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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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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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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DUMMY

“후후후, 방도라. 어찌 방도가 없으리라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이들이 제아무리 전쟁이란 해결책을, 장로를 비롯한 이들이 내어놓은 그러한 선택지를 유언이 고를 줄은 몰랐어도, 당장에 그런 유언을 설득할 해결책을 준비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뭐?”


“작금의 저희라고 마냥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장로만이 진나라의 소식에 빠삭하리라 생각하시나 본데, 저희 또한 나름의 정보를 취합하여 건진 게 있으니, 기왕지사 이리된 것 그 방도를 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 애초에 준비랄 것 없이 새삼 작금에 돌아가는 세상의 흐름 하나 읽어낸 것만으로도 제법 쓸만한 방도는 우습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었다.


“방도라니? 그게 대체 뭐야?”


“진나라가 남긴, 선례입니다.”


“선례?”


“예, 실로 제국과 위계에 알맞은 좋은 선례를 남겼지요.”


“설마, 그 선례라는 게? 여태까지 이를 통해 재산을 불린 상인 놈들, 그리고 토호 놈들 때려잡는 걸 말하는 거야?”


그리고 역시나 그간 자신들과 손잡고 이 나라를 통치해온 유언의 정치적인 감각은 남달랐다.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고, 이러한 이가 자신들과 손을 잡으니 이 나라가 지금껏 별다른 위기 없이 강력한 중앙집권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제국의 기반과 질서를 다지기 위해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실상 여태껏 이 나라가, 한을 잇겠다 자랑스레 만방에 위세를 과시한 이 제국의 꼴이 실상은 어떠했습니까? 사대부가 중심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고, 사농공상의 위계를 바로 하여 무엇이 하늘이고 무엇이 땅인지 똑똑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올려다보지 못할 하늘까지 올려다보려 하는 저 천박한 것들에게 더 이상의 은혜를 허락하시면 안 됩니다. 아닌 말로, 돈 놀음이나 벌이는 저것들, 저리 배가 불렀으니 주제도 모르고 오만한 겝니다. 이제는 정리하셔야지요. 황상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선제의 부친 되셨던 효령황제(영제 유굉)께서 돈밖에 모르는 놈들과 짜고 매관매직을 벌인 나라의 꼴이 어떠했는지. 설마, 그리 되시려고 이러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기에 이들은 유언에게 소위 농이 섞인 쓴소리를 건넸다.


그는 자신들과 더불어 드높은 곳에 자리하기에 실로 합당한 능력과 사고를 갖춘, 부족함 없는 감각을 갖춘 가히 자신들의 오만함에 견주어도 될 자격을 갖춘 군주였다.


그러한 명군이 비록 그 알량한 재화에 눈이 멀어 잠시 휘청이고 주춤한다 하여도, 뭐 수양이 부족하고 배움이 부족한 것이니 그 욕심에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쳐도 적절한 가르침과 따끔한 직언 정도면, 그것도 같은 유씨의 선례이자 비단 채 20년도 지나지 않았을 시절의 일이라면, 이 정도로 재치 있고 감각적인 직언이라면 당장에 그 말귀를 알아들으리라 먹었다.


“해서? 제놈들이 말하는 저 자유와 공화를 위한 독재라는 이름의 왕이 없는 권신이 멋대로 권력을 쥐고 설치는 제도를 받아들이자?”


“그야 당연히 그러함은......., 예?”


한데, 어째 그 분위기가 평상시의 그 느낌이 아니었다.


그리 돌아온 답조차 그 말속에 뼈가, 아니. 그보다도 더 날카로운 칼이 들어 있었다.


“그 누구도 꼼짝 못하게 청렴결백하고 옳은 판관들, 감관들, 조사와 수사 하나 끝내주게 밀어붙이는 감찰관들 키워주고 이들에게 칼을 쥐여주어 그간의 세월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것들 모조리 다 쳐내자? 해서, 여차하면 군자금이고 물자고 다 내어놓고 제 기반이나 다름이 없는 사병에 가병들까지 내어놓고 통솔할 이들까지 가져다 바치는 저 토호니, 그 밑에 붙은 상공인이니 하는 놈들 모조리 싸그리 잡아다 죽이자? 해서 저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처럼, 네놈들이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집권할 기반을 마련하자? 그것도 합당한 명분 아래, 설치는 권신 나부랭이들처럼?”


