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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569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9.04 21:04
조회
167
추천
5
글자
22쪽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DUMMY

추수를 끝낸 늦가을의 끝자락도 모자라 간혹 눈이 아닌 비를, 안개와 다를 바 없는 서리를 뿌리는 눈이 아닌 새하얀 얼음 비를 뿌리는 때가 왔기 때문일까?


내리쬐는 햇빛 아래 그 먼지인지 서리인지 빗방울인지 얼어붙은 수증기인지 모를 것들이 반짝이며 이 땅에 새하얀 광채요, 별들이 떨어지는 향연을 이룩하는 기적을 보았기 때문일까?


그 어슴푸레한 구름과도 같은 잔상 속에 드높이 솟은 용이 새겨진 깃발 아래, 환호를 시작한 백성들의 준동과 더불어 이를 말리지도 못한 채, 저도 모르게 겁을 먹은 이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실로 용과 같은 새하얀 수염을 흩날리며 그에 걸맞은 신비롭고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는 장수의 복색을 걸친 한 인영이었다.


두두두두-


“뭣들 하느냐! 지금 당장 소식을 전하고 지원을 요청해, 어서!”


그러는 와중 다급히 말 배를 차며 후방으로 흩어지는 전령들의 움직임과 별개로 한데 모이기 시작한 이들의 결집은 실로 봐줄 법한 것이었으니, 썩어도 준치라고 이들 또한 두말할 것 없이 천하를 호령했던 진군이었다.


“철시.”


철컥- 철컥-


“응?”


그러나 그 또한 실로 자비롭고 신비로운 용의 자태만 못한 것이었으니, 가벼이 손을 내리는 그 고아한 몸짓의 끝에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빛으로 반짝이는 구름이요, 용을 감싼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이해할 수 없는 기형적인 소음이었다.


“유성우.”


푸쉬이잉- 슈슈슈슉-


“비, 비가......., 하늘에서 별들이........”


그러한 소음의 끝에 기어코 운무를 다스리는 용이 비를 뿌리는 권능을 선사하였으니, 어느덧 그 운무를 벗어나 자신들이 자리한 하늘 위를 뒤덮는 것은 수없이 많은 반짝이는 별들의 추락을 닮은 화살비였다.


* * *


휘이이잉-


“꺼흡, 어흐읍.........”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푸드드득- 까악- 까악-


곳곳에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사람이라 할 수 없는 형체가, 마땅히 있어야 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 못에 밖인 나무 토막마냥 바닥에 박힌 시체가 즐비한 벌판이 시끄러워졌다.


그 와중에 아직 살아있는 이들의 눈알을 들여다보며 그 고개를 갸웃거리는 까마귀들조차 당장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하늘로 날아오르니, 그러한 무리를 쫓아내며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다급히 말에서 내려 비극이 벌어진 벌판을 다급히 살피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푸흐, 쯧.”


으드드득- 퍼석-


칼끝을 놓지 않은 잘린 팔이 얼어붙은 것은 확인하는 것은 물론, 뽑히지도 않을 정도로 깊게 박힌 화살을 힘겹게 뽑아 그 앞에 달린 칼날인지 빗줄기인지 모를 날카롭게 갈린 화살촉마저 확인한 이들은 이내 자신들을 이끄는 이 앞에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가져다 바쳤다.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해보고 죽었습니다.”


“날카롭게 비려낸 것이 살촉이 가히 검신이로구나. 요놈이 범인인 듯 싶은데.”


“송구하오나 저희가 운송하는 살촉 중에 이러한 물건은 없습니다.”


“이 땅의 물건이 아니다? 이리 귀품인데?”


다그닥- 다그닥-


“장군! 순우경 장군! 지금 당장 적미군을 이끌고 회군하시라는 국상 어른의 명이 계셨습니다!”


그러던 차, 곁에 모여든 이들과 이끄는 이의 신원을 부르짖는 다급한 전령의 외침이 도달했다.


“뭐?”


“계한이 전쟁을 일으켰답니다! 국상의 밀명을 수행하던 하모 부장이 죽임을 당했고, 그 목이 장안성에 도착하였으며 이미 그 선봉대에 해당하는 이들이 국경을 넘었답니다!”


