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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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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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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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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0쪽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DUMMY

물론, 이도 모르고 있는 장연은 되려 제 근거지로 돌아오는 와중에 저를 따르는 이들에게 의구심 어린 눈초리를 계속 받아야 했고 말이다.


“대체 뭘 저지른 겁니까?”


“내가 뭘?”


“알고 하신 것 아니지요?”


“뭐가?”


“조나라 말입니다.”


“아니, 그거야 개나 소나 전국이라 그러는데 당장에 내 목을 조여오는 장우각 놈 눌러준답시고 생각나는 게 그것 말고 다른 게 있어야지.”


“그거이 아닌 말로, 우리가 아니라 되려 저 기주의 이들이 주창해도 이상하지 않을 개념이었습니다만.”


“그러게. 실상 뜬구름이나 다름이 없던 것이, 저 제후들, 군벌들처럼 되고 싶었던 것이 되려 이 미쳐 돌아가는 시대가 우리에게 목표를 제시해준 건 아닐까 싶은데.”


“문제는 이를 놈이 모르지 않습니까?”


“놈이라니?”


“전풍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발언은 기존의 야합이자 협약에 없었던, 애초에 논의조차 된 적이 없던 내용이었다.


딴에 쉬이 흑산적을 처리하려던 전풍의 입장에서도 이리되면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으니, 뜻을 품고 이상을 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기에 그 사기와 충천하다 못해 독기까지 오를 이들이 어디 그저 그런 도적이 될까? 그도 아니면 세상을 놀라게 했던 황건적이자 홍건적과 같은 이들이 될까?


그렇게 멋대로 터트리고, 멋대로 심어졌으며, 멋대로 새겨진 정체성은 분명 이들의 격렬한 저항을 부를 것이고 이를 오해하다 못해 그에 피해를 입게 될 전풍은 이러한 장연의 독자적인 행보를 약속을 어긴 것이라 여겨 함께 맞잡기로 한 손을 단숨에 놓아버릴지도 모른다.


그 능력을 모르지 않으니 작금의 사예와 같은 장연 휘하 간부들이 이리 우려를 표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아, 몰라! 나도 뭐 이럴 줄 알았나? 그리고 어디 전풍 놈만 몰라? 지금껏 우리와 손을 잡아왔던 하내 것들도 모르는데 무슨.”


“하이고, 사고 한번 제대로 쳤네. 여튼 우리 애들 쉬쉬하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아, 그리고 내 자리 비웠어도 아직 업성 안에 5만이 넘게 남아있는 이들더러 우리 몫 확실하게 챙겨놓으라고 해.”


“설마? 예서 또 병력을 빼실 생각이십니까?”


“허면 근거지 코앞까지 놈들이 다가섰는데 이걸 가만 보고 있어? 저 청류 중에서 애초에 우리 애들 이만 넘게 지워버린 놈이 있었나? 거기에 군사적 재능과 식견이 있는 놈이 있어?”


“하아, 없지요.”


“원래는 적당한 선에서 발 빼고 그 미끼로 업을 비롯한 장우각의 야망을 건드려 놈을 기주 것들하고 공멸시키는 게 목적이었는데, 상황이 골치 아프게 됐어. 진짜로 전 병력 끌어다가 산맥 안으로 기어들어 오려는 심배 놈을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아니, 그러니까 적당히 하셨어야지요, 대두령!”


거기다 순식간에 노골적인 위협으로 부상한 심배에 대한 처리도 문제였다.


“야야! 야! 귀청 다 떨어지겠다, 임마! 나라고 뭐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아니, 어떻게 하다 보니까 또 그 와중에 장우각 놈이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있어 가지고 거기서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다가 아예 맞불 놔버린 거 아니야!”


“아휴, 증말. 순발력에 잔머리 하나는 기가 막힌데 참, 그게 전부니, 어휴.”


“이 새끼, 너 지금 나 깐 거지?”


“아휴, 뭐 언제는 안 깠습니까? 그럼? 아니, 부운도 아니고 뜬구름 잡는 소리도 적당히 좀 해야지.”


“그래도, 부운 놈 좋아는 하더라.”


“어디 부운만 좋겠습니까? 저도 좋지요, 진짜 도적으로 살다 죽나 싶었는데 막 이제와 설레고 미치겠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장연이 위험만 불러들이고 손해만 보았냐고 함은, 전혀 아니었다.


