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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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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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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4쪽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DUMMY

비단 동탁이 떠나간 자리에, 더는 저와 같은 이들이 몇 남지 않은 그 순간에 그리 멀어지는 관녕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비단 군관을 비롯한 군부에서 벼슬자리를 하거나 일찍이 그런 군부를 등지고 나온 이들이었다.


이들 또한 마음 같아서는 저리 급변하는 시민 사회를 눈앞에서 목도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아가길 희망하였으나, 너무나도 많은 이들의 눈초리와 혹시나 하는 우려 속에 차라리 익숙한 성곽에 기대어 이를 관망하기로 한 것이 이리 성벽 위에 몰려든 제법 많은 수의 소외된 구경꾼들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저 성벽 아래 자리한 이들의 숫자만 못하고 광장에 결집된 이들만큼의 밀도만금도 못하나 그리 성벽 구석구석에 아닌 체를 하며 멋쩍고 씁쓸한 모습으로 이리 변모하는 옹주의 실상을 확인하는 이들에게 있어 돌연 그 모습을 드러낸 관녕은 그래도 머지않은 훗날에 대한 실날 같은 희망과 같이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그저 예견된 듯 보이는 미래에 일일 뿐, 역시나 작금의 세상은 이들을 위해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 * *


콰앙-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러한 세상이 비단 서원을 비롯한 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놀라운 분열책입니다. 그래도 처음엔 짐짓 예상을 했어요. 두말할 것 없이 이 옹주 땅에 절대다수의 민중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개량된 도강언과 수로를 필두로 나라를 위해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었으니, 그래 맨 처음 그 외곽에 자리한 그들의 앞에, 나라를 위해 일하는 자신의 감정에 호소하면서도 이를 반증하는 실리적 증거랍시고 여러 문건을 손에 쥐고 흔들며 그 목청을 높인 것이 그리 별다른 설득 없이 무지한 이들부터 벗겨 먹는 전략일지는 몰랐습니다.”


“하오나 지금 중한 것은 그게 아니요, 그리 디민 증거가 실상 거짓은 아니라 하지 않소! 승상부의 이들이 그 뒤를 따르며 연이어 이를 증명하는 문건을 건넸고 정작 그 앞에 자리한 병원은 걸음을 내딛으며 도막도막 연이어 이를 읽어내려갔소. 그러나 그에 거슬리는 것은 외교적 업적을 과시하는 협상 예상 결의안과 장안성 내에 물자 처리와 관련한 것, 그리고 이 옹주 땅에 결핍된 품목과 종류에 관련한 것이지. 비단 전쟁 지원 품목이야, 당장에 민중의 승리에 의해 입각한 일이고 결국 그 목적은 어차피 내부에서 알력 다툼과 분열로 국력을 소모할 것은 불충이니, 결국 이를 막고자 차라리 이미 벌어진 전쟁을 지원하고 저들의 세력을 축출하며 민중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요, 용단이라 이미 반증이 되었으니, 결국 남은 빈틈은 앞서 언급한 것들 뿐인데, 정녕 그 빈틈이 없는가?”


“송구하오나 문건이 거짓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거기에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짐작할 테지만, 당장에 우리가 거둬들이고 시중에 풀어놓지 않은 품목들이 당장에 이 옹주 땅에 결핍된 항목들과 거진 일치합니다. 심지어 수량들까지 말이지요.”


“이 빌어먹을, 허면 언젠가 이를 깨우친 이들조차 종국에 그 화살을 우리에게 돌리게 될 것이란 말이 아닌가!”


“애초에 저 스스로의 부패를 없다 용단한 자가 거짓으로 이를 대처할 확률은 낮습니다. 또한 저자가 이야기한 낫과 망치에 알게 모르게 감화되어 이탈을 꿈꾸는 공인들 또한 제법 보이는 추세입니다.”


“그래, 맞아! 지금 당장 중한 것은 상공인들의 분열이지.”


실상 영원할 것만 같았던, 마치 이 땅에서 가장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상공인들의 결집은 전혀 의외의 가치관을 가지고 나온 병원의 낫과 망치라는 요상한 이야기로부터 흘러나왔다.


이는 비단 원시적 형태의 유교적 이상과 같이 각자가 사농공상의 위치에서 정해진 일을 수행해야 하는 것에서 비슷하게 여겨졌으나 정작 그 문제는, 부유할 수 없는 절대다수의 이들이 아직 크게 벗어나지 못한 가난을 건드려버린 것과 그 와중에도 갑과 을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부터였다.


제아무리 부유하고 풍족한 나라라고 해도 그 안에 모두가 부자고, 중산층일 수는 없는데 제아무리 그 계층이 업과 직군 등에 의해 분열되고 저들끼리의 야합을 통해 자신들만의 세력을 형성했다고 한들, 그에 또다른 기준인 빈부의 격차를 디밀며 그들을 갈라 세운 것도 모자라 작금에 부유하고 풍족해진 이 땅에 소위 시장경제를 기반하여 모든 것을 멋대로 주무르는 상인들을 적이라 규정한 것이다.


