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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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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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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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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DUMMY

그 한마디와 더불어 천하가 진동했다.


익주 일대에 자리한 이들이 오만 환호성을 내린 것은 비단 사태를 수습한 직후 부월과 함께 돌아온 이권의 등장 이후였으니, 기어코 전쟁의 서막이 열린 셈이었다.


“천하는 결국 하나로의 향방을 향해 귀결되어있다! 치세에서 난세로, 또다시 난세에서 치세로! 합쳐진 것은 분열되고 분열된 것은 합쳐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 그리고 그러한 중심에 언제고 천하의 환난을 끝장낸 것은 아조였으니, 비단 이는 오늘에 이르러 아조인 계한에게 넘겨진 천명이요, 숙원과도 같은 것!”


와아아아아아아아-


황궁에서 성도로 성도에서 또다시 익주 전역에 이르기까지, 그에 신분과 소속 그리고 계층을 벗어난 모든 이들에게 있어 이러한 결의가 알려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름난 이들의 증언과 확언의 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와 선전이 뒤섞였고 이는 두말할 것 없는 진나라와 그에 협조했다 의심받는 이들에 대한 반발과 혐오를 일으키고 부추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애초에 한조를 멸하고 난세의 문을 열어젖힌 것은 진이며, 그러한 진이 이제와 아조를 분열시키고 있다! 장로를 습격한 것도! 한중 일대를 급습하여 방화와 살육 그리고 약탈을 빙자한 것도! 교류와 교역을 핑계 삼아 아조에 갈등의 씨앗을 심어 분쟁을 유도한 것도! 이를 통해 이 땅에 공화주의자들을 만들어낸 것도! 저 남중의 이들이 하나 되어 제국의 맹방으로 자리하지 못하게 만든 것도 모조리 진국이 벌인 수작이요, 모략이다!”


- 애초에 진국이 남중의 만석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다!


- 한중의 강족들을 이끄는 성공영이 보증하는데, 이는 옹주의 강족들이 확실하다!


- 장로를 습격한 이는 다름이 아닌 진국의 국상이자 현 진왕의 장인인 풍방의 심복이요, 진군을 이끄는 장수 하모다!


- 작금의 이러한 불황은 진국의 이들이 아조의 비단 수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 일찍이 진국은 백저의 이들을 부채질하여 아조의 영향권 아래 자리한 청저와 염저를 몰아내려 했다!


“그간 이 땅의 호족들이 크고 작은 부를 벌어들여 국가를 살찌웠을지언정 그 혜택이 백성에게 마땅히 돌아가지 않았던 연유는 무엇인가! 그리도 많은 재화를 벌어들였음에도 상공인들과 호족들이 마땅한 대우와 자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연유는 무엇인가! 이는 바야흐로 진국의 상공인들에게 뇌물을 받아 자리를 보전했기 때문이다! 향응을 제공받고 그 와중에 저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아조를 살찌우는 이들의 것을 앗아가는 이기적인 작태를 통치요, 정당한 집권이라 포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의를 널리 퍼트린 풍문보다도 빠른 것이 바야흐로 전쟁을 준비하는 이들의 움직임이었으니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사이, 발 있는 말들. 아니, 발이 있되 말이 아닌 이들이 속속들이 모여드는 속도 또한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파, 건위, 그 아래 속국을 비롯한 일대의 이들은 뭣들 하느냐! 서둘러라!”


동쪽으로는 성도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호족들을 중심으로 각 가문에서 징발된 가병들과 사병들이 주축이 된 군사들이 북상했고.


“영창 북부, 월수 북부, 촉군속국을 비롯한 그 너머 염저, 청처 출신의 이들이 모인 외방령의 이들은 지금 당장 한중으로 북상한다!”


서쪽으로는 밀림과 고원을 넘어 계한으로 몰려든 저족 출신들로 구성된 병사들이 통역과 인계에 힘입어 그들의 인솔 속에 성도의 외곽으로 모여들었다.


