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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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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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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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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화

DUMMY

얼굴은 조금 바뀌었지만, 확실하다.

그 특유의 정상이 아닌 눈빛.

ID를 확인하니...

‘겐세이’

맞다. 그놈이다.

처음 오크 장군 레이드 때 라이트닝 볼트를 꽂았던 놈.


나는 로니가 추켜올린 창을 살짝 내리며 그에게 말했다.


“스틸 하지 마시죠? 한 번도 아니고.”


“내가? 내가 스틸 했다고? 언제?”


아, 이 새끼. 제대로 진상이다.


“우리 개- 아니, 우리 애는 잘 물거든요? 나중에 물리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나를 쳐다보는 로니.

일단 좀 가만히 있어.


“흐흐... 미친놈들...”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돌아서는 겐세이.


지난번 연희서방과 정현마눌 사건 이후, 처음으로 PK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내에서 PK를 만들어 놓은 이유가 다 있다니까.


아무튼, 자리로 돌아와 다시 사냥을 시작한 나와 로니.

마하반야바라밀다...

그렇게 속으로 반야심경을 외며, 살심을 가라앉히고 놀을 쫓아다니던 순간.


콰릉!


“아, 미안. 이거 또 손이 미끄러져서. 일부러 그런 거 아냐. 흐흐흐...”


결국 또다시 스틸한 겐세이.

이에 로니가 말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왜? 찌르려고? 찔러봐. PK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


푸욱!


“어억... 이 미친새끼가...”


그의 창 한방에 겐세이는 곧바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잘했어. 로니.


말이 안 통하는 놈에겐, 참교육이 답이다.

나는 엎어져 있는 녀석에게 다가가 조곤조곤 말했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뭐... 뭔소리야 갑자기...”


“살인 한 번이면 세 번 안 참아도 된다는 뜻이야, 이 새끼야.”


“이런 미친 새-”


하지만 금세 10초가 지났는지, 그는 강제로 마을로 소환되며 사라졌다.


“잘했어. 그런 거 자꾸 참으면 병 돼.”


그나저나 문제는.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타락합니다!]


PK 페널티를 받는다는 것.

뭘 또 영혼까지야.

근데 이상한 것은.


“아니, 니가 죽였는데 왜 내가 타락하냐?”


PK를 한 건 로니인데, 그 페널티는 내가 받았다.

게다가 이미 붉은색으로 변한 내 ID.


“나는 이미 타락할 대로 타락한 것이겠지.”


뭐, 사람 엄청 많이 죽여본 것처럼 이야기하네.

아무튼, 이럴 땐 계약한 게 참 별로다.


“에휴... 뭐 어쩌겠냐. 이미 저질러진 일인데. 신경 끄고 사냥이나 계속하자.”


그래도 눈엣가시는 정리했으니, 우리는 가죽을 다 모을 때까지 쭉 사냥을 이어나갔다.

한참이 지나, 도감도 완성하고 가죽도 다 모은 우리는 곧장 마을로 귀환했다.

그리고 잡화점으로 직행한 후, 바느질 도구를 사서 지난번처럼 가죽을 이어 가방을 만들었다.


[가죽 가방을 사용하였습니다. 인벤토리가 확장되었습니다.]


그렇게 5칸이 더 늘어나, 이제는 인벤이 총 15칸이 되었다.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제는 타락을 지울 차례.

우리는 곧바로 신전으로 이동했다.

마을이 크다 보니, 덩달아 신전의 크기도 커졌다.

족히 3층 높이는 되어 보였는데, 가장 안쪽에는 역시나 순백의 여신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아... 어쩐지 요 근래 계속 운이 좋다더니...”


원치 않는 지출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여신상 앞에 다가가니 자동으로 떠오르는 메뉴들.

그중 처음 보는 세 번째 메뉴가 있었다.


[속죄]


골드를 내고 타락 수치를 낮추는 것.


플레이어를 죽일 경우, 타락 수치가 1만큼 증가한다.

그 수치가 5 까지는 사실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

하지만 6 이상이 될 경우, 확실히 문제가 생긴다.

