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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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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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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DUMMY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파했다


(제목이 잘려 본문에 마저 적습니다.)



그렇게 성공영이 휘하의 강족들과 더불어 사라졌다.


“모자란 들개는, 그대는 복수를 도울 나의 귀인을 모르는군.”


화륵- 타닥타닥-


그들이 사라진 빈자리에 타다 남은 모닥불의 영롱함을 바라보던 장로는 이내 품에서 근래에 받은 듯 보이는 서찰 하나를 불에 태웠다.


“제아무리 병력을 들어내고 사병들을 쳐냈다고 한들, 거진 옹주엔 5만의 관병이 남아있다. 최소 3만의 홍건적이 잠들어 있으며, 1만의 적미군이 있고, 각 가문과 상단의 사병을 긁어모으면 그 또한 몇만이며 일대에 자리한 강족들까지 불러들이면 그 수가 최소 12만이라.”


웃기는 일이다. 아무리 진나라가 대국이라고 쳐도 무슨 전투만 하면 우습게 10만이 넘어간다고 하니 이 또한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의미 없는 부풀리기가 아닌가 싶을 터.


그러나 솔직하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래, 의미 없는 부풀리기가 맞다.


“이는 그 마지막 보루다. 출병할 병력이 아니라 제 기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생존을 위한 병력.”


당장에 뭣 모르는 농민들을 모조리 모병한다면 저 계한 또한 100만은 우습게 모일 것이다.


그러나 계한은 그 대신 착실하게 전쟁의 수행을 위한 30만의 병력을 별도로 준비시켰다.


그러니 앞서 언급된 이 의미 없는 숫자는 애초에 침공과 침략을 목적으로 소위 전쟁의 수행을 위해 준비된 군대와는 아예 개념적으로 다른 이야기였고, 소위 말 그대로 머릿수만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 맞았다.


옹주 내에 자리한 도시와 거점 그리고 관문과 성이 몇인데 고작해야 5만인 것이다.


그 드넓은 땅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정신 나간 광신도들만 고작해야 3만인 것이다.


그 와중에 풍방이 새로 모집했다고 하는 1만의 적미군은 나름 기대가 되나 그 외에 나머지 가문과 상인들이 두고 부리는 가병과 사병들은 실상 별 것 아닌 심부름꾼들에 불과하리라.


그나마 거슬리는 것은 강족인데 비단 저 량주 땅의 매섭고 황량한 곳에서 커온 이들이 아닌 이 풍요롭고 평화로운 곳에 안착한 이들이다.


“복수를 위해선 부족하지, 그래. 소위 말해 기대기 힘든 것이 맞지.”


그에 비해 이쪽은 어떠한가?


“남중이 시끄러워 3만이 빠졌고, 촉주 일대에 민간 진압과 치안의 안정을 위해 투입된 이들이 2만에 달한다. 파군의 경우 예상 외로 수군을 동원해야 하나 그 또한 5천에서 1만이면 족할 터.”


총 6만, 남은 것은 약 24만의 병사들이다.


물론, 이들 또한 이주민들 덕에 수 차례 군량을 뺏기고 훈련이 이전만 못해져 늘어지긴 하였으나 적어도 저리 물 빠진 진나라에 비하면 가히 부족함이 없다.


군량이 부족해도 당장 올해의 추수가 남아있고, 설사 무리하지 않는다고 해도 당장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즉각 전쟁에 투입 가능한 병력만 15만 이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옹주 땅에서 탈탈 털은 저 15만의 전력은 이쪽의 침공에 곧바로 모여 반응할 것인가?


“그럴 리 없지. 무너지고 흩어지며 되려 출전마저 거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이쪽은 피를 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부추긴 것은 다름이 아닌 포홍이며, 이러한 자신의 우려도 계획을 실행하라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력이 남은 건가? 아니면 안배가 있어서인가?”


당장에 포홍이 돌아올지는 미지수였다.


거기다 기존의 그의 계획과 달리 그가 안배한 수가 등장하기 이전에 자칫 잘못하다간 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그럼에도 그의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들이 있었다.


“장강, 장사의 손견이 하구 형주의 유표를 두들겼고 손책이 장강을 건너 북양주로 향했다.”


이미 지속된 내전에 형주가 개판인 것은 모르지 않으나 그것도 수확을 앞둔 늦여름이자 초가을 시기에 저리 나온다는 것은 결국 방해다.


장강의 물줄기를 따라 그 중간 기착지인 형주와 그 너머에 자리한 양주가 전쟁에 휩싸이면서 상황은 복잡해질 것이다.


