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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530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7.20 05:31
조회
194
추천
3
글자
16쪽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DUMMY

“새로이 찻물을 내려받을 시간인가?”


콰앙-


“승상! 지금 장안성을 비롯한 삼보 일대에 문을 닫는 장시가 늘어감과 동시에 이 모든 것이 병 승상의 탓이라는 풍문이.......”


“다시금 비워낸 다기에 찻물을 채워낼 때가 되었다. 그전에 빈 잔을 들고 모두의 앞에 이를 내비칠 때가 되었어.”


“승.......!”


그리고 때마침 뜨거워지는 민중의 혼란이, 그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와 불만에 따른 열기에 차를 끓기 좋은 상태로 변한 다기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뜨거워.”


“예?”


“찻물을 끓일 다기가 뜨겁다고.”


“..........!”


“장안성 내의 물자 처리 문건, 전쟁 지원 문건, 당장에 옹주 내에 도는 결핍된 품목과 관련된 종류를 모두 가져와. 그리고 지금도 한중 일대에서 벌어지는 쟁송의 배상과 보상금 중 일부를 부족한 물자 분으로 받아내겠다는 협상 예상 결의안도 가져오고.”


“예!”


그와 더불어 일찍이 암호명이자 같은 비유를 지속해온 승상부의 이들 또한 단숨에 그 말뜻을 알아먹고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덜컹- 덜컹-


“뭣들 해! 지금 당장 성명 발표 때 사용할 문건들, 그에 따른 증좌들 모조리 찾아!”


수십 명의 관료들이 진나라의 모든 것이 집중된 모든 문건이 처리되는 엄청난 관문들이 자리한 서고과 전각들의 문을 열어젖혔다.


촤르르륵- 드르륵-


“죽간이고 서문이고 모조리 필사해서 가져와! 아니, 아예 원본으로 가져와!”


승상부 내의 문서들 외에 별도의 부서에서 자리하던 것들까지 모조리 뒤져가며 나무로 된 목곽 등지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한 것이 가히 엄청난 양이었다.


“너무 많아, 글 모르는 것들, 귓구녕이 달렸어도 말귀 못 알아먹는 병신들이 많으니 더 쉽고 직접적인 표현이 담긴 것들로 간추려.”


“예!”


전장으로 향하는 장수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정치를 하는 이들에겐 이것이 바로 전쟁의 준비였다.


꼬끼오-


그렇게 새로이 날이 밝은 날, 모든 준비를 마친 병원은 이른 아침부터 자신이 모든 것을 얻었던 권력의 기반인 광장 정치를 위해 다시금 준비된 무대를 일으킬 것을 명령했다.


연단을 세우고 민중에게 베풀 쌀가마니를 쌓아놓으며 그 와중에 더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곳곳에 방을 붙여 자신이 모습을 드러낼 것을 예고하는 자리에 대한 소식을 널리 알렸다.


웅성웅성-


“가야겠지?”


“암, 가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봐야지.”


“우리 같은 놈들이야, 병 승상을 믿지만 서도 당장에 가진 것 많고 배부른 저것들이 자꾸만 병 승상을 위협하고 몰아세우며 흠집을 내니 우리가 지켜드려야 하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굳이 전쟁이나 일으키자고 하는 관 승상을 애써 살려온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것도 가뜩이나 많은 것들이 부족한 이 땅에, 대저 가을까지 어떻게 살라고.”


“어허! 이 사람이 정말! 그래도 정작 이전에 비해 쌀은 늘지 않았나! 어차피 이래저래 배급인데, 그래도 그 배급량이 늘었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이게 다 저 한중의 오두미교를 이끄는 계한의 종도 놈을 꼬드겨 일군 업적이여! 자네는 그 뭐시냐, 어? 외교도 몰라?”


“그건 알긴 한데....., 그래도 사람이 어디 매양 밥만 먹고 사나? 옷도 입고 필요한 도구도 사고 술도......”


“이게, 이게 배때지가 이리 불러서야 어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에이, 되었네! 나라도 갈 것이야! 나라도 병 승상을 믿을 것이야!”


이에 수많은 이들이 다시금 장안의 새로운 중심으로 올라선 광장으로 모여들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리쬐는 햇살이 그득한 여름날의 열기보다 더한 열기를 간직한 이들이 각자가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대로, 저만의 사고와 판단을 비롯한 의구심 등을 품은 채, 또다시 구름 떼와 같은 인파가 되어 일대를 그득 메우니 그 위로 피어나는 아지랑이와 신기루가 마치 거울에 굴절된 환상마냥 이 믿지 못할 광경을 하늘 위에 수놓는 기적을 이룩해냈다.