바로, 마을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정확히는 NPC와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경비병의 눈에 띄면 즉시 추격을 받게 되는데, 강력한 NPC인 만큼 걸리면 일단 도망쳐야 한다.

그러니 사실상 마을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말.

해서 타락이 5 이하일 때, 속죄를 통해 빨리 그 수치를 낮춰야 한다.

타락 1당 100골드.

게임상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로니. 그래! 오늘은 잘 했어! 그치만 너무 자주 그러면 안 돼. 내 등골이 다 휜다고.”


“죽을 만한 놈들은 죽어야 한다.”


“그래그래. 맞지. 그래도, 적당히. 무슨 뜻인지 알지?”


“흥.”


...앞길이 참 훤하다.

아무튼 그렇게 골드를 지불하고 나니.


[참된 마음으로 속죄하였습니다. 타락 수치가 하락하였습니다.]


참된 마음이 아니라 참된 돈이지.

보석금 주고 풀려나는 거랑 뭐가 다른 거야.

로니 역시 그 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가장 큰 죄를 지은 년이 어찌 남의 죄를 사한단 말인가.”


조곤조곤 역정을 냈다.

로니한테 수아르는 일종의 발작 버튼.

이럴 때 보면, 얘도 참 사연이 많은 것 같다.


.

.

.


며칠 후.


“오. 이게 1+1으로 나오네.”


발주를 넣다가 내가 좋아하는 탄산음료가 이번에 1+1 행사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배운 사람들이 마신다는 일명 후추 박사.


“이건 못 참지.”


내가 챙길 몫으로 두 박스를 추가로 주문했다.

그렇게 청소도 끝내고 발주도 마무리한 후, 나는 나의 안락한 요새인 관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홈페이지를 검색.


내가 있는 부화의 땅 게시판을 보니, 길드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길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그런지, 게임 안에서도 무리를 지으려 하는 습성이 있다.

물론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목록을 쭉 살펴보니, 소소한 친목 길드부터 최고가 되기 위해 가입조건을 두고 정예를 선별하는 길드까지 다양했다.

나도 어릴 땐 다른 게임에서 길드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여자인 척하며 남자 길드원들을 홀리면서 단물 쪽쪽 빨아먹다가 나중에 들킨 넷카마 새끼.

형들을 존경한다며 늘 아부를 떨더니, 나중엔 비싼 템 빌린 후 먹고 나른 새끼.

길드원이랑 사귀는 중에 또 다른 길드원이랑 바람피우다가 걸린 길마 새끼까지.

그 형 때문에 길드가 결국 파탄 났지 참.


하여튼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젠 길드 활동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고독을 즐기는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

길드는 내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


그렇게 옛 추억을 되새기며 게시판을 내려보던 그때.


“어? 이 누님도 길드 만들었네.”


익숙한 그 이름, ‘다르크’.

전에는 용병을 쓰더니, 이제는 아예 길드를 만든 모양이다.

길드 이름은 ‘블러드 나이트’.

피의 기사단 뭐 이런 건가?

상여자 스타일인 누님답게 무시무시한 이름이다.


가입조건은 평범했다.

매너 있는 플레이어들만 받겠다는 것.

하긴 지난번 레이드 때 사망자들에게 돈을 더 얹어준 걸 보면, 확실히 됨됨이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나중에 언제 마주칠 일 있으면 인사나 한번 해야지.


아무튼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것은 이만하고, 나는 뭐 재밌는 영상이 없나 싶어 유튜브에 들어갔다.

때마침 20분 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인기 동영상.

바로, 부화의 땅 필드 보스 레이드 영상이었다.

한번 살펴보니.


“오우...”


아주 그냥 난리도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비명들.

잡몹들이라 할 수 있는 녀석들은 별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미쳤네.”


혼자서 미쳐 날뛰는 보스.


그냥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서슬 퍼런 시미터를 휘두르며, 아주 그냥 전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저걸 어떻게 잡냐.”


참여 인원들을 보니, 그래도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현질을 한 이들.