“아, 아니, 황상. 권신 나부랭이라뇨, 가당치 않습니다. 소신들은 그저......, 그러니까 폐하...... 그게 아니라.....”


그와 더불어 조금씩 위협적으로 변모하는 유언의 기세에 무언가 잘못됨을 느끼며 당혹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 그래? 허면 이리 물어볼까? 왜 하필 진나라의 선례야? 그것도 자유와 공화를 가치로 내세워 황제의 제정마저 거부하고 왕정마저 내던지고 제멋대로 민중을 현혹시켜 권신의 정부를 통치기반으로 내세운 옹주정이야? 그대들은 이제와 욕심을 드러내는 건가? 황제고 왕이고 임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개 신료가! 재상이 이를 대리하여 통치하여야 한다는 겐가?”


“화, 황.........! 소신들의 뜻은 그게 아니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들은 자신들이 대저 어떠한 역린을 건드렸는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애초에 실질적으로 제국 내의 혼란이 가중되며 황제의 자리까지 위태롭게 하는 불온한 사상의 전파를 최우선으로 거슬려 하는 유언임을 알면서도, 하필 자신들이 서운하답시고 저들 생각을 우선시하여 오만한 직언을 건네는 중에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니야? 지금 짐 앞에 그따위 말을 해놓고 아니야? 딴에 오만할 정도로 그 자부심을 드러내고 그만큼의 능력이 있어 인정을 해주었더니, 가히 오냐오냐 하니까 진정 그 끝을 몰라? 진정으로 저 진나라의 선례 본받아서 토호들 뒤봐주고 그런 놈들이랑 연줄 끈끈한 상인들 모조리 때려잡으면, 이에 배신감을 느낀 호족 놈들이 제 눈깔 뒤집혀서 어찌 나올지 몰라?”


“그, 그거야 폐하께선 당장에 30만 정병을 이끄실 수 있는 지엄한 권위가......”


그 와중에 당장에 진노한 유언을 달래겠답시고 다급히 대처한 것이 또다른 실수가 되었다.


와장창-


“지엄한 권위는 개뿔, 권한이지! 그래, 그 빌어먹을 허울뿐인 권한일 뿐이지! 설사 그게 실권이라고 쳐! 허면 그 30만을 길러내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걸치고 손에 쥐여주는 것들은 어디에서 나오는데? 그 빌어먹을 30만 징집시켜다가 매양 굴리고 불러다가 처먹이고 사람 죽이고 충성하는 거 가르쳐 내 사람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그 와중에 자신들이 건든 것이 또다른 역린이었음을, 이들은 당혹감 속에 또다시 놓쳐버리고야 말았다.


“폐, 폐하......”


“정녕 네놈들이 나를 짓누르고 내 뒤통수를 치기 위해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게야? 아니면 진정으로 오만 똑똑한 척을 다 해놓고 고작 이 따위 것조차 이해하지 못해 진정으로 모른다 성토하는 게야? 어? 왜 이리들 머리통에 생각들이 없어, 그 대가리는 기어코 장식으로 달고 다녀! 어!”


“말씀이 너무 심하십니다-!”


그렇기에 당장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 수습은 해야 하는데, 그 순간에도 제가 저지른 실수를 돌아볼 여지는 없고, 그간의 행실로 굳어진 오만은 남아서 그에 대한 서운함이 멋대로 표출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심해? 이게 말귀 못 알아듣고 사태 파악 못 하는 머저리들 귓구녕에 쑤셔 박는 말인데, 이조차 못 알아듣고 심해? 야, 그 잘난 지엄한 권위 백날 천날 운운해서 한조가 어찌 되었어? 실권 하나 없는 임금이, 오죽해야 내세울 것이라고는 심지어 황실의 적통이자 적장자인 태자가 왕위에 올랐다는 정통성 외에 아무것도 없는 아조의 선제께서, 돌아가신 소제께서 어찌 되셨어-!”


“한조가.......! 소제..........!”


그리고 그에 진노한 유언의 일갈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주마등이었다.