그리 장안성의 하늘 위에 떡하니 펼쳐진 기적은 보다 먼 곳에 자리한 이들의 눈에도 관찰될 정도였고 이는 비단 더한 입소문과 이야깃거리가 되어 더 많은 이들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으니, 기어코 그리 수많은 이들의 모여든 광장 일대의 북적거림은 가히 일대에 파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푸히히힝-


“어이! 밀지 좀 마! 저, 저긴 군병들이 있잖아!”


“비켜라! 비켜! 안국 나리 행차시다!”


“저기 봐! 훈구와 사림의 이들이야! 저 사람들도 하늘 위로 떠 있는 광장과 군중을 보러 온 건가?”


“저, 저긴.......!”


“뭐야, 왜.......!”


술렁술렁-


“학종이다! 맹자 서원의 이들이야! 전 왕사께서 이 나라 제일의 석학께서 이곳에 걸음하셨다!”


와아아아아아-


“아이쿠, 깔려 죽겠네! 그만들 밀지 못하겠나!”


“이 사람들아! 장안성 바깥에서 온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나! 길 좀 비켜주게!”


그 와중에 그리 모여든 면면들 또한 대단해서 사농공상을 비롯한 서원 출신의 이들과 현 장안성의 정계를 나눠 먹는 이들 거기에 유력가, 상공인, 사대부들을 비롯해 삼보를 비롯한 옹주 변방의 이들까지 이를 참관하기 위해 자리를 할 지경이었다.


물론, 대다수가 그 식량을 배급받는 농민들 또한 이에 참여하는 열기가 대단하였으나 정작 그럼에도 광장의 가까이로 모여든 이들의 면면과 행색을 비롯한 호위들이 대단한지라 그 중앙을 차지하진 못하였는데, 그렇게 신분과 재산을 비롯한 영향력을 중심으로 계층화된 테두리는 거대한 원의 파동이자, 장수들이 전장에서 그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펼친 원진과도 같았다.


그러나 겉으로 봐서야 원진이지,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할 병원에게 이는 소위 제게 반하는 이들은 안에 있고, 저를 도와줄 이들은 한참 바깥에 있는, 소위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포위망 속으로 발을 들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거 인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승상.”


“그보다도 의외로 연단 가까이에 자리를 잡은 이들이 대거 승상께 반하거나 승상을 지켜보는 이들입니다. 기존의 상공인도 모자라 바깥에서 정치력을 행사하는 삼림, 향림의 이들과 일대에 은거하는 사인들, 서원의 이들 중에서도 왕사와 같이 이름난 이들이 휘하의 이들과 대거 모습을 드러낸 경우도 있습니다.”


“농인들, 대다수의 민중들, 백성들을 제하고 이렇다 할 기반이 아직까진 그리 많지는 않은 형국인데 거진 머리가 깨이고 말이 트인 자들이 저리 안쪽을 대거 차지하고 있으면 예상치 못한 반격이나 압박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를 보좌하는 승상부의 이들로부터 만류가 이어졌고, 병원 또한 이러한 소식을 듣고 잠시 고심하는 눈치였으나 예상보다 더한 열기가 모여든 이 자리만큼, 자신의 앞날을 가장 확고히 결정 지을 수있는 기회가 두 번 다시 온다는 보장 또한 없었다.


오늘을 살아남아야, 지금 이 시간을 이겨내야, 내일이 보장되고, 그다음이 있는 것이니 그렇게 병원은 알면서도 저를 위협하는 이들의 아가리 속으로 직접 한 발을 내딛으려 했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준비를 마친 채, 휘하의 이들의 보호 속에 광장이 자리한 대로변으로 나아가려는 찰나.


터업-


“...........!”


“두말할 것 없는 원진이나 그 실상은 팔진도와 같다. 그 의미는 수비요, 수성이며 안에 들어온 병력을 잡아먹는다. 고로 밀감(蜜柑: 귤) 벗겨 먹듯, 먹기 전에 그 껍질부터 벗겨. 그 외부를 감싼 이들의 마음부터 흔들어라. 그 껍질 벗겨 네 편 만들면 그 안에 자리한 과육은 네 편한 대로, 가장 연한 부분부터 떼어먹으면 그만이야.”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마주하게 된 병원은, 그제야 제 앞을 스쳐 지나가는 척 그 옷깃을 붙들고 늘어지며 익숙한 목소리를 내는 이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과......, 관녕?”


