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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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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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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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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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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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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화

DUMMY

“근데 여관방에 그건 뭐야? 왜 가죽을 다 침대 위에 올려놨어?”


“소지 공간이 부족하더군.”


“......?”


잠시 로니의 인벤을 살펴보니.


“허어...”


블랙 울프의 가죽으로 거의 다 차가는 그의 인벤.

진짜 죽어라 사냥만 했구나.


“아니, 굳이 방 안에 놓을 필요는 없어. 일단 마을로 가자. 내가 알려줄게.”


그리고 귀환석을 사용해 곧바로 마을로 돌아왔다.


“이리 와봐. 얘 있지? 얘가 창고지기야.”


타운 스톤 옆에 서 있는 창고지기 NPC.

사람을 축소시켜 놓은 것과 같은 모습으로, 흡사 호빗을 연상케 했다.

그의 앞에 다가가자 자동으로 열리는 창고 창.


“여기다가 넣으면 돼. 공간이 다 찰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마음껏 쓰라고.”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창고 공간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시험 삼아 누군가가 수백 칸을 채워봤지만, 그래도 공간이 넉넉했다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무한인 듯했다.

좁아터진 인벤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인 셈.


“가죽 한번 넣어봐.”


그러자 로니가 인벤에 있던 가죽을 모두 창고 안에 집어넣었다.

시험 삼아 하나를 빼보니.


“되네.”


나의 인벤으로 들어오는 가죽.

서로 인벤은 달라도, 창고는 하나로 공유가 되었다.

이것 또한 아마 계약의 영향일 터.


나는 다시 여관방에 들러,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던 가죽을 모두 가져와 창고에 넣었다.

다 넣고 보니 무려 100개가 넘는 가죽.


“와... 이게 다 얼마야.”


잡화점에만 팔더라도 개당 10골드니, 도합 1천 골드가 넘는 셈.

현금으로 환산하면 나의 하루 일당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옆에 있는 로니가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이는 건 그저 기분 탓일까.


그리고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한 생각.

나는 곧장 도감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이미 완료되어있는 블랙 울프와 그 우두머리의 도감.

이런 것을 볼 때면, 새삼 로니와 계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태창을 열어보니, 아직 사용하지 않은 스탯이 9개.

이번에도 적절히 MP와 지력에 배분했다.

로니는 역시 오로지 힘에 몰빵.


“로니. 근데 너 HP도 좀 올려야 하는 거 아냐?”


“힘이야말로 곧 체력. 쓸데없는 곳엔 투자하지 않는다.”


“예예. 어련하시겠지요.”


하여튼 고집불통.


나중엔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근데, 너한테 좀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 없어? 매번 이렇게 찾아가야 되나?”


“좀 더 강해지면 된다.”


“...강해지는 거랑 연락하는 거랑 뭔 상관인데.”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말을 말자.

아무튼 의미 없이 입씨름하는 것은 그만두고, 나는 우선 오크 장군이 있나 확인했다.

둘이서도 레이드를 할 수 있으니, 앞으로는 이 또한 하나의 루틴처럼 반복할 계획.

맵을 살펴보니 마침 한 마리가 남아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그곳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나갔다.


한번 경험이 있으니, 일이 더 쉽게 진행됐다.

미리 오크들의 분포를 보고, 경계가 느슨한 곳으로 이동.

그리고 목책에 도달.

망치로 부순 후 녀석이 있는 건물 안으로 잠입한 후.


“쿨럭... 어... 어떻게... 이런...”


오크 장군 사냥하기.


“건틀릿이네.”


[오크 장군의 건틀릿] [D급]

방어력 / 저항력 : 4 / 2

*+2 강화 : 공격속도 +10%

*세트 효과 : ?


다행히 아머와 겹치지 않는 부위가 나왔다.


“로니. 착용해봐. 어떤지 한번 보자.”


하지만 건틀릿을 주워든 로니는 멀뚱히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뭐 있어?”


그의 시선을 따라 뒤로 돌아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로니는 말없이 건물 밖으로 걸어나갔다.

뭐가 있나?

해서 나 역시 밖으로 따라 나가보니.


“어? 저거...”


저 앞에, 오랜만에 보는 코퍼 그렘린이 있었다.

금안으로 능력치를 살펴보니.


[코퍼 그렘린] [하급]

HP / MP : 50 / 0

공격력 / 마법력 : 0 / 0

방어력 / 저항력 : 30 / 60


“미쳤네.”


저러니까 못 잡지.

놀라운 방어력.