“.........!”


그와 더불어 전해진 소식은 가히 그곳에 자리한 이들 모두를 동요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장구우운-!”


그러나 애석하게도 비극은 예서 끝나지 않았으니 용과 함께 옹주에 찾아든 전운의 먹구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또 뭐야! 어디서 온 전령이야!”


“오장원에서 구원요청입니다! 야곡 일대에 끝도 없이 늘어진 계곡을 따라 계한의 정병이 북상하는 중, 무곡수의 강변을 그득 메운 이들이 포야도를 따라 거침없이 진격 중이라 합니다!”


“그 수는?”


“아직 정확히 파악된 것은 아니나, 무곡수 일대들 뒤덮었다 하니 족히 10만에 달할 것이라고......”


“.........!”


계한에서 일으킨 전쟁.


벌써부터 국경을 넘어선 내부를 휘젓고 다니는 선봉대.


물경 십만에 달하는 본대.


북원, 마총도 모자라 미현이라는 이름의 보리와 밀, 쌀을 비롯한 오만 잡곡이 익어가는 평야가 자리한 옹주 서쪽의 곡창지대요, 실질적으로 군량을 보관하는 창고가 자리한 미오성까지 근접한 오장원으로의 침공까지.


졸지에 그 머리가 아파오며 피가 거꾸로 솟기 시작한 순우경의 손아귀에 다시금 주먹이 쥐어지며 핏물이 맺히는 순간이었다.


“돌아간다.”


“예?”


“당장에 장안으로 돌아가야 대처를 마련할 것 아니야!”


푸히히힝-


“제기랄, 서둘러라!”


두두두두-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이보다 빠를 수 있을까? 얼어붙은 땅을 박차는 이들의 말발굽과 더불어 이전처럼 드높은 하늘로 비상하지 못한 채, 추락하는 낮게 흙먼지는 실로 애처로운 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 * *


그리고 그 시각.


곳곳에서 들어오기 시작한 척후를 비롯한 전령들의 보고와 충돌을 비롯한 전투의 양상이 속속들이 전해지고 있는 장안성 일대의 혼란은 가히 상상 그 이상이라 말할 수 있었다.


포홍이 이 땅을 제 기반으로 삼은 이래, 누구의 침략도 겪어본 적이 없으며 소위 전쟁은 마땅히 남의 일이자 이 땅을 벗어난 저 외방에만 속하는 일이라 아주 당연하게 평화를 비롯한 안락의 시절만을 누려온 이들에게 던져진 전쟁이란 두 글자는 기어코 계한에서 벌어졌던 대공황과는 다른 의미의 대공황을 선사했다.


“짐부터 싸라! 짐부터 싸라!”


“보내줘라! 우리를 성 밖으로 보내줘!”


“성밖에 나섰다가 죽는 걸 몰라! 차라리 장안이 더 나아! 이 옹주 땅에 수도요, 제일 두꺼운 성곽이 지키고 있는데 여길 버려두고 어딜 가!”


“성 밖에 자리한 고을 일대엔 벌써 피난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단 말이야! 늦으면, 늦으면 어쩌려고!”


“성내로 보내줘라! 우리를 장안성 내로 보내줘!”


“진정하십시요! 진정하십시오! 여러분, 이러면 혼란만이 더 가중됩니다! 자중하여 옹주정의 명이 떨어질 때까지 자택에서 머물고 계시는 것이........”


“야, 이 빌어먹을 새끼야! 네가 전쟁을 겪어봤어! 진국에 가면 전쟁은 없을 것이라더니, 이게 무슨 꼴이냐! 우리를 살려내라, 살려내! 장안성 안으로 들여보내 달란 말이야!”


특히나 토지와 점포를 비롯한 소위 움직이지 않은 부동산이라는 개념의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가난한 이들이, 애당초 정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이주민이요, 유민의 성향을 쉬이 놓지 못했던 이들이 우르르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하며 일대를 휘젓고 다니면서 장안성 일대에 혼란은 더더욱 커지고 있었다.


