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558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9.15 21:49
조회
168
추천
3
글자
21쪽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DUMMY

실로 엄청난 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예상 외의 분전이요,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그러나 예상 외의 패배요, 기대 이하의 성과이기도 했다.


휘이이잉-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하늘 아래 눈이 내리는 언덕의 경사면을 그득 메운 것은 사람과 말의 시체였다.


주변 정리를 한답시고 시체를 나르는 계한군들과 이를 통솔하는 장수들 모두가 질려버렸다는 듯, 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언덕의 위아래를 오르내렸으니, 이를 지켜보는 이들로서도 이번 마총에서의 전투는 가히 격전에 가까웠다.


“몇이나 죽고 다쳤지?”


“도합 7천입니다.”


“저들 말고, 이쪽 말이야.”


“그게......”


“못해도 3천 이상인가?”


“최대 4, 5천은.......”


“그러니까, 적들을 섬멸시키는 전투 한 번에 이쪽 병력의 절반이 날아갔다?”


보고를 받는 이들조차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거진 엇비슷한 1만이 격돌한 마당에 그 모든 우위와 전략적 재미를 보고서도 이쪽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모든 것을 총괄한 군사나 다름이 없는 장예가 인상을 썼고, 그 아래 병력을 움직였던 정앙, 초황과 같은 이들이 제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씁쓸한 피로스의 승리를 맛보는 중이었다.


“이 모든 게 진이 무너지면서 벌어진 일이지. 그 빈틈을 파고들어 날뛰는 것들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알게 된 것이야.”


정작 계획을 짜고 재미란 재미는 다 봤는데, 그 잘난 방진이 무너지면서 우르르 무너지고 흩어진 것이 패착이었다.


제아무리 지난날 동서대전의 경험이 남아있던 관군이라지만, 비단 남중 정벌을 비롯한 끝없는 훈련으로 단련된 자신들이라면 충분히 맞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 실상은 전혀 달랐으니, 변방. 그것도 산골 촌구석에서 놀던 촌동네를 주름잡는 이들의 분투는 가히 중원과 변방을 가리지 않으며 천하에 이름난 적들을 맞상대한 이들 앞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정도로 우습게 깨졌다.


소위 메우려고 해도 메워질 수 없는 질적인 차이.


일평생 전쟁 일변도를 달려온 이들과의 노골적인 격차를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어찌 도독께서 저들과의 회전을 꺼리시는지 알겠소. 이거 뭐, 죽을 자리에 길동무랍시고 데려가는 이들이 여럿이니, 참.”


“그보다도 이 날씨도 문제요, 남방 출신의 이들에게 있어 확실히 이만한 제약도 없으니까.”


거기다 한 가지 더, 작금의 계한군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한 연유가 또 있다면 날씨였다.


거진 그 위도에 따른 그 온도의 차이가 환경에 따른 날씨와 습도와 같은 기후 조건 등의 차이가 남중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혹한의 겨울을 선사하면서 그 몸이 얼어붙는 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량주로 나아가면 이보다 더한 혹한의 기후가 찾아오나 당장에 고향을 등지고 북상한 남방 사람들에겐 이미 이 정도의 추위만 해도 충분한 한파였다.


“심하진 않지만 벌써부터 동상에 걸리는 이들이 늘고 있소. 털신은 물론이거니와 가죽옷까지 구해다 입혀야 할 판이지. 그나마 비단이 있는 것이 다행이긴 한데, 나 원, 추위에 떠는 이들 때문에 갑주 안에 비단 같은 값비싼 직물까지 별도로 입혀야 한다니, 원.”


“정 아니 될 일이라면 짐승들이라도 모조리 사냥합시다. 어차피 저들을 동쪽으로 몰아붙여야 함에, 일대를 돌며 마을에 속한 창고를 털면 병사들에게 덧입힐 천과 직물을 더 확보할 수 있소, 거기에 마을에 자리한 개들을 잡아 가죽을 벗기면 더 나아지겠지.”


전투는 승리하였으나 사태를 수습하고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리 선두의 이들이 허락을 구하는 전령을 보냈으니, 그리 본대가 자리한 오장원에 앉은 이권을 비롯한 이들은 이를 허락했다.