군자금 하나 아쉬운 마당에 부업으로 수적질을 일삼는 어부들과 강변 어귀를 넘나드는 도적들까지 날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터.


“결국 믿어 볼 수밖에 없겠군. 상황은 전해야겠지만.”


그렇게 심복 하나가 또다시 수풀 속으로 사라졌고, 그런 그가 휘하의 이들과 성도로 말머리를 돌렸을 땐, 이미 한중의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뒤엉켜 솟구치고 있었다.


- 폐하, 한중 태수 장 공기가 다급한 사안이라며 한중의 문제를 전해왔습니다.


“한중? 가뜩이나 남중과 성도도 모자라 파군까지 골치 아픈 일 투성인데 또 한중은 왜!”


그리고 성도의 황궁에 소식이 닿았을 때, 이미 유언은 그 거슬림이 한계점에 달해있는 상태였다.


장로에게 소식이 들어간 것처럼 이미 장강을 어지럽히는 이들에 대한 보고가 날아들었고 그와 동시에 파군 일대에서 더는 비단을 수출하지 못해 창고에 쌓여있게 되는 기현상을 전했다.


남중(남만)에서의 분쟁을 수습한답시고 추수 전에 모아놓은 군량과 전쟁물자는 물론 도합 3만의 정병을 내려보낸 게 얼마 전이요, 그 와중에 성도 일대에선 서학이랍시고 서토의 대진국(로마)의 정치와 사상 이념들을 풀어 유생들과 백성들에게 혹세무민을 하니 이를 가르치지 말라 황명을 내린 와중에도 암암리에 불온한 사상은 퍼지는 와중이었다.


가뜩이나 동주사들을 필두로 한 한인들의 수가 적고 그 외부에 뒤엉킨 것은 거진 파촉 땅의 토착민이나 다름이 없는 여러 부족들이 멋대로 민간신앙까지 지니고 사는 와중인데, 그 와중에 제법 많은 수의 신도를 확보한 오두미교를 비롯한 도교와 태평도의 잔재는 물론, 이름 모를 방사와 점사도 모자라 주술사들까지 설치는 와중에 이제는 자유와 공화라는 요상한 가치관을 내세우며 정신 나간 시민 통치와 평등주의를 외치는 이들이 사회운동이랍시고 뛰쳐나오는 판이었다.


- 그것이......


“후우, 되었어. 들여보내.”


덜컥-


“지랄도 풍년이지, 대체 왜 하필이면 지금이야? 어?”


그 와중에 장로가 도착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 문이 열리자마자 매서운 콧김과 더불어 사납게 날이 선 용안이 제 피로마저 잊은 채, 흉흉한 살기를 흘리는 중이었다.


‘늙은이가 이제는 잠도 자지 못하는군. 뭐, 없는 화병이라도 만들어주고픈 이쪽에겐 좋은 일이지.’


그러나 일찍이 제 어미가 낳을 핏덩이를 유산시킨, 이제는 의부(義父)라 부를 수조차 없는 저 파렴치한 늙은이의 피로 섞인 진노가 되려 반가운 장로는 스스럼없이 그 몸을 숙여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겼다.


털썩-


“폐하, 신 한중 태수 장 공기. 어심을 어지럽힌 죄를 마땅히 청하고자 하나 그보다 더 급한 사안이 있어 이리 직접 폐하를 뵙고자 한달음에 달려왔사오니 부디 청컨대 벌을 내리실지라도 모든 이야기를 마친 뒤에 내려주시길 청하옵니다.”


“급한 사안?”


“이리가 나타났습니다.”


“........!”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그렇게 양치기 소년으로 회귀한 쌀 만지는 중년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가 유언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상공인들이 올려보낸 남중의 물자가 약탈당했고 상행이 와해되었으며 그 자재와 원료를 보관하던 대다수의 창고가 습격을 받아 전소되고 가문에 속한 가솔과 노복들이 학살당하는 등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강족들의 움직임은 가히 평화로운 안식을 깨는 위협의 경종과도 같았다.


“해서 그걸 그냥 두고만 봤단 말이야!”


“어찌 이를 가만히 두겠습니까? 작금의 성공영이 이미 휘하 5천의 강족을 풀어 일대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종이 예상보다 빠른 대처로 수습된다고 하니 안도했다.


허나 필경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필경 ‘강족’이라 했겠다?”


“예.”


“그것도 가뜩이나 협상이다 쟁송이다 분쟁이다 피해보상이다 배상이다 뭐다 하는 이 시기에?”


“예.”


