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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568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9.15 07:03
조회
151
추천
2
글자
22쪽

416화 – 마총 전투

DUMMY

“하나, 둘! 당겨!”


끼이이이익- 쿠구구궁-


“구덩이 위로 잘 옮겨 박아! 망치로 때려!”


따앙- 따앙- 따앙-


“아휴, 힘들어.”


“가룡 장군의 군대가 서쪽으로 물러갔담서?”


“그게 물러간 건가? 나아간 게지.”


“에이, 나아가기는, 거의 뭐 좌천이다, 뭐다 말이 많던데? 아닌 말로 그렇잖아? 옹주를 정복해야 하는데, 동쪽은커녕 무슨 서쪽이냐고?”


“하긴 그것도 그렇지?”


- 거기! 하라는 목책은 안 세우고 뭘 그리 속닥대는 것이냐!


“아이고! 송구합니다! 자, 자! 어서들 일하자고!”


2만이 빠지고 8만이 남은 계한군은 기어코 오장원의 반월 모양의 구릉지대에 본영을 차렸다.


그러나 이제는 차린 것을 넘어 아예 목벽과 토사, 석재를 비롯한 각종 설비까지 동원하여 군진에 불과한 본영을 확충 및 요새화하는 작업을 실시하니, 기어코 ‘유수오’와 같은 ‘오’이자 부족하나마 ‘미오’에 비견될 군영이자 요새의 증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동원된 병력만 3만에 달했고 그 와중에 위수와 무공수를 기점으로 한 강변의 경비는 지속적으로 교대가 이루어지니, 어느덧 이러한 풍문을 구릉지대를 벗어나 물길을 따라 오장원 바깥에 자리한 진나라의 이들에게도 흘러들었다.


* * *


“풍문이 사실입니까?”


“아무래도 그런 같습니다.”


“허허, 이것 참. 이거 그리 철두철미한 듯 보였던 계한 또한 의외로 그 내실이 불안하군요. 다른 이도 아니고 가룡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은, 그 내부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바, 의외로 해볼만하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그게 어디 우리가 속 편히 할 소리인가? 그래서, 그 잘난 내실 다 무너진 작금의 우리는 어떻고?”


“크흠, 그거야.......”


“저쪽은 그 잘난 상승의 장군이요, 불세출의 승룡이라도 있다지만 우리는 비단 그조차도 없음이야! 애초에 강족들은 통제가 불가능하고 그나마 끌어모은 관병들은 여전히 명령 불복종에 가깝지. 대놓고 군부에서 서운함을 표출하는데 정작 우리가 달래줄 것은 없어. 그나마 당장에 장안을 중심으로 다시금 사태의 수습을 위한 지휘체계가 만들어지는 중이나, 그 이전에 당장 예서 저놈들을 틀어막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골치가 아닌가!”


“골치라도 뭐 방도가 있습니까?”


“이 사람이, 그게 지금 군직에 올라선 이로써 할 소리야!”


“이 사람이 배운 병서에는 이러한 내용은 없어서 말입니다.”


“허, 제 무능함을 아주 당당히 이야기하는구나! 이 어찌 무책임하다 못해 모자란 태도란 말인가!”


“아니, 거 말이 심한 것 아닙니까! 아닌 말로 여태까지 내 도맡은 군무에서 그 어떠한 문제도 없었거늘, 이제와 이러한 신변잡기는 너무 치졸한 것 아닌지요?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대저 뭣하였습니까? 일대의 병력을 이끄는 건, 분명 그쪽인데 어째 놈들이 올라옴에 겁쟁이마냥 아무런 대처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다지요?”


“어허! 이 자가 정녕!”


옹주정의 입장을 대변하는 승상부에서 나온 이들을 비롯해 그나마 서쪽에 자리한 구역들을 다스리고 있던 태수, 현령들을 비롯한 관료들까지 결집된 자리였으나 예상 외로 난국을 타개할 인물은 없었다.


애당초 이름난 이들은 모조리 끌고 가버린 마당에 남은 전력과 인재마저 권력을 탐한 군부를 도려낸다는 핑계로 동탁과 함께 묶어 지원군이라는 핑계로 서쪽을 향해 내던졌으니, 소위 아직 영글지 않거나 부족한 쭉정이, 대책 없이 늙거나 능력 없이 그저 자리를 보전할 정도의 인물들만이 일대를 지키고 있었다.