“1만을 더 지원하겠다. 동쪽을 쓸어버려라.”


그렇게 마총의 언덕에 새로이 군영이 들어서고 그에 남은 5천의 병력의 곧바로 내달렸다.


“장예와 정앙이 마총의 군영에서 모든 것을 총괄한다. 초황과 고승, 그리고 마진은 병력을 나눠 일대를 쓸어버리며 근처에 모든 고을들을 약탈한다. 또한 그리 약탈한 마을의 인력과 물자를 비롯한 모든 것의 수송과 관리를 여함에게 맡긴다. 적어도 ‘미오’가 자리한 미현의 앞까지, 모든 것을 수확해라.”


무공수를 건넌 1만 중 5천의 병력이 곧바로 비어있는 마총의 군영으로 들어섰고, 남은 5천이 앞서 내달린 이들을 지원했다.


휘릭- 철컥- 철컥-


“당겨라! 초소부터 무너트려!”


쿠구구궁-


“초소가 무너졌다! 일대에 자리한 촌락들을 모조리 휩쓸어버려라!”


이미 마총 전투의 패배와 그리 미오를 뛰쳐나온 1만에 달하는 병력의 전멸과 관련된 소식이 일대에 퍼져나가는 와중에 즉각적인 행동을 계시한 계한군의 움직임은 빨랐다.


갈고리에 줄을 달아 급히 일대에 감시를 위해 세워둔 초소들을 미리미리 정리했고 그리 저들의 감시체계가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여럿이 모여 사는 촌락으로 들이쳤다.


피잉-


“아악!”


콰직-


“끄허억!”


-계, 계한군이다!


와아아아아아-


“그 출신이 강족이거나, 무장을 하고 있거나, 훈련받은 움직임을 보이면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도륙해라! 이 빌어먹을 짐승 새끼들이 어떻게든 도망쳐 적의 본대에 합류치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니, 도망치는 계집과 노인 그리고 아이가 중한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착실하게 적에게 전력이 될지 모르는 이들부터 미리 지워내겠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고을을 습격할 때마다 몇 되지 않은 이들이 저항 아닌 저항을 벌였으나 되려 계한의 이들이 이를 반기며 수없이 많은 장정과 사내들부터 사살했다.


“창고를 열어!”


우지지직- 쿠웅-


“이야, 이게 얼마야.......”


그 와중에 빗살을 젖히고 열어젖힌 창고 속에 담긴 것들 또한 제법이었다.


앞서 말한 직물과 가죽 그리고 향낭, 귀금속 같은 사치품이나 교역품 같은 것들이 개인창고에서 나왔다면, 진나라의 사회상에 걸맞은 분배를 위해 국가에서 관리하는 나라에 귀속된 창고의 경우 오두미교의 창고 부럽지 않은 양의 식량이 나왔다.


특히나 재미있는 것은, 주변의 짐승을 사냥해서 만든 말린 고기와 어부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어포였는데, 달리 말해 이 또한 부족한 식량 사정 대비 자구책을 위해 더한 것으로 올해의 수확 덕에 나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진나라였으나 여전히 그 사정이 여의치 않음을 보여주는 모습들이었다.


“어쩐지, 일대의 짐승들이 씨가 말랐더라니.”


그리고 이는 어째서 여러 촌락들을 휩쓸던 계한군이 근방에서 빈번히 사냥에 실패하였는지를 알게 되는 연유이기도 했다.


이미 추수를 끝낸 가을을 기점으로 혹시 모를 식량의 부재와 결핍을 생각한 이들이 먼저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으니, 그 짐승들이 땅이든 물이든 씨가 말랐을 수밖에.


덜컹-


“이것 좀 보십시오.”


푸스스스-


“이야, 이것 봐라?”


그 와중에 새롭게 뜯어낸 창고에서 발견한 것은 거진 엄청나게 많은 수의 깃털이었다.


값비싼 꿩 깃도 모자라 그 깃이 짧은 산새들의 것들 또한 무지막지하게 많은 수가 뜯겨져 모조리 포대와 목함 등에 나뉘어 담겨져 있었다.