당장에 그 식견과 안목을 비롯해 사고가 짧은 이들이 보지 못했던 미래를 예견하고 그에 몸담은 자신들이 나아갈 앞날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과 이상, 즉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에 감화된 수많은 이들이 내적인 욕구의 충족과 감정의 격동을 느끼며 그에 대한 충성도와 기대를 비롯한 관심과 지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그의 영향력은 커졌고 되려 그간 우두머리를 자처해온 장우각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그 장우각이 그나마 남은 입지라도 지켜내려면 당장에 장연이 제시한 흑산적의 미래를 실체화시키고 구현해야 함이니, 결국 기어코 감당치 못할 소의 코에 코뚜레를 꿰어낸 장연은 그 소를 이끄는 목동이 되었고, 장우각은 그에 끌려가는 소가 되었다고나 할까?


“미친놈들, 상황 무마하려고 던져놓은 변명에 홀라당들 빠져가지고.”


“그러기에 둘러대도 적당히 둘러댔어야지요, 대저 그 미친 짓을 왜 벌였습니까?”


“아니, 뭐. 장우각을 제낀다고 해도 그 밑의 놈들을 내가 흡수도 해야 하니까. 보아하니 이 근방에서 난을 일으킨 포홍 놈도 그렇고 다들 설레게 할 무언가를 내어놓더라고. 그게 장우각이나 내 야망에도 부합하기도 했고.”


그리고 이는 어렴풋이나마 격동의 난세를 살아가며 천하의 일축을 담당했던 원 역사 속 장연이 실로 그 시대에 난립했던 군웅들에 부족함이 없었던 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세력과 사람이 모여들어 천하의 일축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그에 속한 이들이 자신이 몸담은 곳에서 희망과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 와중에 전국으로 변모한 이 시대는 원 역사 속 구체화되지 못했던 그의 비전과 이상의 실체화를 가져왔으니, 그리 부푼 꿈과 함께 돌아온 이들의 격렬한 저항은 이내 독기를 품고 나타난 심배의 상승과 전풍의 확신을 막는 반전이 되었다.


그러나 그 반전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니, 이 이후로도 장연조차 예상치 못했던 한 가지 반전은 이 하북에 더 극적인 전운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 * *


우르르릉-



터엉- 텅텅-


“방패부터 들어라! 방패로 일단 한 대씩 막고 몸뚱이 숙여서 찔러!”


푸우욱-


푸히히히힝-


“목창이다! 모조리 내질러 기병들 날뛰지 못하게 해라!”


쿠웅-


“끄하아악!”


“이대로 들이받아라! 가벼운 경사 따위 말배를 차고 올라라!”


먹구름이 몰려들어 어둑해진 하늘 아래 전투가 지속되고 있다.


기울어진 세상 위로 하늘이 울며 사람이 울고 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제 보니 이것들이 도적이 아니라 군이었어.”


아직 일을 벌인 모두가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와중, 새롭게 합류하여 모습을 드러낸 장연 휘하의 정예는 그간 심배가 상대해왔던 그저 그런 도적의 무리로 치부될 흑산적의 이들이 아니었다.


산자락을 타고 오르는 비탈길과 골짜기마다 소규모로 벌어진 전투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습격에 그치는 것이 아닌 병력의 소모를 자처하는 예상외의 접전이자 백병전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찔러라!”


푸욱- 푹푹-


“돌맹이를 던져라! 창극을 쥐고 늘어진 것들 면전에 돌덩이를 던져!”


퍼억- 퍽- 퍽-


“끄흑!”


뻐억-


“어흑!”


“어어어! 떨어진다! 비켜!”


풀썩- 쿠구궁- 푸스스스스-


“눈, 눈사태다! 제기랄, 왜 돌과 나무도 모자라 눈과 얼음까지 다 끌고 내려오는......!”


“으, 으하하하악!”


푸화아아악-


기주의 병사들만큼 완전한 무장은 없어도 없어도 어설프게나마 나무와 짐승 가죽을 덧댄 방패와 단병을 쥐고 나타난 이들의 전투력은 가히 심배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그 와중에 바위 등에 몸을 숨겼던 이들이 후방에서 산을 타고 오르는 극병 등을 향해 돌덩이를 던지면서 눈과 낙엽으로 얼룩진 산비탈이 따라 굴러떨어지거나 대오가 무너지는 일도 빈번히 발생했다.