그것도 비단 자신들이 선례 삼은 소제의 아버지였던, 한조를 망조로 이르게 했던 영제 유굉의 사례보다도 더 최근의 일이었던, 심지어 자신들이 두 눈으로 목도했던, 제 대에 벌어졌던 실로 참담한 비극이었다.


“황제도 힘이 있어야 황제 하는 게야. 그 알량한 핏줄이고 권위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힘과 실권이 있어야 하는 게야. 지금 그대들은 나더러 저들에 의해 그 운명이 다한 선제 유변의 길을 따르라는 겐가? 하여 내 스스로 오롯이 설 기반이 없이 맨 처음에는 그대와 같은, 황보숭과 같은 충성스러운 권신들에게 휘둘리고! 그다음은 볼 장 다 본 마당에 들고 일어선 다른 지역의 토호와 다를 바 없는 군벌들에게 붙들려 휘둘리라는 거야? 그래서 내 손으로, 나의 힘으로 문을 연 이 나라 계한의 문을 내 손으로 직접 닫고, 그 망국의 책임을 묻는 백성들 앞에, 그들의 오만 욕설과 분노를 받아내면서, 그들에게 난도질당해 천하만민이 보는 앞에서 그놈들의 구경거리이자 사기나 진작시켜주는 제물로 죽어라, 지금 이 말이야? 이게 진정, 그간의 세월 충정으로 나를 보좌했다는 네놈들이 내게 할 말이냐?”


생각해보니 그러했다.


입장이 달라 그런 것이지, 비단 작금의 황제의 자리에 오른 그에게 이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으니.


이미 이 땅에 천자는, 제국은, 그러한 제국의 황제는, 그리 사라진 한조는 실로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이들에게 배척받아 내던져질 만큼, 심지어 저 밑바닥에 자리한 이들에게도 씹히고 짓밟히며 난도질당할 만큼 가차 없는 존재가, 가치 없는 이상이, 되려 제 오만 좋지 않은 것들을 쏟아내기 좋은, 저들의 복수와 저주를 비롯한 원한의 대상으로 돌변한 지 오래였다.


그나마 남은 이 익주를 비롯한 관서 일대가 자신들을 드높이고 떠받들어줄 뿐이나, 그 또한 당장에 좋은 기억이, 풍족한 현실이, 알량한 희망이 남아서였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이전으로 그 기억을 돌이켜도 토착민과 이주민들의 충돌이 있으며, 그 와중에도 여러 민족들의 갈등과 종교의 갈등이 있고, 그 와중에 자신들의 집권을 허락지 않은 토호를 비롯한 이 땅의 이들과 목숨을 건 전쟁과 서로의 것을 앗아가려는 핏빛의 모략과 경쟁이 섞인 정치가 있었다.


그러니까 유언이 묻는 것 아닌가? 작금의 이는 그에 속해있던 자신들을 대신해 그 대표자인 유언 자신이 그 모든 악업을 뒤집어쓰고 죽어라를 돌려 말하는 저주가 아닌 거냐고?


당장에 자신의 입장을 조금만 생각했더라도 이리 말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거늘, 진정 네놈들이 이전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에 이르러 그런 나를 생각하고 이러한 나의 입장을 헤아려주기는 하냐고?


“그래....., 그렇다 치자. 아닌 말로, 내가 그간 나를 속여온, 하여 이리 감언이설이 뒤섞인 거짓 충정을 바쳐온 네놈들 말을 들었다고 쳐! 해서, 네놈들 말대로! 네놈들만 좋으라고! 그 잘난 지엄한 권위로 들고 일어나는 호족들 연이어 깨부수겠다고 30만 정병을 일으키겠다고 쳐! 헌데 말이야, 그놈들 중에 절반 이상이 거진 내게 반기를 든 호족들이 다스리는 지역 출신이야. 파군이고 촉주고 남중이고 거진 짐에게 직접적으로 충정하는 게 아니라 비단 다들 제 터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가문이 비호하는 땅에서 나고 자란 백성들이라고! 그런 놈들이, 일평생 제 머리 위에 섬기는 이를 진정 누구로 생각할 것 같애? 이 나라에, 제국의 주인인 짐? 아니지, 절대로 그럴 수가 없지. 당장에 제 가족 인질로 잡고 있는 데다가 어린 시절의 향수에 일생의 모든 기억이 남겨져 있는 고향에, 추억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우선이지. 수십 년 세월, 아주 당연하리만치 그 앞에서 굽신대고 벌벌 떨며 수그렸던 그놈들이지. 그게 학습이 돼서, 아비도 모자라 할아비 때부터 그 머릿 속에 계속 박혀온 것을 떨쳐낼 수 없어서, 그리 평생 종놈마냥 그놈들 터전 일대에서 일평생 살아가는 것들이, 그런 놈들이 이제와 내가 가서 저 호족들 죽이라면 죽일 것 같애? 도망치고 흩어지면 차라리 양반이지, 그래도 일국의 주인이요, 임금에 대한 충정과 의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 본연의 주인에게 이끌리더라도 그에 마냥 협조하지 않고 그 도리를 지키면 자네들 같은 사대부지! 한데 과연 그에 속한 모두가 그럴까?”