- 공인들이여, 그대들은 속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과 피와 땀은 저 드넓은 벌판을 일구는 농민들의 그것과 같은데, 그러한 드넓은 토지가 압축되고 집약되어 그에 비견될 가치를 지닌 보다 작고 귀한 것들이 나와 우리의 일상에 편의를 제공하는데 정작 그러한 노력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닌 말로, 노력하여 자신들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은 그대들인데 어째 그러한 모든 물건의 가치가 저들에 의해 결정지어지고 그 모든 물량을 저들의 허락 하에 조절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대들의 노력과 결과마저 결국 저들의 뜻에 의해, 저들의 잇속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냔 말이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소위 이러한 타겟화에 의해 한 발짝 떨어져 스스로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 공인들인데, 물론 공인들이 때론 유통과 판매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긴 하나 그들 중 대다수는 그저 규모가 크건 작건 거진 그 물품을 생산하는 수공업 공장과 현지 점포 정도만 소유한 경우로 결국 제아무리 큰 공장을 지닌 공인들이라 하더라도 정작 그 물건값을 치르고 물건을 가져다 파는 유통 및 판매의 경로에는 무조건적으로 상인들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앞서 병원이 꼬집었듯, 그 시장을 지배하는 상인들이 수량과 가격을 비롯한 물량을 조절하며 제 입맛대로 판을 벌이며 위기를 빙자한 태업과 파업을 주도하고 어쩌면 더 벌어들일지 모르는 손실을 자발적으로 초래하니, 이들의 잇속을 위한 정치적 활동이 자신들에게 손해일지도 모른다는 그 인식이 심어짐과 동시에 이들의 분열은 시작되고 있었다.


국고는 비었으나 가진 자들의 돈은 남아돌며 그 와중에 쌀은 부족하나 못 견딜 정도는 아닌데, 반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또 돈을 벌어다 주는 것들은 당장에 여럿이 부족한 마당에 정작 그 수요를 충족할 것들이 아예 없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저 제법 많은 것들이 가진 자들의 창고에 잠들어 있을 뿐, 그것들이 아직 시중에 풀리지 않았을 뿐.


“그리고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게지. 소위 말해 가진 게 있으면 내놓으라는 분위기를 밀어붙이고 있어.”


거기다 무서운 것은 이러한 선동과 선전이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장안과 그 너머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다시 광장 정치에서 병원의 승리를 확인한 대다수의 이들이, 지난날의 멋대로 문을 닫고 파업을 진행하는 행태에 피해를 받은 이들이, 어느덧 그 화살을 조금씩 이쪽을 향해 돌리고 있으니 비단 옹주 땅의 살림살이 다 퍼준 승상 병원의 행동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고, 그나마 남은 몇 되지 않는 옹주 땅의 살림살이를 쥐고 꺼내놓지 않은 상인 계층의 행동은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결단이라 부르짖었다.


“허 참, 어이가 없군그래. 이 나라에 돈 벌어다 주고 물건 가져다줄 땐, 그리도 고마운 존재였다가 이제와 저들 힘드니까 그냥 무상으로 가진 걸 내어놓아라? 아니, 무슨 날강도요?”


“모두의 이득을 포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저 우리가 우리만을 위한 이득을 포기하면 그걸로 모두가 행복해질 테니까. 적어도 이를 지켜보는 저들에게 있어 이는 불공정한 일이지.”


“불공정은 개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불공정!”


와장창-


“흥분하지 말게.”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습니까?”


“이미 그림은 그려졌어. 모두의 마음 속에 아주 당연한 인식마냥 그리 자리를 잡았어. 이리 힘든 마당에 오직 이쪽만 부족함이 없이 풍족하다는 게지. 우리 모두가 힘든 마당에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당장에 그것들이 아니꼽고 거슬릴 수밖에. 왠지 모르게 구려보이는 것은 덤으로 말이야.”


