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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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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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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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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DUMMY

‘너는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하늘의 뜻이야. 도참설의 주인은 저 무도한 유씨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만 좀 하십시요! 전쟁의 와중입니다! 그 와중에 다급히 불러들여 한다는 소리가 고작 이딴 소리뿐입니까!’


‘이딴 소리가 아니야! 거룩하신 천신의 뜻이자 이 땅에 이미 의지가 깃든 새 하늘께서, 저 천상의 대제께서 정하신 안배다!’


‘현실을 직시하십시요! 전운이 기울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이는 고작해야 몸값을 올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현 촉주에 동주사들을 압도할 인재가 없단 말입니다! 이권이 방비를 굳히고 있으며 왕함이 협상을 주도하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뭐가 어째요? 수만의 병력과 그 몇 배에 달하는 유민들까지 모조리 이끌고 내려온 유언의 목을 베면, 천하에 이 일이 어찌 알려지겠습니까? 만인의 지탄을 받겠지요, 변방의 일개 호적이 멋대로 도참에 휩쓸려 허황된 야심에 취해 대죄를 지었다 말하겠지요! 이러다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음을 어찌 모르십니까!’


‘그 또한 하늘이 내린 운명이고, 시련이겠지.’


‘제발! 그만 좀 하십시오! 그 또한 광증임을 어찌 모르십니까!’


‘이 천하에 하늘의 부름에 입각하여 천신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를 설파함에 면닉법을 가르친 관중에 낙요, 태평도를 일으킨 관동의 장각, 오두미도를 세운 관서의 장수라 하였지. 그들 모두 이 썩어빠진 세상을 뒤집기 위해 일찍부터 이 땅을 뒤덮었던 한조라는 가장 낮았던 밑바닥 하늘을 두들긴 전례가 있다. 당시 파군에는 요무의 반란이 일었고, 그때의 별부사마였던 장수가 이를 토벌하는 와중에 부상당한 사람들과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니, 그 사례로 다섯 말의 쌀을 바쳐 그를 다섯 말의 선비(오두미사)라 불렀으며 오두미사를 행한 그가 오두미의 진인으로 알려졌지. 너는 이 이야기를 아느냐?’


‘압니다, 가문의 어른들이 떠들다 못해 촉주와 파군 일대에 그리 신도가 많은 오두미의 이야기를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그 실상은 정작 그 오두미도를 창시한 이는 장로의 조부인 장릉이며 그 장릉의 유지를 이어받아 오두미의 세상을 일군 것은 그의 아들이자 장로의 아비인 장형이라, 그가 포교할 당시 이를 사이한 종교로 여긴 장수가 먼저 자신이 이를 수행하여 보고 민중에게 포교해도 되는 종교인지를 시험하겠다고 했다. 이에 장릉 또한 그러라 하였으니 반대로 이는 그가 선정을 베푸는 이이자 그가 추구한다는 예법조차 없는 천도를 실체화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지. 그래, 달리 말하면 이 땅에 오두미를 내린 하늘이 모든 것을 장릉에게 맡긴 것이 아니었다. 그 오두미도가 오두미의 이름을 가지게 되며 가장 먼저 그 오두미를 인세에 안착시켜 오두미교의 예법과 포교의 양식을 완성시킨 것이 바로 장수였지.’


‘하....., 쓸데없이 말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그 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진전이자 천의를, 장릉의 아들인 장형이 이어받았다. 그러나 그다음 교조의 자리는 덕이 부족한 장로가 물려받을 자리가 아니었지.’


‘..........!’


‘그래서 정한 것이 장수의 아이다. 그리고 그 장수의 아이는 장수의 곧바로 종적을 감췄지. 도참설의 예지는 비단 술사 동부의 예언만이 아니야. 어찌 이 땅의 천기를 읽은 이들이 그에 우려스러운 운명을 몰랐을까?’


‘설마......’


‘당시 어린 나이의 장로 또한 은연중에 이를 알았다. 이후 제가 물려받아야 할 자리를 빼앗긴다 생각한 복심은 공격성과 원한으로 번졌고 장수 또한 일을 알고 있었지. 한데, 장형이 어찌 되었더냐?’


‘야, 양평화에서 대낮에 승천을 하였지요.’