이는 비단 옹주가 다른 지역과 별개로 지속된 평화를 누려온 배경도 있으나 소위 새로운 개혁과 더불어 일종의 물갈이가 된 측면이 컸는데, 그리 인재들을 내던지고 그 자리를 채우며 군 요직의 공백을 메운 이들은 거진 보고를 작성하고 감찰과 검수와도 같은 소위 행정이나 사법적 측면만이 발달한 이들로, 소위 옹주정의 흔들림 없는 중앙집권화와 통제를 위한 감시자를 얹혀놓은 격이었으니 정작 실질적인 통치와 군사적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은 이들이었다.


아닌 말로, 손발 다 묶인 마당에 뭘 어쩌란 소린지요?”


“어허! 지금 설마 승상부에서 나오신 독우들이 신경 쓰인다 그 소린가?”


“수백에 달하는 병력을 이끌고 훈련은커녕, 순찰도 못 나갑니다. 아니 저들에 대한 무력 시위 겸 일대의 지세를 파악하며 저들의 행방을 알기 위한 움직임인데, 뭐 그 작은 것 하나까지 무슨 보고서를 쓰고 그 연유와 내용을 적어 올리라는 게 이게 무슨 개나발입니까? 예?”


거기다 딴에 그리 심어둔 이들조차 믿지 못하겠답시고 하필이면 승상부의 입장만을 대변할 이들을 대리자로 내세워 상석에 앉혀두고 감시 아닌 감시를 하고 있으니, 아닌 말로 이게 나라의 난국을 타개하기 이전에 당장에 권력과 가까운 윗선의 눈치만을 보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가룡은 떨어져 나갔지 않은가?”


“아니, 무슨 저놈들은 그 잘난 가룡 하나 밖에 없답니까? 아니 대처도 없고, 이 무슨.......”


“뭐라? 대처? 그러면 어디 잘난 자네가 나서서 막아봐!”


“허, 막으라면 어디 못 막을까 봐? 좋습니다! 예, 나가서 막아내지요! 겁쟁이는 빠지시고, 저 잘난 승상부에서 나온 독우 놈들 엉덩이나 닦으며 비위나 맞춰 주십시오!”


콰앙-


“저, 저저! 저 예의도 모르고 무도한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제국의 버금갈 왕국이 되었으면서 아직도 저리 야만적인 본색을 내려놓지 못한단 말인가!”


“혈기 어린 젊은 것들이 정신 못 차리고 망상 속에 사는 게,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놔두십시오. 어차피 저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적절한 견제도 필요했고. 시간을 벌어야 하는 우리야, 이곳 미현 일대만 꽉 쥐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옳은 말입니다. 미오를 중심으로 단단히 방비하여 저들의 동진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옹주정이 어찌 움직일지 결단을 내릴 시간을 버는 셈이지요. 그리되면 장안에서도 기어코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그러는 사이, 진군의 내부는 분열되었고 소위 통제가 되지 않는 이들끼리 찢어져 별개의 행동을 지속했다.


군부의 이들은 저들 서운한 대로 군을 움직였고 그와 별개로 그에 영향을 덜받는 이들은 그들대로 눈치를 보았으며 병력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옹주정에 귀속된 이들과 그들에 눈치를 보아야 했던 이들은 되려 군영을 박차고 나간 이들을 외면했다.


“병신같은 것들! 겁만 많고, 허례허식에 물든 것들! 아조의 근간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들! 제 배때지에 기름만 찌고 그 머리에 정치와 허영만 깃든 것들! 당장에 10만이 전부가 아니며, 그렇기에 저놈들이 오장원에 짓고 있는 군영부터 깨부숴야 장기적인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어찌 깨닫지 못한단 말이야!”


푸히히히잉-


“뭣들 하느냐! 당장에 움직여라! 지금 당장 위수를 건너 마총으로 향한다!”


물론, 망국이라도 충신은 존재한다고 이러한 위기 속에 진나라에서도 전쟁을 읽을 줄 아는 그 머리가 돌아가는 이들은 있었다.


두두두두-


“장군, 도강한 지 얼마 되지 않았사옵니다! 속도가 너무 빠르옵니다!”