“그래서? 뭐, 보기 좋은 말로 그 고통을 나누자? 해서 다 같이 힘들자고? 지들은 당장에 남의 걸로 호의호식해서 편하고 그 와중에 누구는 평생에 쌓아 올린 거, 그냥 나라와 백성을 위해 필요한 희생이니 닥치고 내어놓아라?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말이 안 되지, 허나 세상은 희생을 요하고, 저들은 노골적으로 그 희생양을 점지하여 우리에게 그 부담을 주고 있네. 뼈를 취하진 않을 테니까, 그 허벅지살을 잘라 내어놓아라. 그거라도 뜯어먹고 다 같이 살자, 그렇지 않으면 이쪽에서 먼저 칼을 대겠다. 이미 모두가 동의했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이런 씻팔, 아니 무슨! 좋은 건 저들 좋으라고 하고 설사 그리 그간 묶어둔 물건 내놓으면 뭐 어디 저것들이 우리의 공을 드높이고 어디 치하라도 한답니까? 저자의 저것들은 뭐 우리한테 감사한 마음이라도 가져? 아니, 이게 우리 탓이냐고. 어? 지가 먼저 인민 운운하면서 입바른 개소리 핑계 삼아 독재하겠다고 하니까? 저들 앞에 자유와 공화 운운할 땐 언제고 이제와 지가 멋대로 우리의 자유를 묶어두고 감시하며 제한하겠다, 그래서 우리가 반격한 거잖아? 그래놓고, 우리내 이익 보전은커녕 이거 한중에서 계한과의 소송분쟁으로 묶어놓고, 당장에 그 반대급부로 남아도는 쌀, 조만간 가을되면 수확할 쌀 먼저 빼돌려서 저 뭣 모르는 병신들 혹세무민한 거잖아! 그런 거잖아!”


애초에 이 모든 것은 부족한 원자재와 원활하지 않은 교역품의 수급에 의한 경제 문제임은 틀림이 없으나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이들이 부재한 것이 문제였다.


거기다 애초에 이는 병원의 설계에 의한 것으로 이들도 나름 피해자라면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제법 많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선동이자 반격에 화가 나는 이들의 입지를 작금에 이해해 줄 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닌 말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당장에 병원이 부추긴 이간책이 성공을 하였을 뿐더러, 실상 기존의 진나라에서 이미 기득권으로 군림했던 사인(사대부), 군인, 공인(벼슬아치)와 같은 이들이 연이어 부정이 들춰지고 그 기강이 잡히면서 기존의 특권을 내려놓고 추락하여 이전만 못한 위치에 놓이는 이 마당에, 정작 상인이란 이들은 기존의 무력과 더불어 진나라의 상징인 금력으로 대변시되다 못해 새로이 사부회를 필두로 정치적 기반까지 마련하게 되면서 유일무이한 상승을 겪게 되었는데, 이것이 못내 못마땅한 이들의 심기를 건드려버린 것이 문제였다.


“빌어먹을, 허면 사인들 측에서는 우리를 도와줄 이들이 없답니까?”


“일찍이 우리와 충돌하여 제 기득권 놓지 않으려 했던 저들이 이제와 우리를 이해해주겠는가? 그리고 아닌 말로 우리는, 어? 저놈들이 그 알량한 특권 안 내려놓고 저들끼리 이 나라 정치사회의 모든 것을 틀어쥐고 주무른다 힐난하고 비난할 적엔 어떠했는데? 그게 얼마 전이야, 몇 해도 아니고 몇 달 전이야! 전! 헌데 저것들이 이제와 우리를 도와줘?”


“하오나 훈구와 사림으로 갈라진 저들입니다! 기존의 학종의 추락과 더불어 그 잘난 왕사도 제 휘하의 이들과 더불어 갈라져 나왔고 기존의 제자백가도 서원을 필두로 그 파벌이 더 여럿으로 나뉜 마당에 비벼돌 틈이라도 있으면 뇌물을 쓰던 뭐던 어떻게든.......”


“그리 달라진 것들이 똘똘 뭉쳐 방관할 정도로 지금 상황이 심각해! 애초에 작금의 학종과 구 사대부들을 대변하는 저 사림은 과거 한조 시절에 설치던 유림이 아니야! 제 나라 백성 눈치볼 필요 없이 저들끼리 입바른 소리만 해대며 호족들을 비롯한 권세가들을 물어뜯던 이들이 아니란 말이야! 저들도 백성의 눈치를 봐! 자윤지, 공화인지, 인민인지, 나발인지 아닌 말로 우린 뭐 안 그런가! 그리고 뭐 뇌물? 청렴결백으로 여태까지 살아온 생을 증명하라 유행했던 쟁송과 고변의 때가 몇 달 전이야! 폐하께서 계실 적부터 그 자격에 대한 증명은 이미 일대를 선도하는 유행으로 자리를 잡았어! 그리고 당장에 이를 통해 그 권력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공안위원회까지 밀어붙인 병원 놈이, 어찌 이를 반기지 않을까? 당장에 지방 법관에 판관들 재량에 권위 늘리다 못해 치안과 감찰에 미친 듯이 인사 정리하고 신입 인력들 밀어 넣는 게 뭔데?”


“허면, 군부......, 아아. 그렇지, 군부는 이미 정리되었고, 공인들은.......”


“멀어지는 중이지. 남은 농민들이야, 두말할 것 없이 저 병원의 편이고.”


“하아......., 씨.”


그렇게 거진 처음으로 절망이라는 것을 맞보게 된 상인들이 대거 그 고개를 떨궜다.


오직 금력 하나로 살아온 이래, 비단 지금까지 좋게 두고 써먹던 후원과 뇌물을 비롯한 파업과 태업까지 그 모든 반격조차 상대에게 더한 명분을 제공할 뿐이었다.


