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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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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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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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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DUMMY

그리고 여기 수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한 은퇴식을 치뤘던 이가 있다.


하나같이 곁에서 유언을 모시며 그 이름을 날린 쟁쟁하기 그지없는 이들이 정작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자신과 같은 은퇴를 바란다 하였을 적에 그 표정을 숨기기가 참으로 힘들었거늘, 이제와 그와 같은 표정을 한없이 지을 수 있게 된 이가 다른 이도 아닌, 제국의 황자를 수족마냥 부리며 자신이 타고 있는 수레를 밀어주도록 만들어내고 있었다.


끼릭- 끼릭-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일황자 전하.”


“되었소, 조위. 황태자조차 되지 못한 이의 배려에 무얼 그리 힘들어하는 게요?”


“하오나 미력한 신이 너무나도 그 은혜에 감읍하여.......”


“감읍하면 그대의 마음을 내게 주면 되오. 그대의 심간에 내가 머물 자리를 허락하면 되오. 그대의 머리가 나를 위한 생각으로 가득 차면 되오. 고로 그런 그대가 나의 자방이 되어 내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면 되오.”


그것도 유언의 장자요, 다음 대의 제위를 물려받을 것이 자명한 승계서열 1위인 유범을 종놈마냥 부리고 있는 꼴이었으니 이를 다른 이들이 알았더라면 실로 경을 칠 것이라.


“하오나......”


“무엇보다 고가 아니고서는 이리 밖에 나올 수도 없지 않소? 애초에 앉아서 천 리를 보니 크게 밖을 다니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왕도(성도)에는 보는 눈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변복을 했지, 그 신분이 들키지 않으면서도 한 치 앞도 온전히 볼 수 없는 이 세상을 그대와 함께 보려고.”


그렇게 네 개의 바퀴가 달린 륜거(바퀴 달린 수레)가 움직였고 이를 호종하는 이들 또한 엄중한 태세로 주변을 경계했다.


그러나 그리 호종하는 이들 또한 빈한한 차림인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종놈이 밀어주는 청빈한 집 어른, 장애가 있는 이를 건드리려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뭐야? 어인 병신이 행차하는 게야?”


“륜거라도 뺏을 갑쇼?”


“아서라, 돈도 없어 보이는 데다가 바퀴 달린 의자 하나 빼앗는다고 뭐 바뀌는 게 있더냐?”


당장에 먹고 살 길이 없어 저자의 왈패가 된 이들조차 눈치는 있었다.


“그래도 명가 출신의 이들일 수 있지 않습니까? 사족일 수도 있구요.”


“되었다, 그 무리의 행색조차 초라한 것이 애써 위험을 감수할 연유는 없겠지. 가세가 기울었다면 뜯어먹을 게 없고. 행여나 광한군 출신의 사족이거나 어디 변방에 몰락한 무가라면 더 골치가 아프니 그냥 보내줘.”


“그래도.......”


“이 병신 새끼가 진짜. 야, 넌 도성에서 저리 륜거 타는 병신 한두 명 보냐? 파군만 가더라도 금범적들에게 맞서다가 병신 된 무가 놈들하고 가문의 놈들이 한둘이야?”


“아유, 많죠. 그때만 생각하면 뭐, 되려 저잣 놈들보다 대궐 같은 기와집 밑에 사는 놈들이 더 병신이 많았다고 할 정도니, 어휴.”


“허면 여기 성도는? 없는 집 장애 있는 것들은 죽어도, 있는 집, 그것도 좀 배웠거나 사는데 아쉬울 것 없거나 인생 내놓은 놈들은 가문에서도 안 건드려, 그도 아니면 가문 전체가 목숨을 걸었든지. 아닌 말로, 저 남방에 잘못 내려갔다가 수족들에게 습격당해 부상 입고 돌아온 병신들 못 봤어?”


“아닙니다, 봤습니다. 예. 예.”


“그러니까. 새끼가, 누굴 죽일라고 씨. 재수 없이 전쟁이라도 다녀온 놈들이면 골치 아파. 전우다 뭐다 부상입고 돌아온 동료 복수하겠다고 여럿 불러 모으는 놈들하고 칼부림이라도 나면 네가 우리 조직 책임질래?”


“아, 아닙니다!”


