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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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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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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DUMMY

그 지엄한 발언 앞에 비단 투구를 쓴 이와 이를 호종하는 위사들 중 누구도 감히 반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 문화라는 인간이 어찌 생겨 먹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으나 반대로 그 뒤로 느껴지는 경외감은 호가호위와도 같으니, 되려 그 가후의 뒤편에 장엄히 서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포홍에 대한 존재감 때문에서라도 그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누가 그러했지, 신은 인간과 역사의 희노애락을 탐닉하고 산다고. 그들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그 생을 음미하고 맛보는 괴이한 취미가 있다고. 그 저열한 관음스러움을 표방한 고상함만이 남은 관찰자들이 기어코 이를 참지 못하고 나와 일을 벌일 때, 세상이 더더욱 혼란스러워진다고. 해서 적어도 나는 이 순간에 신이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네, 물론, 그런 나보다 더한 것은 다름이 아닌 내가 올라 탄 나의 왕, 별의 왕이지만. 그리 판을 벌린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


그렇게 점점 더 가까워지는 승상부와 더불어 이들의 긴장감 또한 더더욱 극에 달하였으니, 마침내.


- 아버지!


가후를 비롯한 투구를 쓴 이와 위사들에게도 왕후, 아니 공주의 역할을 도맡은 풍씨의 비명이 들려왔다.


“과연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우리의 공주는 어떠한 선택을 내렸을까?”


그렇게 미소를 지은 가후가 마침내 모두가 모여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승상부에 도착했다.


저벅-


“병원이 죽으면 결국 일룡은 사라지는 것. 고로 풍방은 화흠을 비롯한 관녕과 척을 질 수밖에 없지. 이미 갑 장사와 척을 진 마당에 남은 이들까지 모조리 적이 되어버린 격이니까. 이는 그의 실질적인 정계 은퇴를 의미하네. 그 대신 희생자는 병원 하나로 그치는 셈이지.”


저벅-


“반대로 병원이 살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되는 게지. 병원과 풍방이 공범이 되면 결국 추후 화흠과 병원이라는 같은 일룡과도 그 죄를 공유하고 타협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니, 이리되면 이 나라의 중추가, 한때나마 이 나라에서 승상을 비롯한 재상직을 역임했던 그 모든 고위 관료가 결국 쳐내야 할 썩은 머리가 되는 게지. 이리되면 많이들 죽을 게야. 그간 별의 왕께서 믿어주었던 모든 이들의 그를 등졌으니, 이젠 그 누구도 믿지 못할 터. 희생자들이 끝도 없이 늘겠지, 거기에 일룡의 전설 또한 온전히 사라진다. 기어코 이 땅은 그 어떠한 용도, 그 어떠한 것들도 저 드높은 천상을 향해 날아오를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뛰어넘을 지고한 이상을 향해 살아갈 수 없는 곳이 되겠지.”


마치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들으라는 듯 낭랑한 목소리와 더불어 그 결과가 정해질 경우의 수를 담고 있으니 그들 모두가 이에 귀를 기울이며 눈 앞에 펼쳐진 운명에 한 걸음 더 다다르고 있었다.


“그럼, 어디. 목함 속의 고양이, 아니. 만들어진 무대 위의 배역들을 확인해보실까?”


끼이이이익- 쿠웅-


그렇게 문이 열렸고, 이들 앞에 이제 막 절정을 끝마친 이들의 무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허어, 이건. 이것대로 의외인데.......”


그와 더불어 가후는 짐짓 이를 예상치 못했다는 듯, 그 눈을 번뜩이다 이내 난처한 기색을 내비췄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묘한 것이었으니, 풍방이 병원을 향해 칼을 휘두른 듯 보였고, 그리 휘두른 칼을 다름이 아닌 그의 딸인 풍씨가 막은, 아니. 맞은 것처럼 보였다.


뭐, 그렇다고 그 앞섶이 대놓고 칼에 베여 쓰러진 것은 아니고 그에 놀란 풍방이 다급히 칼자루를 당겨 휘두르면서 본의 아니게 이를 막아선 것처럼 보이는데, 풍씨 또한 그 손끝을 가벼이 베인 것이 전부일 뿐 딱히 크게 다친 곳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에서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병원이었다.


자신이 납치하려 했던 공주가 정작 엄한 곳에서 나타나 자신을 살렸으니 그 또한 의아한 일.


거기에 본의 아닌 제 칼에 제 딸을 죽일 뻔하였으니, 풍방 또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러나 이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가장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다름이 아닌 이러한 상황을, 이러한 판을, 이 상자를 만들어 그 안에 모두를 집어넣었던 가후였다.