“이미 선전포고에 반격까지 주고 받았으니, 이걸로 전초전은 끝일세.”


“그러면 뭣합니까? 우리가 내세울 무기가 없는 것을. 우리의 편을 들어줄 이들도 없고, 순차적으로 정리되는 순번마저 정확히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것을.”


이제는 실로 자신들이 정리될 차례임을 본능적으로 체감한 이들이 느끼는 불안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닥쳐오게 될지 이는 비단 병원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 이제는 모두가 그가 뽑힌 칼이 어찌 휘둘러지는지에 대해 지켜보고 반응할 차례였다.


* * *


스윽- 스윽-


“조당에서 새로운 법령을 반포함에, 관헌들은 지금 당장 관청을 비롯한 일대에 안내판을 설치하여 모두가 이를 볼 수 있도록 하라! 또한 각 지방에도 이를 전하여 앞으로의 판례와 공무의 처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라는 명이 떨어졌으니 미리 소식을 전할 파발을 띄우도록 하고.”


“예!”


두두두두-


“흩어져라! 흩어져! 옹주정의 새로운 법령이 떨어졌음을 알려라! 이럇!”


그렇게 비단 병원의 첫 번째 칼이 휘둘러졌다.


곳곳에 방이 붙고 장안성 내에 수 차례의 파발이 각지로 흩어지게 만든 새로운 법령에 반포는 ‘공정함’을 무기로 이에 따른 반발을 무마시킨 채, 천천히 그 목을 조여 들어가는 올가미가 되었다.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수호하는 인민은 자신의 지니고 제 것이라 여기는 소유라는 개념을 기초적으로 보장하며 각 시민이 법으로 그에게 보장된 몫의 재산을 향유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는 권리를........”


“이는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의무에 의해 제한되며........”


“이러한 소유가 인민들의 안전, 자유, 생존, 재산을 해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바로......”


“그렇기에 이러한 준칙을 위협하는 이들은 그 바탕이 되는 모든 소유, 모든 거래는 본질적으로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것이라 여겨 이에 제재를 가할 수 있어.......”


“부당한 이득의 편취와 더불어 그에 따른 피해를 호소한 이들이 상대의 소유의 개념에 짓밟혀 그리된 것이 확인이 될 경우, 국가가 그에 따른 피해를 산정하여 이를 몰수하여 그 피해에 따른 보상과 배상의 대금을 치르게 하거나 직접 형에 따른 벌금을 두어 이를 납부하게.......”


“우리가 사는 사회는 모두의 피땀이 뒤섞인 노동으로 생활하는 인민들이 가치를 보전하여 그들의 노력을 인정한다. 따라서 그 소유의 가치를 인정하되, 비단 이것이 자신의 생활과 가족의 생활을 해치지 않으면서, 법이 출석을 요구하는 회의들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함으로 적어도 판례와 조사 등에 얽혀 붙잡힌 동안에도 그에 따른 굶주림을 면할........”


“자유 공화의 인민 사회는 그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든가,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생존 수단을 확보해줌으로써,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생계를 마련해주어야 함을 결의하여 이러한 법안을.......”


단순하게 넘어가기엔 그 의미가 남다르며 노골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이를 기반하여 휘둘러진 두 번째 칼질에 실질적인 피해가 생겨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자 지난날의 분쟁이 이어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꾸우욱-


“이것으로 공안위원회 창설되었음을 공표하며......., 새로 위원직을 임명받은 옹주 각지의 판관과 현위를 비롯한 이들은 그 소식을 듣는 승상부의 부름에 응답하여 상경하라. 그리고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조하며 그 자격의 증명을 위해 청문회를 열어.......”


일찍이 옹주정을 준비하기 이전부터 그가 고르고 골라 준비해두었던 청렴결백한 감찰관의 자격을 갖춘 후보들이 연이어 청문회의 문을 두들기며 직접적으로 사부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지금 본 후보의 행적에 그 어떠한 부정도 없다는 말씀이시지요?”


“뭐든 조사해보시되, 그 과정만 공정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어째 그 발언은 본인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반증하는 것 아닙니까?”


“거짓된 증좌를 만들거나 행여나 부정한 청탁을 비롯해 엄한 사람을 생매장하는 저 한조의 순장과도 같은 악정이 이곳에서 펼쳐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허! 그러니까 지금 그대는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이 사부회에 찾아왔으면서 정작 이 사부회를 믿지 못하겠다 하는 것 아닙니까!”


“재화와 물자도 모자라 이권과 잇속이 그득한 이들끼리 모여 벌인 판입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으나 제 이득에 민감한 이들끼리 그 이득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모인 자리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특히나 수많은 백성들이 보는 앞에 되려 자격심사와 청명을 증명하는 자리에서 그 후보군에 오른 이들이 정작 사부회 그 자체를 흠집내는 일이 벌어졌는데, 애초에 그러한 자리에 이를 지켜보는 백성이 환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실로 병원이 휘두른 칼이 만만치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미 한 차례 병원이 승상부의 이들을 움직여 털어본 이들이니만큼, 딱히 잡아낼 흠이 없는 이들의 양심어린 고백을 통한 전방위적인 압박이라 해석할 수 있었다.