붓과 의복, 모자와 투구 등을 비롯한 기타 여러 품목에 장식과 치장으로 더해지기도 하고, 대표적으로는 화살깃으로 쓰이는 깃털의 가치는 무궁무진한 편이니 의외로 그 값이 비싼 물품이기도 했다.


“그래도 남중에서 올라온 것들만큼 값어치가 있진 않겠다만.......”


남중의 경우, 중원에 살지 않은 새들이 많아서 그 화려한 색감의 오색깃을 바라는 이들이 많은데 그 때문에 새그물이나 탄궁 등을 이용한 사냥 또한 제법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전쟁에서 쓰이기엔 부족함이 없겠지.”


영롱한 색감과 빛깔의 깃털이 지니는 가치야 인간의 꾸미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니 예로부터 호족들을 비롯한 부족장, 장수, 상인의 이들에게 필수품이었는데 애석하게도 이곳의 깃은 남중의 깃과는 달리 거진 대부분이 화살깃과 같은 군수물자로 쓰일 것들이 많았다.


“그간 아조는 지속적으로 노를 개량하여 노병을 강화해왔다. 이는 비단 궁보다 더한 살상력을 위함이자 궁을 뛰어넘을 사거리를 위함이며, 그보다 더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니 화살은 언제도 부족함이라.”


실상 제갈량의 이전부터 어렴풋이나마 나름의 연노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만큼, 그 발전된 노의 기원을 춘추전국의 시절로 꼽을 만큼, 기병과 더불어 치열한 전쟁사의 일면을 차지해왔던 것은 의외로 궁병이 아닌 노병이었다.


이는 비단 중원뿐 아니라, 그 중원의 일대에 자리하여 그 영향권에 들거나 반대로 그와 마찰이 생겨난 이들 또한 더불어 발전을 시켜 전장의 주역으로 삼으니 대표적으로 우월한 기병을 가지지 못한 세력과 지역에서 이러한 노병의 발전과 역사가 이루어졌다.


“유성우라, 그 이름처럼 대단한 가문의 기술을 선뜻 내어주는 가룡의 충성심은 대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주변으로부터 의심을 받는 그의 처지가 더더욱 기구하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쪽이 그의 전력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비단 그의 가문에서 만지는 그 사이한 검신과도 같은 살촉과 보다 기다란 화살깃 때문이니, 일단 우리는 그보다 짧고 무른 살촉과 화살깃이 달린 철시를 쓸지언정 이 정도로 만족을 해야겠지.”


그리고 어찌하여 지난날 가룡이 사용하였을 법한 비기를 엇비슷하게 계한의 이들이 따라 할 수 있었는지 그 실체가 밝혀졌고, 그 속에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여함은 사람을 시켜 그리 창고에 잠재된 물량을 지속적으로 서쪽에 자리한 오장원으로 옮겼다.


“어차피 화살은 필요한 것, 뒤로는 그 삼림이 빽빽한 산줄기가 있고, 옆으로는 열을 식힐 무공수가 흐르니 오장원에 대장간을 설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비단 원 역사의 조조 또한 그러하였으며 이전과 이후 역사의 세계 각지에서도 제 부족한 수량의 군수물자의 조달을 위한 생산체계를 군영에서 일궈낸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고로 장기전을 기점하여 보다 확고해진 이들의 전략은 예상치 못한 마당에 발견한 엄청난 양의 화살깃이라는 전략물자를 통해 더더욱 공고화된 셈이었으니, 이에 대한 보고를 접한 이권의 입가에 더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거기에 예상외로 더 좋은 소식이 있었던 것은,


“뭐라? 대파(大破)? 다른 것도 아니고, 예상치 못하게 조우한 홍건적의 무리를 대파해?”


실로 언젠가는 조우할 것이라 여겼던, 진이 품고 있는 예상외의 전력이면서도 관동을 휩쓸었던 전례를 생각해 쉬이 방심할 수 없었던 그 이름값이 남달랐던 홍건적이었다.


대다수가 광신도이며 어쩔 수 없이 진에 안착했다고 한들 거진 별개의 가치관으로 살아가기에 그 믿음의 깊이와 전장의 무력을 부정할 수 없는 이들인데, 되려 지난날 마총에서 그리 피해가 심각했던 것과 별개로 아주 쉽게 적을 깨부쉈다 하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막상 생각해보니, 이것이 그저 우연인지 아니면 계략을 위한 저들의 꼬드김인지 쉬이 판별이 가지 않았다.


