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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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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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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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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DUMMY

- 천신과 열성조에게 고하노니 고대로 한은 하늘로부터 간택 받은 천명을 놓지 않은 적이 없으며, 하늘을 대신하여 천지만물을 다스려왔고........


성도의 바깥에 제단을 세운 유언은, 부월을 내려받은 이권을 비롯한 장수들과 10만에 달하는 병력이 결집된 자리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그간 묵혀두고 있었던 소위, 승전을 위한 축원이자 제물로 삼기에 가장 좋은 이의 목을 끄집어냈다.


하모, 다른 누구도 아닌 장로를 시해하려 한 암살범 말이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그도 아니면 그 반대라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죽여라.”


“그걸 게야. 한데 대저 왜 장로를 죽이려 한 게야?”


“똑같은 물음을 또 하는구나. 감히 주제도 모르는 놈이 아조의 국상을 모욕했다. 남의 나라에 간세를 심는 것도 모자라 일교의 대종사라는 이가 그따위 저열한 행위를 일삼으니 내 어찌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겠더냐?”


그리고 그 와중에 혹시나 했던 물음 또한 결국 같은 답으로 돌아왔다.


성공영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전에 태자 유범 측에서 멋대로 주장했던, 대전에서 나왔던 그와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었다.‘쯧, 이래서야 충신이 된 장로에게 써먹지 못할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데.......’


제물로 쓰기는 적격인데, 애초에 이번 전쟁을 통해 여러 세력들에 대한 교통 정리와 내부 질서를 바로 잡으려던 유언의 입장에서 이를 그냥 내버리자니는 아까웠다.


“가까이서 보니 의외로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겼구나. 일생을 무장으로 살아온 것 치고는 나름 행동거지에 묘한 기풍이 느껴지는 것이 의외로고.”


“흐흐흐, 그럴 수밖에. 내 부친이 뉘신 줄 아느냐?”


“호오, 출생의 비밀인가? 그래? 해서 그 잘난 부친이 누군데 그러느냐?”


“하운이니라.”


“뭐? 하운? 설마 그 십상시.........!”


그런데 그리 아깝다 여겨둔 것의 실체가 알고 보니 이전 시대의 절대악과도 같은 상징의 핏줄을 품고 있었다.


졸지에 커져 버린 눈동자 속에 들어온 얼굴은 비단 양자라 할지언정 제 젊은 날에 보았던 그 익숙한 밑 없는 고자 놈의 면상을 부족함 없이 담고 있었다.


“퉤엣!”


그 와중에 용안 위로 날아드는 침 세례를 맞고 나서야 그 성질머리 더러운 것들과 다를 바 없는 것들의 탁색한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이제보니 아주 하늘이 짐에게 내린 선물이로구나.”


시대를 돌이켜, 그리고 시절을 돌이켜 어디 이만한 기회가 있던가?


“왜 이제와 이 하모가 조금 달라 보이기는 하느냐?”


“그래, 애비나 자식이나 이 한조에 해가 되는 놈인 건 알겠다.”


죽음을 앞에 둔 하모의 자태는 실로 선조 대부터 무례와 오만 대죄를 이어온 뻔뻔한 핏줄의 후계답게 그 어떠한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였으니, 시대들 그리고 시절을 돌이켜 어디 이만한 제물이 있던가?


“나는 건석을 죽이고 나라를 뒤집을 적부터 대진국의 진왕 폐하와 진 국상과 함께 거병했던 서원팔교위의 일원이요, 공신이니라! 이런 나를 죽이면 과연 대진국의 이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나는 비록 이 자리에 죽어도 너희는......!”


서걱-


“고맙다. 네 목 하나가 10만의 정병과 100만의 백성 그리고 1000년의 한조를 축원하는구나.”


그러나 그리 제 입장을 채 대변할 새도 없이 하모는 흥분한 유언의 칼질에 그 목이 멀끔히 잘리고야 말았다.


흑우와 백마의 목을 비롯해 오만 것들이 차려진 제단의 중심에 핏물을 뚝뚝 흘리는 일그러진 한조 멸망의 이면(裏面)을 들어올린 유언은 이를 제단의 중심에 올려놓고 모두가 보아라, 들으라 두 손을 펼치고 외치며 목놓아 울부짖었다.