‘그 또한 복심이요, 하늘의 안배인 게다. 하늘께서 데려가신 게지. 제 아들의 자질이 못남을 알았기에 그 아들에게 이를 직접적으로 밝히며 다음 대의 진인 자리를 스스로 거절케 하려는 것을 하늘께서 그 전에 거둬가셨다. 이는 안배가 아니라면서, 그 뒤 세월은 흘렀고 제 부친도 없는 마당에 오직 장수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으니 장로는 기어코 일을 벌였지. 그리 장수가 죽었다. 그리고 그리 부모 없이 자라난 장수의 아이를 남몰래 챙긴 것이 본가다, 그리 본가가 후견인이 되어 자란 여인이, 그리하여 본가가 너와 맺어준 그 여인이 바로 네 아내 장씨다.’


‘아니야.......’


‘만일 장로가 이를 알면 어찌 생각할까? 네 아내가 오두미교의 수행자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내버려 둘 것이라 생각하느냐? 너에 비견될 현숙한 성품을 지닌 그 아이를 따르는 이들이 늘고 있음은 너도 알고 있을 것 아니냐?’


‘아니야!’


‘가문에 빛이 내려왔으니 결코 시련 앞에 무릎 꿇고 시류에 휘말려 그에 휩쓸려 살아가서는 안 될 것이야. 이 땅의 수많은 점술사들이 이를 점지했고, 천수가 가까워진 가문의 원로들 또한 그리 느끼고 있다. 네게 용의 이름이 내려진 것은 그래서야. 가산을 털어 군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저의를 밝히진 않았으나 뜻있는 유력가들과 교분을 두텁게 쌓고 있음이야.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한조는 무너졌으니, 너는 그 어설픈 충심부터 버려라! 오두미란 이름의 여의주를 품고 익주라는 분지에서, 이 용연에서 하늘로 올라서라! 네게 안배된 용연을 멋대로 탐하는 저 사이한 유씨를 해하여라! 그리하면 너는......, 너는........’


‘아니라 했다아아아-!’


푸화아아악-


“..........!”


“자, 장군!”


순간, 그가 뿜어내는 살기에 놀란 수하의 격한 반응에 저도 모르게 정신을 차린 가룡이었다.


부지불식간에 그를 집어삼킨 기억은 찰나의 어둠이자 그가 밝히고 싶지 않은 어두운 과거의 한순간이었다.


“사내가 되어 붓을 쥐고 나서 칼을 쥐었음에 후회는 없다. 허나 그럼에도 나는 난세가 싫다. 권력도, 운명도, 싫다면 싫은 것이지. 죽일 거면 저들끼리 죽이고, 죽을 거면 저들끼리 죽어야지. 대저 왜 엄한 이들까지 꼬드기고 그 판에 끼워놓고 멋대로 그 애먼 이들까지 죽을 자리로 밀어 넣느냐.”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전을 종결하여 익주 땅의 만인을 구하고 한조의 멸망과 더불어 빠른 수습이 이루어진 것은 비단 이권의 결단 뿐은 아니었다는 소리다.


“시도 없이 골 아픈 것이 권력의 자리야. 차라리 백번이고 천번이고 전장에 나설 것이나 그 와중에 가히 죽여도 좋을 이들과의 전쟁을 추구하는 것이 더 좋겠지. 그러나 실상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난세에 주어진 책무를 끝내고 유유자적하는 것이다. 드높이 솟은 산간 절벽의 굽이치는 강물과 우거진 수목과 그에 어울리는 구름을 헤집으며 놀고 싶구나, 보다 낮은 하늘을 날며 그에 속한 이들을 보살피고 그들과 어울려 행복하고 싶다.”


시절을 돌이켜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시간이라지만, 그럼에도 제 이름이 가져온 불행을 생각하면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름이 용을 뜻하는 글자를 타고났기에 미력하게나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는 그저 막연히 당연하게만 여겨지는 천자의 위를 꿰찰 중앙의 권력을 품은 황룡이 아닌 따스한 봄날의 진토를 보살피며 그해 겨울을 견디고 나온 이들이 희망찬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이 땅의 이들과 함께 수없이 많은 생명을 보살피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가 기울어진 한조에 집착하는 것 또한 소위 난세요, 격동의 시대라 새 왕조가 들어서기까지의 혼란이 실로 수없이 많은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냄을 알고 있는바, 그렇기에 되도록 이전의 질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서의 천하의 안정과 안식 그리고 안락만을 바랬던 것이었다.


