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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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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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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DUMMY

“안은 평안하시옵니까?”


때아닌 손님의 방문에 가후는 짐짓 감았던 눈을 떴다.


저벅이며 제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정갈한 것이 의외다 싶었으나 그럼에도 자신을 찾아와야 할 이의 걸음걸이는 아니었기에, 제가 기억한 적 없는 이의 인기척에 호기심이 동한 것이었다.


“덥수룩한 것치고는 젊군.”


“그리고 초면이지요?”


그렇게 자신의 앞에 떡하니 관복을 걸치고 앉아있는 얼굴을 보아하니, 뒤덮은 수염에 가려진 주름 없는 얼굴이 그 연배를 짐작게 했다.


“낭관(郎官)치고는 집이 잘 사는가?”


그 와중에 자신을 찾아올 정도면 제법 끗발이 높아야 하는데, 정작 초면인데다가 어리며 신임이자 초임관리가 걸칠 법한 급 낮은 관복을 걸치고 있었으니, 집안을 비롯한 인맥에 기댄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이 더해졌는데 그리 돌아온 답이 의외로 가관이었다.


“종사지요. 그 이전엔 한조의 관리로서 공부의 상서랑으로 있었습니다.”


“낭관(郎官)이나 낭중(郎中)이나 피차 매한가지일 터인데? 그런 이가 이리 궁내에 자리한 옥사에 쉬이 들어서는가?”


“집안보다는 친우를 잘 둔 게지요.”


“친우?”


“장 덕용(德容)라고, 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 풍익 고릉에 자리한 장가 출신에 출셋길을 달린 군부에 속한 아해를 말함인가?”


그러던 차, 이전에 눈여겨보던 초임 관료 중 하나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 가후였다.


“의외로 알고 계시는군요.”


“붙임성 좋은 어린 것이 어디서 책잡히지 않을 것들을 구해와 제공하니, 그 뇌물과 향응을 통한 출세가 남달라 보고를 받아본 적이 있지. 그 집안은 명문이 아니었는데, 어느샌가 가산이 물밀듯이 불어났어. 해서 알아보니, 딱히 비리와 착복으로 축재한 것이 아니라 내버려두었지.”


비단 장래성이 기대되는 곧게 자랄 거목의 새싹이라기보단 딴에 거목을 휘감고 이에 기생하여 오르는 것을 자처할 넝쿨의 새싹에 가까웠지만, 뭐가 어찌 되었든 그러한 이가 이러한 자리를 주선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한데, 이리 나와의 만남까지 주선할 정도면 제법인 모양이로군.”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복귀하시지요.”


거기다 남다른 의미를 지닌 제안까지 들어오니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그 입가가 묘하게 씰룩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일개 하급 관료가 제 지기(知己) 하나 잘 뒀다고 이제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셈인가?”


“상황이 변한 것, 평화가 깨진 것, 각계각층 사이에 혼란과 번민 그리고 갈등과 충돌이 초래된 것, 분쟁과 정쟁을 넘어서 기어코 전쟁이 일어난 것. 다 알고 계시면서 가만히 있으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딴에 나라를 위한다 하여 이 사람까지 가두었던 충직한 이들이 있지 않나?”


“그치가 일군 옹주정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다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필경 의로움은 있는데, 기어코 그 의도는 모르겠으니 이조차 변수임을 알고 일부러 모르는 체, 그에 대한 답을 꺼렸다.


“그러는 그쪽은 다 알고 있으면서 왜 내게 청하나?”


“송구하오나 작금의 옹주 땅에서 이 난국을 타개할만한 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여, 기회를 엿보고 유명세에 기대나?”


“장기라면 그러했겠지요. 물론, 그조차 세련되었을 겁니다.”


하여 떠보았는데, 또 마냥 사람을 감싸지도 그렇다고 마냥 자신을 숨기는 것도 아니니 그 태도와 말씨를 통해 알아낸 것은 적어도 강단과 신의는 있다는 것 하나였다.


“지기이면서도 자네는 자네가 말한 덕윤(장기), 그 지기와 다르다?”


“신은 사람을 볼 줄 압니다.”


“상?”


“정형화된 학문을 바탕으로 외양을 보고 읽어내려가는 것은 아니니, 안목이라 해두지요.”


그 와중에 딴에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본다 하여 스스로를 높이는데, 정작 그러기엔 너무나도 눈에 드는 저 외관이 문제일 터.