“8성의 대호족들이여 황명을 받들라! 남중 수족, 만족의 부족들에게 상경의 영을 알려라! 속지군에 해당하는 월수, 영창, 장가, 익주의 전사들을 불러들이라! 어서!”


남쪽에서는 일찍이 남중 정벌에 힘입어 그에 복종하고 차출되다 못해 출세를 위해 군에 뛰어들었던 남만 출신의 이들로 구성된 만병들이 소집에 응하였고,


“계한을 위해, 황상을 위해, 지금껏 진과의 일전을 위해 이날만을 기다렸음이니, 금군의 가르침을 받은 계한의 천병들이여! 뭣들 하느냐! 성도로 결집하라!”


중앙을 자처한 촉군 일대와 그 주변에 자리한 군현에서는 원 역사 속에서도 기어코 지방에 속한 속군의 개념을 벗어나 절대왕정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던, 현 역사 속에서 30만 대군의 창설 당시 군의 핵심이나 다름이 없었던 유언의 상비군들까지 모조리 소집되었다.


둥- 둥- 둥- 둥-


“진시! 왕가 출신 사졸 칠백 여든 입성이요!”


“유시! 광한 이가 외 여섯 사족의 회랑사군 정병 사천칠백 입성이요!”


전쟁을 알리는 전고(戰鼓)의 북소리는 연이어 그치질 않았고, 성도 곳곳에 자리한 대문들은 그 문이 닫혀질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북쪽을 제외한 3면에서 몰려드는 이들의 면면과 숫자가 가히 끊이질 않으니 당장에 성도 일대에 진을 치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 병력만 물경 10만에 달하고 있었다.


전쟁의 승인과 별개로 가상적국을 벗어나 진정 전쟁의 당사자요, 적성국으로 거듭난 진나라에 대한 악의적 여론의 조성에 따른 시간이 마냥 길지도 않았건만, 그리 짧은 시간에 동원 가능한 24만의 군세 중 거진 절반에 달하는 10만의 소집은 가히 그간의 계한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여실히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현실이었다.


“소위 제국의 질서에 반하는 공화주의자와 같은 반동자에 해당하는 이들의 목숨을 제물 삼아 벌인 가도의 정비가 이제야 효과를 보는 듯 하옵니다.”


“그래야지, 죽어 나간 이들만 수만인데,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래야 맏이 놈의 죄를 사하지.”


“조위의 위업이라 볼 순 없겠지요?”


“물론, 계책만 낸다 해서 다는 아니니, 유약한 놈은 이를 실행치도 못하고 이러한 일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걸 막지도 못해.”


“그 말씀은.......”


“놈이나 그에 속한 동주사 놈들이나 이번 일에 진심이었다는 게지. 장차 태자가 될 몸으로서 나름의 시험은 통과한 게고.”


그리고 그 현실에 이면엔 일황자인 유범이 종군 직전에 남긴 핏빛 공적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그리 곱게 깔린 가도 밑에 돌과 자갈을 엉겨 붙게 만드는 재료로 아교가 아닌 사람의 짓이겨진 살점과 뼛가루 그리고 찐득한 핏물이 쓰여졌음은 비단 그에 동원된 이들만이 알고 있는 비극이었다.


그러나 그 비극의 이면에는 그에 따른 잔혹성과 전문성을 비롯한 여러 자질을 요하는 군왕, 그것도 제국을 경영하는 황제인 유언의 시험이 담겨있었다.


“만일 일이 그릇되었다면, 행여나 이 일이 바깥에 풍문으로 돌게 되었다면.......”


“범이 놈은 계승권을 박탈당하는 게지. 동주사 놈들 또한 사족들과 비슷한 운명이었을 게고.”


장래를 물려받느냐, 그 장래에 함께 가느냐를 되묻는 이권의 물음은, 실로 진밀의 목을 베었을 적과 같은 유언의 날이 선 진심으로 귀결되었다.