그리고 미친 저항력.

어지간한 마법으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뭔가 좋은 아이템의 냄새를 맡았는지, 우리를 보며 기웃거리는 녀석.

하지만.


“가까이 오지는 않네.”


눈치만 살필 뿐, 다가올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거리 안으로만 들어온다면, 로니가 어떻게 한번 잡아 볼 수도 있을 텐데.

그 순간.


툭.


발 앞에 오크 장군의 건틀릿을 던져놓은 로니.


“로니! 지금 뭐하-”


그때 귀신같이 건틀릿을 향해 달려오는 녀석.


“키히히히.”


잽싸게 건틀릿을 집어 자루에 넣으려던 순간.


퍼억!


배쉬를 맞고, 녀석이 잠시 스턴에 걸렸다.

그리고.


[강철 창이 그대로 관통하였습니다!]

[???이 코퍼 그렘린에게 42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코퍼 그렘린이 사망하였습니다.]


때마침 터진 관통상.

사망한 녀석은 갑자기 돌처럼 굳더니, 이내 얼음이 박살 나듯 조각조각으로 부서져 내렸다.

그리고.


촤르르르르.


자루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수한 아이템들.

게다가.


[몬스터 도감 완성! 코퍼 그렘린!]

*코퍼 그렘린을 처치하였습니다. 앞으로 코퍼 그렘린의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보상 : 스탯 +2


도감 완성까지.

한 마리만 잡았는데도 완성이 된 데다가 스탯도 2개를 주는 걸 보면, 필드 보스와 같은 급으로 취급되는 것 같았다.


바닥에 널브러진 수많은 금화와 잡템들.

슬라임의 핵, 강화 주문서, 코볼트의 가죽 등 별의별 게 다 있었다.

그간 플레이어들이 먹으려 했던 드랍템들을 어지간히도 뺏어 먹었던 모양.

인벤이 부족해서도 다 챙기지도 못할 정도였다.

일단 금화부터 모두 챙겼다.

그리고 값이 나가는 순서대로 템들을 주웠다.


“그래도 남네.”


둘 다 인벤을 가득 채웠음에도, 바닥에는 슬라임의 핵 같은 것들이 제법 남아있었다.

하지만 인벤을 비우고 다시 와서 챙기기에는 귀찮은 수준.


“이건 그냥 포기하자.”


그 시간에 차라리 사냥을 하는 게 더 낫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 들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시 마을로 귀환했다.

그리고 곧장 잡화점으로 직행.


“휴... 다 팔았다. 로니 너도 다 팔았지?”


“물론.”


그리고 사람들이 잘 사 가는 것들은 몽땅 경매장에 올렸다.

금화를 포함하여 획득한 것들을 얼추 계산해보니 대략 1200골드.

꺼-억.


“잘 먹었다. 또 만났으면 좋겠네.”


이정도면 오크 장군의 방어구 한 부위를 더 먹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로또로 치면 4등 정도 되려나.


“그리고 여기서 귀환석을 파니까, 평소에 좀 사서 다녀. 오늘은 내가 살 테니까.”


나는 귀환석 50개를 사서 로니에게 전달했다.

그래 봤자 고작 인벤 한 칸밖에 차지하지 않으니, 그리 부담되지는 않는 양.

하지만 인벤이 10칸밖에 되지 않다 보니, 이제는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로니가 가죽을 침대에다 올려놓은 것도 그렇고, 방금 잡템을 모두 줍지 못한 것도 그렇고.


해서 오늘은 놀을 사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볼트처럼, 수인형 몬스터인 녀석의 가죽으로 인벤을 확장할 수 있는 가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로니. 사냥하러 가자.”


“아니.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뭔데?”


대뜸 내 앞에 창날을 들이미는 로니.


“아...”


아깐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 창 날이 조금 구부러져 있었다.

이게 무기 손상이구나.


[강철 창 +2] [C급]

공격력 : 26(-2)

*+2 강화 : 관통 확률 +10%

*+4 강화 : 관통 확률 +10%

*사용 제한 : 힘 20 이상


원래 28이었던 공격력이 2만큼 줄어 26으로 된 상황.

하긴 그 쇳덩이 녀석을 창으로 쑤셨는데, 멀쩡한 게 오히려 이상하다.

해서 대장간에 들려 수리비를 내고 다시 창을 복구한 후, 우리는 곧장 놀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많구나. 역시.”


코볼트 때와 마찬가지로, 놀 역시 인기가 많은 몬스터였다.