“놈들이 기어코 미오와 같은 요새를 세우면 그게 더 골치다! 이참에 아예 준동도 못 하도록 짓밟아버려야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들의 수는 많지 않았으며 그 와중에 그 재능이 또 마냥 비범하다고 함은 그저 범재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가까운 것이었으니, 비단 이러한 대처는 소위 상대가 예측하기 쉬운 너무나도 직설적인 움직임을 내비치고 있었다.


* * *


파삭-


“놈들이 움직입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수풀 속에 자리한 이들이 벌써 그 움직임을 눈치채고 있으니, 이미 계한은 이권의 계획 아래 철저하게 짜인 판 위에서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군은 대략 1만 안팎이구나, 거기다 그 움직임이 제각각이라?”


“내부가 찢어진 겁니다.”


“우리처럼?”


“송구하오나 당장에 이를 수습하겠다고 뛰쳐나온 병력이 고작해야 1만이라면, 그 실상은 우리보다 더한 게지요.”


그도 그럴 것이 계한은 이번 전쟁에 있어 손발 그리고 머리의 역할을 도맡을 인재들이 많았다.


진나라와 같이 그 모든 전력이 외부로 유출된 것도 아니며, 심지어 본대에 포함되지 않은 어린 싹들의 재능 또한 가히 얕볼 수준이 아니었다.


“장예.”


“걱정 마십시오, 도독의 계획을 알고 있으니, 우리는 이곳 마총의 전면에 자리한 구릉에서 저들의 씨를 말릴 것입니다.”


만일 이 땅에 아테네에 자리한 아크로폴리스의 언덕이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물론, 그 높이와 험준함이 그만 못하고 그 언덕 위에 파르테논 신전도 없지만 실로 그 지세가 오묘하여 동서북 세 곳이 절벽이기에 기마를 타고 쉽게 오를 수 없어 오직 남쪽만이 그 출입구로 자리를 잡은 실로 특이한 지형이 자리를 잡고 있다면 과연 진군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도 이제 막 오장원에서 장기전과 농성을 위한 군영을 요새로 뒤바꾸는 마당에, 무공수를 건너 그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 딱 좋은 곳에 이미 자리를 잡고 군영을 세우려 한다면 저들은 과연 어찌 반응할 것인가?


“훗.”


그렇게 장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당연히 덤빌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오장원의 본영도 신경 쓰이는 마당에 그와 협력하며 수성과 방어에 용이할 두 개의 탑과 같은 두 군영의 연계를 허락할 리 없다.


딴에 전세를 읽을 줄은 알면서도 정작 참을성이 없어 중앙과의 반목으로 뛰쳐나와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장기적으로 그 입구를 틀어막고 장기적인 대처를 마련할 리는 없으며 그럴 능력도 부족하고 이를 위한 중앙의 지원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결국 내릴 선택지는 조바심 끝에 제 판단이 옳다 믿는 행동력과 이를 부추기는 나라를 향한 충정이 전부일 터.


“모든 것이 철저한 회전으로 치러질 것이나, 그 실상은 부정할 것 없는 수성이요, 그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을 방어에 치중된 소모전이 될 것인즉, 주변의 절벽을 넘지 못해 언덕을 올라오는 너희는 죽을 것이다.”


그렇게 정찰을 마친 이들이 움직여 마총에 자리한 구릉, 주변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언덕으로 돌아갔다.


그와 더불어 오장원에 자리한 적의 군영을 부수기 위해 서쪽으로 내달리던 진군 또한 마총의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장막과도 같은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는 계한의 군대를 확인했다.


푸히히힝-


“이럴 수가!”


“장군! 적들이옵니다! 적들이 이미 이곳을 선점하여 전초기지마냥 활용할 셈입니다!”


내달리던 말들이 놀라고 그리 선두가 멈추자 연이어 멈춰서기 시작한 진나라의 군사들은 자신들이 올려다봐야만 하는 절벽 위에 이제 막 자리를 잡은 듯 보이는 계한군의 등장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 너머에 무공수와 그 너머에 저들의 군영이 보인다! 한데 이미 강을 건너 예까지 나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비단 이 일대를 자신들의 거점이자 영역으로 두겠다는 뜻이야!”


