숙이 창을 찔렀다.


푸욱!


“크으윽!”


복부에 정확히 들어간 공격.

로니는 창을 뺀 후, 곧장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당하고만 있을 녀석이 아니었다.

홉 고블린 역시 재빨리 몽둥이를 내려쳤다.

하지만.


“......!”


몸을 옆으로 틀며, 최소한의 동작으로 공격을 피하는 로니.

몽둥이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얼굴을 스쳐 갔다.

그리고.


푸욱!


“커억...”


홉 고블린의 옆구리를 꿰뚫은 창.

그 공격에, 녀석은 축 늘어지며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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