허나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짐짓 비좁은 협곡 등지에 쌓였던 눈덩이들이 산비탈을 쓸어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눈사태였다.


그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한 부상과 피해로 전장을 이탈하는 이들이 늘어만 가니, 물경 2만에 달하는 흑산적들을 참수시킨 전공을 통해 이전보다 더한 병력을 이끌 수 있게 된 그 심배조차 이제는 태행산맥을 뚫고 그 깊숙한 산세 안으로 들어서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쏴라!”


피비비빙-


“길을 내라! 애초에 비탈에 쌓인 눈부터 무너트려!”


퍼석- 퍼석- 푸스스스-


“비켜라! 비켜 눈 떨어진다!”


쿠구구궁-


“어이쿠!”


“재수 없으면 휩쓸린다! 멀어져라! 비탈길에서 멀어져!”


물론, 심배라고 이에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변방을 비롯한 북방에서 쓰이며 휴대하기 좋은 짧은 단궁으로 무장한 궁수들을 앞세워 돌팔매질이 가능한 저들의 원거리 병력을 견제함은 물론, 그 와중에 창극을 쥔 병사들로 하여금 비탈에 쌓이고 뭉친 눈과 얼음을 깨서 먼저 눈사태를 일으키는 방식을 통해 야금야금 아주 느리지만 체계화된 전진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심 군위 되십니까?”


그러나 그 또한 여기까지였다.


“토벌이 한창인데 관복 위에 갑주를 걸친 걸 보아하니 여기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일인가?”


“회군하라는 명이시옵니다.”


“회군이라니, 그 무슨 소리지?”


“송구하오나 기주목께서 내리신 명이십니다. 여기 전문도......”


사락-


생전 처음 보는 이가 이해가 아니 갈 복장에 이해가 아니 갈 명령을 가져왔다며 건네준 문건 속엔 실로 보기 싫은 익숙한 친필과 더불어 그 직위를 보증하는 노골적인 직인이 찍혀있었다.


“흥, 기주목의 명은 얼어 죽을 전풍 그놈이 뒤에서 수작을 부린 결과겠지.”


“송구하오나 이미 업성이 점령되었고, 한단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 해서 하나라도 더 많은 놈들의 머릿수 죽이고 그리 위협받는 업성에 숨통을 틔워주려고 이리 태행산 안으로 들어와 놈들의 은거지를 들쑤시려는 것 아니야? 딴에 갑주도 걸쳤겠다 군무도 볼 줄 알면 작금에 돌아가는 상황 심상치 않음을 알 터인데, 허면 더더욱 외부에 자리한 누군가가 신경을 써야지. 그도 아니면 설마 자네가 전풍 그놈이 보낸 사람인가?”


“........”


“역시, 이것 봐. 앉아서 천 리를 보고 천 리 밖에서 이를 조정하려는 놈의 수작은 알겠지만, 애초에 나는 그 수작에 어울려줄 생각이........”


“공손찬에게 서신이 갔습니다.”


“뭐?”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시작이었다.


“인근의 백성들 사이에서 해방을 외치다 못해 개창을 운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파악-


“농담도 정도껏 해. 한 가지도 아니고 거짓된 위협이 무려 두 가지라? 그래, 그 최악의 상황이라도 산정해야 내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나? 그래서 이리 거짓부렁을 사실마냥 전달해 나를 불러들일 생각이야?”


“농담 아닙니다.”


그 믿지 못할 소식에 화가 치밀어 찾아온 이의 멱을 틀어쥐었으나 애석하게도 심배가 부정하고자 했던 그 모든 것은, 실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작금의 장우각이 공손찬에게 동맹을 맺고, 자신들의 건국을 지지해달라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자신들의 한조를 자처하는 기주로부터 독립하여 새로이 조나라를 건국할 것이니 함께 공통에 적에 맞서 전국의 세기를 살아가자, 고로 다시금 그 한조를 부활시키려는 이들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통의 적을 멸하자 그 뜻을 같이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주변의 민심이 동요하고 그에 따르는 백성들의 수가 늘어만 갑니다. 이미 업은 저들의 손에 넘어갔고, 창고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인근의 백성들이 저들의 통치를 용인했습니다. 아니, 열렬한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는 길에 백성일지 도적일지 모르는 자들의 고발과 그에 따른 습격도 받았습니다.”


“설마.......”


