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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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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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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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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9쪽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DUMMY

“예?”


“그대들이 앞서 말하지 않았나? 아조가 적제의 후손, 붉은 용의 후예라고.”


“그건........”


“그래서 내 하는 말이지. 적제의 덕은 곧 홍덕이요, 이는 곧 화덕이라. 이 얼어붙은 시대를 녹일 불길을, 그에 따스함을 선사해줄 그 통치를, 이를 위해 천하를 일통할 아조의 사명을 잊어선 아니 될 말이니까.”


이권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에 따른 불안함과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제법 많았으니 이들 또한 성도와 한중을 거쳐 계한으로 올라서는 동안 들려온 용에 대한 풍문을 떠올린 것이었다.


“누가 낸 것인지 모르나, 그 풍문이 제법 좋았어. 그 풍문 이전에, 민중의 이탈을 계획하며 서쪽으로의 진출을 권한 그 의견도 좋았지.”


처음에야 막연히 적제, 적룡이라 하여 자신들이 속한 계한이자 한조의 승천이요, 북진을 일컫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일찍이 자신들과 같이 싸웠음에도, 함께 유언 앞에 복종하였음에도 유달리 이해할 수 없는 홀대를 받았던 ‘그’가 인망과 명성을 얻으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옹주 일대까지 널리 퍼져나가면서 이들 또한 알게 모를 거슬림을 비롯한 이해와 동화와도 같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던 차였다.


“해서 묻는 말이네만은, 가룡은 어디까지 왔는가?”


* * *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그보다도......, 시선들이 안 좋군요.”


그렇게 가룡은 돌아왔다.


그것도 대단한 승전보와 함께 말이다.


비록 소수의 병력으로 올린 전과이긴 하나 동에서 서쪽으로 오는 길에 적의 규합을 방해하며 그 사기를 꺾었으니, 보다 확실한 예봉으로서의 전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일 것이라.


“훌륭하군, 훌륭해. 어흠!”


“흥, 진짜 승천을 못 해서 안달이 난 게로군.”


“그러게, 진짜 용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


“..........”


그러나 그리 빛나는 전공과 함께 돌아온 마당임에도 자신을 향한 이들의 반응은 마냥 뜨겁지는 않았다.


뭐, 정확히는 다들 은연중에 축하를 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고 심지어는 이에 노골적인 비아냥을 더하는 이들조차 있었다.


“우선 걷도록 하지.”


펄럭-


그렇게 밖으로 나온 가룡과 이권이 밤하늘에 비친 별을 보며 걸었다.


“어떠한가? 오장원의 하늘은?”


“오는 길에 들었고 또 보았지요. 수많은 별들이 마치 비처럼 떨어지는 밤하늘을 말입니다.”


“그래서 더 우려스럽지. 용이 승천할까봐.”


파삭-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 여겼던 이권마저 우려를 표하는 순간, 가룡의 얼굴은 썩어들어갈 듯 굳어졌다.


“이 도독. 소장은.......”


“아네, 알아. 그대의 서운함이 무엇인지, 적어도 나만은 이러면 아니 되는 것을, 이 모든 게 내부 분열을 획책하는 사소하면서도 쌓이고 쌓여서는 안 되는 실수임을 잘 알지.”


“그럼에도, 어찌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내가 아닌 저들의 반응을 보았는가?”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랬겠지, 이제와 저들도 유언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했으니까.”


예나 지금이나 잘 나간다는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각 지방을 대표하며 은연중에 저와 같은 이들과의 경쟁을 통해 공훈을 뽐낼 기회를 맞이하게 된 이들은 예상치 못한 이들의 선전에 마냥 환호할 수밖에 없으니, 전쟁을 통해 이기고 또 이겨야 보다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역적 연고와 기반 거기에 상공업적인 연고까지 따진다면 호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채, 뛰어든 이들에게 있어 이러한 가룡의 선전은 마냥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보잘 것 없는 병력으로 기적을 만들어 하늘에 올렸고 어찌 된 영문인지 이 땅에 민심까지 휩쓸고 있으며 그 배경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퍼지는 풍문이 있었으니, 계한의 깃발 아래 자신들을 위해 준비된 전공과 전리품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가룡의 손아귀에 모여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째서 국경 일대의 고을들에 인심을 베풀었지? 왜 그들이 재미를 볼 기회를 박탈한 게야?”