“허면! 그러는 그쪽은 그리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 사람은 일평생 스스로의 욕망을 억눌러 그 청명을 지켰고 스스로 수양을 쌓아 고아한 향취를 이룩한 사대부이니, 여기 계신 분들과 태생이 다릅니다.”


“뭐, 뭐! 태생이, 어쩌고 어째?”


애초에 제 살아온 인생의 뒤안길과 그에 따른 발자취에 그 어떠한 더러움도 없다는 듯 상경한 이들이자 이미 한 차례 병원의 검수까지 거친 이들의 대대적인 압박은 실로 대단했는데, 그 사이에 알게 모르게 재미를 보고 체면치레를 한 것은 다름이 아닌 사인들로, 딴에 유학을 놏지 않으며 스스로의 욕망을 절제하는 소위 군자 이미지를 지닌 이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다 보니 이미 골수 지지층이 되어버린 민중의 지지에, 갈라치기로 떼어놓은 공인들도 모자라 기존에 애매한 자태로 현 상황을 관망하던 사인들과의 거리감마저 가까워지면서 진정 그 나라에 속한 여론과 지지를 하나로 흡수하기 시작한 병원은 끝내 연이어 청문회를 통과화는 후보군들을 앞세운 공안위원회를 통해 기이코 세 번째 칼을 뽑아 들어 휘둘렀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생존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부정, 그리고 부패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우리의 생존은 위태롭고 우리를 힘들게 한 이들의 죄는 명백하며 애써 이를 외면하고 이에 따른 해결을 끝내 미루는 이들의 터전은 풍족하다.”


펄럭-


“죄 없는 자 살아남을 것이다. 죄 있는 자는 제가 저지른 부정의 무게만큼 그 죗값을 치룰 터이니, 이 옹주의 그 어느 곳에서도 이들이 품은 부귀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없어질 때까지, 나의 자유와 공화에도 나에 풍요에도 그에 따른 책임은 뒤따를 것이다.”


그렇게 수 많은 이들이 모인 광장에서 성명이 발표된 그날.


그 날 이후의 장안성은 가진 자들이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연이은 악몽이 되었다.


콰앙- 콰앙-


“열어라! 문 열어! 공안위원회에서 나왔다!”


“막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


“장 공인의 신고로 조사를 하기 위함이다! 그대가 장 공인의 물건을 싼값에 후려치다 못해 더한 이득을 위해 시장에 이를 풀지 않았음은 현 옹주정이 공표한 신 법령에 위배된 바, 이는 우리내 이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이제부터 이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뭣들 하느냐! 부수고 들어가!”


콰직- 콰직- 우지끈-


“감관들은 뭣하느냐! 싸그리 뒤져라! 반항하는 것들을 모조리 압송하고 그 모든 부정과 부당 편취를 조사하라!”


법에 의거하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자격요건을 갖춘 이들이 본연의 자리에 들어서자 그에 명을 받은 이들이 이를 명분 삼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곡소리와 비명소리는 물론 장독과 기와가 깨지고 사람들이 끌려가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 머리가 터지고 피가 뚝뚝 떨어지다 못해 곳집의 문이 열리고 그 속에 잠들어 있던 오만 것들이 수백 대의 수레에 오르며 연이어 나라의 곳간으로 들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금일 부로 죄를 지은 상인 갈형에게 태형 여든 대와 가산의 몰수형을 내린다. 가산 몰수의 경우 부당 편취로 정해진 품목을 포함한 실물 재산의 삼분지이를 거두어들여 그 중 삼분지일은 그에 피해를 입은 이들을 여럿에게 배상하는.......”


그간에 지나온 자리에서 나름의 청명을 거쳤다고 한들, 애초에 이득을 취하도록 설계된 상공인들이 그 이득에 집착해 조금이라도 비싼 값에 물건을 팔거나 아예 제때 그 물건을 내놓지

않다는 연유로 그 애매한 법령을 해석한 이들의 옳음과 공정을 위한 행위가, 공평무사한 분배를 위한 판례가 늘어만 갈수록 이러한 비극과 진풍경은 더더욱 장안성 일대에 익숙한 것이 되었다.


조금은 잔혹하고 조금은 안쓰럽고 더 나아가 그 심사가 복잡해지는 것도 당연하건만, 그 와중에도 자신들을 힘들게 했던 압제자들, 저들의 잇속만을 챙겼던 탐욕스러운 이들의 몰락을 지켜보며 환호하는 민중들은 마치 흐름을 타고 대세로 떠오른 유행처럼 늘어만 가고 있으니 이를 말리거나 멈춰 세우는 이는 실로 아무도 없었다.