“거기에 아직도 도성 일대에 병사들이 남아있고 그것도 치안 운운하며, 저 서역에서 건너온 사이한 학문을 가르치는 반동분자들 잡아들인다고 성도 교위 휘하의 놈들이 얼마나 설치는 건 너도 알 거 아니야? 이 사농공상의 나라에서 감히 윗사람들을 건들면 어떻게 될지 감당은 돼? 여차하면 무력으로 진압한다, 그간 저자에 무수히 걸린 모가지들 옆에 같이 걸리고 싶어?”


“그, 그러니까요! 예! 제가 실수했습니다, 두령!”


“그래, 그래......., 음? 아, 잠깐만!”


“왜 그러십니까?”


“아씨, 이거 깜빡했다. 야, 지금 밥때 아니냐?”


“아이고! 아이고 깜빡했네! 이거 배급 받으려면 줄 서야 되는데!”


“야이 씨! 뭣들하고 있어! 당장 제가 맡은 구역으로 가서 당장 쌀 안 받아와!”


“다, 다녀오겠습니다! 야, 뭣들 해! 뛰어! 너는 오두미교 사원으로 가고, 너는 사족들 사는 대로변, 너는 나라에서 구휼미 푸는 관사, 그리고 남은 애들은 혹시 몰라도 호족들 사는 쪽으로 돌아봐!”


소위 경제가 붕괴한 대공황 속에서도 이 성도 땅이 어찌 돌아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들의 대화는 현 성도의 사회상이 어떠한지를 살필 수 있는 좋은 증거가 되었다.


“들으셨습니까, 일황자 전하?”


“똑똑히 들었소.”


살랑-


“훗.”


이제는 수레와 더불어 그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은 깃 부채인 우선이 미소와 더불어 그의 입가를 가렸을 때, 그의 수레를 밀고 있던 유장의 맏아들, 장자 유범은 이내 수레를 멈추고 보다 가까이 다가가 그의 곁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알았다.


“성도의 민심이 이리도 흉흉하나 그럼에도 이 땅에 변란과 같은 혼란이 도래할 리는 만무합니다. 즉, 제국이 별 것 아닌 이들의 선전, 선동에 휘둘릴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당장에 불평불만이 많아도 백성들의 폭동을 일으킬 일은 만무하지요. 당장에 광한군 출신의 사족들과 상공인들을 제한 곳곳에서 부족하나마 구휼미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조만간 추수가 가까워진 마당이나 아직까지 미곡을 거둬들일 수 없고, 제 아쉬운 것 쉬이 내려놓을 수가 없는 백성이니 저들이 그 머리에 누렇고 붉은 띠를 두른 이들처럼 제국의 위협으로 돌변할 가능성은 실로 낮다고 봐야 합니다.”


“그럴 거요. 하오나 이 와중에도 장로 놈은 민심을 사들이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이니 그게 거슬릴 따름이니.”


그 와중에 유범이 놓지 못한 것은 장로에 대한 거슬림이었다.


아니, 실상 유언의 장남인 유범 뿐 아니라 남은 형제들인 유탄, 유모, 유장에 이르기까지 오두미교를 필두로 민중을 혹세무민하여 위세를 떨치고 심지어 유언의 총애마저 받고 있는 장로를 좋게 보지 않았다.


“어차피 대세를 정할 무게추는 결국 황상께로 기울었습니다. 그래서 들리는 말씀이오니, 황자 전하께선 비단 이러한 기회를 노리셔야 합니다.”


“기회를 노린다?”


살랑-


“실상 많은 이들이 이 나라에는 동주사와 사족들 그리고 오두미교가 전부인 양 말합니다. 그래요, 중앙의 권력에서 한동안 신경을 써왔던 건 비단 그들이 전부이긴 했습니다. 애초에 토호들이야 토벌의 대상이자 뜯어먹을 이익을 지닌 대상들이었고, 그 밑에 딸린 상공인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허면 이들이 대거 올라서며 작금의 황상과 더불어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 언제냐? 바로 진나라가 들어서며, 새로이 비단길이 뚫리고 그에 수출과 교역을 통한 막대한 수익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그렇게 또다시 한차례의 부드러운 깃 부채의 살랑임이 그 얼굴을 가까이 내민 유범의 턱을 간지럽히며 그를 끌어당겼다.