“화, 황상......”


“대답해봐.”


“황상, 진정하시고......”


“대답해봐-!”


스릉-


“호, 흐이이익! 화, 황상-!”


그렇기에 유언이 느끼는 배신감은 상당했다.


허리춤에 패용되어 있던 어검의 졸지에 배신자의 꿀렁이는 울대를 향했다.


가진 것이야 그 머릿속에 쑤셔 넣은 알량한 지식에서 비롯된 오만한 재주가 전부인 것들이, 정작 그 목적이 같아 제 필요에 의해 제가 내민 손을 잡고 제가 끌어올려 준 덕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 것들이, 비단 자신의 선택과 간택이 아니었으면 이 땅을 제 영지마냥 삼고 왕마냥 군림하는 기세등등한 저 호족 놈들에게 난도질당해 저자에 버려지는 한낮 고깃덩이에 불과하였을 것들이, 그 알량한 밑천 하나에 기대 저 호족들과 다를 바 없이 오만해지더니, 이제는 대저 제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 제 입장조차 헤아리지 못한 채, 멋대로 저를 깔보고 제 말을 듣지 않는다 잡스러운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가르치려. 아니, 강제하려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대답해 봐. 그대들 또한 호족은 아니더라도, 그런 호족을 닮은 사족이잖아. 적어도 그 광한군에 눌러앉아 여태껏 살아온 지가 몇 년인데, 대저 몇 대를 걸쳐 이를 기반 삼아 군림했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알 수 있잖아? 어? 오죽하면 그 종놈조차 광한군 출신은 그 주인을 닮아 똑똑하고 오만하기 그지없다는데, 왜? 어? 이래도 말을 못 하겠어?”


“아...., 아, 아닙니다!”


“그러니까, 대답해봐. 그들 중 절대다수가 진정 이러한 바램대로 행동하게 될까? 아니지, 되려 저들의 반기에 호응하여 내분을 일으키는 게 우선일걸? 그렇지?”


“그, 그....., 그, 그렇습니다!”


“뭐야? 한 입으로 두 말하네?”


스릉-


“두말할 것 없이! 지, 진정으로 그렇습니다!”


“그렇지, 이제야 바른말을 하네. 자, 그러면 여기서 질문, 그리되면 30만 중에 몇이나 남을까?”


“예?”


“아주 단순한 문제야. 이건 고작해야 하나에 선례이자 그대들이 이 나라의 전반적인 업무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며, 의문이니, 그에 따른 답이 바로 그 증명이야. 그러니까 다시 이야기해줘? 혹시나 싶겠지만 진정 그런 일이 벌어지고, 그런 놈들이 생겨났어. 그래, 그렇다고 치자고. 해서 그런 놈들 모조리 쳐내면 과연 내 밑엔 몇이나 남을까?”


“그, 그게.........”


스르응-


“시, 십오만입니다!”


“15만?”


“예! 당장에 남중과 파군 일대를 제한 것과 별개로 그래도 그간의 세월 여러 노고 속에 폐하를 직접적으로 주인으로 인식한 것은 물론, 징집된 세월 속에 이것이 고착화된 이들, 거기에 그 소속이 직속인 이들만 추리면 얼추 1, 15만입니다!”