당장에 그의 아들들만 하여도 물경 넷이요, 그중에서 셋째인 유모, 넷째인 유장을 제외하고도 계승권의 자격을 갖춘 이는 비단 맏이인 유범 뿐이 아니니, 그에게는 아직 둘째 유탄이라는 선택지가 남아있었다.


거기다 사족들과 마찬가지로 동주사들 또한 그간 중앙집권화라는 이념 아래, 유언의 곁에서 권력만을 탐해왔던 터라 생각 외로 사병들을 많이 양성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언이 30만 정병을 키워내며 그중 일부를 상비군의 개념을 도입해 제 권력의 공고화를 위한 장치요, 저를 위한 칼로 쓰려 하면서 동주사들은 그 방향을 돌려 굳이 애먼 유언의 의심을 사거나 척을 지느니 비단 그 황제의 자리를 계승하는 다음 대의 황자를 공략하는 노선을 정한 탓에 작금의 상황이 가능해졌던 것이다.


“머저리 같은 것들이, 황제만 붙잡아두면 다 될 것이라 생각한 게지.”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합니다.”


“그렇긴 하지. 나 또한 그러했고. 애초에 기반 없는 이들이 내릴 선택지 또한 그러한 게고.”


생각해보면 이는 한조의 유구한 전통과도 같았다.


호족이나 변방의 군벌과 같이 각 지방에 기반이 없이 혼란한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의 선택지는 두말할 것 없는 중앙권력과의 야합이었다.


이는 비단 환관들도 그러하며 그 아래 암약하던 탁류파들도 마찬가지였고, 외척들 또한 그러하며, 이를 위해 매관매직을 자처한 망국의 당사자인 영제 또한 동의한 일이자 이전이나 이후 시대를 휘어잡았던 청류파를 비롯한 사족들, 권신들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그러한 이들이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면 어떨까?


“송구하오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알고 있어. 동주사들이 날개를 달았다는 걸. 그들의 터전으로 돌아가게 되면 기어코 그간 잃어버렸던 기반을 되찾아 이 땅의 호족들과 다를 바 없게 된다는 걸, 짐이 어찌 모르겠나?”


“그럼에도 이를 허락하신 것은......”


“장안이냐, 낙양이냐의 선택지가 생겼지. 비단 동주사들이라도 그 출신에 따라, 저들의 고향에 따라 입지가 나뉠 수밖에 없어.”


아직 전쟁조차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비단 유언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너무나도 명확한 것이었다.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를 쥐고 있는 옹주와 낙양을 비롯한 하남윤 등지를 품은 사예 그리고 남양과 같은 수도권 권역 일대를 쥐고 있는 형북까지, 그 출신이 다양한 동주사들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 이들이 되찾아야 할 고향과 이를 위한 지향점은 비단 서로 간에 다른 방향으로의 진출과 정복을 이끌어낼 것이다.


“동주사들의 분열을 획책하십니까?”


“뭐, 정확히는 자질을 시험한다고 봐야지.”


“하오시면.......”


“내겐 이 자리를 넘겨줄 가치가 있는 선택지가 둘이 있지.”


“생각해보니 이황자 유탄에게는 아직 그럴듯한 기반이 없군요.”


“비단 사족들과 어울리긴 했다만, 그거야 놈의 성정이 고루한 탓이고.”


“그렇다고 작금의 변절한 사족들을 기반으로 내어 주자니, 영 못미더우신 것이겠지요.”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작금의 동주사들은 너무 기형적이지. 조위를 비롯해 이전 시대의 늙거나 은퇴한 것들이 되려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을 쥐고 있어.”


결국 유언의 입장에서 이를 축약하자면, 저를 내던지고 제가 죽고 없을 다음 세상을 노리는 동주사들에 대한 정리와 후계 구도의 재정립 그리고 그에 따른 안배를 위해 일으킨 전쟁이란 소리였다.