성곽의 안에 자리한 이들은 다급히 얼마 되지 않은 가산을 처분하고서라도 삼보 일대가 자리한 안전한 동쪽으로 피난하겠다고 난리, 성곽의 바깥에 자리한 이들은 어떻게든 성벽의 보호를 받겠다고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난리, 가히 안팎으로 인파가 뒤엉킨 분란과 폭동이 시도때도 없이 벌어지는 와중이었다.


“쯧, 저리들 엉덩이가 가벼워서야.”


“그렇긴 합니다만, 정작 저들은 전란을 직접 겪은 이들이 아닙니까? 우리도 필경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어허! 아직 전쟁이 본격화된 것도 아니거늘, 어찌하여 이리 경거망동하는 게야! 그리고 애초에 이 아비의 기반이 이곳이거늘, 여길 버려두고 어디를 가라고!”


“일찍이 수많은 직물 창고들이 불타 난리도 아니었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구휼미도 떨어졌다 민심이 흉흉한 마당에 일개 강족들의 습격조차 막지 못하는 이들이 어찌 계한이 마음먹고 보낸 정병을 막습니까!”


“어차피 저리 미쳐 날뛰는 것들 때문에 밖으로 나서지도 못한다. 상황을 봐야지, 얼추 저것들이 설치는 것이 정리되면 그때 움직이거나 조금씩 기반을 옮겨도 늦지 않아. 여차하면 내 줄을 대고 있는 별가나 공조와 같은 이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소식을 들을 것이니, 크게 동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 뭣하면 처분하기 쉽거나 옮겨놓기 좋은 것들만 따로 정리해두거라. 보옥과 귀금속, 비단, 포목 같은 것들 말이다.”


반대로 이 땅에 정착하여 온전한 기반을 소유하고 안착한 이들의 경우 거진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어차피 발이 묶인 상황인데다가 당장에 전쟁에 대한 소식도 보다 명확히 전달받을 수 있었으니, 그 정보 격차가 애먼 선동과 풍문에 대한 불안감을 덜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눈앞에 저리 난리를 피우며 피난의 행렬을 자처하며 떠나는 천것들의 준동은 알게 모를 불안감을 선사하기에 적지 않은 동요를 일으키니 그리 마음이 동한 이들이 일찍이 이주를 비롯한 가산의 이동과 피난을 준비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었으니, 비단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그러한 자신들의 거취를 결정지을 이 땅의 제일 높으신 분들이 모여드는 조당과 같은 자리에서 내려진 결의안과 그에 따른 대처뿐이었다.


“어떻게 하실 거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이제와서 뭘 어쩌라는 말인가!”


“뭐요? 아니, 그럼 여지껏 그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독재를 일삼았으면서 이제와 그에 따른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소리요!”


콰앙-


“독재는 무슨, 얼어 죽을 독재! 이 땅의 백성들을 비롯한 이들의 지지를 얻어 벌인 일에 무슨 죄가 있다고!”


“혹세무민하여 백성들을 현혹시킨 민중독재요, 우민 독재를 자처하였으니 그게 죄지! 어찌 죄가 아닌가! 현실이 아닌 이상을 팔아치웠고! 그에 따른 백성들 모두를 그 이상을 빙자한 망상 속에 살게 만들었으니, 비단 이것이 앵속을 뿌려 저들의 현실을 앗아간 관동의 제후들과 다를 게 뭔가!”


“뭐가 어쩌고 어째! 말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필이면 연이은 내부 세력 간의 암투와 갈등에 의해 사회가 혼란스럽고 군부마저 무너져 내린 이 마당에 벌어진 전란의 비극은 기어코 예견된 전쟁의 불씨를 당기고야 말았던 것이 문제였을까?


이는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화마보다도 더 무서운 벼락과 비를 뿌리는 시커먼 전운의 확산을 통한 전장의 확대와 더불어 실로 돌이킬 수 없는 전란을 확정지었으며, 그간 이 땅의 드리워졌던, 자유와 공화의 축복 이름의 따스한 햇살마저 모조리 가려버린 셈이 되었다.


“바깥의 상황은?”


“민중의 혼란이 양방성을 드러내고 있사옵니다. 그나마 여전히 옹주정에 충성하는 이들이 제법 많사오나 그에 대한 우려는 물론, 힐난과 비판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형국이옵니다.”