“좋다! 좋아! 어서 끌어내려!”


휘리릭- 뻐억-


“이것아! 아주 그냥 저 돈깨나 만진다고 잘난 줄 알았지? 어! 그래봤자 그 알량한 돈 몇 푼 가져가려고 간사하게 살아온 게 다인 것을! 어!”


평상시라면 엄두도 못 내었을 일들이 기적처럼 펼쳐지니 이에 민중은 또다시 열광할 뿐이었다.


그저 저보다 잘나고 우위에 선 이들이 저와 같은 입지로 추락하고 떨어져 내린다는 것만으로도 공평하고 적법한 행위가 이뤄진 것이라 이는 마치 정의로운 집행을 빙자한 축제요, 스스로 제 무덤을 자초하는 몰락과도 같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되려 이제야 옳은 나라, 더 나은 세상이 온답시고 멋대로 휘둘러지는 그래, 그나마 공정하다는 저 정의의 철퇴에 되려 저들이 신이 난 모양새였다.


“이상하게도 이 나라는 분배와 배급에 익숙해. 저 관동처럼 약에 절은 것이 아님에도 극적인 선정과 희열에 익숙해. 그 태생부터가 무언가를 부수는 무너트리고 때려부수는 멸망에 익숙해. 헌데 문제는 외부를 그리 작살내지 못하니까 내부를 작살내기 시작했다는 게 문제지.”


그나마 이를 지켜보는 갑훈과 같은 몇몇 사인들만이 이러한 현상을 기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오나......”


“물론, 칭찬할 일은 칭찬할 일이지. 그나마 부패하지 않겠다 스스로 독심을 품은 저 병원이기에 그나마 억울한 일이 덜생긴 이러한 변혁이 진행되는 것이야. 그리고 이는 일찍이 노동의 가치를 비롯한 농인에 공인까지 포함하여 소위 중농주의에 기반한 유가적 이상의 실현과도 닮아있다. 비단 너무 과한 지주를 비롯해 부유한 이들을 자체적으로 걸러내고 억제하여 오묘하게 이상주의적 세상에 접근하고 있어.”


“설마......, 저게 대동사회입니까?”


“대동인지 항산일지 뭐 유가적 이상에 입각한 농촌공동체와 비슷한 면모가 있기는 하지. 계층 간의 격차가 적으며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구조이긴 하니까.”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사인들 중에 병원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들 또한 늘고 있긴 합니다.”


“공평무사한 사회를 위한 혁명이라지? 이 모든 것이 인민을 위한 노력이고?”


“예, 실상 폐하께서 실천하시려 했던 개혁보다 더 화끈하다는 말들도 있고, 유가가 이루지 못한 관정(官正)이 도래했다는 말들도 있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작금의 결핍된 현실이 크게 바뀐 건 없지.”


“..........!”


“정서적 올바름이 입각한 세상은 되려 가난이 자랑거리가 되지, 모두가 가난과 결핍을 즐기고 못 가진 것을 바탕으로 그에 따른 경험과 실무의 부족조차도 제 원초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도입하고 그에 어긋난 이들은 거진 부패했다고 생각해. 욕망을 따르지 않고 절제하여 억제하는 것도 좋다. 이거야 그렇다면 더 많은 생산과 사치 그리고 이를 위한 소비와 발전이 없어야 하니까 그에 따른 부수적인 것들마저 때려 부술 수밖에 없지.”


“하, 하오나 이는.......”


“어쩌면 나도 그저 막연히 생각했던 이상의 실체를 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물론, 이것이 운이 좋아 잘 작동할수도 있고 한시적이나마 부족한 결핍을 이겨내는 한시적 방도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묘하게 불안한 것은 사실이야. 더는 때려잡을 이들이 없게 될 때에도 이들은 이짓을 반복하지 않을까. 당장에 저 병원이 아닌 다른 이가 이러한 세상을 일군다 했으면 그 또한 기존의 숙청과 다를 바 없는 불공정한 권력의 행사요, 국가기반의 몰락이 아닐까? 애초에 이 나라는 무력과 금력을 기반으로 그 문을 열고 성장한 나라인데 이제와 그러한 나라의 두 기둥을 자발적으로 치워내고 부수는 것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생각해보면 일찍이 포홍의 변혁과 방임 당시서부터 중농주의 그 하나를 놓지 않고 가장 상업 중심의 이들을 경계해온 갑훈이었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제 이상대로의 조치가 벌어지는 이 공평무사한 정부의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씩 그에 알게 모를 위화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아도 서로에 대한 존중은커녕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못살게 구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복수를 위해서조차 공안위원회를 이용하고, 제게 거슬리는 게 마음에 안 든답시고 술을 먹고 공안위원회에 투서를 보내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쾅- 쾅- 쾅-


