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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439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3.18 08:23
조회
254
추천
8
글자
20쪽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DUMMY

그렇게 날아든 전서구는 과연 어디에 안착했을까?


덜컥-


“아무래도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냄새나는 작은 쪽지에 세필이라? 거기에 둘둘 말린 주름의 흔적까지 어디서 전서구라도 날아온 게야?”


“예, 그것도 한동안 연락이 없던 태행산 쪽에서 날아왔는데 요걸 묶고 날아온 놈이 산비둘기였습니다.”


이를 확인한 수하가 다급히 태수가 기거하는 처소의 내실을 열며 안으로 들어가 이를 그 주인께 바치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사락-


“장우각이 조나라의 개국을 선언했고 그도 모자라 공손찬까지 끌어들여 곤란하다라......, 거기에 자신은 당장에 이를 배신할 수 없고?”


“예.”


“하동에서는 소식이 없나?”


“여포 측이야, 여전한 듯 보이옵니다.”


“또 물자 달라고?”


“그게, 아시지 않습니까?”


“에휴, 되려 겨울이 끝이 났으니 그래도 한동안은 사연택을 노리지 않을까 했더만, 역시는 역시라고 이놈의 새끼는 어째 답도 없누, 그래?”


그 와중에 흘러나오는 하동 그리고 여포와 아는 사이라는 등의 정보가 흘러나왔고,


“이거 암만 이 하내의 살림에 여유가 생겼다고 한들, 너무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제까짓 놈이 이제는 아주 당연하게 여긴단 말이지.”


그 끝에 불편한 상황을 달고 있는 지역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자리 한번 가지도록 하지, 기왕지사 이리 되었으니 다들 모여 그 얼굴이나 보고 의논 좀 해야겠어.”


“예.”


뭐, 한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 하내는 과거 흑산적의 침공을 비롯한 백파적, 그리고 여포와 남흉노를 비롯한 정원의 사망 당시까지 격정의 시절을 견뎌왔으나, 정작 하동이 여포에게 항복하고 그 여포가 남흉노와 대치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래도 이전보다는 평온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 하나만 건너면 자신들의 본진인 진나라가 코앞이요, 얼마 전까지 시달리던 천하대전도 끝난지라 사례 인근에서 북상하던 합종군의 위협이 사라졌고, 그 와중에 여포는 남흉노를 막아주지, 장연의 흑산적이 알아서 장우각과 충돌을 자처하니 그저 간혹 하동과 하내 일대를 침공해오는 남은 백파적의 잔당들만 상대하면 되는 일이었다.


뭐, 여포가 하동을 점거한 뒤로 하내에 욕심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나 당장에 집어삼킨 병주를 소화시키는 것도 벅찬 데다가 사연택의 무역로라는 먹음직스러운 목표가 코앞에 있으며 당장에 강대한 전력인 남흉노를 신경 쓰는 것도 일인지라 이후 여포에 대한 걱정까지 덜게 되면서 나름 평온한 시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물론, 각 세력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평화를 사는데도 나름의 물자와 재화는 들어가는지라 이 세력, 저 세력 그 얼굴에 금칠해주듯 돈칠 해주는 과정에서 꽤 많은 지출은 있었으나, 그래도 그 뒷배가 전국 제일 진나라인지라 누구 하나 하내의 살림이 휘청일 정도로 큰 뒷돈을 요구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 덕에 원 역사 속 돈으로 평화를 산 송나라보다 훨씬 적은 지출을 감내하면서도 그에 비견된 번영과 성세를 이룩하였으니, 눈부신 발전은 가히 작금의 세상을 놀라게 한 진나라의 압축판이자 원 역사 속 송나라 번영의 압축판이라 볼 수 있었다.


덜컥-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 다들 앉지. 가볍게 차를 비롯한 음료나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좀 나눌 생각이니까.”


그렇게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는 자리.


그 중심에 화려한 문양으로 치장된 융단 위로 자리를 잡은 비단이 딸린 탁자 위로 이국적인 색채와 문양을 지닌 유리잔과 도자기가 함께 놓인 상이 이를 증명한다고나 할까?


“안팎으로 다들 바쁜 것은 알지만 상황이 상황이라서 말이야.”


지정학적 이점과 그에 따른 여파도 좋았던 것이 대도시 건설이 한창인 낙양 등지의 물자 수급 및 교역을 위해 하북과 중원을 잇는 그 중간 거점으로 하내가 쓰였고, 그 와중에 사연택의 교역에도 한 다리 건너 참여하였으며, 잿더미가 된 폐허 위에서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하동 덕에 경제적 수요 또한 꾸준히 늘었던 것이 호재가 되었다.