“그렇구나.”


우려의 보고를 올리는 승상부의 이들을 대신하여 빈 용상을 제한 상석에 앉아 조용히 두 눈을 감은 병원은 애석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책임지란 말이야!


- 책임이고 나발이고, 이대로 우리의 자유를 빼앗길 거냐고! 자유와 공화를 위해 싸워야지! 제국의 마수에, 사농공상에 의거한 위계질서의 권위에 굴복할 것이야!


- 선정을 빙자한 고통만 선사하는데 뭘 그렇게들 충성을 해! 이 추종자들아! 애초에 군부의 이들을 쫓아내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잖아!


- 위대한 자유와 공화주의를 받았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감히 지금 누구를 욕보여!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요, 비단 없었던 일처럼 사라지게 되는 순간이었으니 모든 것을 도외시한 채, 오직 이상만을 위해 나아가던 시절이, 실로 꿈과 같았던 짧은 반짝임의 끝자락에 돌아온 현실은 더할 나위 없이 많은 민중의 이탈, 우려, 반발을 비롯해 아직까지 뭣 모르는 희망이란 앵속에 도취된 광신도와 같은 스스로 사고할 줄 모르는 이들만을 남겼으니 그렇게 갈라선 이들이 극과 극으로 쪼개진 자리에 깊어진 갈등의 골에 의한 성내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에도 용의 출현을 앞세운 계한의 선봉대가 일으킨 소요사태는 지속되고 있었다.


* * *


콰직- 콰직-


“부숴라! 부숴! 관창의 문부터 부숴라!”


매끈하게 비려진 전장용 도끼를 들고 있는 도부수들이 육중한 기세로 창고의 문을 부수고 안으로 진입하니 그 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북이 쌓여있는 곡식들이었다.


“본을 보인다. 그 성질이 사납고 주변과 어울리지 못했던 관병들 위주로 선별하여 그 목을 베어 저자에 걸러라.”


“예.”


“기왕지사 알릴 한조의 부활이라면 밑바닥 민심부터 긁어모아야 함이니.......”


무심한 듯 신중한 듯 보이는 그의 명령에 그 행실이 바르지 못했던 관병들 여럿이 끌려 나왔고 이내 그 위로 떨어져 내리는 도끼날에 그간 그들에게 피해를 입었던 민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푸욱- 촤르르륵-


“많이도 모아두셨군. 가져가시오, 그대들의 것이니.”


거기다 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간 창고에 쌓인 곡식까지 민간에 무상으로 풀어주니 가히 그 민심이 천심이 된 듯 연신 가룡의 이름을 외치며 감읍하고 그에 찬사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크흑!”


“감사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계한이요. 우리는 다시금 그대들의 민심을 얻어 천하를 일통할 것이니, 그에 그대들의 진심부터 얻어내리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비단 전장을 전전하는 일개 무장이 내보일 조치는 아니었다.


“저, 장군 송구하오나 이는.......”


“알아, 무슨 말을 하는지.”


“하오나 호족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거진 이것들이 모조리 그들이 수확하며 재미를 보아야 할 것들이 아닙니까?”


무엇보다 이러한 자율적 행동이 보장된 직분이 아니고서야 쉬이 이럴 수가 없었고, 설사 그렇다고 하여도 살인과 방화, 약탈 그리고 기타 전쟁에 따른 부수적 행위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련의 행위에 다른 장수들을 비롯한 군의 수뇌에서까지 적지 않은 반발이 따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가룡은 실로 기품이 느껴지는 용수와 같은 제 수염을 쓸어내리며 그 입장을 고수했다.


“진정으로 관서, 아니, 이 땅의 패자로 올라선 진국을 무너트리고 싶으면 이리해야지. 그 정도 전략조차 이해 못 하면서 놈들과 전쟁을 벌이겠다? 그만큼 생각 없는 짓이 어디 있어?”


“하오나, 그럼에도 그들이 건질 것은 있어야.....”


“고작해야 옹주의 변방이야, 그것도 뜯어먹을 것 없는 촌구석의 초입이고. 헌데 그런 이들까지 건드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야 하겠나?”


“그것이....., 송구하옵니다.”