“뭐, 이래서 다들 장군을 왕처럼, 용처럼 따르는 것이겠지요.”


“불경한 소리는 꺼내지 말라 하였을 터인데?”


“그래도 그리 느껴지는 걸 어쩝니까? 평상시의 성품은 인자하고 또 고고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은데 막상 진노하면 그만큼의 위엄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을. 실로 하늘에 오른 짐승을 보는 것 같지요. 거기다......”


- 아이고, 이거 어찌 그 은혜를 갚아야 할지......, 풍문으로만 접했던 천룡장군, 승제장군께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천룡이라니? 그리고 승제라니? 자네, 지금........!”


“송구하오나 이 땅의 퍼진 풍문은 소관이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그러한 성품이, 실로 그 성품에 걸맞은 재능이 비단 난세의 모두를 보살피고 구제할 왕의 재목이요, 지도자의 덕목이며, 실상 눈앞에 저를 따르는 수하들과 저리 제게 몰려드는 백성들 또한 그러한 운명을 독촉하고 있음을 말이다.


“지금 당장 날뛰는 풍문부터 잡게.”


“불가능합니다. 이미 너무 많이 퍼졌거든요.”


“도대체, 누가! 누가 그딴 이야기를 풀어놓는단 말인가!”


“오면서 얼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비단 한중 땅을 거치며 넘어온 풍문이라고 합니다, 원체 여러 이들이 말을 하긴 하였습니다만 거진 오두미교의 이들이......”


“........!”


그러나 그리 바보 같은 그조차 이리 저를 운명의 길로 떠미는 듯한 하늘의 안배가 깃든 현실에는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아조는 한을 이은 계한이요, 백제를 죽인 적제의 후손이니 당연히 붉은 용이 상징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개봉에서 소위 한조의 백성들에 의해 그 천룡이 추락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니 새로운 천룡의 운명을 알린다, 뭐다 아조의 이들이 풍문을 들고 나왔음은 대략 예측할 수 있는 일이지요. 아조가 장안을 접수하고 승천하고 천하를 일통하여 다시금 천룡이 되어야 하는 것이 대업인데, 뭘 어쩌란 말입니까?”


“차라리, 선봉대가 아닌 중군을 맡을 것을.”


“장군, 송구하지만 풍문이 먼저 퍼지고 장군이 중군이 되어 나타나게 되어도 장군에 대한 그 꼬리표가 떨어지리라 생각하십니까?”


“.........”


“뭐, 본인이 아니시면 신경 쓸 것도 없지 않습니까? 아니면, 이제와 신경이 쓰이실 정도로 그에 숨은 야심이 있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다!”


“하하하! 그러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야심이 없으시다니 뭐 개인적으로 아쉽긴 합니다만. 뭐, 우리 애들 그 목숨 내놓고 장군만 따르다 죽을 터이니 우선 전쟁부터 하시지요. 아닌 말로 오장원의 전략을 입안하신 것은 장군이 아니십니까?”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싶었으나, 일단락되지 않았다.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예?”


자신에게 내려진 운명의 부추김과 별개로 뭔가 틀어졌다.


그렇기에 비단 가룡은 여전히 기우와 같은 불편함을 쉬이 떨칠 순 없었다.


“내 비록 옹주의 서쪽부터 끊어내야 하기에 그와 엇비슷한 진격을 이야기한 적은 있다. 이전부터 이야기했던 진국의 밑바닥부터 무너트리겠다, 고로 민초들의 이탈이 우선시 되며 아조가 민심을 확보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었지. 좋든 싫든 낙양과 가까운 옹주의 동쪽이야 직접적으로 한조의 실정을 목도했거나 그에 실망하고 정착한 이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고 원체 부유한 이들투성이라, 그 민심의 이반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서쪽부터 공략하자는 말을 하였을 뿐이나 직접적으로 오장원을 고르진 않았어.”


“아니, 그러면....., 뭐야? 이게 어떻게 된........”


“대저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게야? 설마 이것도 너무 많이 퍼져서 못 잡겠다 이야기할 셈인가?”


“그, 그건 아닙니다! 마지막 전략을 입안한 이후 선봉대가 되어 헤어질 당시, 도독을 모시는 휘하 하급 군관들이 이야기해줬습니다. 뭐, 다른 이들도 그 전후로 엇비슷한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그렇게 수하의 입을 통해 좁혀진 범인의 존재는 빤한 것이었다.