“그리되면 강을 두고 두 개의 군영이 세워지는 것이옵니다! 미현이 예서 지척인데, 만일 이 둘이 연계한다면, 이는 두고두고 미오가 자리한 미현에 크나큰 위협이 아닙니까!”


“가히 천혜의 요새로구나, 헌데도 이러한 지형이 있음을 어찌하여 진즉엔 몰랐던가!”


“그, 그것이.......”


“빌어먹을, 무능한 옹주정이다! 군부의 일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머저리 같은 조당이다! 그럼에도 어찌할까?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은 우리와 같은 장수요, 군병들이니 그럼에도 우리는 나라를 위해 싸운다!”


와아아아아-


“다행스럽게도, 저들이 아직 목책을 비롯한 진채를 세우지 못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저들의 태세는 흐트러짐이 없으나 우리의 등장에 놀란 것은 저들도 마찬가지! 또한 강 건너 오장원에 자리한 이들 또한 이를 보고 있을 터이니, 저들에게 절망을 선사하는 것이 어떠한가!”


“가자! 언덕 위에 자리한 것들을 무너트리자!”


“다행히 입구가 마냥 좁은 것은 아니다! 그 경사가 마냥 험준한 것은 아니다! 보병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기병들조차 내달릴 수 있을 것인즉, 장졸들이여! 나를 따르라!”


와아아아아아아-


당면한 위협은 이내 잠재적인 위협에 대한 확신으로 뒤바뀌었고, 이내 이는 눈앞의 적을 섬멸하여 적들의 사기를 꺾는 회전의 시발점이 되었다.


전초전이라기엔 각자 1만이 넘어가는 그 병력의 부족함이 없었고, 신경전이라기엔 그 병력의 피해를 각오했음에 기존의 개념에 부합되지 않았다.


수성전이라기엔 애당초 성벽 같이 쉬이 무너지지 않은 방어 거점과 구조물이 없었으며, 서로가 일대의 지형지물에 기대어 대놓고 교전을 자초하기로 마음을 먹고 벌인 전투이기에 회전에 가까운 양상으로 시작된 이들의 교전은, 두말할 것 없이 가장 완만한 경사를 지닌 언덕의 남쪽으로 내달리며 모여드는 진군의 진격을 통해 시작되었다.


부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올라라! 언덕을 오른다!”


사방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와 더불어 지축을 뒤흔드는 함성소리가 언덕의 일대를 장악했다.


어느새 개미 떼마냥 모여든 진나라의 기병들과 보병들이 거친 숨을 토하며 미친 듯이 언덕을 오르니, 이에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계한 또한 기다렸다는 듯 병력을 움직였다.


“언덕 위에서 베어낸 통나무를 가져와! 가로로 길게 늘어트려라!”


추수를 마친 가을을 지나 눈과 얼음이 내리는 초겨울로 접어든 이래, 언덕 위에 쌓이고 쌓이며 얼어붙은 거추장스러운 눈더미를 헤치며 용감하게 경사면을 타고 오르는 진군 앞에 예상치 못한 난관이 닥치게 된 순간이었다.


“굴려라-!”


쿠구궁- 우그그그그극-


“뭐, 뭐야! 저거!”


육중한 소리와 더불어 얼음마냥 굳어진 눈더미가 바스라지며 통나무가 그 속으로 파고들어 종적을 감춘 것도 잠시.


퍼서어억- 솨아아아아아-


“어, 어어....., 토, 통나무다! 통나무가 굴러온다아아아-!”


경사면을 내려가는 회전력에 굴러가는 육중한 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기어코 눈더미를 터트리듯 그 바깥으로 튀어나온 통나무가 희뿌연 눈먼지와 더불어 이들의 머리 위로 굴러떨어졌다.


“이런 씨ㅂ.......”


푸화아아악- 터더더더덩-


“끄하아아아아악!”


사람의 머리가 뒤틀리며 짓이겨졌고 그에 가슴팍을 부딪친 이들이 연이어 날아가듯 바닥을 굴렀다.


애당초 언덕을 그득 메우며 돌진해왔던 이들의 선두가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며 무너지니, 소복이 쌓인 눈밭이 산사태마냥 무너지며 제2파, 3파마냥 연쇄작용을 일으켜 그 뒤에 자리한 이들을 마치 도미노 무너트리듯 연이어 무너지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피해라! 피해! 뭣들 하느냐!”