“불러들이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는 주공께서 심 군위를 묶어두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심 군위의 힘이 필요하기에 도와달라 청하시는 겁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이 기주를 둘러싼 양면 전선이 만들어졌습니다. 북쪽으로는 공손찬, 서쪽으로는 흑산적. 위로는 역도의 무리를 두고 옆으로는 적도의 무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이미 격동에 가까울 변화를 느낀 원 본초가 전군을 이끌고 북상하였으며, 기주목을 비롯해 몽진한 이들이 이미 안평국을 임시 거점이자 치소로 삼았습니다. 기주 동부의 호족들은 가문의 사병들을 차출하기 시작했고, 겁을 집어먹은 지방관들은 백성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근의 백성들까지 강제로 징집시켜 병력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군자행을 자처한 사족들이 그에 속한 모든 실무를 담당하며 거진 눈을 붙일 틈도 없이 밤낮으로 인력과 물자를 확충하고, 그 와중에 이미 선별된 물자 중 일부가 남하하는 공손찬과 전쟁 중인 황족 유우가 자리한 북쪽 전선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전쟁은 끝났어야 했어. 저 관동에서 하늘에 자리한 짐승의 목을 베는 것으로, 이 한조의 임금의 목이 잘리는 것으로 비록 일시적이나마 이 땅에 자리한 이들 간의 전쟁은 끝이 나야 했어. 한데 이게 뭔가? 한데 이게 뭐야? 관서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그다음으로 관동에서 그보다 더 큰 전쟁이 벌어지더니, 이제는 이 하북에서도 그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일지 모르는 전쟁이 벌어지려 하고 있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왜!”


우르르릉-


심배가 절규하듯 울분에 찬 하늘 또한 그 먹구름 너머 울음과 눈물을 토했다.


어느덧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이내 작금의 계절이 겨울이되 더는 겨울이 아닌 착각을 불러일으켰으니, 이내 그리 떨어진 빗줄기에 따라 쌓인 눈이 녹으면서 그 눈밭 위에 무더기로 피어난 꽃망울과 같았던 핏방울들마저 씻겨 흐르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해서 제 주공께서 이리 직접 기주목을 움직여 회군을 명하시는 겁니다. 심 군위께 도와달라 청하시는 겁니다. 작은 전력 하나가 소중한 작금입니다. 그것도 저들과의 교전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전력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이미 기주목의 명으로 소인뿐 아니라 이 태행산맥의 앞을 지키며 흑산적과 대치 중에 있는 모든 기주의 장병들에게 철군, 아니. 회군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봄이군. 눈이 녹고 있어.”


“예?”


“그래, 예상을 뒤엎은 눈사태도 어쩌면 그래서였겠지.”


겨울이 끝났다는 것은 한세상의 끝이 다했음을 의미한다.


한조가 끝나고 전국이 도래하였으니 작금의 세상 또한 그리 흘러간다.


하여 하늘도 이 땅의 이들도 다들 그다음 세상을 염원하며 이를 준비하고 변화하는데, 여전히 이전의 시대상을 추구하며 이전의 세상을 갈망하는 이들은 언제고 그 자리에 남아있으려고만 한다.


“그래서 쓸려 내려가는 것일까? 그래서 휩쓸리고 밀려나고 더더욱 오갈 곳이 없어지는 것일까? 정작 하늘에 반한 것은 이 전국을 갈망하는 저들이 아니라, 이 전국을 거부하는 우리가 아닐까?”


내리는 빗줄기를 뿌리는 하늘에 되물었으나 그에 따른 답은 없었다.


어쩌면 유우는 아닐까 그래도 내리는 비에 용이 승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그에 따른 무언의 의구심이 솟구쳤으나 그럼에도 답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가보면 알겠지. 가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면 알겠지.”


그렇게 먹구름과 빗줄기가 드리워진 하늘 아래, 심배를 포함한 기주군 전체가 철군을 개시했다.


수만에 달하는 병력이 우르르 빠지자 이내 그들과 대치하던 약 15만의 흑산적 중 살아남은 12만 언저리의 이들이 업에 합류했다.


* * *


그러나 아직 합류하지 않은 이들에게 있어 이는 실로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산을 내려 간 기주군의 철군과 더불어 소식을 들은 장연은 그 예상치 못한 반전을, 그 후폭풍을 피할 새도 없이 정면에서 얻어맞아야 했으니 말이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장우각 놈이 공손찬에게 서신을? 그것도 동맹을 제안해?”