“그리 빼앗은 이익을 통해 돈맛을 봤습니다. 풍족해지고 부유해지니 이제는 한때 제 기반이 되었던 사족들, 동주사들에게 기대야만 했던 많은 제약들로부터 벗어나기 쉬워졌지요. 의외로 이전 시대의 갈등과 감정의 골이 남아있던 토호들, 상공인들과도 그 은원을 빨리 풀었습니다. 미안하다고 혜택을 주며 더 많은 이익을 넘겨주고 가끔씩 이런저런 사정을 봐주니까 바짝 엎드리고 수그리는 것이 진작 이리 다스리며 좋게 좋게 갈 것을 괜히 벌집을 건드려 그간 내전에 가까운 분쟁을 벌이며 익주를 통치했구나 싶었지요. 여하튼, 그리 해묵은 감정을 풀고 본격적으로 돈 놀음을 시작하니까 가히 돈이 최고구나 싶은 거지요.”


“그건 그렇긴 하다만.......”


“어차피 식량 생산량도 풍족하겠다, 그 와중에 오두미교가 성횡하여 그러한 식량의 낭비 또한 적겠다. 그 와중에 호주머니엔 돈이 넘쳐흐르니 그 돈으로 쌀이다 무구다 뭐다 이것저것 사들여 직계 사병을 키워내면서 소위 상시에 운용이 가능한 친위 사병들의 규모가 증대되고 이들의 무장과 훈련 상태가 건실해지면서 당시 주목이셨던 황상의 권한은 소위 중앙집권화를 넘어선 왕권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이는 비단 그 야망을 자극하는 제위의 참칭을 스스로 자초하도록 만들었지요. 그로 하여금 제힘으로 오롯이 홀로 서도록, 그리하여 독립된 존재요, 자립하여 군림하는 통치자요, 임금이 되도록 하였으니 그리 절대 군주로 거듭난 작금의 황상을 막을 이는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세간은 누구 하나 막아서는 이가 없었다고 했는데, 실로 그렇습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지요.”


그 와중에 주마등처럼 유범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지난날의 기억들이었다.


수많은 성공과 위업 등이 있었으나 그중 제일 가는 치적은 비단 이 땅의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었다.


“감 흥패.”


“예, 애초에 이 파촉 땅에 유일무이하게 유씨와 한조를 비롯한 이 나라의 조당과 토호를 비롯한 사족들까지, 그 모두를 업신여기며 암중의 왕으로 군림했던 것이 바로 그 금범적들의 주인이요, 장강의 수적왕이자, 파군의 비단 군주라 불리웠던 바로 그 감녕을 정리했던 일이었지요.”


지금도 수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자가 된다.


그 유언조차 익주를 저만의 왕국으로 만들고도 당장에 감녕을 건드릴 수 없어서 촉군에는 유언이 왕이고 파군에는 감녕이 왕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대소신료들과 호족들 그리고 상공인들 또한 새로이 유언이 진나라를 끌어들이며 자신들을 길들일 미끼랍시고 내던진 비단길이 아니었더라면 그에 복종하며 협력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 정도였던 것이다. 감녕의 위세와 그런 감녕의 위세를 만들어준 장강이란 물길을 통해 촉금을 빨아들이는 중원이라는 시장의 규모가.


애초에 저 진나라가 개척할 비단길이 아니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익주의 살림을 책임지는 최대의 시장으로 대대손손 남아 그런 감녕의 기반이 되어주었을 터.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신기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신기한 점?”


“의외로 이 나라의 황상께선 각지에 상공업을 끼고 있는 토호들과 그 궁합이 제법 잘 들어맞는다는 점입니다.”


“...........!”


“생각해보십시오, 제아무리 진나라의 비단길이 대단할지라도 황상 휘하에 자리한 사족들이니 동주사들이 하는 이들이 정작 가룡만한 명장을 내놓을 수 있습니까?”


“그건.......”


“허면 반대로 돌이켜보십시오. 제아무리 가룡과 같은 명장이 있는 호족들이라고 해도 비단 장강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감녕의 세력을 무너트릴 자본과 배경 그리고 그에 따른 새로운 위계와 질서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까? 자신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협력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도 모자라, 기존의 위계와 질서를 무너트릴 그 많은 병력들까지 과연 누가 이를 제공합니까?”


생각해보면 그러했다.


유언과 토호들은 서로가 뜻이 맞고 서로의 보완점을 채워주었으니 그 속에서 서로가 바라는 바대로 불편하고 꺼려지며 은연중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감녕의 존재를 지워내는데 성공했다.


“허나 조위, 그대가 놓친 부분이 있소.”