“하아........, 이거야 원. 기어코 고르지 말았어야 할 선택지를 골랐군요, 전하. 모두를 망치고, 그 왕까지 곤란케 하였으니.”


“가, 가 문화!”


때아닌 그의 등장에, 이제와 그 존재를 드러내는 그의 인기척에 모두의 시선이 가후의 곁으로 모여들었으나 지금의 그는 화가 나 있었다.


그 얼굴은 가히 구겨지다 못해 일그러져 있었으니, 그 연유는 다름이 아닌 모두를 살리겠다는 핑계로 제일 중한 이를 생각지 않고 등져, 최악의 선택을 자처한 공주 때문이었다.


까드득-


“이러시면 아니 되는 겁니다. 이러시면 아니 되는 것이에요. 사람은 비단 그 깨우침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엔 아무런 희생과 선례 없이 뒤바뀌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장자의 작은 날개짓이 나비의 그것이었을지언정, 나비의 그것이 장자의 작은 손짓이었을지언정, 그는 나비가 되어 날았고, 나비는 그가 되어 손을 내저었으니 그 존재를 무엇이라 인식하였음에 그는 파(波)이요, 형(形)이 있어야 하는바. 인과 없는 막연함이란 기어코 설명하기 힘든 때와 장소를 비롯한 그 존재와 그에 따른 의미와 세상, 그 모두를 무너트리는 것입니다.”


소위 말해 모두가 살았다.


죄를 지은 모두가 다른 죄를 지은 죄인을 죽이거나, 그 죄인이 죽은 덕택에 그 남은 목숨을 보전받고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 어떠한 본보기도 없었고, 선례도 남지 않았으며 그 어떠한 죄책감도 남겨지지 않았다.


그저 다들 안일하리만치 제 생존 그 하나만을 떨쳐내지 못해 기어코 그간 자신이 벌어온 그 모든 일들에 대한 책임은커녕, 그에 따른 그 모든 것을 도외시한 안일함으로서 그저 모두가 찰나의 두려움을 멈춘 채, 기존에 느꼈어야 할 감정과 교훈을 잊어버렸다.


알량한 희생 하나가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갈취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매몰시켜버렸다.


뒤틀린 균형의 파형에 세상은 깨어지고 이는 곳 걷잡을 수 없는 변화와 무질서를 비롯한 형이상학적 변화를 낳는다.


균형과 조화가 무너지고 수립된 질서의 뒤틀림이 발생하게 된다.


규격 외 존재가 질서와 법칙을 무시한 셈이다.


“공주.......”


그렇게 가후의 눈이 풍씨에게로 향했다.


“지금 누구 딸을 그리 무섭게 노려보는 거지요?”


그러한 가후의 분노와는 별개로, 그가 생각하는 어긋남과는 별개로 눈앞의 이들의 거슬림 또한 커져가고 있었다.


“쯧, 기본적으로 여러분들은 폐하의 사람들입니다. 한데 그런 폐하께서 아니 계신 자리에 이리 제 멋대로 폐하를 등지고 제치고 제 잇속만을, 오직 이 자리에 있는 이들만을 생각해 그에 걸맞은 판단과 결단을 내리고 일을 저지르니까, 작금의 이 옹주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지요. 누군가는 이를 수습해야 하고, 그에 따른 죄를 상신해야 하며, 진실로 그가 그 주인을 배신한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게 저 드높은 천상에서 내쳐져 이 땅으로 내려온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지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아니, 그보다도......., 설마, 이거.”


푸욱-


“그쪽이 쓴 건가?”


그 와중에 눈치 빠른 풍방이 그 눈알을 굴리다 문득 바닥에 떨어진 서찰을 칼끝으로 찍어 올렸다.


비단 반신반의 하는 심정이었으나 의외로 이를 목도한 가후는 순순히 이를 인정했다.


“그러했지요. 그 진의를 시험해야 하니까. 새시대의 문을 열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


그러나 풍방은 진정할 수 없었다.


제 딸을 납치하라느니, 보전국과 보전위원회에 사람을 심어 반량전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자신의 대계를 알아보려 했던 그 모든 움직임의 실체가 확인되는 순간이었으니, 바로 그 순간에 풍방은 땅을 박차고 날아가듯 그의 앞에 날아들어 칼을 휘둘렀다.