“그야, 일전에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진국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밑바닥에 자리한 민심이 무너져 내려야.......”


거기다 비단 원인은 그 하나가 아니었으니, 이는 비단 자신들의 전공을 차단해버리는, 실로 저 홀로 재미를 보며 저 홀로 인망을 비롯한 모든 것을 챙겨, 홀로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이기적인 가룡의 행보에서 기인했다.


“다들 사람 죽이고 가진 것도 뜯어내고 싶은데, 저 홀로 고고한 선비처럼 굴면 쓰나? 그것도 정작 본인은 그 와중에 죽일 거 다 죽이고 챙길 것도 다 챙기면서 말이야.”


“그건......”


실상 아닌 척을 하긴 하였으나 비단 식량 말고도 뜯어낼 것은 많았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살아나는 국경 지대의 빈한한 촌락일지라도 그곳에 자리한 지주나 관료 거기에 군에서 일하는 이들과 교역 및 운송을 하는 이들의 경우 제아무리 없는 축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그 사정이 달랐다.


상대적인 부유함이라는 것이 증명하듯, 비단 가난하다는 개념조차도 거진 같으면서도 같지 않으니 이 또한 상대적이었던 것이다.


반짝이는 금붙이, 은붙이, 옥으로 만든 장신구, 반짝이는 제기, 자신들의 땅에서 건너온 촉금, 그 외에 중원을 비롯한 하북 일대에서 넘어온 중원의 비단을 비롯한 여러 직물과 진나라 본토에서 생산한 도장, 서적, 문방사우, 의복, 신발, 향로, 자기, 목함, 약재 등을 비롯한 여러 사치품들과 생필품들 거기에 제일 멋들어진 것이 바로 시커먼 묵 빛의 의복과 잘 어울리는 병기와 갑주였다.


그렇기에 가룡이 오장원으로 오는 동안, 기존의 여러 고을들을 해방하고 또 여러 부대들을 격파하는 동안 그의 수하들은 진정 정의로운 이들로서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을까?


실로 그 상대적인 격차를 직접 겪은 이들이 제아무리 스스로를 억누르고 조심했다고 한들, 정녕 소화시키기 무리 없는 것들마저 챙기지 않는 우를 범하였을까?


“오늘 군영에 들어온 자네 수하들을 봐. 모포를 넣는 가죽 푸대에게 어지간한 비단만큼 좋은 직물을 비롯해 오만 가지 것들을 집어넣었지. 어디 이뿐인가? 그대들 수하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이 하나가 아니며 일개 잡졸들마저도 각반을 비롯한 보호대와 거기에 어울리지 않은 이국적인 갑주를 걸치고 있지 않은가?”


“남은 전리품의 운송을 위해 별도의 기동력을 갖춘 기병들만 움직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장담컨대 일대를 휘젓는 약탈은 없었으며 비단 민심을 얻기 위해 식량을 푼 대신 그나마 가벼워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챙겨 오는 길에, 이곳 본영으로 운송한 겁니다. 이제 그 몫을 모두와 함께 나눠 각자에게 분배할 일만 남았는데 어찌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물론, 이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은 것으로 실로 그가 이기적이라기보다는 딴에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것이기도 했다.


재미 좀 보겠다고 눈 뒤집힌 호족을 비롯한 이들이 국경 일대를 쓸어버리면 비단 그 민심은 결국 진의 이름 아래 규합되어 똘똘 뭉칠 것이 빤하니, 이는 애초에 자신이 주장했고 이권이 허락했던 선봉대이자 예봉으로서의 진격을 허락했던 정당하면서도 모두가 동의했던 전략의 초안인 결과물로서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거둬 적당한 수순에서의 분배를 약속했던 그림의 완성이었던 것이다.


“해서, 애초에 이에 동의하셨지 않습니까? 한데 이제와 왜 이러십니까?”


“박탈감이라는 건 의외로 상대적이지, 그리고 그 안엔 필경 기회조차 포함되어 있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나도 저만큼은 할 수 있는데, 왜 나는 아니 되고 왜 저놈은 되는지. 왜 굳이 저놈만 저리 띄워주는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이권은 모르는 척 자신이 아닌 이들의 입장만을 대변했다.