“그 안목보다 더한 것이 그대의 관상 아닌가?”


그래서였을까? 속된 말로, 털복숭이 애송이라 하면 좋겠는데 이는 너무 직설적이라 입 밖에 내진 않았으니 결국 묻고자 하는 것을 이로서 풀어내고자 했다.


“무슨 뜻입니까?”


“재상 진밀을 평해보게.”


“인물평이라면........, 고기를 잡아 가두는 족대라고 해두지요.”


“고기를 잡아 가두는 족대?”


“구멍이 뚫려 있으니 작은 치어를 비롯한 물은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요, 당장에 수확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단 한치도 새어나가게 하지 않으며, 스스로 올곧게 살아와 흔들림이 없으며 탐욕을 부리지 않아 따로 착복한 것이 없으니, 별도의 축재가 없어 속이 비어있다. 곧게 마른 대나무가 제아무리 색과 향취를 잃었다고 한들, 그 자태는 그대로이며 인세를 위해 그 한 몸 희생하니 그가 배워 갈고 닦은 재주가 세상을 휘감는 그물이 되어 귀하고 부하며 풍요로운 모든 것을 낚을 것인즉, 실로 세제(稅制)와 인재(人才)의 운용을 위해 존재하니 그 정신은 육정신 중 정신(貞臣)에 해당함이라......”


“칭찬인가?”


“......, 꼭 그렇지만도 않지요.”


“장점이 단점이 되는군.”


“비단 그 몸집이 커다란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빠져나갈 수가 없음에 그 속에서 어떠한 자유도, 자비도 느껴본 적이 없나니 이는 말 그대로 벗어날 수 없는 하늘의 감옥이요, 창살 속 옥살이라 그에 속한 부귀하고 부강한 이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는 즉, 언제고 제가 감당치 못할 것을 담아낸 그 그물은 찢어져 구멍나고 부러진 족대가 되리라.”


‘자질은 있군.’


“족대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니, 그렇기에 총군과 명군은 그러한 족대를 잘 사용하여야 합니다. 때로는 그리 거둬 올린 족대를 풀고 뒤집어 그에 담긴 것들을 풀어주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인데, 작금의 정국에 이 족대는 굽이치는 물길에 박힌 채, 그 스스로를 들어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지요. 뭐, 애초에 그 스스로가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에 가후가 미소를 지었다.


“이름이 뭔가?”


“부손이라 합니다.”


장기에 뒤이어 또다른 인재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중역은 아님에, 비단 이 나라의 위기에 막상 그럴듯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중의 다수가 헛똑똑이였음은 변함이 없었다.


“허면 사람은 말고, 시대를 볼 수 있겠나?”


“예?”


“시대 말이야, 우리가 되돌린 이 시기를 거스른 전국이라는 시대.”


하지만 그렇기에 가후는 그 위로 한 가지 기대를 더 내걸었다.


“시대의 진보를 위해 우리의 흉포함을 제거해야만 한다면 나는 이를 거부할 걸세.”


“예?”


“시대의 진보를 위해 우리가 현실을 도외시한다면 나는 이 또한 거부할 걸세.”


“........”


그 이해 못할 말에 혼란스러운 것은 부손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럼에도 그는 어렴풋이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것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태까지의 폐하께서는 거진 시절을 되돌려 오셨지요. 그것은 비단 역사를 거스르는 것으로 두말할 것 없는 퇴보이나 그 실상은 정반대의 진보가 되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우리가 잃어버린 이전 시대의 가치를 되찾는 일이라 생각하네.”


“그렇다면 작금의 자유와 공화를 외친 옹주정은 정반대인 겁니까?”


“글쎄, 그러나 한 가지는 비단 폐하께서 아니 계신다고 한들 진국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야. 더 나아가고 더 발전하고, 다만 그 모든 것이 그저 몇 글자 포장된 허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말이지.”


그리고 부손에게 내려진 실질적이라는 그 말은 현 정권에 대해 고심 끝에 그만의 답을 내어놓게 만들었다.


“신이 부족한 서역의 학문을 접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음에, 비단 저 서쪽 끝의 대진국 또한 결국 시대를 거슬러 자신들이 이룩했던 공화정을 버리고 제국이 되었다 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는 그에 없는 개념을 가져와 이제 막 이를 안착시켰으나 그 결과는 보다시피 참담하기 이를 데 없으니 이 또한 진보라는 이름의 퇴보란 것 또한 알겠나이다.”