“그걸 누가 보증하지? 말을 탄 도적의 무리일지, 그도 아니면 다른 데서 굴러들어온 놈들일지 모르는 것 아닌가?”


“성공영입니다.”


“성공영, 그래....., 성공영. 그자가 이를 보증한다?”


“휘하의 이들은 그 식솔들마저 기억하는 자입니다. 한데 그가 말하길, 전혀 모르는 이들이라 했습니다.”


이름난 이의 보증이 더해졌으니, 이는 거진 사실이 되었다.


가뜩이나 시끄러운 상황이다.


전쟁을 준비하다 급작스레 이주경쟁, 이민전쟁으로 넘어가면서 날려 먹은 군량과 예산하며 관료들을 비롯한 인력들 하며 아까운 것 투성인데 그렇다고 이를 또 급작스레 되돌릴 수 없는 형국이다.


국가정책의 지향점과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아껴두고 있던 역량을 내치에 치중하니 반대로 전쟁을 준비하던 전력과 그에 따른 관리는 줄어드는데 지금과 같이 안팎으로 혼란한 상황에 이를 잠재우기 위해 내치에 쏟아부은 역량 + 전쟁을 위해 준비해둔 전력의 일부까지 소모시키는 형국에 강족들이 이를 두들기고 나왔다.


부정할 것이 없이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위험했다.


“진이 전쟁을 바라나?”


그 찰나에 엎드려 소식을 전하던 장로의 눈이 반짝였으나 그는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지금껏 전하지 않았던 진나라의 문제를, 자신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전공을 아주 소상히 전했다.


“전혀, 그렇지 않사옵니다.”


“전혀? 그렇지가 않아?”


“절대, 그렇지 못하옵니다.”


“절대, 그렇지가 못해?”


“작금의 진국은 전쟁이 불가하옵니다. 내부에 혼란이 그득하며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새로이 들어선 정부의 변혁은 멈출 줄 모르며 폭주하는 와중에 걸고 넘어지는 모든 것을 짓밟아 정리하는 것 외에, 희생양 삼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사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서 유우의 눈길에서 살기가 접힌 채, 묘한 흥미가 돋아났다.


한중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습격, 그로 인해 눈두덩이처럼 불어난 피해. 사라진 비단, 의미 없이 계한에 헌납한 오수전.


강족을 의심하고 군인들을 의심하는 민중들, 이를 명분 삼아 밀어붙이는 감찰 정부와 그에 불만을 품은 군인들. 그 와중에 비단 매입을 중단한 상인들.


다시금 솟구치는 물가, 원자재 부족으로 멈춰선 시장,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이 잘리고 가산이 몰수되는 희생양 찾기의 반복, 공포정치의 도래.


혼란스러운 민중, 훈련과 정탐을 포함한 모든 제 기능을 상실해버린 군대.


미곡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확장된 시장. 늘어난 신도들. 장로를 비롯한 오두미교의 미곡상들에게 빚을 진 옹주정.


실로 모든 것이 위태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자 그 무엇하나 쉬이 풀어낼 수 없는 난국이었다.


사락-


“그리고, 여기 그간의 미곡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폐하께 헌납하려 합니다.”


“진의 금조(화폐 발부 및 관리, 조폐국)가 보증하는 어음이로구나.”


“칠천만 전입니다.”


“치, 칠천만!”


스윽-


“그리고 여기 옹주 일대에 내노라 하는 상단들이 보증하는 어음용 증서가 또 있사옵니다.”


“사천이백만이라, 이 또한 엄청나구나.”


“본래는 더 나와야 할 수익입니다만, 작금에 강족들이 날뛰는 바람에 한중 일대를 수습하느라 그에 들어간 자금이 너무나도 많사옵니다. 또한 작금의 쟁송에 얽혀있는 분쟁과 배상금 청부에 대비하여 얽혀있는 것이 많아 이 이상 준비할 수가 없었사옵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은데, 받아야 살 수 있는데 반대로 내줄 것이 없는 형국에 내어주려 생각하니 아쉽다.


그러나 오는 게 너무 많은데 그 위에 웃돈까지 얹어서 준다.


고작해야 찰나에 벌어들인 수익인 것을, 그 액수는 결단코 찰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액수가 거짓인가?


천만에. 그만큼 진나라에 돈이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내어준 이들의 화폐에 문제가 있는가?


천만에. 그만큼 진나라에 썩어 넘치는 것이 돈인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특히나 비단길의 연동 이후 이 땅의 모든 경제가 그에 귀속되어 돌아가는 만큼 진나라에서 발행한 오수전이 일대를 적시는 것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그 와중에 재상은 부패할 수 없고, 상인들에게 중한 것은 신용이니 애초에 그 동전에 어떠한 장난질조차 더해지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여윳돈이 생겼군.”