물론, 그 또한 이해하지 못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눈앞의 이 이권만큼은 어떻게든 자신을 이해해줄 인물이라 여겼으니, 그렇기에 그 서운함이 컸던 것이라.


“승천이 어쩌고, 용이 어쩌고 아직도 그 풍문을 누가 냈는지 모르나?”


“모릅니다.”


“출정서부터 따라왔으니, 비단 진국은 아니겠지. 고로 이를 달리 말하면 아조의 내부에서조차 자네를 싫어하거나 견제하려는 이가 있다는 뜻이네.”


“그게 뭐 하루 이틀입니까? 비단 황상만해도......”


“황상은 아니야. 적어도 자네와 내가 모시는 황제가 그리 대놓고 바보짓을 할 사람은 아니니까.”


“계한이 용이니 용의 승천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오해를 알고도 선봉을 자처했던 자네는 정녕 의구심을 피할 생각이 있기는 했고?”


그 와중에 제법 뼈가 서린 말이 튀어나왔다.


“그 충정을 몸소 증명하면 되는 것이라 여겼지요. 아닌 말로, 많은 것을 탐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나눌 것을 이리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그에 울컥한 가룡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고 말이다.


“증명한다고 다 되나? 도리어 토사구팽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도독!”


펄럭-


“.......!”


마치 조롱에 가까울 그의 발언에 마침내 가룡이 목청을 높였으나 정작 이권은 이를 귓등으로조차 듣지 않은 채, 펄럭이는 소매 끝을 쭉 뻗어 서쪽을 가리켰다.


“서쪽으로 가게, 위수를 따라 서진하며 진창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자리한 위수 이남의 곡창지대를 모조리 점령해. 굳이 진창을 점령할 필요는 없으니 일대의 민심만을 다독이며 잠시 쉬는 것이 좋겠어.”


“이미 옹주의 서쪽 지대에 자리하였음에도 더한 서쪽의 끝자락이로군요. 진창을 넘어서면 량주인데, 진창을 넘어서지 말라 하니, 농서 일대는 꿈도 꾸지 못하고 진창에 막혀 더 나아갈 곳도 없겠습니다. 위수에 막혀 북상할 수도 없겠지요!”


이에 분노한 가룡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닌 말로 자신의 안배는 어그러졌고, 제가 계획한 전쟁과 진국의 몰락은 비틀렸으며, 자신 또한 더는 전공을 세울 길이 사라졌다.


그 이전에 민심은 곧 천심이라, 이 진국을 밑바닥에서부터 흔들어 사회적 혼란을 유도하여 계한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 천심마저 얻어내려 했던 그 모든 대업이 수포로 돌아갔다.


“애초에 오장원 또한 그러하였으니, 좌천입니까? 그도 아니면 이 또한 토사구팽입니까?”


“그러게 적당히 잘 하지 그랬나?”


그 와중에 혹시나 싶어 되물은 것이, 비단 싸늘한 표정과 더불어 사실로 확인이 되었을 때 그는 더는 참지 않았다.


“도독! 애당초 신의 주장에 동의하셨으면서 왜 전쟁을 그르치는 악수를 두십니까! 계한을 무너트리기 위해선 이 땅의 백성들이 필요함에, 그리 많은 백성들의 앞에 어찌하여 호족들을 비롯한 짐승과도 같은 전쟁광들을 풀어놓으시려 함입니까! 애당초, 제가 아닌 그들이 마냥 이 땅의 백성들에게 호의를 베풀며 그들을 다독일 수 있겠습니까!”


“없겠지.”


“그럼에도.........!”


왜 제 손으로 나라를 망치려 하는지, 그 알량하고 사소한 것을 놓지 않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소인배들이 뒤엉킨 정치와 전쟁에 짙은 환멸이 느껴진 가룡의 메쓰꺼움과 분노가 동시에 터져 나오려던 순간이었다.


“전국책(戰國策)의 연책(燕策) 편엔 이러한 이야기가 있지. 연의 소왕이 부왕을 살해하고 나라를 짓밟은 제(齊)나라에 복수하기 위해 스승 곽외에게 인재를 청하였으니, 곽외가 말하길 전하께서 진실로 인재를 쓰시려거든 먼저 신을 중히 쓰소서. 그리하면 고작해야 일개 스승에 불과한 이조차 중히 쓰는 전하의 태도에 감화된 이들이 자신들이 대우받을 것을 생각해서라도 진실로 전하의 곁으로 몰려들 것입니다.”