“한데, 다른 이들도 아니고 그 이름난 홍건적들을 대체 어찌 이겼다는 게야?”


“예, 그것이 작금의 진국 내에 계한과의 전쟁이 알려지며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는 이들이 생겨났는데, 다름이 아닌 오두미도의 신도들이라 합니다. 그 오두미의 신도들이 근방의 지형을 꿰차고 있는데, 저들이 남몰새 숙영하는 군영의 위치를 알고 있다 아군과 접선하여 이를 마진 장군에게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오두미?”


그러던 차, 그 연유를 캐묻는 와중에 실로 뜬금없는 이들의 존재가 나왔다.


“예, 그러한 이들이 핍박받고 심하게는 살해까지 당하면서 곳곳으로 흩어지고 도망치는 일이 잦아들었는데, 그러한 오두미의 직접적인 사냥을 자처한 곳이 다름이 아닌 적미군을 비롯한 홍건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진나라 상계를 등에 업었을뿐더러 일찍이 장로와 악연이 있던 풍방이 먼저 움직였다?”


“예, 그것도 지난 옹주정의 책임을 묻는 일과 연관이 있으니, 비단 그 옹주정을 이끄는 재상 병원이 일찍이 장로와 협력하며 민중들의 지지를 대거 이끌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그 옹주정의 실책을 비롯한 미진한 대처로 장안과 삼보일대에 대대적인 혼란과 반발이 벌어졌다 합니다. 그 와중에 직접적으로 병력을 소유하고 있던 그의 사병이나 다름이 없는 군대가 움직였고, 그러한 오두미교의 사냥은 되려 사치품을 장려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상공인들의 입장과도 맞아떨어졌으니, 그에 부유한 이들이 풍방을 지지하고 그 책임론까지 운운하며 재상 병원을 비롯한 옹주정의 실각을 몰아붙이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두미 교도의 증언을 전하는 수하의 보고로부터 작금에 혼란스러운 진국의 실정을 비롯해 그에 따른 여파로 인해 벌어진 상황까지,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이권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비단 작금의 옹주가 전장에 휩쓸렸다고 한들, 장안을 비롯한 삼보일대에 자리한 놈들의 세력과 가병과 사병들까지 따지면 비단 어지간한 호족 군벌들의 규합 이상이니 부족함이 없겠지. 그나저나 계한에서 한 차례 벌어진 일들이 이곳 옹주에서도 벌어지다니, 그 또한 신묘한 일이로구나.”


생각해보면 유언의 지배에 반발하여 들고 일어난 호족의 연합의 무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그 호족 무리를 이끌었던 자신처럼, 비단 풍방 또한 제 바탕이나 다름이 없는 이들을 이끌고 기어코 동주사와 사족들, 거기에 오두미교의 지지를 주축으로 삼은 유언과도 같은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을 이끄는 병원의 지배에 반발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에 한 가지 다른 점은 비단, 외적의 군대가 있느나 없느냐의 문제였다.


비단 자신들이야 애당초 외적의 침입이라고는 존재치 않았으나, 이들은 그런 외적의 침입이 존재함에도 기어코 일을 벌였다.


이는 달리 말해,


“예상외로 쉽게 전쟁이 끝나게 될지 모르겠군. 아니, 더 어려워진 건가?”


생각 외로 진국의 상황 또한 개판이란 소리였다.


그도 아니면 아직도 이리 일을 벌일 정도로 그 역량이 남아돈단 소리거나.


* * *


“옹주정은 전쟁을 발발시킨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 물러나라! 물러나라!


“외적의 이들과 붙어먹은 것이 그리도 좋다더냐!”


- 좋다더냐! 좋다더냐!


그리고 그 개판이 실존하는 장안성의 상황은 이미 더더욱 극에 달해있었다.


대광장에 모여든 이들의 패싸움과 더불어 시장 일대에 물건을 집어던지고 기물을 파손하며 난동을 부리는 등 그에 투입된 병력들마저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이들의 충돌과 마찰은 격정적인 것이었다.