“그리고 진은 위태롭습니다.”


“내게 전쟁을 강요하는가?”


“송구하오나 아조 또한 위태로운 것으로 압니다.”


“이런 내 깜박했지, 미곡상이 전쟁을 바랄 때도 있지만 적어도 국가에 그 모든 것을 헌납해야 할 시기에는 그다지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기에 유언은 이러한 장로의 의도를 본의 아니게 왜곡하여 해석했고, 그 속에서 다시금 그를 이해했다.


전쟁만 아니면 습격만 아니면 더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가 바라는 것은 비단 전쟁이 아닐 터.


실상 이리 헌납하는 금액 또한 추수 이후 제게 떨어질 미곡을 건들지 말아달라 하는 것일 게다.


제아무리 쌀이 흘러넘치는 계한이라도 수십 만에 해당하는 가호, 즉 수백 만의 인구가 유입되면서 그 허리띠가 더더욱 졸라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으니.


“현실....., 그래.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현실이 어떠하던가?”


그 와중에 유언의 눈에 밟히는 것은 익주 내부의 사정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 당장에 흘러넘치는 인력 대비 무너져 내리는 시장은 수많은 품삮, 그러니까 일자리의 소멸을 의미했다.


개간과 확장을 비롯한 수로의 정비를 통해 넓히는 농토는 매해 한정이 되어 있는데 단 한해 만에 받아들인 이주민들은 가히 쥐 떼보다 더 많은 것을 먹어 치웠다.


그 성공과 풍요가 약속되고 보증된 비단길을 비롯해 중원을 포함한 천하에서 제일 큰 규모의 소비시장과 사치품 시장을 지닌 진나라 그리고 남은 잔여분을 털어내는 중원 그 너머 장강 일대가 온전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


그 모든 시장이 온전할 줄 알고 각지에서 더 많은 이권과 사업을 벌이며 수많은 노동자들, 소위 일감으로 벌어먹고 사는 일꾼들을 무자비하게 늘리고 고용하며 사업을 확장하며 키워낸 생산량이 무색하리만치 일대에 자리한 모든 시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고용의 보장을 외치며 일감을 찾는 이들이 도시와 촌락 일대를 배회하는 마당에 부랴부랴 늘린 사업을 정리하고 축소하는 이들 탓에 쫓겨나고 그 고용이 해지된 이들이 미친 듯이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는 와중이다.


급한 대로 도성 일대에 몇 남지 않은 사람 갈아 넣는 광산에 노동자로 보내자니 부족한 광산 대비 일감을 찾아 몰려든 이들은 많았다.


그렇다면 결국 그 수요가 흘러넘치는 광산, 그것도 오만 곳이 광산으로 물들어있는 남중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데 정작 그 남중에서도 일하겠다는 부족민들끼리 분쟁도 모자라 내전에 가까울 전쟁을 벌이고 있어 내려보낼 수 없다.


그리 하릴없이 주변을 배회하는 이들이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이들의 목소리에 감화되어 황실을 비난하고 제국의 질서에 반발한다.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일대의 치안을 어지럽히며 애써 키워온 전력을 이 나라의 외부로 투사하는 것이 아닌 이 나라 내부로 쏟아 넣고 있다.


그렇다고 그리 전력을 밀어 넣을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가 어디 듣기 좋은 소리인가?


한번 전력을 밀어 넣을 때마다 그만큼의 민심이 깎여나간다.


그렇다면 이 외통수와 같이 빠져나갈 곳이 없는 당면한 위기 속의 탈출구는 무엇인가?


그 어느 쪽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면,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면, 과연 어떠한 방식을 도입하고 저질러야 이리 꽉 막히고 답답한 형국을 당장 그 눈앞에서 치워낼 수 있는가?


“조금 전에 진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지?”


그러던 차, 고심하던 유언의 눈에 자리한 것은 조금 전 제게 전쟁의 가능성을 흘린 장로였다.


지금의 제 손아귀에 수익을 안겨주고 충성을 증명하였으며 기어코 제 호적수요, 맞수인 이 나라를 나약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장로였다.


“폐......, 폐하! 하오나 전쟁은!”


“자네가 이를 바라지 않아도 이 땅에 이를 바라는 이가 있다면?”


“하오나 한중이 습격당한 것을 생각하면 비단 이는 국경을 넘어선 강족들일 것이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성공영이 처리하고 있다며? 어차피 통제를 벗어나 튀어나온 도적의 무리가 아닌가? 뭐, 그 덕에 이쪽이 명분까지 건지게 되겠지.”