아니, 본래 그러한 목적으로 일으킨 전쟁이 아니었으나 작금에 이르러 이미 생각을 마친 그는 이러한 목적을 분명히 전략적 목표 안에 포함시켜 장차 이 나라 계한이 나아가야 할 밑그림에 구성요소로 써먹겠다 그 마음을 다잡은 것이 확실했다.


“좋군요, 비단 두 후계자 중 누구 하나가 실각된다고 한들, 그렇다 하여 반발하고 난을 일으키기 힘든 그림입니다.”


“그렇지? 그리 기반을 되찾았다고 한들, 당장에 량주와 사예를 쥐고 있는 진나라를 정리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 거기에 그리 량주와 사예를 정복하고 나아가도 그다음이 어디 그리 쉬운가?”


실로 난세는 난세인 것이 하나의 적을 꺾어도 그다음 나타나는 적들이 쉽지 않았다.


량주를 얻어도 넓어지는 국경과 더불어 대치해야 하는 것이 백저의 영역이자 남은 강족의 잔당들이며 비단길에 자리한 이들과 서역 36국도 모자라 그 북방 인근에 자리를 잡은 남흉노 그리고 사연택에 탐을 내는 여포의 세력까지 상대해야 했다.


반대로 사예를 얻어도 넓어지는 국경과 더불어 대치해야 하는 것이 하남에 자리한 포홍의 잔당들, 거기에 협 황자를 인질로 쥐고 개봉을 기반으로 둔 장막과 천자의 봉선이 이루어지는 태산을 집어삼킨 조조가 세운 위가 있으며 그 아래 형북의 유기와 진왕 유총 거기에 한때나마 초국 동맹까지 꿈꾸며 그 주변으로 세력 확장을 노렸던 예주 원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비단 이는 아조가 내딛을 대업의 첫걸음에 불과해. 길고 긴 난세에 남들은 관중 하나만 얻어도 조만간 천하를 쥘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그러한 천하를 일통한 진도 관중과 한중을 모조리 쥐고 서도 끝내 6국의 연합과 도전을 받아내며 끊임없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한 자격을 검증당하고 또 증명해야 했지. 그것이 고작해야 대의명분이 아닌 국력이며, 무력을 심사하는 일이었음에도 그리 오랜 세월이 걸렸어.”


거기에 배신과 분열에 대한 우려를 다독이는 안전장치는 이미 별도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숭고한 대업은 유씨의 천하를 위한 족쇄요, 금기가 되겠지. 스스로가 실각할지언정, 그에 자격이 없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될 것이야.”


“비단 한조의 계승을 자처한 이들이, 그것도 유씨 황가의 이들이 한조의 대업에 스스로 걸림돌이 되는 짓을 자처할 순 없을 테니 말입니다.”


다만 이들에게도 우려스러운 선례가 남아있기는 했는데,


“하오나 남양왕 유기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야 그 아비인 유표 놈이 제정신이 아니니까, 첩실의 자식도 아니고 그 형제 둘 모두 제 정부인에게 나온 자식인 것을, 어찌 제 아들을, 그것도 맏이를 그리 희생시킨단 말인가?”


정작 그 선례는 작금에 남양을 제한 형주와 손견으로 인해 떨어져 나간 형남을 제한 나머지 형북을 쥐고 있는 유표의 실책으로 해석되었으니, 비단 유언이 죽은 사후에나 걱정해야 할 일이었다.


거기에 유언의 자식들은 네 형제 모두가 끈끈한 사이였고, 비단 후계 갈등이라 해봐야 정작 노씨의 자식인 장로가 전부였다.


애초에 유씨도 아닌 이가 천하를 쥐거나 계한의 일부를 쥐게 될 리는 만무하며, 설사 그 장로가 아들들과의 갈등으로 튕겨져 나온다고 한들, 작금의 한중을 비롯한 어디 변방에서 별개의 세력으로 독립할 수 있을지언정 그들이 진정으로 분열된 계한의 주변을 흡수하여 더 큰 무언가로 자라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더욱 관중의 정복이 필요해.”


“오두미교의 세를 줄이시기 위함이십니까?”