“.........!”


그리고 한 차례.


“지금의 상황은 그 반대가 되어야 하지. 미안하지만 이기려면 저들의 방심이 필요하고, 옹주를 차지함에 있어 더한 우려와 혼란을 잠재우려면, 더 많은 피를 보지 않으려면, 아조는 필경 이 땅의 수많은 백성을 비롯해 그에 감화된 인재들이 그리 많이 몰려드는 그림을 도리어 짓이겨야 하니까.”


“..........!”


또다시 두 차례.


가룡은 이어지는 이권의 말에 연이어 그 눈이 화등잔마냥 커지며 놀람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닌 말로, 당장에 앞세운 10만의 정병으로 놈들과 회전을 벌여 이길 수 있겠는가? 그도 아니면, 익주 땅에 굶주린 메뚜기 떼로 돌변해버린 수백만 마리의 황충(蝗蟲) 무리를 자네가 온전히 먹여 살릴 수는 있고?”


그제야 그 머릿속 전쟁에 국한된 관념이 깨지며 그 머리가 환히 깨이니, 기존의 제가 생각한 전쟁 계획과는 별개로 이미 무너진 대공황이라는 경제 상황 속 계한이 품고 있는, 언제 터질지 모를 내부 문제를 인지한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도, 도독........”


“물론, 장기전과 농성을 위한 필수 조치로 당장에 오장원에서부터 진창 일대까지의 위수 이남에 자리한 곡창지대만큼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 그에 그만한 인물도 없으니 자네가 쓰이는 것도 맞고, 그 와중에 저들의 질시로부터 자네를 보호해주기 위해 후방으로 좌천 아닌 좌천을 시키는 것도 맞아. 거기에 그러한 소식이 저 진국의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것도 맞고, 그 와중에 자네의 바램과 달리 계한의 침공에 놀란 이 땅의 수많은 백성들이 부디 동쪽으로, 옹주를 넘어서 사례가 자리한 동쪽으로 끊임없이 이주하길 바라네. 그래야 진국의 외방이요, 잔당으로 남은 사례가 어부지리를 노리는 관동의 제후들에게 쉽게 집어삼켜지지 않을 테니까.”


실로 소름이 돋아나는 순간이었다.


비단 자신과 엇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긴 이권은 실상 자신의 사고하는 것 이상으로 그보다 더 큰 세상을 그리며 판을 짜고 있었으니, 결국 그 속에 담긴 자신 또한 명백한 장기짝(장기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좌천이라고 마냥 좌천은 아니지. 그대가 책임져야 할 전선은 오장원 서부의 곡창지대 전체이니만큼 길고도 넓어. 진창이야 그 방비가 단단하고 성안에 박혀있다 치더라도 위수 북부를 자유롭게 오가는 강족들은 대저 언제 어느 때에 어떠한 식으로 준동하여 남하할지 아무도 몰라. 또한 여유가 되면 진창을 비롯한 북원 일대까지 공략해야 함에, 이는 더한 부담이 될 수도 있지. 거기에 대저 언제 어느 때에 포홍의 원병이 돌아올지도 모르니, 비단 그에 따른 방비를 놓을 수가 없어.”


그러나 그럼에도, 맡은 바 책임이 커질수록 가룡의 얼굴에는 더한 만족감이 서린 미소가 짙게만 드리워지고 있었다.


실상 자신은 팽을 당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원병이 내려올지 모르는, 소위 량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접경 지역을 일찍 접수하고 그에 따른 방비를 확실하게 해야 훗날 충돌하게 될지 모르는 서쪽 방면의 책임자로 승진하여 영전한 것이었다.


이는 훗날, 소식을 듣고 돌아오게 될 포홍의 군대와의 전쟁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점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니, 그에 따른 막중한 사명감은 실로 남다른 것이었다.


“고로 2만의 정병을 주겠다. 내 직접 그 충정을 증명할 기회를 주지, 그 민심을 등에 업고 기어코 진국을 밑바닥에서부터 무너트릴 기회를 주는 게야. 이 땅의 백성들로 하여금 량주의 이들을 비롯해 이 땅의 본래의 주인인 포홍의 회군과 입성을 거부토록 하는 게지. 자네의 위신과 명망을 비롯한 전공은 비단 기존의 약탈과 학살과 같이 전쟁의 더러운 이면을 지닌 전리품의 습득으로 충족되지 않을 게야.”