그리 성공적인 외부의 활동과 별개로 내부 또한 바삐 돌아가는 것이 낙양 도성의 개축이라는 거국적인 토목공사의 영향을 받아 각 지역의 성곽을 비롯한 고을의 요새화가 진행되는 중이었고, 지속된 상업의 발달로 인한 가도의 정비와 저수지를 비롯한 치수 시설의 증설이 이루어졌으며, 과거 하동을 비롯한 인근에서 모여든 유민들을 수용하며 그 인구를 늘리고 거주지가 확충되기까지 하니 하내의 각지에서 고도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상황이 상황이라시면?”


“그대들의 있었기에 위기를 넘겼고, 그대들이 있었기에 그 위기 끝에 이러한 번영을 맞이햇지. 호시절이라고 해도 좋을 테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북 전체를 휩쓸었기에 하는 말이지.”


허나 고작해야 힘든 시절이 지나고 지정학적인 연유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짧은 시절을 거치며 번영과 영화를 일궈낸 하내의 모든 것이 설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거야 태수님이 계셨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이 저수가 그리 대단한가?”


결국 오늘날의 이 하내를 있게 한 것은 지금껏 이 하내를 이끌어온 이들이 있기 때문이며 그에 속한 이들의 면면 또한 가히 상상을 초월하니, 원 역사 속 원소군 제일의 모사로 이름난 이이자 당장에 하내 태수의 자리에 포홍에게 감화되어 거진 최초의 책사요, 모사를 자처했던 저수의 이름이 가장 먼저 흘러나왔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 하내 땅에 제일가는 명망이라면 나도 공절(公節), 그대만 못하지.”


그다음으로 과거 청류계를 이끌었던 명사이자 포홍에 대적했던 맞수였으나 이내 새로이 하내의 세력에 합류한 왕광의 이름이 흘러나왔으며,


“물론, 이를 개인이 아닌 가문의 것으로 확장한다면, 그 와중에 앞날까지 기대가 되는 젊은 동량들을 우선시한다면 당연 사마 가와 한 가를 꼽을 수밖에 없으니, 그 중에서도 백달(伯達)과 원사(元嗣)가 최우선일 게야.”


그다음으로는 이 하내에 제일가는 가문이요, 토호들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사마씨와 한씨 라는 집안을 앞세운 사마팔달의 일인인 사마랑과 한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뭐, 사마랑이야 본디 사마의라는 이름값에 가려져 있을뿐더러 딱히 인상 깊은 인물로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원체 그 능력이 다방면에 특출나며 고전에 능하고 인품과 안목을 비롯한 행정처리 또한 훌륭해서 위기를 예언하거나 백성들을 옳게 돌봐 채찍과 곤장 없이도 백성들이 그에게 복종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도리어 백성들의 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까 전전긍긍했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의 통치가 관대하고 은혜로웠다 전해진다.


그에 비견될 한호는 이러한 사마랑과 정반대되는 알려진 이름값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지녔으니 다름이 아닌 둔전제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물론, 둔전제는 본디 한 무제 때 원시적인 형태였던 둔전제를 다시금 손봐 이 시대에 적용시킨 인물로 당시 도겸과 공손찬과 같은 세력들도 이를 이용하였고 이를 도입하고 행한 인물들 또한 여럿이라 실로 그 입에 다 담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초기 군농정책을 제시했던 모개와 비견되며 함께 이를 주장했던 조지와 함께 알려진 실질적인 행정가였다.


“과찬이십니다.”


“그러하옵니다.”


“글쎄? 과연 이게 과찬일까? 다른 건 몰라도, 관헌으로서의 자질만큼은, 그중에서도 특히 이 토지제도에 관한 것만큼은 가히 하내 제일이라 할 수 있겠지. 고작해야 1년이지만, 그 변화가 확실히 체감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음이야.”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한호를 포함한 사마랑이 토지제도라는 공통점으로 묶인다는 것인데, 실상 앞서 언급한 사마랑 또한 원 역사 속에서 과거 하, 은, 주 등에서 쓰였던 정전제의 부활을 주장했던 인물이었다.