“그래, 말 잘했네. 근데 그렇게 쳐도 15만밖에 안 남아. 그 15만이면 당장에 저 옹주 땅에서 탈탈 털어내면 나올 머릿수인데 남은 관병들에 강족들도 수만 명이라 승패를 장담 못해! 설사 이겨도 그 전력이 온전치 못해! 근데! 그리 어찌어찌, 꾸역꾸역해서 이겼다고 쳐도! 해서 그 진나라의 허리를 끊어냈다고 쳐도! 서쪽으로는 빌어먹을 강족들의 터전인 량주가 있고, 동쪽으로는 새로이 도성을 증축한 신도시까지 만들어내어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낙양이 있어! 그리고 그 빌어먹을 낙양은! 관동에서 넘어오는 것들을 막기 위해 포홍이 단단히 방비해둔 정예가 있지. 그것도 그 머릿수 또한 부족함 없을 대군이 있지! 거기다 그런 낙양과 연계 중인 하내는 어떻게 할 거야? 이전에 일찍이 흑산적 놈들 수십 만이 남하했을 때, 이를 막아내 천하를 놀라게 만들었던 그놈들이 지키고 선 하내의 전력은 어떻게 할 거야?”


“그, 그것이......”


“뭐야? 방도가 없나? 그간의 세월 짐을 보좌하여 이리 번영하는 나라를 이끌어 왔으면서 정작 그 앞날이 이리될지 단 한치도 예상해본 적이 없었어? 그에 따른 계획도, 안배도 없는 거였어? 그리 똑똑하다면서 해결책이랍시고 고작해야 단 한 가지 방책 외에 내놓을 수 있는 게 없는 거였어?”


“그게......”


“그리고 그거 다 빼고 놓고서도 애초에 내전이야! 진나라 놈들 상대하겠다고 여태껏 길러낸 역량이야! 그걸 고작해야 진나라 놈들 좋으라고 우리끼리 치고 받는 내전에 소모시켜? 네놈들이 진정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놈들이야? 그리 생각이 깊은 것들이 대놓고 나의 몰락과 계한의 위기를 자처해? 그리 계한이 위태로우면 정작 더 이상 이 중원 땅에 네놈들은 안 위험할 것 같애? 애당초 이 관서 빼놓고는, 그것도 익주 일대를 빼놓고는 이리 당연하리만치 사족들이 군림하는 세상이 모조리 무너지고 욕 보여지는 마당에, 당장에 네놈들은 그간 네놈들을 대하는 것이 소홀해졌다 네놈들의 서운함 밖에 안 보여? 그 알량한 네놈들의 집권 외에 그 외적인 건 애초에 관심조차 없어?”


“.........”


“나가봐.”


그렇게 힘 없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본 유언은 허망함을 느꼈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나라의 앞에 닥친 선택지와 그에 따라 갈리는 운명도 모르면서.


당장에 이 난국의 위기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서.


그간의 세월 다른 목적을 위해 통용되던 그 익숙한 잔재주에 기대 편히 세 치 혀를 놀리는 것만으로 진정 이를 해결할 요량인 저들의 마음가짐을 확인하고 나니, 기존과는 달리 돌아가는 판에 대한 적응력 하나 없는 이 무지렁이들의 실체를 확인하고 나니, 비단 이건 당장에 이권이 자처한 진밀 그 하나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비단 지금껏 저러한 것들을 믿고 이 나라의 권력과 위계를 공고히 했다. 그럼에도 중앙집권화에 성공하였으니 그래, 그 재주와 위업만큼은 진정 거짓이 아니었다.


한데 이제와 보니 그 방면에 그리 특출났던 저것들의 재주는 비단 이쪽에 대한 충정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 쓰인 것이었다.


그러한 재주를 빌려주는 그 목적은 자신들의 위계를 공고화하기 위함이요, 자신들의 집권을 강화하기 위함이자, 오직 자신들만이 유일무이한 기득권으로서 굳어지기를 바램이요, 이를 통해 자신들이 이 땅에 모든 이들의 선과 악을 비롯한 운명을 결정짓기 위함이었다.


하여 돌이켜보니 과거의 자신은 어떠하였는가? 이 땅의 패자로 군림하기 위해 저것들을 사용한 자신의 행보는 과연 어떠하였는가? 저들이 멋대로 결정지은 선악을 명분 삼아 이 땅을 침략했다. 충정과 인의를 논하는 저들의 세 치 혀 놀림을 연유 삼아 이 땅에 자리한 토호를 비롯한 세력가, 실권자들을 짓밟았다.