“그리고 맨 마지막 그 안에 남은 허옇고 길쭉한 심지는 비록 그 맛도 쓰고 질기겠으나 그래도 그 심지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그 주변에 말랑하고 즙이 가득하며 시고 단맛이 그득한 과육이 붙어 자랄 수 있었음을 잊지 말고. 자네 또한 그 심지가 변한 씨앗이 되어 이 땅에 그 싹을 뿌리내려야 할 것이니, 그 마지막 나라와 사회를 위한 쓴맛을 간직하고.”


“관녕!”


펄럭-


그 와중에 그리 붙잡았던 옷자락을 스스럼없이 놔버리며 뒷걸음질 치는 관녕은 여전히 그런 자신의 등장에 놀란 병원에게 기억하라는 듯 작별과 더불어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아직 자네를 용서한 것은 아니야. 허나 그렇다고 그런 자네를 아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어디 한번 끝까지 가봐. 그 잘난 진보된 세상, 자네가 진정으로 이룩하고자 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가치 있는 시대. 진짜 죄 없는 자들이 살아남는지, 설령 그리 살아남았다면 과연 그리 살아남은 이들만 살아가는 세상은 실로 어떤지. 어디 몸소 겪어보라고.”


“관......!”


“스, 승상이시다! 병 승상이셔!”


와아아아아-


“이보시오, 이것 좀! 잠깐! 관녕! 관녕!”


“밀감은 귀하여 언제고 우리내 주변에 존재치 않으니 그 실체와 맛을 모르는 이가 많다. 고로 신께 제물로 바쳐지고 왕과 황제에게 진상되어 그들의 하해와 같은 은혜로 하사된다. 그러나 감은 귀하지 않으니 언제고 우리내 곁에 존재하여 그 실체와 맛을 모르는 이가 적다.”


그렇게 이제는 그리 마주하던 고개마저 돌려버린 채, 휘적이며 멀어지는 그는 어느덧 인기척을 느끼고 몰려드는 인파 속에 숨어 멀어지면서도 그 마지막까지 제가 하고픈 말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기왕지사 이리된 것, 자네가 밀감이 아닌 감과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저들끼리 무리지어 여러 덩이로 붙어있는 밀감 모조리 집어삼킨 자네가 만들 세상에선 그 과육이 모조리 한 덩이에 시고 단 밀감이 아닌 쓰고 떫은 감이 되어 모두가 그 맛을 알았으면 좋겠어.”


“필경 나는 그러한 사람이 될 것이야! 오늘의 자리를! 이후의 이 병원을 꼭 지켜보게! 나는 그러한 사람이......., 관녀여어엉! 관........!”


그리고 그 끝에서 몰려드는 인파와 더불어 온전히 종적을 감춘 관녕이었다.


그렇게 제 할 말을 남긴 채, 무리 속에 몸을 숨긴 관녕은 이내 그곳을 빠져나가 수많은 군중들이 한데 모여 번잡스러운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이제는 소외된 이들이 자리한, 한적한 성벽의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와아아아아아-


그렇게 휘하의 무리와 더불어 병원이 광장의 외곽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몰려드는 인파의 환대 속에 제 조언대로의 공략을 시작한 병원은, 그리 외곽으로부터 마치 밀감(귤)의 껍질을 벗기듯 그 주변을 돌며 차츰차츰 제게 반하는 이들의 논리를 깨부수며 그들의 감정에 호소하며 자신의 주장을 드높였다.


그렇게 껍질이 벗겨지듯 그 외곽에 자리한 민중이 녹아내릴 때마다 그리 병원을 따르는 무리가 늘어만 가며 거대한 행렬이 만들어지고 이는 마치 큰 틀에서 돌아가는 원과 같은 테두리를 이루었는데,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동요와 혼란은 서로 섞일 수 없는 이들끼리 연이어 붙어있는 그 내부의 결속을 뒤흔들고 있었다.


“일(一)”


그렇게 모든 껍질을 벗기고 나니 서로 붙어선 과육 알갱이들의 여린 틈새가 보였고 이를 노린 병원의 돌파를 기점으로 또다시 그들의 무리가 반으로 나뉘었다.


“십(十)”


그러나 이들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으니 그러한 이들의 열성적인 변호와 반격에 다시금 한 차례 재정비를 위해 물러난 병원은 또다시 그 외곽을 도는 민중의 무리에 합류해 또다시 반 바퀴를 돌아 생각을 정리한 뒤, 그리 제게 반발을 가하는 두 무리의 허리를 자르기 위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만(卍).”