“지금껏 믿지 않은 적이 없었다만,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것이냐, 이권.”


“자, 장군?”


“아무래도 서둘러야겠다. 서쪽으로, 오장원으로 향한다.”


두두두두-


그렇게 새로이 날이 밝자마자 가룡이 군을 움직였다.


“촉군이다! 전원 전투준비!”


“선두에선 기병 500만 나를 따른다! 본대는 이대로 진격하여 오장원으로 향하라.”


- 가 장군의 명을 따르라!


두두두두-


“추행진이다! 모두가 하나 되어 적을 찢는 검신과 같은 길쭉한 화살촉이 된다!”


본대와 합류하기 위해 옹주를 가로지르는 와중에 국경의 방비를 위해 간혹 모여드는 수백, 수천의 군사들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뚫어라!”


콰과과과곽-


“끄헉!”


“어흑!”


애초에 가룡을 따르는 사병들은 호주에서 내노라 하는 가문 출신의 이들이었고, 이들의 행적은 가룡을 따라 이어지니, 어린 주인을 만나 익주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을 제압하는 것은 물론, 수천으로 수만을 깨부쉈으며 끝내 관중 땅에서 내려온 이들과 내전까지 치루며 강해진 병력이었다.


이후 계한이 들어서고 관병들과 합류하여 휘하의 수만의 무리를 두고 있는 금범적의 수괴인 감녕과의 일전을 벌였고, 그 후로도 지속적인 훈련과 병력의 증강을 통해 강해질 대로 강해진 이들이었으니 가히 그 움직임이 정예와도 같았다.


거기에 가룡의 신들린 지휘가 더해지니, 전장에서의 움직임은 가히 거침이 없었다.


“자, 마지막이다!”


투콰악-


“끄하아아악!”


“끝이다! 찢어졌다! 적의 본대가 둘로 갈렸다!”


“진이 흐트러지고 병력이 나뉘었다! 혼란이 작은 쪽부터 헤집어 잡는다!”


두두두두- 퍼억-


“어억!”


푸히히힝- 히히히힝-


“비켜라! 비켜!”


“기, 기병들이 날뛴다! 살려줘-!”


500기의 기병이 내달려 둘로 갈린 이들 중 그나마 온전한 쪽을 다시금 때려 그 내부를 헤집었다.


그나마 온전했던 이들이 무너지니 눈앞에서 이를 목도한 사기가 약한 쪽은 절로 자멸하듯 흩어지며 붕괴했다.


그렇게 고작 500기의 기병들 앞에 거진 보병 위주로 몰려든 1, 2천의 이들이 우습게 무너지고 격파되었다.


“장군, 이번에도 놈들이 도망갑니다!”


“도망치지 않은 이들부터 잡아라! 도망치는 이들을 잡지 말고 빠르게 전장을 정리한 뒤, 휴식을 취해라!”


그리 오장원을 향해 수 차례 똑같은 방식이 거진 같이 적용되었음에도 가룡은 연신 재미를 보았다.


이는 기병 전술의 운용의 기본이자 조조와 여포를 비롯한 이 시대의 이름난 이들이 가장 즐겨 사용했던 방식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효과는 부정할 수 없이 좋았다.


물론, 세세한 전술은 이를 펼치는 이의 취향에 따라 갈렸으나 당장에 소규모의 병력에 적의 섬멸보다 작전을 위한 합류, 그리고 내적 우려를 품고 있는 가룡으로선 그저 적들이 무너지고 패퇴하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승전의 조건을 만족할 수 있었다.


물론, 고작해야 이 정도로 익주 제일의 명장이라 평가받진 못하지만 그조차도 못 해내는 이들이 흘러넘치는 것이 세상이니 이 정도만 해내도 어지간히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양장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기본적인 장수로서의 자질은 실로 우습게 증명을 해버린 셈이었다.


“자, 오장원까지 머지 않았다!”


“하하하! 모두들 장군을 따르자! 우리는 용을 따른다! 승룡!”


- 승처어언-!


“조작(趙筰)! 불경한 짓은 금한다!”


“하하하하! 무슨 말인지 못 들었습니다!”