“공안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문을 열어주시지요.”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소재와 명분이 이내 물가안정과 시장경제의 장악 그리고 부유한 계층의 몰락과 자본주의 경제사회의 몰락이라는 나름의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 국가와 정부가 주도적으로 부족한 분의 물량을 풀고 수매하고 공급하여 그 단차와 격차를 줄이도록 하거나 작금의 미곡을 분배하는 것과 같이 배급과 공급 등의 방식을 통해 더 많은 인민들이 이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 여러분! 드디어 장시에 공인들의 물품이 풀렸습니다! 이것으로 물가는 안정되고 부족하나마 여러분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기를 희망하는 바! 이 위대한 조치는 오직! 인민의 자유와 공화를 위한 옹주정이 앞서 나아가며 혁명의 대업을 완수하기 위한.........


그러나 그렇다고 당장에 이것이 아무런 효과도 없냐고 함은, 그 또한 그렇지 않았다.


생계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가격을 높여 잇속을 챙기면 죄악이라는 논리가 들어서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언제 공안들에게 끌려갈지 몰라 겁을 먹고 값을 내리는 일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정부가 몰수한 분의 물량을 연이어 시장에 풀어놓으니 당장에 부풀어 오른 거품과도 같은 가격이 급등을 멈춘 채, 즉각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 와중에 또 추진력은 대단해서 승상부에서 압류한 자산 중 당장에 시장경제를 정상화하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모조리 풀어버린 병원은 이내 염철의 전매제도를 확대하듯, 보다 많은 품목들에 전매까진 아니어도 공매에 가까울 행동을 지속했다.


고로 상인 출신 관료들이나, 나라에 등록된 허가받은 소수의 상인들 거기에 국방을 지키는 와중에도 부족한 군병들을 운반병으로 차출하여 새롭게 공납(貢納)과 공급(供給)을 위한 운반업자의 체제를 형성하며 이들이 더 많은 수익이 아닌 부족함 없는 공급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아예 제도까지 정비를 해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초적인 형태의 복지에 해당하는 분배와 제제의 원칙 등을 비롯해 대놓고 공정사회를 비롯한 원시적 공산사회로 나아가려는 이러한 변혁은 너무나도 풍족하던 왕정이 무너지던 사회상을 지닌 어떤 나라와 꽤 많은 부분들이 닮아가고 있었다.


그게 혁명 프랑스일지 아니면 그다음 세상의 공산혁명일지는 몰라도, 당장에 그릇된 문제를 잡아가는 과정에서의 많은 변화는 적어도 이를 지지하는 민중들에게만큼은 실로 두말할 것 없는 확실한 변화였다.


그러나 그러한 선례가 없는 작금이 이 나라에 열광하는 백성들은 드디어 그간의 자신들이 크게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의 가치가, 병원이 직접 광장에서 언급했던 농인의 낫과 장인의 망치에 열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마치 자신들을 이끈 옹주정에 대한 하나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고, 이것은 어째 오스트리아의 국장과 같이 원시적인 형태를 지닌 모습으로 변모하여 진나라를 상징하는 이리, 늑대가 이를 물고 있는 자수와 깃발과 같은 형태마저 갖춘 일종의 심볼이 되었다.


“낫과 망치라, 달리 말하긴 하였으나 실로 대단하신 기책이셨사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아닌 듯 보여도 농인과 공인은 그 노력이 닮아있는바, 피땀을 흘려 일궈낼 것을 만들기 위해 손에 그에 따른 도구를 쥐고 있으니 이것이 의외에 동질감으로 통하게 될 줄은 몰랐사옵니다.”


“무언가를 일궈내는 노동의 가치는 그만큼 소중하니까, 실상 유가의 가르침도 몸으로 겪어야 깨닫게 되는 것이니 그에 동떨어진 상업과의 빈틈이 떠올랐지. 애초에 우리와 그 길을 달리한 저들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민심의 반응이 좋사오니, 이제는 원하는 것을 이루셔도 될 듯 하옵니다.”


“비단 우리 또한 우리만의 깃발을 가지잔 말인가?”


“적어도 이 진나라에서만큼은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애초에 다른 서원의 이들도 문장과 문양을 비롯해 글자가 아닌 저들만의 상징에 집착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요, 애초에 이 땅에 나라를 일으키신 폐하께서도 스스로의 상징을 여럿 두고 계십니다. 그 깃발만으로 세상이, 온 천하가 이를 알고 전율하여 진동하는데 이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각인되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들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상징하는 것이 되었으니 비단 글자가 아닌 그림과 자수가 유행한 것은 지난날의 포홍이 제 휘하의 이들을 이끄는 깃발 등에 기존의 쓰이던 것들 외에 더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인데, 두 이리를 상징하는 패랑기도 그러하고 더 많은 세상에서 출신과 인종이 다른 적들을 상대함에 있어 상대에게 그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글자를 제한 그림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이전이라도 새나 용을 비롯한 여러 상징 등이 새겨진 깃발이 안 쓰인 것은 아니나 당장에 여러 세력들의 난립으로 쪼개진 전국의 이 마당에, 깃발 하나에 온 신경을 쓰는 사치와 같이 그에 집착하는 문화가 크게 생겨나기 힘들었던 것에 비해 적어도 진나라 내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더한 신경을 쓸 수 있는 염료와 자수 등의 풍족함이 보장되면서 이것이 보다 확실한 색감과 명확한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쓰였다.