인벤을 늘리기 위해선 누구나 한번은 거쳐야 하는 코스.

그래서인지, 거의 놀 반 사람 반인 수준이었다.


새삼 예전 일이 떠올랐다.

쏨이 패거리들이 텃세 부리며 사냥하던 그 일 말이다.

그래서일까.

왠지 저 앞에 무리 지어 사냥하는 이들이 마치 쏨이 패거리처럼 보였다.

가운데서 지시하는 저 여자는 쏨이처럼 보였고.

그런데 ID가.


“...BJ쏨이?”


주변 놈들도 다시 보니 ID에 공통적으로 쏨이가 들어가 있었다.


“미친. 또 저놈들이네.”


착각이 아니었다.

진짜 그놈들이었다.

여기서 또 만나네.

물론 외형들은 많이 바뀌어있었다.

쏨이의 몸매는 더욱 육감적으로 변했고, 주변의 하수인들은 하나같이 건장한 20대 남성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런...”


아마 커스터마이징에 골드를 엄청 쏟아부었을 터.

하지만 본래의 음침하던 그 40대들의 모습을 이미 보았기에, 나는 이 광경이 더욱 기괴하게 느껴졌다.

굳이 저러고 싶을까.


그래도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예전처럼 대놓고 텃세를 부리지는 않는다는 것.

이전보다 맵이 넓어 사냥감이 많은 덕도 있었지만, 그만큼 다른 플레이어 무리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부화의 마을에서는 길드 창설이 가능하다.

해서 길드 문양이 달려있는 플레이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쏨이 역시 아예 길드를 창설한 모양인지, 그녀를 비롯한 하수인들의 ID 옆에 똑같은 문양이 달려있었다.

태초의 땅 당시나 방구석 여포 짓을 했지, 이곳에서 그 짓을 또 한다면 다른 길드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저번처럼 그 변태미네이터가 또 등장하려나?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흐음...”


아무튼 잡생각은 이만하기로 하고, 나는 잠시 맵을 켜 놀의 분포를 살펴보았다.

어딜 가나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그중에 덜 붐비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놀] [하급]

HP / MP : 45 / 0

공격력 / 마법력 : 27 / 0

방어력 / 저항력 : 6 / 7


녀석은 블랙 울프보다는 조금 더 센 정도.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쉴드를 걸더라도 이젠 HP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

조금씩 장비를 맞춰가는 로니의 모습을 보니 뿌듯한 감이 있으면서도, 빨리 오크 장군 세트를 다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로니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의 HP가 줄어들 때면, 바로바로 힐.

종종 기습적으로 달려드는 녀석이 있을 때는.


콰르릉!


[놀에게 50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놀이 사망하였습니다.]


라이트닝을 한 번씩 날려주면 그만이었다.


사냥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그저 창 몇 번 휘두르면 알아서 쓰러지는 놀들.

특히나 관통상이 터질 때면, 보는 내가 다 짜릿했다.


“대단하네.”


그리고 보면 볼수록 놀라운 그의 전투 감각.

자고로 게임에는, 수치로 표시되지는 않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무기마다 다른 사거리, 상대와의 적절한 거리, 공격 후 무방비 상태라 볼 수 있는 후딜레이 등등.

머리가 아닌 감각으로 익혀야 하는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고수의 면목.

그런 면에서 보자면 로니는 이미 고수다.

아니, 저 정도면 초고수다.

얘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아무튼 그렇게 한참 사냥을 이어가던 무렵.

로니가 가까이에 있는 놀을 향해 달려가던 순간.


콰릉!


누군가가 먼저 그 놀에게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한마디로 스틸.

어그로가 끌린 녀석은 마법을 날린 플레이어에게 가버리고 말았다.

매너 없네, 저놈.

해서 로니도 녀석을 포기하고 다른 놀을 향해 다가가던 순간.


콰릉!


또다시 벌어진 스틸.

몹에 전세 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보통 스틸은 하지 않는 것이 플레이어 간의 암묵적인 예의.

한 번은 실수라 쳐도, 두 번 연속은 고의나 다름없었다.


로니도 그걸 느꼈을까.

성큼성큼 그 플레이어에게 다가가더니.


“세 번은 참지 않겠다.”


그의 턱밑에 창끝을 들이밀며 경고했다.


“로니! 잠깐만!”


거 성질머리하고는.

급하게 로니에게 달려간 후.


“죄송합니다. 얘가 좀 성격이 급해-”


그에게 사과하던 순간.

어? 이놈...

그때 그놈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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