“계한이여! 하늘이 천명을 내리시는 도다! 십상시 하운의 아들, 하모여! 그대의 목을 통해 아조는 새로이 거듭날 것이다! 한조의 멸망을 상납한 망국의 죄인들의 핏줄을 끊어내니, 이는 그러한 핏줄들이 모여들어 사치와 향략으로 얼룩진 음탕한 흉적의 나라를 가리킴이라! 오직 강함만을 숭배하는 짐승의 왕국의 운명은 이와 같을 것인 즉, 계한이여! 아조의 천명은 저 무도한 짐승의 지배에서 천하를 구원하는 것임을, 알라-!”


알라- 알라아- 알라아아- 알라아아아-


그 웅장한 메아리가 엄정한 군기와 더불어 날이 선 모습을 보이는 10만의 정병을 감쌌다.


성도와 그 주변을 감싼 너른 분지 속 출렁이는 물결과 같이 푸르게 물든 무성한 수목이 일렁이는 산자락을 따라 지속된 물결과 같이 일렁이고 또 일렁이며 퍼져나갔다.


부우우우-


서북방의 초원을 휘젓는 뿔피리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길쭉한 상아로 만들어진 나팔 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펴졌다.


“전군, 북진(北進)! 아조 계한의 목표는 진국이며, 이로서 진한전쟁을 시작한다! 제를 끝낸 이의 목을 보내 놈들의 운명에 종언을 내릴 것이며, 이를 위한 전쟁을 고할 것인즉, 계한이여! 천하의 주인된 이들이여! 우리의 손으로 난세를 끝장내고, 전국을 끝내자!”


와아아아아아아-


우렁찬 병사들의 함성소리와 더불어 사방에서 깃발이 펄럭였고 곳곳에서 말을 탄 이들이 앞뒤를 오가며 병력을 나누고 대오를 정비했다.


정해진 수순에 따라 십만에 달하는 정병들이 길게 늘어진 뱀과 같은 모습으로 나뉘어 성도를 벗어나 한중으로 향하니 온 세상의 이들이 한데 모인 듯한 장엄하고도 화려한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제단에서의 절차와 축원 또한 끝나 이권과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니, 그는 유언의 앞에 한 가지 약조를 건넸다.


“4년 안에 끝내겠습니다.”


“왜? 그리 보는 게지?”


“옹주를 쥔다는 것은 진나라의 오창을 쥐는 것과 같지요. 량주는 식량이 부족하고 이는 이제 막 신도시를 정비한 낙양 또한 마찬가지이니 결국 정국거와 관중 평원이 없이는 진국 또한 이전만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땅히 그리해야지.”


“10만의 출정은 1진이 될 것입니다. 뒤따를 2진의 경우는 비단 12만에 가까울 더 많은 병력이 들어설 것이고, 3진의 경우 남은 2만에 추가적으로 의용병들을 비롯한 예비병들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이들까지 말리지 않는다면 30만에서 빠진 6만의 머릿수까지 우습게 채워지겠지.”


“그러면 더 좋겠지요.”


“읍참진밀이라 했어. 그에 지금도 동요하는 사족들이 많아.”


“그 와중에 운이 좋게도 저 하모의 출신이 장작불 위에 떨어지는 기름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내치는 걱정할 일이 없겠지. 자발적 충성경쟁도 제법 볼만 할 것이고.”


세세한 내용과 별개로 전쟁을 결정한 이후의 상황 또한 크게 부담을 덜게 되었다.


“약속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기어코 장안을 얻으면 이는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이 되겠지요. 계한의 이들뿐 아니라 천하만민 또한 진밀이 아닌 이 이권을 택하신 황상의 용단을 칭송할 겁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반금작계니 어쩌니 하는 진국의 일화에 버금가는 일화가 천하만민의 머릿속에 새겨지겠지.”


절그럭-


“반드시 그리 만들겠습니다.”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약속을 되새기는 이들은 그리 이별하였으니, 10만의 정병이 자리한 1진을 이끄는 이권 또한 예를 갖춘 모습으로 그리 신기루와 같이 사라졌다.


이제 진과의 전쟁은 제 손을 떠났으니 그에 남은 것은 비단 내치가 전부였다.