뭐, 이조차 먼 훗날의 대항해시대를 참고하여 원 역사에도 자리매김했던 당연함 위로 포홍이 조금 노력을 더더욱 기한 것이긴 하다만, 지금 병원을 비롯해 이 자리에 모여있는 누구도 그것이 중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중한 것은 옹주정입니다. 우리는 기존에 없던 별도의, 별개의 정부이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를 이끄는 조당의 관료들을, 그 바탕이요, 태생이 되는 사대부들을, 사인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지요. 상인을 제한 사인과 농인 그리고 공인 이들 셋이 더 나은 나라를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함을 나타내야 합니다. 고로 우리 또한 우리의 깃발을, 모두가 우리를 기억할 상징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겠지, 거기다 낫과 망치뿐이 아니라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담아낼 상징도 필요하니까. 언제고 우리는 이 크고 원대한 꿈을 이 나라 전역으로 퍼트려 더 나은 공화국을 만들어야 하니까. 좋네, 그리하지.”


그렇게 우리의 상징, 그 말이 주는 울림과 더불어 그에 따른 꿈과 이상까지 녹여낸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기원할 이들의 심도 깊은 논의가 지속된 끝자락에 탄생한 것은 실로 익숙하면서도 이 시대에 존재하지 않을 새로운 깃발이었다.


그 가운데 붓을 세우고 그 좌우에 낫과 망치가 교차되는 것이 어디에선가 본 듯 익숙하면서도 신선했다.


그 와중에 재미있는 것은 그리 상징으로 자리를 잡은 도구들이 언뜻 멀리서 보면 먼 훗날의 프랑스의 상징이 될 백합 문양과도 닮아있었다는 점이었는데, 그와 별개로 이러한 문양을 왼쪽에서는 벼이삭이, 오른쪽에서는 월계수이 잎이 감싸 실로 그럴듯한 의미를 담았으니 이는 부정할 것 없이 사민, 공민, 농민에 의거한 세 계층의 결집과 더불어 그들이 중요시 여기는 노동의 가치의 소중함과 그에 따른 결실인 벼이삭 그리고 그리스 로마에서 건너와 이 땅에 자유와 공화의 상징이라고 자리를 잡게 된 월계수가 그들의 상징이 되었음을 나타내는 결과물이었다.


작가의말

되도록 한화로 끝내기 위해 두화 분량을 정리해 담게 되었습니다. 이전화와 세트로 묶여 대비되는 화인데 조금 길어졌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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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63 다르기
    작성일
    22.07.24 09:54
    No. 1

    계속 따라가며 읽고 있습니다.
    문체는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시간의 흐름이 파악이 힘드네요.
    마치 도원향처럼 홀로 시간이 흘러가는거 같이 느껴집니다.
    사회적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나는건 소설작 허용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러다보니 몇십년간 일어날일이 몇달만에 이뤄지는 느낌인데 정확히 얼마가 흘렀다가 없으니 시간감각이 붕 뜹니다.
    군웅극인만큼 동시간에 일어나는 일이 나오면 시대의 흐름이 더 잘 느껴질거 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7.24 18:42
    No. 2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변화 중 뉴스 속보나 타임라인처럼 년도와 더불어 동시대 다른 군웅들의 사건 또한 실시간으로 첨가해서 넣어보는 방식을 집어넣어봐야겠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7.26 13:20
    No. 3

    항상 느끼는 건데, 시대적 배경과 이질적인 표현들이 서술에서 자주 나와서 그런가 그럴 때마다 위화감이 듭니다.
    해당 사항들에 대해 알고있는 포홍의 발언이나 독백이라면 모르겠는데, 상황설명을 하는 서술에서도 쓰이니 몰입이 자주 깨는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7.26 13:22
    No. 4

    글을 읽다가, 특정한 부분마다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설명하는 걸 듣는 듣한 기분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7.28 23:29
    No. 5

    이게 본의 아니게 시대에 안맞게 집어넣은 부분에 대해 설명할 단어가 부족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극을 이끌어가는 별도의 진행자 독백이 들어선 부분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최근 들어 인지하고 있는 추세인데, 그래서 일단 이 시대에 너무 어울리지 않은 사건과 떡밥 많이 던져뒀으니까 이제 빨리 끝내려고요. 다시 본래의 역사 속으로 돌아갈 빌드업도 끝났겠다 전쟁 해야죠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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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3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2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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