“하여 깨우쳤는가?”


“좋은 게, 마냥 좋은 게 아니더군요. 그러나 몸소 이를 겪지 않고서는 마냥 이에 대하여 깨우치지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그 좋은 걸 버릴 시간이네, 몸에 좋은 건 본디 입에 쓴 법이라, 입이 달고 즐거운 것을 몸소 겪었으니, 이제는 돌아갈 시간 아닌가?”


덜컥-


그렇게 가후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은 부손은 곧바로 손을 뻗어 그가 갇혀 있는 창살의 자물쇠를 잡았다.


“내가 아니네.”


“........!”


그러나 정작 가후가 옥사 밖으로 나갈 것을 거부하면서 일순 부손의 얼굴에 당혹감이 드러났다.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오는 법이지. 나 또한 이러한 폐하의 안배를 두고 지켜볼 것이니, 내가 이 문을 열고 나가는 건 적어도 지금이 아니야.”


“폐, 폐하의 안배라니요?”


“허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폐하께서 이 모든 불온한 것들의 준동을 허락하셨을 것 같은가?”


“........”


파악-


그 순간, 돋아나는 소름과 더불어 어디에선가 자신을 꿰뚫어보는 께름칙한 시선을 느낀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간수를 비롯한 경비 하나 없이 텅 빈 옥사의 복도는 되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조용한 것이 금세 그 인기척을 지워낸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도처에 폐하의 눈과 귀가 있네. 밀명을 받은 자들이 세상을 살피고 있고 폐하께서는 판을 짠 뒤에 주사위를 던지며 여러 말들을 이끌고 계시지. 어쩌면 인외의 경지에 접어든 이가 그 답을 알고 있음에도 행하는 유희이자 여흥이며 그래야만 하는 절차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그 또한 배려요, 기회를 허락한 것일 수 있으니 천라지망은 비단 자네가 일컬은 족대와 같은 것이네. 겉보기에 그저 구멍 숭숭 뚫린 그물이 전부인 듯하나 그 안배를 위해 준비된 크고 중한 것들은 무엇하나 빠져나갈 길이 없지.”


“하, 하오나 이리되면 옹주가.......”


“찰나에 옹주가 떨어진다고 한들 그 또한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물이요, 작은 고기와 같은 변수에 불과해. 그런 고로, 자네는 이 옹주를 등진 내가 아니라 이 옹주가 등진 그의 복권을 준비하게.”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부손은 곧바로 돌아가 장기를 찾았고,


탕탕탕-


“문을 열어라.”


“어떻게 가 총사를 잘 만나고 오셨사옵니까?”


“이럴 시간이 없다, 네 주인께로 가자.”


덜컥-


“누굴 찾으라고?”


가후에게 전해 들은 존재이자 진밀과는 다른 길을 걸으려 했던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되었다.


* * *


그리고 그 시각.


치익- 후우욱-


일렁이는 촛불 위로 불을 댄 향로 위의 연기가 짙게 물들었다.


죽은 이를 추모하는 자리에는 소금통에 잘린 이의 목이 담긴 목함이 굳게 닫힌 채, 그 위로 지방마냥 쓰인 축원문이 붙여 마치 봉인마냥 자리하고 있었다.


“배례(拜禮)-.”


그와 더불어 수많은 이들이 그 앞에 연신 죽은 이를 추모하는 절을 올리고 있었고, 그 옆에 상주마냥 자리한 유족들에게 인사와 위로를 건넨 뒤,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가장 상석에 앉은 이를 향해 두 무릎을 꿇어앉은 채, 예를 표했다.


“국상.”


비단 이 옹주 땅에 국상이라 불리는 이는 풍방 밖에 없는바, 오늘의 이 자리가 죽은 이를 추모하는 자리임을 생각하면 얼추 답이 나오는 자리였다.


“그래. 먼저 간 동지요, 지우에 대한 인사는 끝내셨나요?”


“예.”


이는 그가 아끼고 아끼던 심복이자 한때, 포홍과 더불어 뜻을 함께한 정변의 동료였던 하모의 장례(葬禮)로 이미 벌어진 계한과의 전쟁과는 별개로 아주 성대한 국장의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모는 비단 전쟁을 일으킨 계한에 의해 그 목이 잘린 것이며, 저를 위해 제게 굴욕을 선사한 장로를 징치하려다 변을 당하였으니, 비단 저를 향한 충정의 의미가 남다른 이이자 국가적으로도 계한에 의해 희생된, 나름의 상징성을 지닌 이이니만큼 그에 따른 여파 또한 상당한 것이었다.