파악- 까아아앙-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굉음이 터지며 두 인영이 충돌했는데, 하나는 그런 가후를 죽이기 위해 달려든 풍방이요, 또다른 하나는 그런 가후를 호종하며 예까지 이르렀던 투구를 쓴 사내였다.


까드드드득- 드드드득-


“크윽! 그쪽은 또 뭐에요?”


“정체를 밝힐 수 없습니다.”


“빌어먹을! 이놈의 짐승은 뭐 이리 어둡고 구린 구석이 많아!”


카앙-


그렇게 화가 치민 풍방이 이내 제 앞을 막은 이의 창을 쳐낸 채 달려들었고 그에 투구를 쓴 이가 화려한 몸놀림으로 이를 막아냈다.


“거, 거짓말........”


그렇게 눈앞에서 불꽃이 튀며 날카로운 칼과 창의 날이 무뎌지고 이가 상해 가는 십수 합의 공방이 더해지는 와중에 가후는 돌연 자신을 향해 믿을 수 없다는 듯, 혼란스러운 감정을 토해내고 있는 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구인가 했더니, 이카루스였군그래.”


이카루스.


미궁을 벗어나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기존의 질서와 법칙을 벗어나 미천한 인간의 몸으로 드높은 천상에까지 오르려 했던, 그러나 너무나도 높이, 그 하늘 가까이를 날았기에, 그 날카로운 일광에 녹아내린 밀랍과 더불어 저 먼 밑바닥으로, 그 바닥조차 없는 무저갱으로, 심연의 바다로 추락해야만 했던 비참한 운명을 지닌 미궁의 설계자 다이달로스의 아들.


아니, 엄밀히 말해 이 시대에 맞지 않을 그 알량한 자유와 공화의 끝을 보기 위해 기어코 그에 은혜를 베푼 하늘마저 등졌으며, 그 하늘의 반려자로 점지된 하늘의 여인이자 천신의 아내마저 멋대로 손을 대고 빼앗으려 했던, 실로 비참한 운명이란 이름 아래 하늘의 심판을 받아야만 했던, 그리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던, 그리하여 모두를 살리는 제물이자 만대의 후학들에게 영원한 깨우침을 남기는 죄인으로 죽어야 했던 이 땅의 관리자요, 현 천하의 설계자였던 가 문화의 후계자.


기어코 제가 품은 자유와 공화를 위해 포홍을 비롯해 작금의 그가 이룩한 이 땅의 모든 것을 무너트린 배덕자.


알량한 이상에 도취되어 현실을 내던진 몽상가.


비단 제 입장 하나를 정의로 포장하는 능력과 더불어 제 입바른 소리 밖에 할 줄 모르는 혀의 선동가.


비단 제 입장 하나 정의로 만들지 못할지라도 그 입 밖으로 바른 소리 하나 내뱉을 줄 모르는 손의 정치가들을 싸잡아 부정한 이로 매도한 사상가.


선의로 포장된 악을 팔아치우는 위선자.


선의로 포장된 약을, 그 환상과 몽상으로 얼룩진 앵속과도 같은 마약을 모두에게 권하는 범죄자.


이를 퍼트려 간악한 통치를 일삼은 위군자.


미래를 팔아치우며 현실을 앗아가고 그리 앗아간 현실 덕택에 무너진 미래를, 그에 따른 망국의 책임을 또다시 타인에게 전도하여 팔아넘기는 매국자.


계몽을 빙자한 계율로서 광명을 빙자한 광기를 드러내는 사회질서의 독재자.


하늘 아래 거짓된 하늘을 자처한 그릇된 선지자, 하늘이 내린 후광과 축복 아래,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이 모든 것은 자신의 권능이요, 모두의 노력이라 말하는 거짓된 선각자.


작금의 이 땅에 자리한 그 모든 것을 구속이라 부르며 왜곡하는, 고로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벗어남만을 추구하며 모든 것의 해체와 붕괴를 불러일으키는 골칫덩이 해방자.


그 모든 것의 이탈만을 꿈꾸는, 그 모든 것이 고작해야 찰나의 일탈에 불과한 덜 자란 미숙아.


더 자랄 수 있음에도 더 자라나야 함에도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를 거부한 채, 오직 저만을 위하여 두 눈과 두 귀를 닫고 두 손과 두 발은 잘라도 절대 제 혓바닥만큼은 자르지 않는 장애자.


그렇기에, 그대로 남아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 언제고 자신은 모르고 몰랐기에 그저 선함만을 추구하며 일을 저질렀기에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내던질 수 있다 여기는 미자, 악동 같은 소약자.