“맞아, 황건적, 홍건적도 모자라 이제는 오두미도를 믿는 광신도들에게 나라가 뒤집혀지는 그림을 보게 될까 두려울 지경이니, 쯧. 이렇게라도 충돌을 시켜 그 신도를 줄여나가야지.”


그러나 반대로 그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마치 내부피폭을 위해 품고 있어야만 하는 형국에 놓인 이러한 사정을 해결해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두미도를 믿는 신도들의 강역이 제법 넓어졌습니다. 성도와 한중뿐 아니라 파군을 비롯한 일대에도 손을 뻗히고 있으며 작금에 옹주정이 들어선 이래 옹주 땅에서도 제법 그 수를 늘려가고 있지요.”


“그러니까 진과의 전쟁을 통해서도 쪼개야지. 식량이 부족한 작금이야, 쌀 한 톨 아껴 쓰는 그 교리 때문에서라도, 그에 따른 탐욕을 절제하고 더 많은 것을 상납하는 종교적 교리 때문에서라도 쥐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아니야. 파촉 땅의 수많은 이들을 먹여 살리는 도강언처럼 저 옹주 땅에 자리한 정국거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옹주를 쥐게 될 아조의 식량은 부족함이 없어지겠지. 굳이 진나라에 식량을 수출할 일도, 군량이다 배분이다 뭐다 나눌 일이 적어져.”


아닌 말로 작금의 부족한 현실 내에 체제를 비롯한 사회의 안정과 완연한 물자 부족의 해결 거기에 수출경제까지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를 쥐고 있었던 것이지, 본래는 이러한 혹세무민의 이교도와 사교도가 판을 치는 것을 허락할 리 만무했다는 소리다.


“거기다 옹주를 쥐고 나면 비단 사연택으로 길이 열리니 하북과의 무역도 재개될 판이야. 거기에 낙양까지 손을 뻗는다면 중원과도 직접적인 교역이 가능해지고, 끝내 량주까지 얻어낸다면 기어코 비단길이 열리는 게지. 그때가 되어선 비단 사치와 향락을 금기시하는 문화는 도움이 안 돼. 제국의 풍토에도 어울리지 않으며, 흉노를 정벌하고 비단길을 통해 서역과 교류했던 아조의 장엄한 치세에도 어울리지 않아. 부족한 물자 하나 빌빌대며 서로 빌려주고 돌려 쓰는 이 촌구석 벽촌의 현실이 비단, 관중을 쥐게 됨으로써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게지.”


진을 무너트리고 흉노까지 제압하고 저 먼 서역에까지 존재감을 뽐냈던 한나라가, 그 대단한 제국이었던 한조의 영광과 번영이 드디어 부활할 때가 머지않은 것이다.


고로 그에 걸맞은 사회문화와 풍토가 자리를 잡게 되면 절로 가난한 빈농과 기반 없는 유랑민들이 바탕이 되는 이 빈민 제국의 구역질 나는 현실 또한 절로 떨쳐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금의 진을 뛰어넘는 왕조가 되는 것이야, 과거의 찬란한 기록들이 다시금 실재하여 되살아나는 것이야. 더 찬란하고 빛나는 제국의 기틀이 잡히는 것이야. 무도하고 냄새나는 저 흉노의 후신이요, 그 후손인 서융을 제 선조로 여기는 진이라는 이름의 후흉(後匈)을 격퇴하는 한 무제가 되는 것이야!”