무지한 이들 중 하나를 꼽아 이를 죄인으로 만들어 함께 비웃고 괴롭힐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이를 통해 공포를 심어주고 선례 삼아 또다시 다른 이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서로 쉬이 섞이지 않을 이들임을 알기에 그 사이를 더더욱 이간질하고 갈등을 부추겼다.


모든 것을 바로잡는다는 핑계로, 더 많은 이를 살린다는 핑계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핑계로, 이 땅에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핑계로.


그렇게 세워진 기준이, 그 알량한 잣대가, 감히 제게 반하는 이들을 악으로 몰았다. 악이라는 낙인은 이내 곧 합당한 괴롭힘이 되는 것이니 그리 떨어진 한 사람의 나락에 모두가 이를 두려워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이러한 놀이가 반복되면서, 그것이 자신들의 위치를 더 공고히 하게 만들어줌을 알게 되니 그것을 즐기고 또 즐겨 예까지 이르렀다.


세 치 혀 한 번이면, 모두가 씹고 뜯고 맛보며 즐기기 좋은 훌륭한 잔칫상이 만들어진다. 그 와중에 굳어진 질서와 위치는 계급이자 체제이며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확인받는 단초요, 전통이 되었다.


한데 돌이켜보니 작금의 진나라가, 포홍의 통치방식이 이러하다.


소위 변혁과 방임이랍시고 새로운 시대변혁을 일군다며,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간다며, 올바른 사회를 정착시킨다며, 세력화되고 고착화된 계층과 집단에 속한 이들을 하나씩 제물 삼아 벗겨 먹었다. 그리 하나씩 벗겨 먹으면서 정의와 공정과 같은 사이하고 요상한 것들을 설파하며 비단 절대왕권에 위협이 되는 세력화된 이들 모두를 정리했다. 영원한 대권의 후보자요, 2인자에 해당하는 단초를 남겨두지 않는다.


다만 예서 계한과 진나라가 다른 것은, 계한은 비단 한조의 복권이요, 복원이라는 명백한 목표 아래 전조에 질서에 따른 사농공상 체제의 기반인 유학과 관련된 사대부들과의 협력만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정작 앞선 진나라와, 포홍과 엇비슷한 정리를 자처하였으나 비단 유언 자신은 단 한 차례도 사대부들 손을 댄 적이 없었다.


그에 비해 진나라는, 포홍은 애초에 유교에 반하고 한조에 반하는 가치를 내세워 정작 그 사인들을 가장 먼저 정리하고 나섰다. 개국 이후로 그가 정리한 세력들만 따지면 사족에 한수와 같은 군벌도 모자라 제게 반하는 강족과 저족을 비롯해 서역 36국과 얽힌 이들, 거기에 상인들도 모자라 심지어 조당에 속한 관료들까지 고착화되고 절대적인 존재로 거듭날까 싶어 철두철미하게 또 철저하게 때려 부쉈다. 소위 기득권이자 성역을 때려 부숴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나라를 일군다는 명분 하에 말이다.


다만 그 또한 실수한 것이 종국에는 그러한 것이 그러한 그가 바라마지 않은 절대왕정의 기반마저 쳐냈다는 점이다. 그 알량한 명분에 휘둘려 반복된 학습이 잘못된 각인을 통한 복종의 관념을 새겨놓지 않고 그저 부수는 것만을 가르쳤으니, 그 명분에 도취되고 이를 멋대로 포장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에게 질서를 통한 구분으로 세상을 구별하여 선악을 나눌 수 있으면 그리 군림해도 좋다는 오만을 자처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감히 일개 신하가, 그것도 세외에 자리를 잡아 알량한 위명을 떨친 덕분에 초빙받은 사대부가 공신을 비롯한 그의 기반 자체를 밀어내고 치워버리고 그 위에 새로이 군림하여 자발적으로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자초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그 빈틈을 헤집고 들어간 장로는 이를 더더욱 찢어발겼으나 애석하게도 그에 대한 방비가 없던 아조 또한 그 오만한 이념과 불온한 사상의 침투 속에 위태로운 도전과 환란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같으면서도 다른 유언, 자신과 엇비슷한 포홍의 집권방식. 실로 몇 안 되는 차이점이 있으나 그럼에도 효과적이었던 이러한 집권방식의 비교를 통해 그가 얻어낼 수 있는 교훈은 과연 무엇인가?