그러나 비단 제아무리 이러한 협력이 이들의 공이라고 한들, 그 공의 빈틈에 자리한 이가 있었다.


살랑-


“누군가 했더니 문사성 광한군 제일의 기재, 진밀을 빼놓고 이야기를 했군요.”


“그렇소, 비단 아직도 아버님께 출사하지 않은 오만한 작자이나 그 오만함에 비견될 식견과 안목 그리고 능력과 재주를 갖춘 이는 그밖에 없지. 달리 말하면, 그래도 비단 광한군 일대의 사족들을 품고 있으면 그들을 움직여서라도, 그들의 청에 의해, 그들의 입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끔씩이나마 그러한 진밀을 궁으로 불러들여 밑에 두고 부릴 수 있게 되는 것이요.”


“어쩌면 그대에 비견될지 모르는 사람, 그러나 세간에서는 그런 그대보다 더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 여겨지는 천고의 기재.”


“그러나 그 본질은 정작 그 재주를 아끼다 못해 제 주인을 업신여기는 오만하고 속 좁은 어린 것이지요. 이 사람에 비해 보여준 것 하나 보잘 것 없는, 대체 언제까지 기재로 남을지 모르는.”


“그래도 언제고 감녕과 같이 자라날 토호들을 정리하기 위해 아주 날카롭게 비려진 칼이지. 실제로 그리 감녕을 잘라내는데 도움을 준 칼이기도 하고.”


마냥 사족들이라고 막연한 중앙집권 외에 유언의 통치에 그 어떠한 도움을 선사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달리 말해 그 진밀의 존재 하나에 기대기 위해서라도 유언이 쉬이 사족들과의 잡은 손을 놓을 리가 만무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를 겁니다.”


“어째서요?”


“토호들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니까.”


“이권.”


그와 더불어 유범의 입에 곱씹어지는 한 존재가 있었다.


소위 앞서 말한 진밀이 사족들의 상징이라면 그 반대되는 존재인 이권은 토호들의 상징이었다.


“일평생 품에서 전국책을 놓지 않았던 그의 일화야 유명하지요? 일찍이 진밀에게 당한 모욕적인 일화와 더불어 세간에 알려진 그 이권을 작금에 이르러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특히나 앞서 말한 진밀과의 일화를 정면에서 반박하여 뒤집어버린 유언과의 맞대결은 지금도 익주 일대에서 화자되는 이야기들 중 하나였다.


물론, 그 또한 감녕의 실질적인 군자금과 같은 무제한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대리전의 양상을 드러내긴 하지만, 군자금 하나 잘 지원해준다고 모든 세력이 막연한 승리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었다.


“그야 직접 증명했으니까, 비록 한시적이나마 비단 동주사들과 더불어 내려와 이 땅의 사족들과 연합한 고의 아비가 이끄는 세력을 거진 정면에서 맞상대한 숙명의 호적수였으니까.”


“예, 정치라면 정치. 전쟁이라면 전쟁. 암계라면 암계, 모략이라면 모략, 못하는 것이 없었지요. 물론, 그 경험은 아직 일천하여 간혹 어리숙하고 아쉬운 실수를 저지르긴 하였으나 그 와중에도 비단 여론을 부추기고 갈등을 만들어내며 판을 뒤집고 상대방을 위태롭게 하는 능력은 물론, 거기에 내우와 외한을 오가며 이를 부추기고 새로이 판을 짜는 능력까지 가히 대단한 재주였지요. 거기에 부족하나마 얼추 군재도 있고, 외교에도 제법 능한 것이 실로 다재다능하였습니다. 마치 젊은 날의 이 사람을 보는 것 같았지요. 물론, 이 사람만큼 많은 분야를 다루지도 또 그에 따른 깊이를 지니지도 못하였지만, 그래도 일개 호족이, 그것도 변방 촌구석의 토호가 그 정도 재능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가 당시엔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에 이를 직접 확인한 조위 또한 그 이권을 도리어 앞서 칭찬한 진밀보다 더 인정하고 있었다.


세간의 이목과 재능을 생각한다면 그래도 다른 평가를 나와야 하건만, 그와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평가였다.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 자네의 말은.......!”


“후후훗, 이것이 바로 전하께서 언급하신 한 치 앞도 온전히 볼 수 없는 이 세상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작금의 유범이 어찌하여 조위를 붙들고 이리 외출을 나왔는가?