“진밀의 죄를 씻고, 이권의 예를 본받으며, 그 마음가짐을 장로와 같이 하여, 조위와 같은 존재가 되어라! 그것이 바야흐로 그대들이 다시금 이 나라, 한을 떠받드는 진정한 사대부요, 청류가 되는 길이니, 그대들이어! 더 이상의 난세를 방관하지 마라! 출사하여 짐을, 이 나라를, 백성을! 그대들의 잇속을 위한 길이 아닌 아조의 천년 영위를 위한 길로 인도하라!”


애초에 사족을 제한 모든 세력들에게 전쟁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 마당에, 예상치 못한 하모라는 수확을 거둬들여 그에 사족들마저 어쩔 수 없이 동참하게 만드는, 전쟁의 참여를 권하는 보다 확고한 동기부여를 얻었으니, 그리 비어버린 성도 조당의 공백은 예상 외의 빠른 출사와 더불어 금세 비상 체제에 어울리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본래는 그 목을 베어 수십 만 신도들과 성도 일대의 백성들만 달래려 했던 것이 예상 외의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이 자리에 선 이들에게 자신들이 선이요, 정의라는 입장에 자리한 선명을. 거기에 기존에 이야기한 대로 수십만 신도들을 비롯한 성도 일대의 백성들을. 거기에 고작해야 수백 년으로 그친 한조를 계승하는데 새로운 명맥을 선사하여 그다음을 노릴 수 있게 만들어주니 이는 가히 하늘이 제게 인도한 운명이자 신이 내린 축복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곳곳에 황제의 어심이 서린 문구가 내려졌고 이는 관청을 비롯한 대로변의 구석구석을 메우는 벽보와 관보가 되어 민심을 비롯한 사심의 동요를 촉구했다.


“뜻 있는 자들의 의기를 막지 않을 것이요, 그 속에서 무엇을 하든 비단 나라와 백성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지어다! 고로 그것이 생업이든 이를 벗어난 것이든 그에 무엇이든 성의를 보여라! 지난날의 죄를 씻고자 앞으로 나선다면 그 무엇이라도 용서할 것인즉, 그대들의 의기와 의지가 세상을 곧게 일구리라!”


- 대 계한의 황상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시끄러운 소리요. 개 짖는 소리지.”


그러나 이러한 외침에 거슬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이는 지난날 자진하여 유범을 나락으로 보낸 장로였다.


“개 짖는 소리라도 좋지 아니한가? 복수를 위함이거늘, 함께 할 이리를 구하지 못한다면 비단 지천에 깔린 개들이라도 무리 지어 데려가야지. 그게 집 지키는 개든, 떠돌이 개든, 무리 지어 다니는 들개든, 승냥이 떼든 간에, 적어도 이리 떼와 해봄 직은 해야지.”


그러나 그러한 거슬림에 되려 즐거워하며 그 곁을 지키는 이가 있으니, 이는 역시나 복수를 천명했던 성공영이었다.


“그래도 쉽지 않을 겁니다. 험준한 산세와 수목이 우거진 이 땅에 광야를 내달리는 이리는 없으니까요.”


“하긴 밀림엔 이리가 없지. 그게 아쉬워.”


“그래도 조만간 남중의 코끼리라도 올라서지 않겠습니까?”


“뭐, 나쁘진 않겠지. 그래도 데려가려면 차라리 호랑이를 데려갔어야 했는데.”


“남중 땅에 그러한 이가 있습니까?”


“없지. 그러나 남중이 아닌 촉주, 이 용소(龍沼)엔 그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인 짐승이 있으니 거기에 기대를 걸어야지.”


“용소(龍沼)?”


그러던 차, 병상에 누워있는 장로의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단어가 있었다.


이는 다름이 아닌 용이 기거하는 연못이나 호수를 뜻하는, 소위 말해 용이 승천하는 용연(龍淵)을 뜻하는 말로 달리 말해 천자나 제후와 같이 유언이 발작할만한 대상을 지칭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유언이 이 땅에 내려와 가장 먼저 박살낸 것이 호족들이었고, 그 연유는 당연히 술사 동부가 언급한 낙양에 환란이 찾아오며 익주 땅에 천자의 기운이 있다는 도참설에 의거한 진출이자, 징치요, 정리였다.


고로 이를 달리 말하면, ‘내 땅이야, 내가 승천한다. 다 꺼져.’ 가 되는데 그 와중에 정작 유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음에도 노골적으로 유언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이가 딱 한 사람이 있었다.