“어째서, 어째서 당신이....., 당신이 나를 도왔지? 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나온 거야? 당신은 내가 분명히 가두었거늘.........”


“보이는 게 세상의 전부는 아니었지. 그대의 눈에 보이는 것만이 새장이 아니었으니까.”


그 덜 자란 어린 것이 받은 충격은 생각보다도 거대한 모양이었다.


“한데 어째서 내게 또다시 날개를.......”


“날개를 주었으되 나는 것을 가르쳐준 적은 없다. 스스로 날고자 하였고, 스스로 날 수 있다 하였으니, 비단 그것이 우려스러워 남은 것이고, 기어코 그 우려 속에 그대가 저지른 죄조차 조용히 넘어가 주려고 했지. 그러나 그대는 선을 넘었다. 그대에게 허락된 하늘, 그 이상을 바란 것 그게 죄였지. 결국 그대가 바란 것은 날개가 아닌 옥쇄,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게......., 그게!”


“거기에 공주를 손아귀에 쥐려고 함이 진실로 확인되었으니, 그 죄의 무게를 감당치 못하게 되었다.”


“웃기지 마! 네놈이, 네놈이 알려줬잖아! 결국 네놈도 그럴 요량이었잖아! 네놈이! 네놈이 이를.......!”


터업-


“어흑!”


그 충격 속에서도 병원은 저항했다.


그러나 그 또한 부질없는 짓이라 그 몸을 수그려 그의 머리칼을 움켜쥔 가후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빛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알려주었다고 한들, 진실로 그리하는 이가 어디 있더냐? 실로 진왕을 등지다 못해 그를 적으로 둘 생각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의 여인을 붙잡아, 이를 인질 삼아 권세를 부려 제가 모든 것을 쥐고 논하며 정하려 할 생각을 자처하여 이를 기어코 실행에 옮긴단 말이냐? 그 머리가 있기로서니 제정신이 박힌 이라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을진대, 비단 그에 충성하지 않는 이들조차도 그러한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을진대, 대저 무엇이 네놈을 현혹케 했기에 그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느냐? 대저 언제부터 그 영민한 사고가 무너졌느냐? 무엇에 미혹된 것이냐? 무엇에 취한 것이냐? 무엇에 중독된 것이냐? 무엇에 매달린 것이냐? 무엇을 본 것이냐? 무엇을 겪은 것이야? 무엇을 행한 것이냐? 그 끝에 진실로 네놈은 무엇을 바란 것이야?”


“.....,, 나, 나는........”


실로 모든 것을 집어삼킬 뱀과 같이 소름이 끼치는 그 눈동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병원의 몸이 떨렸다.


그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 채, 연신 떨림이 이는 그의 앞에 가후는 안타깝다는 듯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날아가고 싶더냐?”


“...........!”


“역시, 그런 거였군.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 너머의 세상을 보았으니, 하늘을 보았음에도 날 수 없던 것이 문제였군. 처방이 잘못된 것이었어.”


그리고 그 속에서 비록 잠시나마 반짝이는 병원의 눈을 확인한 가후는 진실로 애석해했다.


“날개 없는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그게 무슨 소리냐?”


“사람에게 날개가 있다고 한들, 정녕 그 날개를 통해 날아오르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라 생각하느냐?”


“........”


“그래서 네놈이 악인 게다. 그래서, 네놈이 약에 손을 댄 게다.”


비단 이 모든 것은 착각이었다.


이 땅의 관리자가, 우리의 관리자가, 새장의 관리자가 보는 앞에 새는 진실로 새장의 창살을 젖힌 채, 저를 따르는 이들과 더불어 세상 밖으로 힘차게 날아오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네놈이 약을 한 게다. 애석하게도 그 모든 것이 너의 망각이요, 지극한 환상인 게다.”


“하아......, 그러면 이 모든 게........, 끄흐흑......”


“그대가 날고 있다 생각한 것 또한 여전히 우리, 새장의 안이었다. 그대는 새장 속의 새, 그 어떠한 노력을 펼친다 한들 주인의 품을 벗어날 수 없나니, 날개 따위가 있다고 진실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인가? 결국 그 새장을 벗어나지 못하면 날 수 없는 법. 허나 그 안에서만큼은 자유로이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길 바랬다.”


와장창-


“웃기는 소리 집어치워!”