“예, 그렇다니까요! 내 오는 길에 들었는데 아주 지금 업 인근이 난리가 아닙니다! 진짜 이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니까요? 어째 대두령이 장우각 놈 왕으로 만들어주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인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간 흑산의 이들을 이끌어오면서 소홀한 점이 많았답니다. 못난 모습도 많이 보였다는 거에요, 그 와중에 장연 대두령의 따끔한 질책에 감사한답니다. 고로 미래를 준비한답니다. 조의 개국을, 흑산의 개창을 준비한답시고 거진 처음으로다가 우리가 아닌 업 인근의 백성을 위해 창고의 문을 열었답니다.”


“아니, 어떻게 된 게 일이 꼬여도 이런 식으로 꼬일 수가 있어! 어?”


찰나에 이 모든 계획을 눈치챈 장우각 앞에 내어놓은 변명이 이내 그의 영향력을 지워내는 반격이 되었고, 이를 기회로 여겨 날뛴 그 여파는 되려 장우각에게 되도 않는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었다.


물론, 그 날개라는 것이 당장에 장우각을 영원히 하늘로 날려 보낼 그리 튼실한 무언가도 아니요, 당장에 일시적이나마 그의 영향력을 앗아온 것은 자신이었으나 문제는 당장에 자신과 장우각을 아주 확고한 연합으로 생각하는 흑산적들과 이에 감화된 백성들이었다.


“하......, 이러면 대놓고 그 뒤통수를 때릴 수 없는 것 아닌가! 거기다 여차하면 원군까지 지원해야 함이니, 자칫 잘못하다간 있는 병력조차 빼지 못할 판이야!”


애초에 원치 않은 방향으로 재생산된 오해가 이리 커져 버릴 줄은 몰랐던 그로서는 당장에 장우각을 척질 수가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다 못해, 그 와중에 자신이 격하시킨 장우각의 영향력을 온전히 제 것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한동안은 그런 장우각 휘하의 이들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신의와 충정을 얻어내야 하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게 된 셈이다.


거기다 하필이면,


“빌어먹을 공손찬은 왜 끌어들여, 왜!”


하북 제일의 괴물이자 당장에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가장 위험한 세력을.


배신이라곤 용납조차 하지 않을, 만일 그러기라도 했다간 풀 한 포기라도 남겨놓지 않을, 저 북적보다 더 뒷감당이 되지 않을 세력의 눈치까지 봐야 할 상황에 놓였으니, 지금의 장연이 이리 미쳐 날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 합당한 난동이라 할 수 있었다.


“왜 일을 이리 골치 아프게 만드냔 말이야-!”


그렇게 태행산맥의 하늘 위로 연신 고통 속에 신음하는 장연의 절규요, 비명이 메아리가 되어 흩어졌다.


어제의 장연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주인이 되고 장우각을 그저 자신의 길을 따르는 짐승으로 만들어 그 목줄을 채웠다면, 오늘의 장우각은 정해진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핑계로 제 목에 채워진 목줄을 당겨 그런 주인을 강제로 이끌어 그를 굶주린 이리의 소굴 앞에 데려다 놓았으니, 장연의 이성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 용했다.


뭐, 이게 쉬이 이해가가지 않는다면 저 진나라의 포홍 저리 가라 할 이리의 아가리에, 이리된 거 수 틀리면 같이 죽자고 저와 장연의 모가지를 같이 밀어 넣은 셈이라고나 할까?


“장우각 놈, 이리 나오겠다 이거지? 어? 아주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이거야? 그래, 그럼 나도 생각이 있지! 이 저 비연도 다 생각이 있다, 이거야!”


휘이이익- 삐- 삐비삐익-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그냥 죽으란 법은 없다고, 그 찰나에 번뜩이는 무언가를 떠올린 장연의 입술이 움직이며 새소리와 같은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후루르륵- 푸드득-


그와 더불어 부름에 익숙한 듯 전서구 한 마리가 이제는 어둑해진 하늘 위로 날아와 장연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며 반가움을 표하니, 이에 미소를 지은 그는 몇 글자를 적은 작은 쪽지를 전서구의 다리에 메어 이를 하늘 높이, 그것도 작금의 이 태행산맥에서 머지 않은 남쪽을 향해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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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47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7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5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2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2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67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0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09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2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79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1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0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2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5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58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7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86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4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1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0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6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5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0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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