“다른 부관들에게 듣지 못했나! 불경한 짓은 삼가라고!”


“송구하지만 이 사람은 운명을 믿는 편이라, 거부합니다! 딱히 사적으로 부르신 적도 없고! 아직 장군을 왕이라 따르지 않습니다!”


“이 골칫거리가! 엄안(嚴顔)!”


“송구하지만 장군님이 아끼시는 엄안은 지금 도독 휘하의 번 승달(昇達) 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놈 내 부관이니까 눈독 들이지 마십시오!”


물론, 그 와중에 원 역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더는 사소하지 않을 오해들이 자꾸 부풀려지긴 하였으나 그럼에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보다 벌써 여섯 번째인데 고작해야 이삼 천밖에 못 죽였습니다!”


“애써 와해 되는 병력들 추격해 씨를 말리다가 합류가 늦어지는 것이다!”


“압니다! 그래서 더 좋지요, 더 많은 이들의 장군을 알고 그로 인해 장군의 명성이 하늘 높이 오를 테니까-! 와하하하하!”


비록 제 입지가 예서 더 위태로워질지언정, 이 앞에 자신의 우려와 더불어 그 어떠한 고난이 자리하게 될지언정, 저리 좋아하는 것을, 저리 기쁘게 자신을 따르며 즐거워하는 것을, 어찌 제가 말릴 수 있으랴?


“그래, 웃어라! 웃어! 나는 이를 바랬다!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나아가 모두가 어울려 행복한 것을 바랬다아아아-!”


겨울날에 얼어붙은 광야를 달리는 이의 메아리가 매섭게 불어오는 겨울날의 칼바람을 날려버렸다.


내달리는 이들의 몸에서 나는 열기, 지속된 승전에 따른 즐거움, 하늘이 점지한 운명을 품은 이를 따른다는 자부심, 그 모든 것을 내던지고서도 자신들의 동경하고 환호할 수밖에 없는 실력과 인품까지.


실로 봄을 부르는 용이 승천하듯 내달림에,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드는 광야의 검푸른 하늘 위로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누가 그러했지요, 오장원은 별이 쏟아지는 땅이라고! 뒤는 산이고 앞은 위수와 무공수의 물길이 맞물려 본토와 떨어진 섬과 같으니, 실상 그 어느 쪽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와 같다고! 근데 지금 이 땅에 외톨이가 누굽니까!”


- 우리다! 우리! 하하하하!


이에 환호하는 이들을 뒤로한 채, 입을 여는 조작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귀가 기울여지는 가룡이었다.


“그래서 그 외톨이를 달래주기 위해 하늘이 자주 별들을 보여준다고! 그러니 그 외로움 속에서 하늘만은 자신을 버리지 않으니 그 하늘에 기대어서라도 외로움에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오장원이라는 땅은! 적어도 홀로 외롭게 저항하는 이들의 꿈을 짓밟는 땅이 아니라, 그에 저항하는 이들을 위해 그 마지막까지 축복하는 땅이라고!”


“조작.......”


“까짓거, 가봅시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해보면 알겠지요! 스스로 포기 하지 않은 이상, 하늘이 기어코 그 운명을 허락하지 않는 이상, 적어도 오장원에 들어선 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기운 내시라구요.”


“그래, 그래야지.”


그렇게 옹주 땅을 질주하는 모두가, 비단 이곳 출신이 아니요, 유언의 집권 이후 도참설과 용이라는 이름 탓에 제 고향에서조차 은연중에 견제를 받아야 했던 외톨이나 다름이 없는 이들 모두가 웃음 속에 그 끝을 향해 내달렸다.


이제는 제게 닥친 그 운명이 무엇일지라도 하늘만 제 편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피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어떤 오해도, 위기도 괘념치 않으마. 그 모든 전략의 수립과 계획의 입안은 네가 짜고 허락한 것이니, 오장원에서 대저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 이권?”


그 속에 담긴 우려가, 호족의 입장만을 대변하던 이전과는 달리, 그 원수를 갚고 제 본연의 꿈을 위해 유언에게 발탁되어 난세에 뛰어든 그의 노림수가 무엇이든 간에 이제 상관하지 않기로 한 가룡이었다.


상승(常勝) 그리고 상승(上昇).


오직 그것만이, 그리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만이 지금의 그가 품은 뜻이요, 의지이자,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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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7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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