“아니야, 우려는 충분하지. 허나 이번 전쟁에 비단 호족들만 참여하였는가? 반대로 그들과 입장이 갈리는 동주사들은 어떨 것 같은가?”


“아무래도 자신들의 터전이 그대로이거나 더 발전된 양상일 터이니, 더더욱 좋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그거야. 그 정도면 나중에 동주사들과 교섭해서 호족들 몫으로 조금 더 챙겨주는 것으로 충분하겠지.”


달리 말하면 군의 수뇌를 비롯한 다수의 우려를 어찌 무마시킬지에 대한 방안 또한 이미 마련해두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룡의 입장에서 이번 전쟁이 실로 편아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유언의 질시와 견제를 받언 이전과 달리 자신을 이해하여주는 이가 가장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예, 압니다. 알아요. 이권 도독이 계시니 전투보다 전략에 입안한 전술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여주시고 가납해주시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그래, 그 이권 정도 되는 사람이 총책임자의 자리를 꿰찼으니 실상 이러한 전략도 입안될 수 있는 게야.”


그렇게 여전히 제게 찬사를 마지 않는 백성들을 향해 인자한 자태로 손을 흔들어주는 가룡은 진정으로, 그 밑바닥서부터 지층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진국의 동토층이나 다름이 없는 진인이란 민중 계층의 정체성을 부수고자 했다.


그 모든 밑바닥 기반이 부서져 내려야 그 위에 찬란히 쌓아 올린 드높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누각이 붕괴하는 지반과 함께 힘없이 무너져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진국의 멸망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어야 해. 이전의 청사에서 그러하였듯, 그리 민심을 잃고 민중의 반발을 기점으로 우르르 무너져야 해.”


승천을 바라는 용의 바램은 더할 나위 없는 하늘의 탈환이요, 이를 위해 내리는 비는 민중의 갈증과 힘겨움을 위로할 보살핌이라, 실로 이를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존경심이 나게 만드는 그의 결심은 실로 충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크흠! 역시 이래서 제가 장군을 따르나 봅니다.”


“실없는 소리.”


“실없지 않습니다. 저는 누가 뭐래도 우리 촉주가 배출해낸, 아주 자랑스러운 용을 숭배하니까요.”


“쯧, 그만하라. 불경한 말이니.”


그러나 가룡 또한 본의 아니게 유언과 얽히며 처하게 된 입장이라는 것이 있어 비단 혹여나 싶을 오해에 대한 조심성은 놓지 말아야 함이었다.


“칫, 누가 무슨 성도에 계신 황룡을 일컬었습니까? 아니, 그리고 그것도 웃긴 게 비단 위치는 조금 어긋났어도 엄밀히 촉주 또한 서방입니다. 그에 악명을 지닌 진나라가 자신들의 위치와 상징으로서 서방 백제가 어쩌고 하지만, 실상 그 기원은 흑룡을 잡아 이를 제 선조 삼아 후계를 자처했다는 진 문공의 일화에서 보듯, 그들은 북방 흑수의 지신인 현무를 숭배하지요.”


“그래서?”


“뭐 엄밀히 말해 새하얗게 빛나고 멋들어지며 그 광채가 절로 나는 자비로운 용이라면 역시 고고한 천상을 노니는 서토의 백룡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애초에 소장은 황룡을 가리킨 뜻이 아니었다는 말이지요.”


물론, 저를 아끼는 제 수하의 의중 또한 그것이 아니었지만 막상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서토의 백룡은 몰라도, 저 북방에서 제법 그에 어울린 백룡은 알지.”


“아, 그 백마의 종에 이름 자가 운(雲)이라서 자룡인가 운룡인가 뭔가 하는 공손찬 휘하의 무장 말입니까?”


“그래, 무엇 때문에 한조에 반하는 이의 밑에 있는지 그 연유는 모르겠지만.”


그리 지속된 수하와의 만담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천하의 구석구석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까지 끄집어내 짧디짧은 천하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뭐, 어디 거기만 문제겠습니까? 실상 하북이야 아주 징그러운 상황이지요. 아닌 말로, 공손찬만 문제가 아니라........”