“왜, 그쪽도 알고 있지 않나? 파군의 수적왕을 물리치고 그 이전엔 동주사들을 막아내고 뭐, 달리 말해 이 땅이 배출해낸 촉주 제일의 명장이다 뭐다 하는 그 사내 말이야.”


“용장......, 가룡!”


그리고 다시금 성공영의 입에서 그 사내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장로의 눈에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용상에 앉은 유씨 임금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겐 그 음험한 노군(老君)보다 가룡 그자가 더 용처럼 느껴져. 적어도 용은 이를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찬사와 경외감을 들게 만들어야 함에, 그는 말 그대로 용이지.”


어느덧 전장으로 향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성공영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가룡에 대한 소감만큼은 가히 진득한 인정뿐이었다.


“무튼, 몸조리 잘하고 있으라고. 비단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변화된 이들의 운명뿐 아니라, 그 본성 또한 마찬가지가 될 터이니, 조만간 우리 늙은 이무기에 머물러 계신 짐승이 그만한 덕과 인성을 갖추게 되길 바라는 수밖에. 그리고 개인적으론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리 내버린 늙은 이무기의 음험함이 전장의 나선 용의 고아한 자태를 대신하여 전장에 쓰였으면 함이니, 그 둘이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그 또한 병상의 장로를 뒤로한 채 떠나가니, 어느덧 홀로 남은 장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흐흐....., 흐흐흐, 흐하하하하!”


비단 복수를 바람에 그 복수의 대상이 성공영과 달랐던 장로의 눈에 다시금 알다가도 모를 생기가 돋아나는 순간이었다.


덜컥-


“사군! 사군! 괜찮으십니까!”


“도주님!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혹여 심신이 약해지신 틈을 타 미혹이 들어서 광증이라도 돋아난 것입니까!”


“아니야, 아니야. 광증보다도 한 가지 서신을 전해줌과 동시에 한가지 풍문을 흘려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와중에 제게 복종하는 충성스러운 심복들이 다급히 문을 열고 뛰쳐 들어오니, 그에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장로의 명령에 결연한 표정의 이들이 흩어지는 것 또한 순식간이었다.


* * *


이레 뒤, 한중과 붙어있는 옹주의 접경 지역에서는 알다가도 모를 요상한 풍문이 생겨났다.


“다들 들었어? 용이 온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소리야?”


“낸들 아나? 다짜고짜 용이 온다는데 뭘 알 수가 있어야지. 한데, 승천의 때가 왔다고 온종일 용이 온다고 난리이니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


“에이, 씨. 이거 또 무슨 추수 끝난 겨울 초입에 먹구름 몰려온다는 거 아니야? 겨울비가 얼마나 추운데 씨.”


“아니, 글쎄. 그저 그런 비가 아니라니까! 요상한 종교를 믿는 이들도 그렇고 저 쌀 받고 치료해주면서 포교하는 이들도 그렇고 한중 일대의 이들이 다 그런 소리를 하더라니까!”


웅성웅성-


민중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이 풍문은, 비단 익주 땅을 거쳐 한중을 거쳐 퍼졌다고 하니 무슨 전설이니 민담이니 예언이니 속설이니 하는 범주까지 퍼져나가 일대에 자리한 이들의 눈과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거 용이면은 무슨 소원이라도 들어줄라나?”


“소원? 참 내, 무슨 용이 도사여? 술사여? 소원 들어주는 부적이나 만들어주게?”


“그게 아니라....., 자네들도 알지 않은가?”


“또? 거 무슨 토벌이다 국경의 안정이다 뭐다 쌀 걷어간다고 그럴까 봐?”


“그놈의 식량 좀 그만 거둬갔으면 좋겠시유, 애들 먹일 것도 없는데, 또 어떻게 겨울을 나라고.”