“하나는 이 땅의 패자로 군림하기 위해 손을 잡았던. 허나 그리 패자가 된 뒤에도 그간 정리하지 않고 방치해두었던. 아니, 엄밀히 말해 전조 후한의 복원과 복권을 위해 아주 당연하게 여겨졌던. 하여 사농공상에 입각한 제국의 사회상을 위해 방조해두었던, 사대부 계층을 정리하는 것이다.”


특히나 오늘의 이 일을 돌이켜보건대, 그 와중에 오만방자한 성향 너머 더해진 특권 위로 수 없이 조당에 출사하여 정치적 기반을 잡은 데다가 그 와중에 지역적 기반까지 갖춰 거진 토호처럼, 아니 예주 원가와 같이 한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명문거족처럼 변해버린 광한군 츨신의 이들은 필경 그 가문이 여럿 뭉쳤을지언정 손을 봐주어야 했다.


“둘은 그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군주는 무치임을, 천자는 제국의 주인으로서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음을 확고히 하여 그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함이다.”


그 와중에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돌아본 계한의 현실이었다.


비단 오만에 빠진 한 지역의 지자 계층에 모든 것을 기댈 정도로 무책임한 운영과 인재 선발을 하여 이들을 세력화시킨 것도 모자라, 아주 당연하리만치 이들의 힘을 키워준 것도 모자라 전쟁과도 같은 특수한 상황에 그 능력을 발휘할 국가적 기반을 제공할 세력을 스스로 갉아먹도록 학습을 시킨 것이 문제였다.


물론, 때에 따라 견제는 필요하겠지만 그게 나름의 균형과 능력의 발현을 위한 유연함을 갖춰야지 이를 마냥 악이요, 독이며 정해진 이들이 정하는, 소위 그들만을 위한 선악의 기준에 밀어 넣고, 이를 명분마냥 써먹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들을 부추기고 키워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더더욱이 요구되는 것은 군주의 통찰이자 혜안이었다. 허나 이는 지난날 장로와 마찰이 있었던 제 아들들을 돌이켜보건대, 거진 불가능한 일로 이미 제 아들 중에 하나는 제가 쳐낸 신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휘둘리고 있다.


비단 자신은 이를 조율하기 위해 사족이 아닌 민중을 기반 삼아 활약하는 오두미교의 장로를 끌어들였으니 그 와중에도 나름의 균형을 잡는 것에 성공하여 이를 배우길 바라였으나 모자란 것이 더 큰 것을 본답시고, 제 자리를 지키는 비정함을 놓치고 있었다.


“안일했다.”


헌데 그와 맞물려 생각해보니 제 곁에 아주 당연시되며 고착화된, 하여 세력화된 이들은 비단 광한군 출신의 사족들만이 아니었다.


“조위.”


이전 세대 동주사들의 대변자.


술사 동부와 더불어 자신의 두 날개를 자처했던 성신.


대사농의 밑에서 가장 중한 곡식에 관련된 업무를 맡은 재정, 경제의 차관격인 태창령.


과거의 노신.


버려진 충신.


“그러고 보니 네놈이 내 아들을 꼬시고 있었지?”


이제와 돌이켜보건대 비단 제 기반이나 다름이 없는 동주사들 또한 온전히 믿을 수가 없게 된 것이 문제였다.


작가의말

앞서 222화, 223화, 224화를 참고해달라 말씀을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참고도 참고지만 비단 이러한 화들이 이후에 다뤄질 익주 부분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공사이자 이후 풀어질 스토리와 전개의 기반이 되기 때문임을 얼추 예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 화를 준비하면서 이것이 확실시 되었습니다.


굳이 애먼 분량이 되는 부분은 다 줄였고 앞서 깔아둔 기초공사에 포커스를 집중한 스토리 측면을 강화시켰으니 이로서 한숨 돌리게 되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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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3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7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3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4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1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5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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