그 또한 얼마 전 돌아온 장로가 유언과의 독대 후, 성도 일대를 들썩이게 만들 것을 기억하며 그 와중에 한중이 습격당한 것은 물론, 장강 일대를 비롯한 온 외방에 전쟁, 전쟁, 전쟁을 외치며 각자의 도생을 위해 찢겨 나가는 꼴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외방의 영향 속에 모두가 미쳐 날뛰는 이 듣도 보도 못한 대공황이란 난국의 사화상을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나라가 휘청이고 있다. 물론, 비단 이는 자신들뿐만이 아니나 그럼에도 온 외방이 전쟁으로 돌아선 이 마당에 계한 또한 묘하게도 진나라와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진나라와는 달리 적어도 계한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진다.


그리고 마침 그 해결책을 둔 두 세력의 상징과도 같은 두 사람의 이름이 연이어 언급되었다.


“진밀이냐? 그도 아니면 이권이냐?”


“후후후, 실로 우스운 일이지요. 당장에 나라를 위해선 그 둘 모두를 쥐어야 하건만 정작 그 둘의 은원은 너무나도 깊습니다.”


“그 이권이 한조가 망하면서 너무나도 쉽게 부친에게 출사한 탓에 되려 지금까지 진밀이 조당에 출사하지 않고 있다는 말들까지 나오는 지경이지.”


“진밀로서도 나름 체면을 구긴 상황입니다. 다른 이도 아닌 황상께서 그의 호적수가 되셨으니 되려 가치를 대신 증명해드린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이전의 그를 유명케 한 일화는 비단 틀린 말이, 깨어진 반례가 되었습니다. 물론, 사족들이야 그에 따른 꼬리표로, 파군의 왕이었던 감녕의 후원을 지속적으로 지목하여 그 이권을 깎아내리고 있긴 합니다만.”


“정작 그 감녕을 꾀어내 군자금의 지원을 받고 끝내 그 감녕마저 제 편으로 끌어들인 것도 이권이지. 아, 물론 왕함과의 친분이 이후로도 많은 걸 보장했지만, 별다른 친분 없이도 그 연결고리를 직접 채운 것은 이권이고 그 연결고리를 놓지 않은 것도 감녕이니 그에 따른 평가가 올라갈 수밖에.”


“거기에 가룡도 있지요.”


앞서 이야기한 사족들과 동주사들이 제공하지 못한 명장, 고로 오직 토호들만이 유언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명장의 사례가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또한 이권의 능력인 것이다?”


“이권은 토호답지 않지요. 겁도 많은데 막상 일을 저지르는 것은 거침이 없고 그 머리도 깨인 데다가 호기심이 많아 지모가 뛰어납니다, 때론 사람보다 책을 더 좋아하고 의미없을 공상과 망상, 그리고 상상과 예측을 좋아하니 이는 모사재인의 성향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품과 별개로 가문을 책임져야만 하는 그의 입지와 그의 일생은.”


“그를 그 누구보다 더 토호다운 존재로 유지 시켜주고 있지요. 이 상반된 이명이, 크게 모자지 않고 부족한 것 없이 이것저것 두루 잘하는 그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비록 그 모든 재주가 비수요, 칼처럼 한 방향에 특출나고 뾰족한 것은 아니나 거진 모든 방면을 드넓게 막아낼 수 있는 자질이 있습니다.”


“모순(矛盾)인가?”


“그리 보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허나 엄밀히 말해선 품 안에 품은 비수(匕首)와 전장에서나 쓰는 방패의 차입니다.”


“정치냐? 전쟁이냐?”


“예, 그리고 여기서 그 무엇을 택하느냐에 따라 아조의 운명이 결정지어지게 되겠지요. 황상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서 기회 또한 그리 쏠릴 테니, 남은 것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건가?”


그러고 보니 자신들이 외유를 나오기 전 한 무리의 사족들이 입궁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자신은 두말할 것 없는 황자요, 그것도 계승 1순위의 적장자라. 그렇기에 제게 줄을 댄 심복들이 딴에 벌써 그 줄을 서기 위한 노력들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으니 다른 곳도 아닌 황궁에서 일하는 내관과 나인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에 의거한 그러한 정보의 제공은 믿을만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조만간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간 보이지 않던 한 치 앞이 보일 것이며, 그토록 고대하던 기회 또한 찾아올 것인즉, 유범은 알게 모르게 그 몸이 달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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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7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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