“싸우자! 우리 모두 창칼을 드높이 들고 싸우자! 저 빌어먹을 놈들의 사기극이 아조를 망국으로 이끌었다! 군대를 적출하고 이상을 팔며 외적과 손을 잡고 희망만을 노래하여 이 나라에 앵속을 뿌렸으니! 이것이 비단 나라를 망하게 만든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가 뽑은 정부를 우리가 믿지 않으면 누가 우리의 입장을 대변한단 말인가! 비단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좋은 시절이었고, 이를 모두가 함께 공유했다! 그래놓고 이제와 그 책임을 모조리 떠넘기는 저것들에게 우리가 이룩한 자유와 공화의 가치가 모독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우리 또한 맞서 싸우자! 저들로부터 우리의 정부를 지키자!”


퍼억-


“아악!”


푸욱-


“이놈들이! 죽어!”


- 멈춰라! 멈춰! 이 무슨 해괴한 짓거리야! 병사들은 뭣들 하느냐! 막아라! 저 미친놈들 사이를 갈라!


폭동도 이만한 것이 없었고 그리 폭동을 일으킨 이들끼리의 충돌에 애먼 백성들까지 휩싸여 광장을 비롯한 일대의 가옥들까지 피해를 입고 수백이 넘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 등 가히 무정부에 가까울 혼란과 무질서가 멈추지 않고 범람하고 있었다.


“저 버러지 같은 놈들의 꼴을 좀 보라고. 차라리 얼추 모든 것을 정리한 삼보 일대가 나아 보일 지경이니 이래 누누이 이야기하건대 아랫것들에게는 뭘 허락하면 안 돼.”


“뭐, 그야 재상 병원이 엇나간 일이니, 그 책임의 소재야 명백하다지만, 그와 별개로 이 정도로 무능할 줄은 몰랐군.”


“역량을 벗어난 게지. 실로 조당 그 하나에서 맡은 바 소임만을 다하였으면 모를까, 감춰진 하늘 위로 손을 뻗어 공자와 맹자도 닿지 못한 이상에 손을 집어넣고 이를 이 땅으로 끌어내렸으니 어디 그것이 쉬울까?”


그나마 돈 많고 부유하며 출신 좋은 삼보 일대야 이미 풍방의 손아귀에 들어가 안정을 찾고 애먼 자유주의자니 공화주의자니 오두미교니 어쩌니 하는 것들을 은연중에 몰아세우며 때려잡고 사냥을 자처하며 조속한 안정을 취해가는 형국이었으나 그 모든 것이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든 세력 간의 충돌로 자리를 잡은 장안은 되려 그리 손을 댈수록 더 많은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닌 말로 그 모든 것에 자유와 세력 간의 결집을 허락한 일국의 수도이자 정치의 중심지가 격동의 세기를 벗어난 이상사회의 실현을 목전에 두고 무너지면서 수없이 많은 학문과 사상 그리고 이념과 입장의 차이를 대변하는 이들의 정치적 충돌을 발산시키는 격전지로 돌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란 속에 위태로운 진국을, 옹주를 구원할 인재는 정녕 없는 것인가?


“그래서 자네는 어쩔 게야?”


“서원의 입장을 대변해야겠지.”


“하긴 각 콜레기아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니, 비단 그 입장의 표명부터 해야겠지.”


“그러는 자네 쪽은? 비단 사족이면서도 아직 서원을 갖진 못하였으나 엄연히 제자백가에 속하고 있지 않나?”


“이쪽도 마찬가지야, 작금의 정국에 혼란과 실책을 꼬집고 그 입장을 표명해야지. 여차하면 피난도 생각해야 할 처지고.”


이 와중에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며 장안성의 환란을 지켜보는 두 사내가 있다.


“피난이라, 장안을 버리고 삼보 일대에 귀속하면 적어도 장래가 보장되긴 할까?”


“장담컨대, 쉬이 밀리진 않을 게야. 국상을 비롯한 저들은 가진 바 역량이란 게 남아돌아서 문제니까.”


“하긴 자네, 출신이 풍익 고릉현이었지?”


“어디 출신이 문제인가? 그게 순전히 나라와 백성...., 아니, 백성은 아니라고 한들 적어도 그 나라를 위해 가능하냐는 것이 문제겠지.”