“끄흐윽! 살려줘!”


그러나 정작 언덕을 올라오는 이들의 수는 많았으며 그리 굴러가던 통나무 또한 눈밭 위에 장애물이나 다름이 없는 사람 여럿을 깔고 뭉개는 와중에 멈춰서니, 그렇게 선두에 자리한 수백을 쓸어버린 것을 기점으로 일대의 혼란이 잦아들었다.


“머, 멈췄다! 올라라!”


이에 사태를 확인하고 분노를 토하는 진군들이 이전보다도 더 맹렬한 기세로 산을 오르니, 한 차례 재미를 본 계한군 또한 곧바로 준비된 다음의 수를 꺼내 들었다.


“후방에 자리한 노병들이여! 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걸어라! 활과는 비교도 아니 될 사정거리를 자랑하는 노병의 위용을 보여주겠다!”


휘이이잉- 철컥- 철컥- 철컥-


그렇게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칼바람 속에 언뜻언뜻 들리는 매서운 쇳소리에 저도 모르게 정상에 가까워진 진군의 귀가 쫑긋해질 찰나.


“쏴라!”


우렁찬 외침과 더불어 산등성이 위에 희뿌연 무언가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바, 반짝인다! 하늘이 반짝인다!”


그 소리를 따라 모두가 고개를 들었고 그리 고개를 든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은 겨울임에도 여전히 밝은 날을 비추고 있는 햇살이었다.


“빛무리야......, 영롱하게 빛나는 은하수다......, 어찌 이런 낮에 이리도 아름다운........”


그 와중에 앞서 튀어나온 통나무를 따라 공기 중으로 비산한 눈덩이들과 그에 부서져 내리는 눈가루, 거기에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들이 한데 어울려 햇살을 품고 곳곳에서 반짝이니 그리 이들의 시야 속에 기적처럼 펼쳐진 신비로운 자연현상에 모두가 저도 모르게 오감을 빼앗기는 와중이었다.


그러나 그 은하수와 같은 다이아몬드 더스트 너머 하늘을 뒤덮듯 내려오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그리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더 반짝이며 빠르게 추락하는 별들의 향연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제가 바라본 풍경을 두고 당연한 듯 이를 입에 올렸다.


“유성우다......, 별들이 비처럼 쏟아........!”


퍼억-


“어흑!”


파악-


“커흡! 이, 이건.......!”


파바바바바바바박-


그리고 마침내 그리 쏟아진 별들이 굉음을 흩뿌리며 시커멓게 이 땅을 뒤덮었다.


“화, 화살비다! 화, 화살.......,!”


차마 뒤엣말이 나올 새도 없이 그 자리에서 사람을 꿰뚫어 절명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리 화살을 맞고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는 와중에도 수 차례 그 몸뚱이에 구멍을 내며 바닥에 박히는 엄청난 수의 화살비는 가히 언덕을 오르던 진군을 그 자리에서 무너트렸다.


푸히히힝-


“하아악...... 하아......”


쏟아져 내린 화살을 맞아 고슴도치가 된 말들이 구슬프게 울부짖었고, 소리를 지를 힘조차 없어 숨소리마냥 작게 새어 나오는 비명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개미 떼마냥 모여든 1만에 달하는 이들 중 삼분지일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그 언덕을 붉게 물든 핏덩이가 되어 절명했다.


“선두가 모조리 무너졌습니다!”


“올라라......”


“못해도 이천에 가까울 이들이 송장이 되었습니다!”


“올라라!”


“장군!”


“닥치고 올라라! 이제 저 빌어먹을 언덕의 끝자락이 코앞이야!”


“하오나.......”


“저 빌어먹을 언덕 위에 그럴듯한 군진까지 들어서면, 그때 가서 어쩌려고! 얼어붙어 미끄러운 경사면 하나 오르는 것 하나 쉽지 않은 이 겨울날에 이놈들이 이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못해도 내년 봄까지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걸 몰라!”


그 와중에 장수로서의 감각 하나만큼은 타고난 진군의 장수는 기어코 전투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 독기에 남은 진군들 또한 그 마지막 힘을 짜내 미친 듯이 언덕을 올랐다.


“장예!”