“둔전과 정전, 양전의 제도를 겸병하도록 허락해주신 것은 실로 순전히 태수께서 소관들을 믿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하옵니다, 내적으로는 토지에 속한 세수의 부담을 줄이고 이를 채워내기 위한 수익의 다각화를 고려하셨으니, 하동과 같은 외지로 나아가 일감을 벌어들이고 물자를 수출하였으며, 이후로도 사연택을 비롯한 황하의 수운을 통한 상업과 교역 등을 통해 부를 쌓았고 부족한 군량은 군둔에서 채워내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니 이 어찌 태수의 공이 아니라 하오리까?”


그리고 역사가 뒤집히고 시대가 뒤집혀 다시금 전국의 세기가 도래한 작금에 이르러 이 하내는 둔전제와 정전제라는 두 개의 제도를 채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에 따른 성과도 실로 괜찮았고 말이다.


“에잉, 쯧쯧쯧. 아주 저들끼리 금칠하면서 겸양들만 떨기 바쁘니. 왜, 지 얼굴에 직접 금칠은 못하겠고, 해서 이제는 어린 것들에게 대신 제 얼굴에 금칠해달라 하는 게야?”


“어찌, 왕사(王師) 어르신의 공만 하겠습니까?”


“얼씨구? 이제는 이 원고(元固)더러 금칠해달라고?”


그 와중에 끼어든 노년의 인사는 다름이 아닌 갑훈으로, 량주의 이름난 명사이자 그러한 명사치고는 딴에 속이 좁다 못해 꼬장까지 부릴 줄 아는 묘한 특색을 지닌 인물로, 과거 강족들의 침략을 막아낸 전력이 있어 철벽이라 불리웠고, 일찍이 이 자리에선 이들 중 가장 먼저 포홍과 연이 닿다 못해 그의 스승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뭐, 지금이야 포홍이 왕이 되었으니 왕사(王師)라는 그럴듯한 호칭까지 얻었고, 포홍에게 합류하기 이전인 낙양의 혈사 당시에는 공자를 추종하는 공위병들에 반대되는 맹위병, 그러니까 맹자를 이끄는 이들을 이끄는 계파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한 인물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게 아니라......”


“자화자찬도 적당히 해야지, 지금까지 달려온 과거의 성취에 대한 어줍잖은 격려도 너무 길어지면 재미없어.”


낙양의 혈사 이후로는 정식으로 진나라에 합류했고, 그 와중 살아남은 유자, 사대부들을 비롯한 후인들의 존중을 받으며 제자백가를 포용한 진나라 학계에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그 이후 정원을 살려야 할 당시 하내로 넘어와 하내의 방비를 비롯한 제반 사항을 처리하는 등, 군무와 정무를 가리지 않으며 소속된 곳에서 나름의 맹활약을 보였으니, 그 또한 작금의 하내 번영을 이끈 주역 중 한 사람이라고나 할까?


“저기 소장은 뺍니까?”


그 와중에 어색한 얼굴로 손을 드는 이가 있었으니 이는 다름이 아닌 학맹이었다.


원 역사 속 여포의 수하였으나 일이 꼬여 포홍의 수하이자 현 하내의 유일무이한 이름값을 지닌 장수로 남겨진 인물로 일찍이 붙들린 왕광을 설득했고, 이후 흑산적의 침공에 활약하며 정원의 사망 이후 여포와의 대치에서 일선에 섰으니 원 역사 속 반란은 아니어도 나름의 정해진 운명을 걷고 있는 중이었고, 어쩌면 작금의 소집에 있어 태수인 저수가 제일 중히 여기는 인물이기도 했다.


“미안하네, 다들 격조하였고 오랜만인지라 이 사람 저 사람 소개하듯 과거의 공헌을 회상함에 자네에 이르기까지 제법 오래 걸렸어.”


“태수님께서 뭘 미안해하십니까? 소장은 태수님께 서운한 점 없습니다. 그저 이 사람 소개도 없이 넘어가시려는, 여기 왕사 어르신에게 조금 서운할 뿐이지요.”


“야, 이 싸가지 봐라, 이거. 이 깐죽대는 게 꼭 포홍 놈 젊었을 때 보는 것 같단 말이지. 알면서 개겨. 야, 거 황충(蝗蟲), 아니, 황금충 앞에서도 그리 개기더니, 이 싸가지 하나는 알아줘야 해.”


그도 그럴 것이 문사에 버금가는 사고와 혓바닥을 지닌 인물로, 딴에 생각이 없고 불량하다고 하기엔 눈치가 빠르며 혀가 날카롭고 그 와중에 일신의 무예와 통솔 또한 쓸만했다.


