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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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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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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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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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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8쪽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DUMMY

콰앙-


“굳이 탄핵할 필요가 없다니요! 그게 지금, 그게 지금 무슨 소립니까-!”


그리고 지금 순우경은 저도 모르게 그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반발하는 이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 속에, 저도 모르게 반응한 것은 그래,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맞습니다! 여기 순우 장군 주장 말대로,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야 모두의 앞에 새로 들어선 저희의 존재가 각인됨과 동시에 저희가 관장하는 힘의 질서가 새겨집니다. 일전의 모두의 동의 속에 양도받은 힘을 굳이 시험하여 세간에 보여주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 바로 다 이러한 안배를 위함이요, 이전 정권에 남은 잔재요, 영향력을 단숨에 치워버리기 위함이란 말입니다!”


이미 기존의 이들에게 있어 여러 권한을 양보받고 위임받아 새로이 들어선 군사정권이라는 이름의 신정부의 수립과 더불어 그러한 정부의 새로운 얼굴이요, 주인으로 등극한 병원의 신 재상 등극과 동시에 터져 나온 문제였다.


누구로부터 흘러나와 누구의 영향을 받았을지 모를 그 미세한 파동에 의한 변화가 기어코 계획된 것과는 다른 비틀린 무언가를 벌써부터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위세가, 위력의 과시가 다른 세력들에게 과하게 해석될 수도 있소. 일직이 민의를 빙자한 여론을 움켜쥐고 폭주한 이전 정권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결과일 수도 있단 말이요. 아닌 말로, 위력 과시야 의회해산. 그러니까 사부회의 실질적인 해체만 보여줘도 충분하다는 말이지. 전시체제의 전환이자 군정으로의 이관을 의미하는 것이 무얼 상징하는지 모를 저들이 아니요.”


“하오나!”


특히나 지난날 자신의 앞에 자리한 관녕에게 설득당하였으며, 그 이전에 포홍과의 만남을 떠올려 충신도 간신도 되지 말고 그 사이에 있으라는 그 오묘한 발언 때문에 전향을 선택했던 순우경으로선 최소한의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서도 이전 세력의 정리에 대한 정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비단 탄핵이다 뭐다 끝까지 밀어붙인다고 해서 과연 이쪽에 복종을 자처한 이들이 진정으로 그에 더한 복종을 자처하겠소? 되려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끝장내는 모습에 되려 겁을 집어먹고 저들도 끝내 저렇게 될까 암중에 두려움을 느낀 채, 모종의 일을 꾸밀지 모를 일이요. 그것도 가뜩이나 외적이 장안의 코앞까지 와 있는 이 마당에 최대한 저들을 어르고 달래 저들이 지닌 인력과 재원을 뽑아 써야 할 판에, 이에 대한 압박만이 답이 되리라 생각하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이러한 관녕의 주장이 마냥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에 양쪽으로 갈라진 목소리는 이내 적지 않은 혼선을 빚었다.


그러나 그리 둘로 나뉜 반응조차 점차 합리적이고 최대한 빠른 안정과 수습을 원하는 쪽으로 그 목소리가 기울여지니 이내 이들이 협의를 본 것은 탄핵의 상정과 더불어 진 국상 풍방 스스로가 자리를 내놓게 하는 것이었다.


이 또한 타협이라면 타협이었으나 모두가 보는 앞에 새 정부의 결단 아래, 강제력을 지닌 법집행의 행사가 아닌 권고 수준에서 그친 것이다.


“대체 어찌 된 겁니까? 당장에 내 앞에서, 내 밑에 자리한 적미군의 처분과 그에 따른 설득을 논할 당시에는 이러한 말은 없었습니다. 한데 이제와 뭐요?”


그렇기에 스리슬쩍 상호 협의와 더불어 그의 실각에 대한 절차가 넘어간 이후, 잠시 휴정의 자리를 가지는 순간에 차례를 기다려 그에게 다가간 순우경은 양해를 구하며 장소를 옮긴 채, 둘만 있는 곳에서 그를 몰아붙일 수밖에 없었다.


“뭐가 그리 불안한가? 예서 그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네, 그도 아니면 되려 이제와 그대의 주인을 배신했다, 언제고 돌아올 그 보복이 두려워 그러는가?”


“하......., 어처구니가 없어서. 내 할 말은 많으나 당장에 틀린 두 가지만 꼬집자면. 하나는 엄밀히 말해 그와 나는 거진 협력 관계였지 주종관계는 아니었다는 것이고, 둘은 내 여태껏 장수로 살아오며 그리 수없이 많은 죽음을 거쳤으니 억울한 죽음은 있을 수 있어도 그 알량한 보복 따위에 두려워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보다, 대체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무얼 말인가?”