그렇게 이권의 진의를 알게 된 가룡은 감격하여 군을 이끌고 본영을 떠났다.


오장원에 머물러 휴식을 취한 지 채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별들이 지고 해가 찾아드는 여명에 반대되는 여전히 별과 어둠이 머물러 있는 서쪽 하늘을 향해 휘하의 이들과 함께 나아가는 그를 바라봄에 그 어둠과 대비된 그 고아한 성품과 빛나는 책임감은 가히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과도 같이 반짝였다.


“자네의 그 고고한 행보는 계한의 정의와 선을 뜻하는 상징으로 남을 것일세. 비단 천룡이 될 수 없도록 괴롭히고, 청룡이 되는 것조차 허락지 아니할 것이나, 그럼에도 이 먼 서쪽 땅에 사냥을 멈추지 않으며 광야를 질주하며 매양 메마른 칼바람을 선사하는 백호보다야, 그보다 정적이고 서방을 수호하며 천상의 황제인, 천제(天帝)의 사자(使者)인 백룡이 되는 것이 나을 터. 비록 외로운 고행이나마 의미 있는 투쟁이 되겠지. 전권에 가까울 실권을 가짐에 누구 하나 반발하는 이 없겠지. 이 정도라면 비단 유씨를 위해 안배된 익주라는 용연만큼은 아니나 내 자유로이 운신할 수 있는 곳에 용을 풀어줬다 생각하네.”


그렇게 어둠이 물러나고 새 하늘이 자리하게 되면 비단 그리 제 모습을 드러낸 서방은 앞으로도 쭈욱 백룡의 몫이 되리라.


허나 우려스러운 것은 수없이 많은 이리 떼와 더불어 그리 자리를 비운 백호가 돌아오는 것이었으니, 과연 그때에 이르러 그 자리를 두고 다투게 될 두 영물의 싸움은 얼마나 치열할 것인가?


“부디 이쪽이 내보인 패가 이기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하면 비단 서쪽 땅의 백성들을 제물 삼아 바치더라도 비극을 만들어내야지. 그리고 이를 의로움으로 포장할 것인즉, 부족하다면 그에 걸맞은 이리마저 내어줄 것이다.”


실상 세세한 전략의 입안은 다를지언정 그 밑바닥에서부터 민심을 무너트려야 함은 비단 가룡의 계획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동의하였고 자신은 비단 이를 전국의 밑그림 위에 펼쳐냈을 뿐.


“하하하, 가룡이 비단 별 볼 일 없는 서쪽의 촌락으로 쫓겨났다지요?”


“내 여태껏 그 지모를 짐작치 못하였음이니, 과연 기책이옵니다. 전국책을 놓지 않으신 익주 제일의 기재다우십니다, 도독!”


“그러하옵니다! 진밀의 비견된다 하나 비단 나라를 위해 쓰이는 재주의 무게와 깊이가 남다르니 가히 이제야 도독의 위대함을 알겠나이다!”


그렇게 돌아온 자리에서 이권이 받은 환대는 대단한 것이었다.


옹주의 정벌을 앞에 두고 고작해야 전초전의 재미만을 본 그를 완전히 제외시켰으니, 이는 누가 보아도 거슬리는 걸림돌을 진즉에 치워낸 것이라.


이는 가룡을 살리기 위해 그를 좌천시킨 것을 곡해하여 해석한 이들의 확고한 충정으로 이어졌으니, 이로서 내부에 속한 이들의 불만도 잠재웠겠다 남은 8만의 병력을 운용함에 더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어디 본격적으로 시작해봅시다. 그래, 위수와 무공수를 건너 북원과 마총을 노려보려 하니 북쪽과 동쪽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누가 먼저 재미를 보겠소?”

414화-_-계한_-이권의-전략[오장원-일대][최종수정본].jpg

415화-_-계한_-장기전-양상-대비-오장원-지도-001.jpg


작가의말

다들 명절 잘 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푹 쉬고 일상으로 돌아왔구요.


지도는 이전화와 이어지는 부분이기에 참고하시라고 이어서 올려드립니다.

다들 좋은 명절 보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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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10 4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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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8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60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4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3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5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3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1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5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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