그도 그럴 것이 당장에 추수로 한숨을 돌린 것일 뿐, 이 옹주 땅에 자리한 이들 또한 계한과 다를 바 없는 경제 붕괴와 혼란을 겪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소위 계한이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대공황까진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직전에 놓인 것처럼 혼란스러운 사회상은 추수만 아니었더라면 거진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일자리는 없는데 물산은 부족하고 생필품과 식량을 필두로 한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개천과 논바닥을 뒤져 민물고기의 씨를 말리거나 그 마지막 추수철의 메뚜기까지 잡아다가 먹는 형국이었으나 그럼에도 추수철에 어울리지 않게 배급이 되는 양은 점차 줄어들어만 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한동안 실컷 풀었던 구휼미 또한 수많은 이들을 구제하는 것으로 모조리 떨어졌다며 그 허리띠를 급히 졸라매는 형국이었고, 그나마 상공인들, 납품업자들 돌아다니면서 새 화폐를 만드네 어쩌네 물자 지원이 어쩌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을 알았지만, 그와 별개로 옹주 일대에 습격이 이어지고 직물 창고가 전소되는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점점 추워지는 겨울날과 같이 날이 선 사회상이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에휴, 추수 직전까지 강족들이 시끄러웠으니 한중이고 이곳이고 온통 불길에 습격에 말이 아니었담서? 뭐, 이런 촌구석이야 그런 강족 볼일이나 있겠나 싶으면서도 최근 들어 말 타고 다니는 놈들만 보면 무서운 것도 그렇고 그 와중에 말 안 듣는 그놈들 토벌한답시고 자꾸 우리 애들 먹을 것 가져가는 관병 놈들도 그렇고.”


“에이, 제기랄.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이라고 좋은 정권 들어선다 뭐다 했더니 꼭 말 타는 그놈들이 지랄이지.”


“쓰읍! 이 사람아! 거, 입 좀 조심해! 지금 무슨 경을 치려고, 쯧!”


“아니, 아닌 말로 우리야 본디 농사짓던 한인들이지, 뭐 언제 우리가 달라진 게 있었나? 아닌 말로 지들이 제 집도 없이 여기저기 노숙하고 다니는 초원 놈들 못 다스린 걸, 지금 엄한 변경 고을들 다 들쑤시면서 얻어먹고 쌀 빼가고 이게 뭐냐고, 어? 차라리 이전이면 저 말 타고 다니는 놈들이라도 껌뻑 죽었지. 동 도독도 계셨고, 어디 가나 유목형 천막에 진군들 투성인데, 그에 비해 지금은 병력도 없고, 군기도 빠졌고 뭐 고을 관군들이 단속해도 말도 안 듣잖아!”


이는 지난날 성공영이 강족들을 이용한 습격을 통해 만들어낸 나비효과와도 같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본의 아니게 옹주 내에 자리한 대다수의 정병을 군축?(이라 말하고 동탁과 더불어 쫓아냄)하여, 그 군사적 공백을 피해 날뛰는 자유분방한 강족들이 원인이었지만.


그리 강족들이 날뛰게 된 원인에는 비단 성공영이 꾸미고 저질렀으나 여전히 그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 정체 모를 강족들에 의한 자유로운 행위를 목도한 이들이 이를 선례 삼아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이곳이 량주인 양, 설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난 문제였다.


고로 성공영이 습격을 자행하지 않았더라면 이 옹주 땅의 강족들 또한 이를 선례 삼아 설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이전에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을 이끄는 병원이 동탁과 그 휘하의 이 땅을 방비하는 군대 다수를 비단길 원정에 대한 지원을 핑계로 쫓아내지 않았더라면 설사 성공영이 습격을 자행했더라도 이 옹주 땅의 강족들이 설치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였다.


푸르르릉-


“거기! 뭘 그리 모여서 속닥거리는 게야!”


“아이고! 아, 아닙니다!”


“어째 지난날 식량도 공출하여 부족할 것들이 뭐 이리들 쌩쌩한가! 이 추운 날에 대체 뭘 획책하기에 이리들 모여있어! 설마 또 무슨 불이라도 지르려는 게야?”


그 와중에 하필이면 말을 타고 주변을 도는 관군의 순찰조의 이목을 끌었는데, 비단 그것이 민심을 짓누르는 압박이자 비단 그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는 발화점이 되었다.


“아니, 거 듣자 듣자 하니까 시방 너무한 거 아니여? 아니 동네에 새로이 풍문이 돌았응께, 이리 마을 복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지, 무슨 불은 또 애먼 불이여? 그리고 우리가 무슨 강족이여? 소 타는 거면 몰라도 말은 타본 적도 없는데, 무신 놈의 불을 지른다고?”