“진실로 그러함이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여겼으니, 상처 입은 짐승과 같은 가련한 영혼이 날지도 못한 채, 죽어가는 것이 두려워 거두어 보살피고자 했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우리는 우리 속 짐승이 아니야! 나는 가두어진 짐승이요, 산새가 아니며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변에 자리한 집기 등을 내던지며 울부짖고 저항했다.


“소유물이 아니라 했으면서, 그리 요동의 공손 가문에게 묶여있다 냉큼 달려와 그 품에 안긴 것은 어찌 설명할 것이냐? 그리 품에 안겨 그 품에서 얼굴을 부비고 무럭무럭 자라나 언제고 날아오를 듯 날개를 펼쳐 날갯짓을 하던 기억들은 모조리 다 사라진 것이냐?”


‘과인의 빈자리를 그대들이 채워라! 지금까지 아조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것, 아조가 계획한 모든 것, 그대들이 짐을 대신해 그 모든 것의 재가를 비롯한 판단을 내려라.’


‘뭘, 그리 놀라는가! 임시다! 거기다 이미 일룡의 머리라 불린 화흠은 저 관동의 사례에서 낙양에 새로 건립 중인 신도시를 비롯한 모든 행정 사무를 홀로 처리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문제인가?’


그러나 정작 그 속에 담긴 가후의 되물음은 기어코 진에 몸담았던 지난날의 기억들을 되살아나게 만들었다.


“나는........”


“나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한 법이지. 부러진 날개론 날 수 없을 것인즉, 그에 대한 확인 또한 필요한 법이고. 종국에는 홀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 그 가망이 어떠한지를 보아야 했다.”


“그래서........”


“그래서 좋지 않았더냐? 하늘을 보여주고 자유로이 그 속을 날아보라 앵속을 넣어주지 않았더냐? 그리 좋은 꿈을 꾸었으니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더냐?”


“..........!”


그리고 그 순간, 우리 속에 갇힌 짐승이자 산새는, 병원은 저도 모르게 돋아나는 소름을 느꼈다.


자신에게 하늘을 보여준 자, 앵속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자, 자신을 소유물로 두고 있는 자.


저 하늘을 비롯한 이 땅의, 그 모든 것의 주인.


하늘을 부수고 그 위에 오른 군림자, 그 모든 것의 너머에 기거하여 모든 것을 굽어보고 있는 상제와 같은 천자.


별들의 왕, 왕중왕.


“애석하지만, 그분은 아니시지. 이 땅에 앵속에 대해 알고 다를 줄 아는 이가 셋이라. 그 중 하나는 우리의 주인이요, 둘은 그의 칼이며, 셋은 그의 붓이라. 하나는 세상을 무너트리는데 쓰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을 관장하는데 쓰이니, 비단 홍건적들에게 앵속을 선사한 이를 생각해야지.”


“네놈......, 가 문화아아아-!”


하지만 그렇기에 화가 났다.


그리 자신을 우롱하고 가지고 놀았기에 더더욱 비참했다.


어찌하여 자신이 이리되었던 것인지를 돌이켜봄에, 그 모든 것의 뒤안길엔 자신이 가두었다 여긴 우리요, 새장의 관리자가 있었던 것이다.


“옹주는 네게 허락된 세상이었다. 오직 너만을 위해 내가 관장하는 새장이었다. 허나 네가 모르는 것이 있으니, 적어도 그 알량한 옹주를 포함한 이곳 관서는 이 가 문화의 관할이다. 허면 나는, 이 가 문화는 무엇이냐? 그 꼬리에서 머리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휘감은, 때론 용이라 불리웠던 뱀이다. 그 먼 옛날, 황보숭이란 별의 왕을 모시고 천룡이 기거하는 하늘 아래 자리한 중원 천하의 모든 것을 휘감고 관장했던 옛 뱀이다. 저 하늘의 정당한 주인이라 불리웠던 그 천명을 부여받은 붉은 용의 후신조차 나의 미궁 안에 있었나니, 하늘조차 시절조차 무서울 것이 없었다. 나는 나의 입으로 나의 꼬리를 물고 있으니 그 몸의 시작과 끝에 자리한 모든 것을 관장한다. 병원이여, 그대는 일룡의 일원으로서 어디에 속하는가? 화흠은 용두(용의 머리), 관녕은 용미(용의 꼬리), 그대는 용복(용의 몸)이니, 그대들은 모조리 내 관할이다.”


용보다 무서운 것이 용과 같은 뱀이라, 같은 존재라 여겼던 것이 비단 다른 존재라.


악에서 태동한 것은 그보다 작은 악이라. 악 중에 제일로 무서운 것은 그 악을 멸할 수 있는 악이라.


