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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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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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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7.0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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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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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30화

DUMMY

“에이... 거지였네.”


뭔가 좋은 템을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딱히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골드만 몇 푼 나왔을 뿐.

허나 목표는 어차피 허브였기에,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머지않아 또다시 마주친 홉 고블린 두 마리.

하나씩 맡으면 되기에, 나는 곧바로 라이트닝을 소환해 날려 보냈다.


콰르릉!


공격당한 녀석은 몸을 떨며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그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곧바로 라이트닝을 한 번 더 날렸다.


[홉 고블린에게 4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홉 고블린이 사망하였습니다.]


손쉽게 한 마리는 처치.

남은 녀석은 로니의 몫이었다.

배쉬에 이은 평타 한방에 녀석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두 녀석 모두 역시나 골드 몇 푼만을 떨굴 뿐.

히든 던전이라 좋은 거라도 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듯했다.

아무튼 바닥에 떨어진 골드를 주우려던 찰나.


“어? 여기 하나 있네.”


마침 구석에서 마나 허브 하나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지난번처럼 줄기의 특정 몇몇 부분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부분을 잡고 위로 쑥 당기자.


[마나 허브] [D급] [10/10]


[약초학의 숙련도가 10 증가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온전하게 허브를 뽑아낼 수 있었다.


“시작 좋고.”


손쉽게 허브를 얻게 되자, 골드 몇 푼에 실망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역시 이래서 히든 던전인 건가.


아무튼 로니가 앞장선 채로, 우리는 계속해서 길을 따라 나아갔다.

종종 마주치는 한두 마리의 홉 고블린은 이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가끔 세 마리가 나타날 때도 있었지만, 라이트닝을 쏟아내면 그 역시도 별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중간중간 허브가 보일 때마다 손수 채집하면서, 어느 한 곳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계속해서 땅굴을 탐색했다.

인벤에 들어온 허브는 어느덧 6개.

게다가 던전이 그리 길지 않은 편이라, 우리는 곧 보스가 있는 곳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거 고블린 맞냐...”


[홉 고블린 장군] [중급]

HP / MP : 220 / 0

공격력 / 마법력 : 40 / 0

방어력 / 저항력 : 17 / 17


고블린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체격.

능력치도 오크 장군보다 강한 수준이었다.

역시 히든 던전이라 이건가.


“로니. 저 녀석 공격력이 장난이 아니네. 조심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하지만 늘 그렇듯, 로니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곧바로 걸어나간 로니는 당당히 녀석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누구냐, 네놈은.”


“알 것 없다.”


“건방진 놈. 겁을 상실했나 보군.”


보통 저런 대사는 사망 플래그인데.

아무튼 곧바로 시작된 전투.

질질 끌지 않아서 좋다.


녀석의 무기는 몽둥이.

쇳덩이로 만들어진 긴 몽둥이였는데, 제대로 맞았다간 뼈도 못 추릴 듯했다.

하지만 고블린이라서 오크와는 조금 다른 것일까.

뒤가 없이 달려드는 오크 장군과 달리, 녀석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신중하게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물론 로니 역시 마찬가지.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녀석의 공격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흐아암...”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무슨 삼국지냐.

일기토도 아니고 이게 뭐람.

조심하는 건 좋은데, 이건 너무 재미없잖아.


“로니! 그냥 싸워! 내가 힐 해줄게!”


마법사가 이렇게 대기하고 있는데, 뭐 저리 몸을 사리시나.

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로니에겐 아직 어색한 것 같았다.

둘 다 아직 제대로 붙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그래서.


파지직.


나는 곧바로 라이트닝을 소환했다.

그리고.


콰르릉!


“크윽! 감히!”


불시에 공격을 감행하자, 녀석이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퍼억!


이를 놓치지 않고 배쉬를 먹인 로니.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언제까지 서로 간만 보고 있을 건데.


애초에 이 대 일인 싸움이었다.

보스라 해도 꼴랑 고블린 녀석을 상대로 대단한 자존심 같은 것은 세우고 싶지 않았다.

그냥 합공하면 되는 거지.


균형이 깨지며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됐다.

스턴이 풀리기 전에 로니는 창을 두 번 더 찔러넣었다.

그리고 곧 풀린 스턴.

하지만.


쩌저적.


아이스 랜스를 맞고는 녀석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로니 역시 이를 놓치지 않고 공격.

하지만 녀석의 몸이 점차 풀려가며 다시 움직임 빨라지기 시작했다.


빙결 효과는 스턴처럼 지속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몹마다 다르게 적용되는데, 녀석은 보스라 그런지 생각보다 그 효과가 생각보다 빨리 풀렸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다시 한번 넣어주면 되지.


쩌저적.


“네 놈!”


이에 화가 난 녀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쩌라고.

꼬우면 마법사를 하던가.


마법과 창의 합공이 이루어지자, 녀석의 HP는 이미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콰르릉!


“크어어...”


마무리는 역시 전기구이로.


혹시... 장비템을 떨구는 건가?

응, 아냐. 골드.

그럼 그렇지.

거지 같은 홉 고블린 놈들.


전투는 끝났지만, 로니는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후. 기분이 묘하군.”


“왜? 어떻길래.”


혹시 내가 싸움에 끼어들어서 화난 건가?


“왜 같이 싸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 어리석게도 말이야.”


아... 난 또 뭐라고.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자존심?”


“그래. 뭐, 혼자서도 충분히 처치할 수 있었다던가 그런 거 말이야.”


“흠... 비슷하다고 볼 수 있군. 그간 나의 적수가 없었으니 어쩌면 그럴지도.”