“우선 받으시는 게 좋겠군요.”


쪼르르륵-


“애석한 일입니다. 저 무도한 적제의 후손들이 기어코 선을 넘었으니, 애당초부터 저들은 전쟁만을 바랬던 것입니다.”


“아무래도요.”


그렇기에 아직까지 직접적인 전쟁의 여파를 겪지 않은 삼보 일대에서 치르게 된 이러한 장례의 예식에는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었으며, 계한에 대한 힐난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하옵니다, 아닌 말로. 과거 서원팔교위 중 한 사람이었던 하 교위의 귀족적인 성정을 모르는 이들이 없는데, 어찌 그가 비단 공적인 자리에서 예에 어긋난 실수를 저질렀겠사옵니까? 이게 다 모함이요, 협잡질일 것이옵니다.”


“그저 지난날에 대한 사과를 바라였을 뿐. 이를 벗어난 그 어떠한 것조차 요구한 적이 없었지요. 되려 한중에서 벌어진 교역 분쟁에 문제에 대한 해결이 조속하였는데, 이리 뒤통수를 칠 줄이야.”


거기에 거진 그들 모두 지난날 일대에 공화주의자들을 비롯한 오두미교를 쓸어버린 그의 다음 행보에 지목하며 그와 함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 자리한 것도 있었는데, 비단 그러한 이들의 결집이자 복종을 모를 풍방도 아니었으니, 기왕지사 대내외적인 세력의 결집을 위한 자리로서 이보다 더 좋은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되묻는 말인데, 상병들은 어찌하고 있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부랴부랴 전쟁을 겪은 이들을 훈련관으로 모집하여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리를 빌어 풍방은 전쟁 직후, 이 모든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제가 벌인 일들을 모조리 점검했다.


“일족들의 대피도 그렇고, 상회에 몸담은 이들과 그 아래 속한 기술자들에 대한 피난 조치는요?”


“남북이 기다란 산맥으로 가려진 홍농을 통해 움직이면 저들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당장에 옹주 북방은 자유분방한 강족들의 이들이 살아가는 통에 그 정보가 비단 북지 너머에 자리한 흉노와 여포와 같은 맹한(猛悍)들에게 새어나가지 않사오니, 너무 심려치는 않으셔도 될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동산과 부동산을 비롯한 가산의 보관과 처분이 문제인데, 이 또한 잘되어가고 있다 봐야 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새로이 건축한 신도 낙양의 내성을 짓는 과정에서 내성 안쪽에 자리한 성곽 아래 자재의 보관을 위해 만들어놓은 창고들이 많답니다. 거기다 해자와 다리, 수로 등의 정비를 통해 성내에도 물길을 내고 잘 닦인 도로망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인력들과 재화, 물자 등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지요. 값비산 귀품이며 처분한 재산들이야 그리 신도 낙양의 건설을 위해 만들어준 창고에 보관하는 쪽으로 협의를 맞췄습니다. 그리고 공인들을 포함한 기술자들이야, 그리 신도 낙양의 내부를 건설을 협력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지요.”


“허면 낙양을 포함한 사례 일대의 방비는 어떠한지요?”


“좋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인력들이 건설에 투입되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전에 낙양 8관을 중심으로 세운 방어선은 더더욱 단단해졌다 볼 수 있으며, 소위 외부에 자리한 거점도시들 또한 이전과는 달리 성곽까지 두른 방어체계를 지향함에 각 고을 하나하나가 위엄이 넘치는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특히나 하동과의 협력이 중요해진 이 시점에서 맹진항과 소평진관 일대는 가히 어지간한 관문 이상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 거점을 넘어선 소수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거주하는 발전된 도심지라 봐야 할 것입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네요. 그래도 화 자어(화흠)이 그곳에서 모든 것을 쥐고 있으니 확실히 안심이 가긴 갑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뜻대로 돌아감을 확인한 찰나.


“저 하온데.......”


“말씀하세요.”


“들려오는 풍문에, 새로이 들어선 반량전의 부활과 관련하여 그 가산을 환치시켜 주신다고......”