아닌 말로, 황금 메뚜기라는 이명에 주변에 자리한 모든 것을 휩쓰는 누런 메뚜기떼와 같은 유목 기병을 이끄는 여포를 상대로 제법 기개와 기백을 보였으니, 현 상황에 그에 대한 창구라던가 군사적 대치에 있어 꼭 필요한 이가 바로 다름이 아닌 그였다.


“그래서, 어인 부르심입니까?”


사락-


“장우각이 제 휘하의 흑산적과 이에 호응하는 백성들을 이끌고 조나라를 개국하겠다는 미친 짓을 벌였어. 그 와중에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장연은 그런 장우각과 함께 업을 공략한 모양인데, 의외로 그 기습이 성공한 모양이고 이것이 가능했던 배경은 관동에서 들어온 충격적인 소식의 여파로 인한 기주 남부의 민중봉기가 있겠지. 문제는, 그 와중에 공손찬과 동맹을 청하는 서신을 보냈다는 건데, 그 여파야 다들 알고 있겠지?”


“........”


실상 아닌 듯 해도 전운이 감도는 전조를 모를 이들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에 소제 유변의 사망, 그것도 백성들의 봉기에 의한 사망이라는 기가 막힌 사건에 얼이 빠진 이후 벌어진 공손찬의 유주 침공은 가히 온 하북을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으니 말이다.


덜컥-


“태수님! 기주에서 급보이옵니다!”


그 와중에 또다시 내실의 문이 열리니 찾아오는 이들마다 급하디급하지 않은 소식들이 없었다.


“뭔가?”


“몽진한 기주목 한복이 안평국에 자리를 잡았고, 안평왕이 이를 허락했다 합니다. 기주 동부의 지방관들과 호족들 또한 각지에서 군대를 모집하다 못해 그 물자를 징발하는데 여념이 없다 합니다!”


덜컥-


“태수께 아룁니다, 기주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또?”


“기주의 물자 중 일부가 군자행을 자처하는 사족들과 함께 유우를 지원하기 위해 북상한 것이 확인되었고, 이에 공손찬 또한 기존의 병력 외에 새로이 군대를 출병시켰다 합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새로운 소식이 들어올 때마다 내실의 분위기는 더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고,


덜컥-


“기주에서의 소식인가?”


“그것뿐만은 아니고......”


“그저 조용히 지나갈 날은 아니라는 거군, 해서 뭔가?”


“원 본초가 3만에 달하는 군대를 이끌고 북상하는 중이라 합니다. 또한......”


“또한 뭐?”


“발해만 인근의 수적들이 역수를 거슬러 올라가 유우의 후방에 자리한 고을들을 약탈했다고 합니다.”


“..........!”


끝내 그것이 병주와 기주도 모자라 유주의 이름 모를 세력들까지도 모조리 동원된 대전쟁의 전조라는 걸 알았을 때, 그에 속한 이들 모두는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한동안 침묵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이후 흘러나온 각양각색의 반응은 더한 우려와 격정적인 마찰을 낳았다.


“고작해야 평원군 하나와 그 인근을 집어삼켜 놓고는, 이제와 3만이라? 원 본초의 세가 커져도 너무 커진 모양입니다.”


“하동이 잿더미가 되면서 그 기술자들이 옮겨간 평원의 가치가 올랐어. 그리 해염을 생산하다 못해 황하를 끼고 있는 지리적 입지까지 있으니 하북과 중원을 잇고 심지어는 내륙까지 잇는 수운을 통한 교역이 자금력의 바탕이 되었겠지. 강 하류의 평야 또한 부족함이 없으니 식량의 소출이 부족함은 없을 테고, 하북의 끝자락이라 외세의 침공 또한 없었으니 성장과 번영 속에 힘을 기르는데 적합했겠지.”


“우리처럼 말입니까?”


“뭐, 얼추 비슷할 게야.”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갑자기 개국이라니, 그것도 조나라라니....., 거기에 공손찬까지 끌어들였으니 그 명분도 실리도 완전히 반으로 갈린 것이 문젭니다. 이게 작금에 관동에서 벌어진 동서대전, 아니, 천하대전과 뭐가 다릅니까?”


“다르지. 이건 병주와 유주 일부가 기주를 감싼 양면 전선이야. 일종의 포위망이지. 그보다도 당장에 공손찬이 문제야. 놈이 남하하는 것이 진정한 위협이 되겠지. 선비와 오환 같은 북적의 군대 수천을 박살냈다는 건 작금의 이 하북에 자리한 한인의 군대 수만을 깨부술 수 있단 뜻이고, 그 화려한 과거까지 따져본다면 작금에 수만에 달하는 병력을 이끄는 놈은 능히 수십 만을 깨부술지 몰라. 아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음이야.”