또 자기 자랑 시작하셨다.


“계약하고 나서 나 때문에 약해졌다며. 그럼 그냥 같이 싸우는 거지 뭘.”


“그렇다. 하지만 동료가 있다는 것이 아직 적응되지 않는군.”


평소 자주 툴툴거리더니만, 그래도 나를 동료로 인정하긴 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던전을 클리어하니, 굴 가장 안쪽에 밖으로 이어지는 주황색 포탈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 허브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 이게 몇 개야 전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얼추 10개는 되어 보였다.

사실상 보스의 보상템인 셈.


금안의 능력 덕분에 나는 하나도 손상시키지 않고 이를 모두 채집할 수 있었다.

숙련도 역시 쑥쑥 상승.

이런 속도면 약초학 초급단계를 벗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히든 던전에서의 볼일을 끝낸 우리는 곧바로 부화의 마을로 이동했다.

그리고 잡화점에서 리큐르를 몇 병 산 후, 곧장 여관방으로 직행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연금술 도구들과 포션 재료들을 모두 책상 위에 꺼내 놓았다.

그리고 세팅을 마친 후, 다시 한번 책을 보며 힐링 포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증류의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며, 언제 한 병을 다 채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소주가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가 갔다.


그렇게 30분가량 흘러, 마침내 유리병 안에 붉은 포션이 가득 찼다.

그리고 코르크 마개로 병의 주둥이를 막자.


[힐링 포션] [D급]

HP 회복 : 50

재사용 시간 : 30초


“후... 드디어 만들었구나.”


귀하디귀한 포션 하나 완성.

그리고.


[연금술의 숙련도가 1 증가하였습니다.]


“1? 미친 거 아냐?”


고작 1밖에 오르지 않았다.

한 병 만드는데 족히 한 시간은 쓴 것 같은데 고작 1이라고?

제작 스킬이 숙련도를 올리기 어렵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숙련도를 다 채우려면 포션을 1,000병이나 만들어야 한다고?

역시 갓겜.

초급부터 하드코어 그 자체다.


“하아...”


나도 모르게 깊이 새어 나오는 한숨.

채집과 달리 제작 스킬은 금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이런 좆망겜.


그래도 어쩌겠나.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게임인 것을.

잠시 허공을 바라본 후, 나는 포션을 집어 옆에 있는 로니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 선물.”


“선물 같지 않은 선물이군.”“그래도 받아. 너 주려고 만든 거니까.”

포션을 받아든 로니는 곧바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나 없을 때 이거 마시면서 오크 장군 한번 도전해봐. 아마 가능할거야.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는데, 좀 쉬엄쉬엄 사냥해. 할 거 없으면 그냥 여기 침대에 누워서 좀 쉬던가.”


“후후. 자지도 않는데 누워서 뭐하겠는가.”


하긴, 언데드가 뭔 잠을 자겠냐.

그러고 보면 24시간 깨어있는 것도 참으로 고역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힐링 포션은 하나 만들었으니, 이제는 마나 포션도 한 번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로니는 이내 흥미가 다 떨어졌는지, 곧바로 사냥하러 밖으로 나갔다.

해서 나 혼자 방에 틀어박혀 포션 제조에 힘쓰는 상황이 됐다.

이럴 땐 노래라도 좀 들으면 좋겠지만, 이놈의 게임은 한 번 접속하면 게임 외의 데이터는 일절 이용할 수가 없다.


그럼 어쩌겠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스피커가 없으면 내가 스피커가 되면 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디오의 노래들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확실히 흥이 조금 올랐다.

좋다. 이렇게 한 시간은 버티자.

그렇게 나는 손으로는 포션을 만들면서, 입으로는 디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

.

.


다음날.


“얘는 또 멀리 있구나.”


접속하고 난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로니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오늘도 워크홀릭에 빠진 차가운 해골 남자는 필드에서 한참 사냥을 하고있는 듯했다.


책상 위에는 연금술 도구들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로니를 부르러 갈까 했지만, 이젠 찾아가는 것도 귀찮아 나는 그냥 로니가 알아서 올 때까지 포션이나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노동요를 부르며 한참 포션을 만들던 무렵.


“와 있었군.”


문을 열고 들어오는 로니.

그런데.


“...그거 뭐야?”


로니의 손에는 창이 아닌 활이 들려있었다.


“활이다.”


“아니, 누가 그걸 모르냐고. 뜬금없이 웬 활?”


“교관 놈에게서 얻은 것이지.”


“교관?”


금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냥 참나무 활이 아니었다.

+2 강화가 된 참나무 활.

그렇다는 것은.


“...퀘스트 했어?”


나는 곧바로 스탯 창을 확인했다.

그러자 새로이 5개가 늘어나 있는 스탯.


“그저 활 좀 몇 번 쏴 준 것이지.”


뭔진 몰라도 아마 전투술 교관에게서 했던 것처럼, 궁술 교관과도 내기를 한 모양이다.

저 참나무 활 역시 아마 퀘스트 완료 보상일 것.

기특한 녀석.

이젠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이구나.

그나저나 그건 둘째 치고.


“포션은? 먹어 봤어?”


“먹어 봤다. 맛은 별로 없더군.”


“포션을 뭐 맛으로 먹나. 혀도 없으면서 맛은 무슨... 그래서, 결과는?”


“뻔한 걸 물어보는군.”


“오오. 그렇다면?”


“따라와라.”


갑자기 방을 나서는 로니.

발길을 멈춘 곳은 창고지기 앞.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뭔가를 해 냈다는 뜻일 터.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곧장 창고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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