안도하는 마음과 더불어 은혜로운 자비를 베풀려는데 역시나 돈 냄새를 맡은 이들의 그 벌렁거리는 콧구멍이 풍방의 심기를 거스르게 만들었다.


지난날 자신이 준비한 안배이자 시대를 다시금 혼란케 할 목적이 그득한 극적인 행사.


선택받는 소수에게 축복을 내려주며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정하고 귀속시킬 외람된 시대의 가치를 뛰어넘은 이상과도 같은 기관과 제도.


더는 화폐로서의 가치를 장담할 수 없는 오수전의 폐기와 맞물려 가진 자들의 재산 가치를 보증하고 동결시켜준다는 명목하에, 그 모든 것의 가치를 자신이 새롭게 정의하여 값을 매길 절대적 권한을 목적으로 새 시대의 화폐를 등장시킬 그 원대한 대업에 벌써부터 조심성 없이 꼬이는 파리 떼들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탁-


“하고픈 말이 뭐지요?”


“보전국 말입니다, 국상. 그 보전국이 사례로 옮겨간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만........”


그렇게 거슬리는 심사에 잔을 내려놓고 복심을 물었으나 돌아온 것은 거짓이었다.


“그것 말고 진짜 하고픈 말이 뭐에요?”


“예? 아휴, 그러니까 이게.......”


“괜찮아요, 우리 사이에, 어디 말해봐요.”


“저 송구하오나 영민한 자식 놈이 하나 있는데, 어떻게 지부가 될지 본부가 될지 모르나 낙양에 들어설지 모르는 보전국 내에 자리하나 마련해주시면.......”


“아아, 부모로서 자식 놈 출셋길 하나 챙겨주고 싶으시다?”


그 알량한 위선에 별다른 내색을 하진 않았으나 그 속은 내심 역함이 일렁이는 중이었니, 어디 자신의 대계가 개나 소나 어린 것들이 권신이 될 발판이자, 어중이떠중이들의 집합소로 남게 될 목적으로 세워진 일이던가?


“만일 그리만 해주신다면, 제가 남은 가산 전부를 국상께 바치겠습니다!”


“어유, 목소리가 크네요? 주변에 보는 눈도 많은데?”


“아! 소, 송구하옵니다! 국상!”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내게 말고 작금에 전쟁 중인 이 나라를 위해, 저들과 맞서 싸울 군대를 양성하고 정예로 만들기 위한 일에 헌납하세요. 그 또한 나라를 위해 이바지하는 길이니까, 나름의 명분이 서겠지요?”


“과연....., 과연 그러하옵니다! 이 미력한 소인이 못내 이제야 이를 깨우치다니, 실로 놀랍고도 고매하신......”


“아아. 거 괜스레 머리만 아플 요상한 미사어구의 찬사는 되었고, 일단 그리 마무리 짓는게 좋겠네요. 그리고 다음 차례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너무 시간 뺏지도 말고.”


“예! 허면, 국상을 믿고 곧바로 가산을 헌납하겠사옵니다.”


- 다음 사람 들어오시오!


그렇게 제게 끼어든 똥파리 하나를 쫓아낸 풍방은, 그렇게 또다시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똥파리들을 상대함에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 곁을 지키는 호위를 불러 무어라 작게 속닥이니, 그에 명을 받는 호위가 사라지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그리 수많은 이들이 북적이는 장례식장에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덜컹-


“어, 어르신!”


“아아아아악!”


이른 아침날 제 주인을 위해 세숫물을 떠온 노복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삼보 일대에 비극이 찾아들었다.


“과, 관병들을 불러와! 당장, 상방에 연통을 넣어! 가주님께서 돌아가셨다!”


“우리 소주님께서 독살당하셨다! 이 어찌된 일이야!”


“살려주시오! 이게 무슨 날벼락이요! 본가의 원로께서 돌아가셨단 말이요!”


어느 집은 가문을 이끄는 가주가, 또 어떤 집은 그러한 가문의 장래를 이어받을 소주가, 또 다른 집은 그 가문을 여태껏 이끌어온 뒤에 거진 자문과 뒷배를 자처했던 노회한 원로가 연이어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비단 스물이 넘는 집에 비극이 들이닥쳤고, 그들의 곁에 남은 것은 비단 죽고 썩어가는 시체에 환장하는 똥파리들 뿐이었다.