“이놈들이, 어따 대고 따박따박 말대꾸야! 말 탄 놈들 외에도 야행 중에 무리를 지어 방화를 저지른 이들이 있다는 중앙의 공문이 내려온 지가 언제인데, 이거 수상해도 한참을 수상하구나! 뭣들 하느냐! 당장 이놈들을 잡아라!”


“아, 아니 시방! 그게 무슨!”


퍼억-


“아악!”


“어이구! 왜 이러십니까! 이러다 사람 죽습니다! 사람이......, 꺼흑!”


“왜 이래유! 이거 놓으, 어이쿠!”


허나 이는 지난날의 습격 당시 비단 강족으로 추청되는 이들의 존재가 아닌 다른 이들의 습격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인데, 이를 조사하는 관군이 아닌 백성들이 이 소식을 알 리 없던 것이 도리어 힘든 시기에 사소한 마찰로 인한 충돌로 번지게 된 것이었고, 나쁘게 말해 이러한 광경은 비단 한중과 국경을 맞대는 옹주의 접경 지역 어느 한 고을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두두두두-


“잡아라! 도망치는 것들은 당장에 계집과 어린 것들부터 잡아!”


그것도 하필이면 태생이, 그 습속이, 그에 따른 정체성과 환경이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 문제였을까?


이 땅에 농토를 개간하여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이리 흉악스러운 관군들의 모습은 당연하리만치 발작을 일으키게 만드는 서융, 융적, 흉적, 북적과 같은 오랑캐를 닮아 있으니 그리 벌어진 비극은 실로 힘든 시기에 민중의 불만을 터트리게 만드는 비극이요, 잔혹한 동족상잔의 시작을 위한 효시와도 같았다.


“사내놈들이 저항한다! 활을 쏴! 화살집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뽑아서 진압해라!”


피잉- 삐이이이익-


“아악!”


쐐애애액- 파악-


“엄마-!”


“이 썩을 놈들아! 네놈들 꼬라지를 봐라! 네놈들이 어디 관군이더냐! 이 땅에 규율도 없이 돌아다니는 강족 놈들 토벌도 못 하면서도 괜스레 그에 따른 분풀이만 애먼 백성에게 해대면서 식량만 공출해가는 도적놈들이지! 오냐! 죽여주마! 이리 와! 이리 와아아아아-!”


두두두두-


“저항이 거세진 놈들로부터 멀어져라! 원진을 구성하여 사살한다!”


어미가 죽고 아이가 울고 분노한 아비가 도끼와 괭이를 들고 뛰어나와 이를 휘두르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되려 그 장병기를 든 위협적인 이들의 저항에 실로 그 목숨이 위협받는 위기감을 느낀 이들이 그만 전장에서나 보일 법한, 량주의 초원에서나 보일법한 금기를 시행하고야 말았다.


“쏴라!”


피잉- 핑- 피잉- 핑-


말을 탄 이들이 저항을 멈추지 않은 백성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끊이지 않고 연이어 살을 날리니 그에 십수 명의 이들이 우습게 죽어 나갔다.


졸지에 저항은 일소되었지만 고을의 장정들의 씨가 말랐으며 반대로 이 소식을 접한 주변의 백성들은 그에 대한 공포에 젖어들면서도 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그간 뜬구름을 잡는 풍문으로만 존재했던 영물의 출현을 고대하며 바라고 또 빌었다.


“용이여, 천벌을 내려주소서! 오시는 길이라면 제발, 저 무도한 것들을 징치해주소서!”


“제발 승천할 때, 벼락을 내려주시어 저 무도한 것들을 모조리 태워 없애 주세요!”


“이, 이놈들이 지금 뭔 소리를.........”


그리고 그것이 비단 일대를 휘어잡는 민간신앙이 되었을 때,


펄럭-


“용이다.”


“.........!”


“요, 용이야! 용이 왔어! 용이 나타났어! 우리를 구원해줄 용이야!”


와아아아아아-


진실로 그들의 앞에 기적이 나타나게 되니 이는 바야흐로 이 옹주 땅에 진정 용이 출현하였음을 알리는 계시와도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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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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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번 명절 기간은 연재를 쉽니다.[9/30 - 10/4] 20.09.29 414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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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3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3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4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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