그렇게 포식자나 다름이 없고 달리 말해 모든 것의 근원이라 해야 할 태고의 것.


“새는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온다. 알은 새의 세상이다. 새는 하늘(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정의가 빠졌다.”


난세와 더불어 그 모습을 드러낸 태고의 것은 비단, 하늘이 아닌 이 땅에 남았다.


“그리 자라난 새가 실패할 경우, 저 드높은 창공을 향해 날아올라만 하는 새가 그리 창공을 날지 못할 때, 제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였을 때, 그때는 어떠할 것인가?”


대저 무엇을 위하여 남았나 싶었던 것은 비단 이를 위해서였다.


“뱀은 알을 삼키고, 알을 깨고 나온 어린 새를 잡아먹는다. 적어도 그 어미에게 보호받던 둥지를 벗어난 이상 너는 고작해야 뱀의 먹이에 불과한 것이다.”


콰직-


“커, 커흡!”


언제 뽑아 쥐었는지 모를 가후의 칼이 병원. 아니, 이카루스의 몸을 꿰뚫었다.


“이 모든 것은 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너는 너를 아끼는 이의 보살핌을 거부했다. 그래서 이 새장 속에, 이 둥지 곁에 너를 지켜줄 이가 없는 것이다. 이리 너를 휘감고 너를 집어삼킬 내가 있어도, 누구 하나 너를 구해주진 못할 것이니.”


왈칵-


그렇게 고통스러운 신음 속에 역류한 피가 그의 입가에 이르러 터져 나왔다.


“이카루스여, 드높은 천상을 향해 날지 마라. 그 찬란한 태양을 휘감은 것은 뱀인즉, 그 뱀으로부터 날카롭게 뻗어나간 양광의 광채가 그대의 승천을, 그대의 날개를 물어 죽일 독니라 여겨라. 다시금 빛으로부터 멀어져라. 알 속으로 돌아가라.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하자. 저 드높은 창공을 향해 날아오를 알 속에 자리한 어린 새를 찾아 키우자. 그래야만이 신이 없이도, 저 하늘이 없이도, 오롯이 홀로 독립된 존재로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즉, 천명과 더불어 이 땅으로 떨어진 나는 오늘도 악을 자처하여 시간을 되돌리고 모자란 것들을 삼켜 다시금 이를 반복하리라. 그리고 그것이 오늘의 그대가 아님을 알리라.”


강제적 계몽에 의한 변혁에 동의하는 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질서 추구하는 자.


주인의 허락 아래 새장을 구성하는 자.


그러나 그에 따른 안정과 신앙심과도 같은 마음을 품은 자.


진리에 입각하여 이 땅을 다스리길 원하며 그에 따른 그 모든 인과를 관장할 수 있는 관리자 위치를 원하는 자.


빛에서 멀어져 버린, 그리 떨어져 내린 날개가 잘려 나간 광명의 천사는 그리 새장을, 세상을 휘감은 뱀에게 잡아먹히면서도 생각했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아닌 말로, 부당하기에, 그리 부당하기에 반기를 들었거늘, 어찌하여 그 부당함을 놔두냐고.


어쩌면 이 세상엔, 이 새장엔 알려진 것보다 더 비극적인 인과로 얽힌 시작과 끝이 있을지 모른다고.


그 몸통이 날아간 이상, 그 머리와 꼬리를 다른 존재로, 별개의 구별된 존재로 인식할지 모른다고.


그들 사이의 연계와 숨겨진 관계를 비롯한 이 세상의 비밀이 끝내 밝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작가의말

지난 번에 이어서 설화에 종교까지 담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그래도 이것도 이제 다 끝났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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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10.16 15:29
    No. 1

    큰 꿈을 꾸었고, 누구도 경시할 수 없는 행보를 걷는다고 믿었는데 그 모든 것이 타인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난 것에 불과했다면, 그 반작용이 분노일지 좌절일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그 크기만큼은 작지 않겠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11.09 06:40
    No. 2

    그렇다고 숭고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또 너무 심취해서 늘 문제지요. 어째 세상에 나온 것들은 비단 적당히를 모르고 크게 한번씩 설칠까요. 세상에 옳다고 나온 것들 중에 나쁜 것들 하나 없는 듯 한데 정작 그 한순간의 옳음을 위해 모든 것을 태워서라도 반짝이려고만 하니, 그리 모든 것을 태운 뒤의 재가 많은 걸 말해줍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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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3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7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3 5 21쪽
»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3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4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3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1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5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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