이미 역사에 기록된 선례에 힘입어 그에 따른 영광이 부활할 것이며, 이를 계승하고 되돌린 위업과 치적이 만대에 걸쳐 기록되고 추앙받을 것이니 죽은 이의 위명과 이름이 되살아나 산 자의 이름 위에 덧씌워질 미래가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저 무도한 진나라만 해도 그 시조나 다름이 없는 포홍부터가 곽거병의 현신을 시작으로 죽은 이의 이름과 위명을 두르며 작금에 이르렀고, 진 국상인 풍방은 여불위, 동탁과 가후는 염파와 인상여가 된 지 오래였으니, 마땅히 계한 또한 그에 어울리는 위상과 죽은 이들의 이름과 위명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할 겁니다. 백성들로 하여금 진과의 전쟁을 지지하도록 부추길 것이며, 그에 의용병으로 참여하거나 새로이 모집병에 들겠지요. 그 와중에 진나라에 속한 신도들이 희생당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진인임에도 오두미교를 믿었던 이들이 그와 같은 신도들인 계한의 오두미교를 향해 칼을 들이밀 수도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오두미도의 이들은 병자를 치료하여 교세를 넓히고 있으니 군중에 의원으로 쓰기도 좋겠지요.”


“좋아, 좋아, 뭐가 되었든 좋아. 어찌 쓰이건 간에 그 세를 줄여가며 그 피로 제물을 자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그게 뭐가 되었든 좋아. 수십 만의 신도들 모두가 나라를 위해 적국을 뒤집을 황건적이자 홍건적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남은 가도를 자발적으로 정비하고 부족한 노역을 보충하며 전쟁을 위한 공역의 인부로 쓰겠어. 진과의 전쟁을 부추기고 한조의 충성을 다하는 백성이 되겠다면 그렇게 쓸 것이고, 한조의 영광을 위해 나아가 창칼을 휘두르는 군병이 되겠다면 그 또한 그렇게 쓸 것이며, 전쟁에 필요한 군량을 대겠다면 그 또한 그리 써주도록 하지. 자네가 말한 의원도 좋고.”


“좋군요, 호족들의 부담이 덜겠습니다.”


“그 죄를 씻기 위해 사족들 또한 뛰어들도록 만들어야 해.”


“되도록이면 출사가 좋겠습니다. 더는 진밀과 같은 알량한 재주로 제 가치를 부풀리는 장난질은 없어야 하니 말입니다.”


“그래야지, 의미 없이 새어 나가고 흘러넘치며 쓰이지 못하고 썩어들어가는 제국의 역량은 없어야 하니까. 비단 그 충정을 바쳐 스스로의 죄를 씻어내야 하니까.”


“당장에 성도 일대에 모여든 병력이 10만을 우습게 상회합니다. 대군의 운용이니만큼 우선시되는 것이 군리(軍吏)와 같은 이들이지요.”


“제국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야 함이야. 승리를 위해 모든 이들이 제 것을 내어놓고 자발적으로 나서야지. 암, 그리해야 하고말고.”


어처구니가 없게도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총력전의 개념이 비단 정치적인 상황에서 먼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진나라였으나, 정작 그와 별개 되는 현실적인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다름이 아닌 그 진나라를 깨부수겠다 전쟁을 일으킨 계한에 의해서였다.


“두말할 것 없는 진한대전의 시작이로군요.”


“아, 이를 통해 관서를 비롯한 천하의 향방이 달라지게 되겠지.”


“쉬이 끝나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옹주는 비단 가장 처음 거쳐 가는 목표로 남게 될지도 모르지요.”


“각오하고 있음이야. 그나저나 전국의 세기에 진한대전이라니, 나 원.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로고.”


말마따나 그 이름이 주는 울림의 여파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이는 지난날 한조와 진나라가 명운을 두고 벌였던, 소위 동서대전이라 불리웠던 첫번째 천하대전의 연장선이자 관동과 관서라는 두 개의 천하가 충돌한 이후의 승자가 된 관서천하의 패자요, 주인을 가리는 두 번째 천하대전인 남북대전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었으며, 초한쟁패와 같이 천하를 일통한 왕조의 사멸 뒤의 후신을 가르는 새 시대의 이들이 벌이는 내전 아닌 내전이자 그에 영향을 받은 이들끼리 서로 뒤엉켜 싸우는, 실로 전국시대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책략과 이합집산이 뒤엉킨 대 난전의 기폭제였다.


작가의말

드디어ㅠㅠ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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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4 4 23쪽
»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3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1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5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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