특히나 하북의 경우 실로 혼란스러운 것이 그 동서가 가히 개판이 아니었는데 동쪽으로는 기주를 집어삼키려는 흑산적의 이들은 나라를 세우려 하며 본디 기주를 차지하던 기주목 휘하의 이들은 더 먼 동쪽으로 퇴각하여 기반을 옮겼고, 그 와중에 유언을 주축으로 한 세력의 결집과 더불어 청류파 명사로 이름난 원 본초의 이들이 합류하는 와중에 군자행이다 뭐다 무명사족들의 출사가 연이어지는 형국이었다.


그 와중에 유주를 차지한 공손찬의 기세는 가히 대단해서 그에 연대를 자처하던 북방의 이민족들이 모조리 격파되는 것은 물론, 현 상황에 유우의 근거지나 다름이 없는 계 일대까지 전방위적인 압박과 진출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반대로 하북의 서쪽의 경우 거진 비단길로부터 그 교역이 끊어진 사연택을 둔 남흉노와 여포 측의 마찰이 커져가는 중이었는데 상인들도 없는 공백의 시기에 드넓은 호수와 광야를 둔 대회전이 예고된다는 이야기들이 지속되고 있었다.


“...., 하여, 드는 생각인데 공손찬에 버금갈 무예와 지휘를 지녔다던 그 자룡인가 뭔가 하는 이도 대단하지만, 당장에 그 남흉노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여 봉선 또한 괴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 공손찬과 자룡보다도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직감이 강하게 들게 되지요.”


“그러게 말이다. 길들여지지 않을 짐승이라고, 한때 제 양부인 정원도 버리고 포홍에게 붙었다가 끝내 이조차 배신하고 다시 그에게 돌아갔다가, 또다시 그 정원의 등 뒤에 칼을 꽂았다는 식의 풍문이 얼추 있긴 한데 뭐, 암살범이 실상 따로 있다는 말도 있으니 이는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모를 일이지. 그래도 그 별호조차 앞뒤 재지 않고 날아오르는 비장이라, 그 실력만큼은 보증하는 것 아니겠더냐?”


“그 비장만 놓고 보면 멋지지요. 마치 장연의 별호인 비연처럼 날쌘 움직임을 떠오르게 하니 말입니다. 문제는 그 위로 덧씌워진 각인이 황충인데, 에휴. 추수철에 날아드는 누런 들녘 갉아먹는 금빛 메뚜기가 폴짝폴짝 뛰다 못해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드는 것을 상상하니 어휴, 뭔가 한심스러우면서도 소름이 돋고 징그러워서. 뭐, 그래도 날아드는 새까지 붙잡아 뜯어먹은 그 뒷다리 삐쭉삐쭉한 징그러운 해중을 생각하면 그 강함의 이면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렇게 세상은 가히 난세를 뛰어넘은 전국이라, 곳곳에서 사건 사고들이 가득하며 역시 시대는 혼란스러우나 그 와중에 걸출한 인물은 많은 듯 싶었다.


“그래도, 장군. 다른 걸 떠나서 무장에게 붙는 별호로서 황충(蝗蟲)보단 소장이 추천해드린 백룡이 낫지요? 그래도 백룡은 장군처럼 고고하고 누구처럼 징그럽고 소름이 돋진 않지 않습니까?”


“백룡이라......, 그럴 바에야 차라리 동쪽의 청룡을 꿈꾸겠지.”


“예?”


그러나 그 와중에 문득 새어 나온 진심은 비단 작금의 놓인 그의 처지를 벗어나고픈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9.05 18:22
    No. 1

    25/28 해중

    가룡이 황충이었구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9.05 18:23
    No. 2

    어? 아니네 다른 사람이구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9.05 23:59
    No. 3

    누리 황 벌레 충 황충 = 예나 지금이나 재앙으로 알려지는 메뚜기 떼를 뜻합니다. 예전에 여포를 다룰 적에도 써먹었고 호로관 메뚜기인 여포 때문에 글 초반부부터 여포를 다룰 때, 여포가 황금갑옷을 넘겨받았고 포홍의 후계를 자처하는 식의 전개 부분에서부터 황금메뚜기 등으로 다뤄온 이미지인데 글이 길어지면서 많은 분들에게서 잊혀졌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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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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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2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2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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