“하오나 그 움직임이 녹록지 않습니다! 별동대마냥 자리한 이들에게 한중이 동시다발적인 피해를 입었는데, 그것이 정규군이 되면 어찌 변하겠습니까?”


“그 정규군이 지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하오나 비단길마저 끊긴 마당에 원료와 자재가 없어 멈춰선 시장을 억지로 수습하고 있는 진나라입니다.”


“그리 멈춰선 시장을 고작해야 상인 한둘 잡아 죽여 그 가산을 몰수하는 것으로 다시 돌게 만들 정도라며? 이를 달리 말하자면 실로 그들 개개인이 가진 것이 아직도 엄청나다는 것 아닌가?”


“물론, 그러한 상인들 외에도 부유한 이들이 지주, 부호, 토호도 모자라 직공과 사족을 가리지 않고 있으니 사농공상 신분과 계층에 의거할 필요 없이 거진 수많은 이들이 부유함을 자랑하긴 합니다. 하오나 저들이라고 어디 그냥 물러날 것이겠으며, 신이 추산해 보건대 저들이 쥐어 짜낼 병력의 머릿수만 최소 12만이니, 제아무리 오합지졸들이라 할지라도 결국 이를 도모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이 가용 되어야 함은.......”


“아조는 남중과 성도에 6만을 쏟아붓고도 당장에 가용 가능한 전력이 24만에 달한다.”


고작해야 들개가 나타났을 뿐인데 양치기 소년은 이리들의 습격을 말한다.


위협적인 이리들의 피해를 고했으면서 정작 그 이리들이 지금은 약하다고 말한다.


이에 더 이상의 수익이 없을 것이라면서 정작 그 수익의 달콤함을 말한다.


이리들을 터전에서 밀어내면 그 이리들이 지금껏 사냥해서 묻어둔 것들이 전부 자신들의 차지가 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는 부정할 것 없는 기회지. 그것도 그간의 충심으로 나를 모셔온 자네가 기어코 일궈낸 기적과도 같은 기회. 하늘은 기어코 나를, 이 계한을 버린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준 기회. 천명이 내게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기회.”


이리들을 사냥할 기회, 이리들을 처리할 기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기회.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를 접수하고 길게 늘어진 진나라의 허리를 끊어 그 세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기회. 황제의 위엄을 만방에 떨칠 수 있는 기회. 내부 결속와 외부 세력의 정리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기회. 제국의 안정과 확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이를 기회라 여기는 이는 비단 유언뿐이 아니었다.


복수를 천명할 기회. 유언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기회. 그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성도 일대를 장악할 기회. 슬퍼하는 어미와 죽은 핏덩이요, 세상에 나오지 못한 제 형제의 원혼을 달래줄 기회.


“끄흑....., 끄윽....., 끄흑.”


“매양 느끼는 것이지만 결국 종사(宗師: 종교의 우두머리 혹은 도를 닦아 하늘의 이치를 깨우친 사람)의 자리에 어설프게 올라선 이는 비극 앞에 초연하기 힘든 법이지. 미안하지만, 부친께 물려받은 그 자리를 잇기에는 자네는 너무 여려. 다른 것 다 잘하면서도 이리 전쟁 앞에, 희생 앞에 흔들리고 나약해지는 것이 자네야. 탐욕조차 절제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살생이란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지. 허나 난세에는 그리하면 안 돼. 죽일 땐 죽이고, 치울 땐 치워내야지.”


그의 발치 아래 엎드려 연신 그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장로가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신음하며 웃고 있었다.


행여나 그 웃음소리가 들릴까 억지로 숨을 참아가며 기뻐하는 속을 억지로 짓누르며 그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날 정도로, 행여나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아닐까 돌아봄에 역시나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지금의 이 오해를 굳이 바로잡아줄 연유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직도 이쪽의 심간에 품은 살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확인한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내뱉은 그의 거짓말에, 남을 속였다는 즐거움에, 환희에 젖어 들었다.


작가의말

일찍이 포홍이 한수를 정리함에 그에 뛰쳐 나와 복수를 기약한 성공영을 기억하는 이들은 있을지 모르나 반대로 작금의 장로가 품은 복수의 떡밥을 기억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고로 복수를 천명한 장로의 동기와 이에 얽힌 이들의 상황 등이 기억이 나질 않으신다면 222화, 223화, 224화를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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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3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10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8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60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4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3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5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3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6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1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7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5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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