비단 겨울임에도 또 전쟁임에도 다들 잘사는 집에 따듯한 난방 한번 포기해본적 없는 이들이 혹한의 한파에 어울리지 않을 존재를 곁에 남겨두고 있었으니, 그렇게 그들의 머리 위로 천이 덮이며 연이어 장례가 치러지는 바, 그에 공통점을 찾은 관헌들은 그들 중 다수가 위기에 빠진 옹주를 위해 가산을 헌납하였거나 별도로 병력을 모집하여 이를 헌납하려 했던 이들임을 밝혀냈다.


거기에 독살과 암살을 비롯해, 몇몇 금품과 중한 문서 등이 없어졌다는 증거 그리고 야음을 틈타 도복을 걸친 이들을 목도한 증언들이 나오면서 일련의 비극적인 사건의 종결과 더불어 흉수에 대한 정체를 고변하니, 그에 지목된 범인은 다름이 아닌


“오두미도의 이들입니다.”


작금의 옹주에 직접적인 침략과 더불어 그 내부적으로도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과 협력해 여러 방면에 있어 사회적인 혼란을 유도했던 이들이었다.


- 이 빌어먹을 놈들! 쳐 죽일 놈들! 모조리 때려죽이자!


- 이대로는 못 살겠다! 기어코 저놈들이 이 땅에 풍요와 발전을 가져온 우리를 위협하고 몰락시키려는 것이다!


- 계한 따위에 무너지지 말고, 그 앞잡이 노릇을 하는 오두미교의 잡것들에게 현혹되지 말자! 저 사시이비한 이들이 무지하고 몽매한 백성들을 선동하여 이 나라와 이 땅이 어찌 되었던가!


그렇게 삼보 일대에 민심은 가히 진국에 대한 애국심이요, 자신들과 그 입장을 가치하는 지주, 부호, 호족 등을 비롯한 상공인들의 결의로 하나 되어 폭발했다.


비단 미개하고 몽매한 가난한 빈농들, 그들을 홀린 오두미교, 또 그런 오두미교의 지원을 통해 기존의 왕정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신정(신하의 정부)이요, 저 서역에서 들여온 공화정을 내세운 옹주정과 이 모든 것을 이용해 기어코 전쟁을 일으킨 계한까지 그 모든 것이 이들에게 적으로서 규정되는 순간이었다.


드르륵-


“바깥이 시끄러운 터라, 조심스레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을 살펴야 했기에 조금 늦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그의 밀명을 수행한 호위가 돌아왔다.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들이, 쯧. 죽을라고......., 안 그래요?”


냄새 내는 똥파리들이 모조리 죽고 그들의 시체 곁에 고이는 파리들 덕에 저 바깥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니, 그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풍방은 찰나의 소감과 더불어 잠시 똥을 씹었다는 듯 그 입꼬리를 비틀었고, 그에 호위는 조심스레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그의 앞에 놓았다.


“이게 뭐지요?”


“국상께 거슬리는 이들을 처리하던 중 발견한 물건입니다.”


“내가 어지간하면, 이쪽이 책잡힐 흔적 다 지우고 마무리하라 하지 않았나?”


“송구하오나....., 아무래도 소인들이 처리해야 할 범주를 넘어선 물건을 보게 된 것 같아, 이리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범주를 넘어섰다?”


“예.”


그렇게 때아닌 물건의 등장에 풍방은 그 입술을 내밀며 오묘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서찰을 바친 직후 이에 대한 설명을 올리는 제 수하의 표정에 노골적인 긴장이 깃든 것이 보였다.


“어째....., 열어야 하지 말 것을 열어젖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이상하게 위화감이 든단 말이지.”


탁- 탁- 탁-


“흐응,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송구하오나 최대한 빨리 열어보시옵소서.”


“내용은 다 읽었고?”


“예.”


“하긴 그러니까 범주를 넘어섰다 말하는 것이겠지. 뭐, 좋아요.”


그렇게 자신의 손끝에 자리한 서찰을 수도 없이 두들기면서도 쉬이 열지 못하고 있던 풍방의 고뇌는 마침내 끝이 났다.


사락-


그렇게 그의 손에서 서찰이 펼쳐졌고, 마침내.


“하아......, 이거 골치 아프네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벌집을 건드린 건지, 그도 아니면 내가 벌집인 것을 알면서도 이리 건드리겠다는 건지 그걸 모르겠네.”


그 얼굴이 일그러진 풍방이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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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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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3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7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3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3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10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8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4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3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5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3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1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5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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