“왕사 어른, 아무리 공손찬이 대단하다지만 이건 너무 큰 비약이 아닙니까?”


“비약? 내 다른 건 몰라도 이 하북 땅에 고놈만큼 위험한 놈이 없다는 사실은 알아. 무용도 무용이거니와 통솔에 기병 위주의 전술, 그것도 궁기병들 운용하는 것들까지 모조리 강족의 그걸 닮았어. 아니, 애초에 그 강족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동원된 게 남하하여 한에 귀부했던 선비와 오환의 기병들이고, 이를 작살낸 게 작금의 공손찬이야. 못해도 이 진나라에서 그놈에게 비견될 입지를 지닌 이가 딱 둘이지, 그게 바로 포홍 그놈하고 동 중영이야. 하필이면 그 과거와 걸어온 행보까지 비슷해. 거기에 압도적인 무력에 공격적인 통솔에 내재된 야망까지 똑 닮아있어! 한데 내 어찌 걱정을 안 하나!”


“그렇게 따지면 작금에 공손찬만 걱정할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 땅의 백성들이 그리 한조의 반기를 들었음에도 사족들은 그 눈치조차 보지 않은 채, 유우에게 힘을 몰아주는 형국인데, 이러다 놈이 왕이나 황제라도 되면 그땐 작금의 관동에서 자취를 감춘 한조가 이 땅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 되어버린단 말입니다!”


“웃기는 소리, 유우 놈은 충신이야, 제까짓 놈이 진류왕이 남아있는 마당에 무슨 수로 한을 계승하고 왕이고 황제를 자처해!”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장막 놈이 진류왕을 품었고 그도 모자라 멋대로 위나라의 개국을 선포하려 했습니다! 작금에 약소하게나마 힘을 얻은 원 본초와 세를 잃고 밀려난 기주목 한복은 더 큰 힘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허니 그 둘이 뜻이 맞아 유우를 새로운 임금으로 추대하게 되면 당연히 큰일이지요!”


“그러니까 이를 유우가 거부한단 말이야! 그 빌어먹을 놈의 충정을 몰라? 그놈은 뼛속까지 신하된 놈이라 그 자리를 거부하고도 남아!”


“힘으로 옹립시켜 안 될 건 없습니다!”


“그러면 도리어 저들의 비극이지! 지난날 량주에서 벌어진 난 또한 억지로 황보숭을 추대시키려다 황보숭이 이를 거부하니 염충 놈이 반강제로 거기장군이자, 주장에 올랐어! 그런 그놈 또한 결국 감금을 당해 갇혀 죽었으니, 되려 우리에게 잘된 일 아닌가?”


“그 황보숭이 결국 한조의 임금을 손에 쥔 채, 사례를 끝장낸 것을 모르십니까? 설사 유우가 이를 거절한다고 한들, 그 아들인 유화 공자가 남았습니다! 원 본초와 기주목 한목이 이를 모를 리 없고 설사 그 아비인 유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상황은 끝입니다, 끝!”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쪽이 되었건 그 무게의 추가 쏠리면서 변화될 정국의 여파는 결국 둘 중 하나였다.


공손찬이 커지던가, 그도 아니면 유우가 커지던가.


공손찬이 커지게 되면 하북 제일의 위협이 기어코 연나라를 개국하다 못해 하북 전역을 집어삼켜 포홍의 진나라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위협적인 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유우가 커지게 되면 포홍이 이 세상에서 지워낸 일평생의 위업이자 현 진나라의 유일무이한 맞수였던 한조가 진실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니, 작금의 제일 큰 위협인 계한이라는 존재와 별개로 진나라는 그 어느 쪽이든 간에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이 당장에 진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나, 실상 그들이 남하하여 중원을 점령해서 세력을 불리면 그것대로 문제고, 반대로 하내를 점거하고 하동을 통해 진나라의 심장부인 삼보일대를 비롯한 장안을 찌르거나 황하를 건너 낙양이 자리한 사례를 공략하게 되는 것도 문제이니 이는 실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어찌 하실 겝니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고 봐야지.”


“예?”


하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이 모든 걸 결정하는 저수의 판단은 쉬웠다.


“그 다릿발 두 개가 평행을 이루면 필경 한쪽으로 쓰러질 테니까, 어느 쪽으로든 쓰러지지 않게 세여정족의 판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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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0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8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5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4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6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8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6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9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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