“풍익 출신이 나라를 챙긴다라? 결국 진 국상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러는 그쪽은 량주 북지 출신이라, 진왕 폐하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고?”


이들은 비단 현실적이었으며 그 입장이 같지 않음에도 스스로가 그에 귀속되지 않으려는 오묘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서로를 향한 공격은 지속하였으나 글쎄, 그 또한 실로 서로를 적대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매양 입바른 소리만 해대며 죽었다 깨어나도 공금만 가져다 쓰지 제 사유재산은 내놓은 적 없는 그 알량한 정의로운 선자(善者)들만을 믿고 따르기에는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아.”


“적들의 손에 장안이 떨어지는 날이 올까?”


“미오가 떨어지고 저들의 대병이 상륙한다면.”


“10만으로도 부족한 것이다?”


“그 10만으로 모든 걸 이뤄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량주 쪽을 틀어막아야 하는 건 매한가지니까.”


그렇기에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진실로 난국을 벗어날 방도와 기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업이 무너질 당시 기주목을 비롯한 이들은 동쪽으로 피난하여 안평국 일대에 자리를 잡았지. 동쪽에서는 원소가 합류했고, 북쪽에서는 유우를 끌어들여 손을 잡기로 했어.”


“........!”


특히나 역사의 선례에 힘입어 그와 같은 순간에 곧바로 난국을 타개할 대국적인 견지를 내놓는 이의 안목은 실로 특출난 것이었다.


장안 또한 업과 다를 바 없으니 동쪽으로 피난하여 삼보 일대를 거점으로 삼고 동쪽에 자리한 낙양의 이들에게 합류를 청하며 북쪽으로는 하내의 이들을 끌어 손을 잡으면 되는 일이 아닌가?


“장기...., 이건 정말 놀랄만한.......”


“우리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음이야, 물론 이는 비단 그 낙양이 떨어진 뒤의 이야기겠지만.”


그와 더불어 한 사람의 정체가 드러나니, 이 또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라.


“허면 나는 그전까지 이를 막아 세울 수 있는 이를 천거해야겠군.”


“그게 누구인가?”


“작금의 옥사에 갇혀있는 가 문화.”


“..........!”


그러나 그리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이 또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라면, 인물이었으니 비단 난국을 타개할 인물을 꼽는 이의 안목 또한 가히 대단한 것이었다.


작가의말

2022. 9.15 - 일부 내용 추가. 추가 수정 2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3 다르기
    작성일
    22.09.19 02:44
    No. 1

    잘 읽고 있습니다.
    가문화가 등장하면 재미가 있겠습니다.
    작가님의 문법은 정말 취향이 아니고
    이야기의전개도 산만해서 읽기가 힘들지만
    소재는 신선해서 계속 보게 되네요.
    개인적인 의견은 좀 더 주인공에 집중하셧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를 좋아하는건 모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모두를 포커싱하려다보면 그 모두의 이야기가 먼지처럼
    흩날려버릴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전개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이야기에 집중할수 있게 필요없는 부분은 짧게 넘어가고
    작가님 머리속에만 있는 세력구도는 인물의 말이나
    작품속 설명으로 충분히 독자가 파악할수 있게 해주시면
    더 재밌게 읽을수 있을거 같습니다.
    작품을 끝까지 따라갈거지만 많은 사람이 작가님 작품을 봤으면 하는 생각에 쓸데없이 적어봅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9.19 17:40
    No. 2

    그렇지 않아도 순서상 이제 포홍이 등장하게 되긴 합니다. 다만 확실히 계한 편이 너무 길었나 봅니다. 다뤄야 할 것 많고 그래도 떡밥을 통한 회수가 되어야 정리가 된다 생각한 집착이 나름의 순서와 구도를 정한 것 같은데 여기서 최대한 더 날릴 수 있는 것은 날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에 금과 같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번 명절 기간은 연재를 쉽니다.[9/30 - 10/4] 20.09.29 414 0 -
공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4 20.06.25 1,446 0 -
공지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월 21일 업데이트] +2 20.06.14 794 0 -
공지 새로 시작합니다. +8 20.05.11 5,102 0 -
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2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2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9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0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