“실로 제법이로군요, 전장을 보는 안목하며 빠른 판단까지, 과연 범재라 한들 진군을 이끄는 장수답습니다.”


“지금 적을 칭찬할 때인가! 빨리 대처를 마련해야 할 것 아니야!”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계한의 이들 또한 다급히 그 마지막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척- 척- 척-


“방패병들을 앞세워라! 중무장한 갑병들을 배치하고 창병들로 하여금 방진을 짜라!”


풀썩-


“올랐다......, 이제 네놈들을 모조리 도륙할 것이야.”


그 와중에 기어코 언덕을 기어 올라와 살기를 토해내며 정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진군이었다.


“지, 진군이다! 진군이 언덕을 올랐다!”


“자랑스러운 대진국의 장졸들이여! 오늘 우리는 우리의 동료와 형제를 우롱하듯 도륙한 저놈들을 모조리 참살할 것이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기세요, 복수심인즉! 그 하나를 품고 눈앞에 거슬리는 적은 모조리 베어 넘겨라-! 이럇!”


그렇게 말 배를 차며 직접 선두를 자처하는 장수를 시작으로 고작해야 수백에 불과한 진군의 선두가 중무장한 병력을 앞세운 방진을 갖춘 계한군과 충돌했다.


푸욱- 푹- 푹-


“끄흐으으윽!”


“이 미친놈들이! 제 뒤질 자리를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사방에서 살점이 꿰뚫리는 거슬리는 소음을 시작으로 두 군데가 한데 얽힌 난전을 벌이니 가히 잘 정비된 군대와 짐승마냥 돌변한 이들이 한데 어울어진 격돌이었다.


어떻게든 진을 지키려는 계한군과, 어떻게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진을 무너트리려는 이들의 대결은 잔혹한 살육과 별개로 살아있는 것들이 한데 뒤엉키는 칼부림이자 몸부림에 가까웠다.


“죽어라! 제발 좀 죽어!”


푸히히히힝-


“엎어져라! 앞으로 엎어져!”


“어, 어어! 무너진다! 말이 앞으로 고꾸라져!”


쿠우웅-


그 와중에 선두에 선 장수의 말이 꿰뚫렸고, 이에 말배를 차며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한 그의 말이 엎어지며 방패로 이루어진 방진을 짜고 있던 진이 무너졌다.


“빈틈이다! 사정 봐주지 말고 달려들어!”


“으르릉!”


이에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근처에 자리하고 있던 진군들이 뭐에 홀린 짐승들마냥 그 빈틈을 향해 뛰어들었고, 그리 양 떼 무리 사이를 헤집는 이리떼마냥 미친 듯이 칼과 창을 내지르며 그 주변에 쉬이 씻겨지지 않을 공포를 선사했다.


“미, 미친놈들!”


“짐승들이다, 가히 이놈들은 짐승들이야! 장예! 어쩌면 좋으냐!”


그리 완벽한 대처를 하였음에도 무너진 선두에 놀란 계한은 다급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인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앙더러, 선두의 군을 물려라 하십시오! 초황더러 더는 언덕 위로 올라오는 이들이 없도록, 잠시나마 지속적인 증원을 끊어 그 흐름을 절단내라 하십시오! 그리고 고승-!”


쿠웅- 쿵- 쿵- 쿵-


전장을 지휘하는 군사의 명에 곳곳에서 깃발이 휘둘러지며 계한의 병력들이 빠르게 움직였고, 그 와중에 눈바닥 위를 헤치는 육중한 소리와 더불어 우락부락한 무장 하나가 후방에 자리한 계한의 병사들을 밀치듯 넘어트리며 전방으로 뛰쳐나왔다.


“저놈들의 광기 어린 살기를 끊어라!”


휘유우우우웅-


그와 더불어 시커먼 도끼날을 품은 기다란 도끼자루가 공기를 찢어내듯 휘둘러졌고,


“뒈져라아아아-!”


이내 주변을 짓누르는 엄청난 포효와 더불어 그 앞에 자리한 모든 것이 조각나듯 터져나갔다.

416화-_-마총전투용-지도-001.jpg

416화-_-마총전투-모형지도-001.jpg


작가의말

지도 첨부하였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지도 편집: 본인

원 지도 출처: http://blog.naver.com/sjkim2090/22009334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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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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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2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2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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