그렇게 오돌토돌 여럿이 붙은 울퉁불퉁한 꽃잎 문양 같은 원이 상하좌우, 네 갈래로 쪼개졌으니, 이내 그 끝에서 또다시 민중의 무리에 합류하여 제가 승리한 모습을 다시금 각인시켜 그 내부를 휘감아 흔드는 모습은 가히 놀랄만한, 마치 쪼개진 바람개비의 잔상과도 같은 문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이미 승기는 기울었고 눈앞에서 제게 반하는 모든 이들을 연이어 깨부순 병원의 모습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민중이 연이어 환호하고 이에 열광하니, 그럼에도 지금껏 이 모든 것을 지켜본 관녕의 얼굴에는 쓰라린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병원. 이 땅에 자리한 누구도 쓰고 떫은 감을 제 입에 직접 가져가 즐기며 먹을 이는 많지 않네. 그들조차 적어도 이보다는 단 감을 원하고, 제 일평생 익숙하지 않은 먹어본 적이 없는 밀감을 원해. 고로 나는 그대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지. 자네가 실패하면, 이를 타산지석 삼아야 할 게야. 모두가 밀감을 모른 채, 매양 쓰고 떫은 감을 먹이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에게 밀감을 알려주되, 단 한 순간이라도 시고 단 밀감을, 그 과육을 하나씩 떼어 먹이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결국, 모두가 공평무사한 것이 능사는 아니야. 모두가 들짐승마냥 일평생 땅만 보고 네발로 기며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야. 먹는 것 많이, 다수의 생존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인간에겐 누가 뭐래도 제가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이 필요해. 저 내리쬐는 태양 빛처럼 제게 깃들 영광이 필요하고,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가 필요해. 제가 날지 못하면 제 대신 날아줄 이가 필요해, 그리 날아 제게 영광을 내려줄 이가, 그런 국가가 필요해. 모두가 열광할 만한,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이 이 땅엔 필요해.”


스륵-


그렇게 저와 갈라선 친우이자 경쟁자요, 정적이 일으킨 이 놀라운 기적을 목도하고서도 품 안에 손을 넣은 관녕은 이 여름날에는 더더욱 귀한 하지 밀감(여름 귤) 하나를 꺼내 이를 저 뜨거운 열기가 복사된 아지랑이요, 신기루의 진풍경이 자리한 하늘 위에 찬란한 태양을 향해 들어 올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으나 제 눈앞에 벌어진 착시와도 같이 그 찬란한 광채 아래 어느덧 그의 손아귀에 자리한 밀감으로 인해 가려진 태양은 이내 아주 자연스러운 태양의 본모습과 같아졌다.


펄럭-


“...........!”


그리 밀감이 태양을 대체하는 순간, 정체 모를 인기척이 느껴짐과 동시에 제 손아귀에 자리하던 밀감이 사라졌고 이내 그 빈 손아귀에 남은 것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서 빛을 내는 태양이었다.


삐이이이익-


그와 더불어 제 머리 위, 그 손아귀로부터 멀어지는 곳에 자리한 것은 어느덧 그 한발에 밀감을. 아니, 저 창공에 자리한 태양을 낚아챈 채 장엄한 자태로 하늘을 가르는 검은 수리였고, 바로 그 모습에 무언가에 홀린 듯 머리가 깨인 관녕은 저도 모르게 뇌리 속을 강타한 그 한순간의 장면에 담긴 의미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야 알겠군. 어째서 폐하와 손을 잡았다던 손가의 이들이 물수리를 저들을 위한 상징으로 삼았는지. 용(잉어)을 낚아 창공을 날겠다는, 하늘에 오르겠다는 그 포부가 남긴 야망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간의 세월 우리에게 부족했던 상징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게 될 지표는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어.”


와아아아아아아-


입장부터 퇴장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그 자리에 열성적인 군중들의 휘몰아치는 열기 속에 모든 것이 시커먼, 그 검은 빛의 시작과 끝과 같은 이 나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성벽을 내려갔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모습을 조심스레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투구와 갑주를 걸친 채, 행여나 그 목소리가 들릴까 조심스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두말할 것 없이 성벽을 지키고 있던 군졸들이었다.


“관 승상이십니다.”


“알아.”


“차라리 저분이 승상이셨다면, 저분이 우리를 이끄셨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저분이라면, 우리의 고충을 이해해주시겠지요?”


“그러시겠지.”


그리고 그 자리에는 비단 그 말단에 속한 군졸들만이 자리한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힘이 되어드렸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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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9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8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0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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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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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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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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