하지만 보스 앞에선 그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갈 뿐이었다.

보고 있으니 조금 불쌍할 정도로.

그래도 뭐,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는 결국 공략되긴 할 것이다.


아무튼 이 레이드는 당장 나랑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로니의 장비를 맞추는 게 우선.

보나 마나 녀석은 지금도 사냥만 하고 있겠지.

참으로 걱정된다.

밖에 나가서 좀 놀고 그래야 할 텐데.

그래야 키도 좀 크지.

조만간 추천할만한 게 있으면, 좀 쉬어가면서 하라고 취미 같은 거나 하나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접속하고 나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바로 창고.


“크으... 기가 막힌다.”


역시나 올 때마다 가죽이 못해도 수십 개씩은 늘어나 있다.

자가증식하는 것도 아니고 원.


로니 역시 알아서 돈을 벌고 있기에,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숙박비를 내며 여관방을 잡고 살고 있다.

그래, 사람이든 해골이든 쉴 수 있는 곳은 한 군데 있어야지.


맵을 켜보니 역시나 놀 출몰지역에 있는 로니.

나는 곧장 로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로니!”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로니.


나는 손을 말아쥐고 입에 댄 뒤에, 검지만 세워 하늘을 향해 손을 올렸다.

마치 스포츠 선수들의 세레머니처럼.


이를 본 로니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리고 둘 다 마을로 귀환.

이것은 우리끼리 사용하는 신호다.

오크 장군을 잡으러 가자는 신호.


이제 오크 부락은 접속하면 가장 먼저 들리는 맛집이 되어버렸다.

맵을 보니 오늘도 다행히 한 마리는 남아있는 상황.


“쿨럭... 내... 내가...”


응, 빨리 내놔.

그렇게 시커먼 무언가를 내뱉는 오크 장군.


“오! 드디어 나왔네.”


[오크 장군의 헬름] [D급]

방어력 / 저항력 : 4 / 2

*+2 강화 : HP +10

*세트 효과 : ?


마지막 세트 아이템이었던 헬름.

지난번엔 건틀릿이 겹치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했는데, 드디어 오늘에서야 모든 세트 템을 얻게 됐다.


“빨리 착용해봐.”


괜히 내가 더 기대됐다.

마침내 로니가 헬름을 바꿔 끼우자.


“오오... 역시...”


새까만 갑옷으로 전부 교체되니, 무슨 흑기사 같은 모습이었다.

나만의 작고 소중한 흑기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

HP / MP : 30 / 5

힘 / 지력 : 82 / 0

방어력 / 저항력 : 18 / 12


*사용 스탯 : 82

*미사용 스탯 : 0


HP가 대폭 늘어난 것.


가려져 있던 오크 장군의 갑옷 세트 효과는 바로 HP +20이었다.

기본 능력치도 좋지만, 이 효과 때문에 D급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그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던 것.

게다가 헬름을 +2 강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추가로 HP +10 효과까지도 노릴 수 있었다.

역시 괜히 보스 템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로니의 가장 아킬레스건이었던 부분이 다소 해결된 셈.

그러자 나는 살짝 욕심이 났다.


“로니. 회복수단만 있으면 이제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오크 장군 말인가?”


“응. 나 없어도 말이야.”


“가능하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제 슬슬 그걸 쓸 때가 왔다.

바로, 힐링 포션.

나는 잠시 경매장을 열어 매물을 한번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300골드!?”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비싸잖아.

힐링 포션의 HP 회복량은 50.

위급할 때 사용하면 좋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 양심 없는 가격.

차라리 내가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때가 왔나.”


안 그래도 제작 스킬 하나는 배워야겠다고 저번부터 생각해왔다.

마침 그때가 온 모양.


약초학은 배워놨기에, 연금술만 배우면 된다.

이에 나는 곧바로 마을로 귀환한 후, 마법사 길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테오도르를 보자마자 냉큼 그에게서 연금술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빠르게 책장을 모두 넘기자.


[초급 ‘연금술’을 익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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