물론, 딴에 일국의 승상이라고 그 언변이 유려한 이답게 빠져나가는 것이 매끄럽고 천연덕스러웠으나 그럼에도 순우경은 제 신경을 건드린 그 오묘한 변절자의 감이자 촉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저 무얼 위한 변절입니까?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아니고 꼭 이제와 상황판단 다 끝내고 남은 생각 정리하고 일을 저지른 모양새인데, 반대로 묻지요. 두려움도 아니고 딱히 잇속 따질 위인도 아닌 듯 보이는 이가 대저 무엇 때문에 초심을 바꿨습니까?”


“변절이라니, 초심을 뒤바꾸다니, 암만 그래도 말이 심하군그래. 되려 변절도 모자라 초심까지 뒤바꾼 것으로 따지자면, 폐하도 모자라 진 국상까지 거친 자네가 더한 것 아닌가?”


물론, 이 또한 관녕의 비꼼과 같이 그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순우경이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이 사람은 초심을 찾았습니다. 아닌 말로, 실상 공의 설득보다 그 초심에 기울어져 끝내 설득당한 거라 봐야겠지요.”


“그래, 그 초심이 뭔가?”


“충신이 되려 하지도, 간신이 되려 하지도 마라.”


“........!”


어쩌면 이 말이 순우경, 그 스스로를 벼랑 끝에서 구해주었다 해야 할 것이다.


막연히 포홍에게 충성을 자처했다면 그에 대한 갈망 탓에 더 큰 소외감과 상실감을 느껴 더한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이는 끝내 더한 어긋남이자 엇나감이 되어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을 것이다.


반대로 그 배를 갈아타 풍방의 배에 올라탄 뒤 하모마냥 순박하게 충성하여 간신 짓을 일삼았다면 그와 같은 비극을 겪었겠지.


그도 아니면 이번 풍방의 실각처럼 그 모든 책임을 짐과 동시에 은퇴도 모자라 그 처분이 정해질 때까지 구금되는 옥살이와 같은 극형을 받게 될 것이나 정작 이것도 풍방이니까 이 정도지, 그 정도 세력과 뒷배도 없는 일개 장수인 자신은 언제 어떻게 그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결과였다.


그 모든 걸 깨닫고 나니 되려 그 모든 것에 초연해졌고, 어쩌면 그때의 자신에게 처음으로 전해졌던 그 말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다 못해 그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아닌 말로 그에 경탄하며 이를 곱씹은 관녕의 이채와 번뜩임 또한 보통 반응은 아니었으니까.


“실로 오묘한 말이로군, 놀랍게도 가벼이 넘기기에는 자네의 생에 부합하니, 실로 그 의미가 남달라.”


“더 해드릴까요?”


“더 있는가?”


그리고 그리 발전된 안목과 그에 따른 경험이 보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은 그의 심안을 깨워 눈앞의 관녕을 보다 깊숙이 읽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같은 말입니다.”


“상관없네.”


마치 갈증을 느끼는 이처럼 반응하는 그는 지금 제가 겪은 이 격언이 필요한 것이 분명했다.


“충신을 가장한 간신이 되지 마라, 그렇다고 간신을 가장한 충신이 되지도 말고.”


“흐음. 그렇군, 그랬어.”


“한 가지를 더 얹지요. 이 또한 같은 말입니다.”


“무엇인가?”


“잊지 마라.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가 충신과 간신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 사이에 서는 것이니.”


그렇게 그 마지막 끝맺음조차 남지 않은 그 말이 끝났을 때, 관녕은 짐짓 그 말 뒤에 따라올 공백을 굳이 밝히지 않아도 얼추 이를 느끼는 듯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 가지 물어도 되겠는가?”


“물으시지요.”


“이와 비슷한 문구는 사서를 찾다 보면 나오긴 할 게야. 비단 그 어느 쪽이든 과하게 엇나가거나 잘못된 쪽으로 발을 들이게 되면 그 끝이 좋지 않다는 뜻일 테니. 관계도 공적도 양심도 판결도 일생의 행보와 그에 따른 선택, 살아온 족적이 그럴 테지. 그렇다고 자네 같은 이가 이러한 문구를 사서에서 찾아 품고 다녔다 생각하진 않네.”


“맞습니다.”


“그렇군. 해서 묻겠는데 이 말,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나?”


“서원팔교위 시절 암습을 이겨내고 옥사 밖을 나오자마자 마주한 제게 폐하께서 직접 남기신 말씀입니다.”


“..........!”


그리고 마침내, 관녕의 눈이 크게 개안했다.


“필경 도움이 되실 겁니다. 지금의 공께서도 자칫 잘못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실 테니까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돌아오실 수 있는 곳만을 골라 걸음을 내딛으십시오. 돌아올 수 없는 길은 길이 아니니, 부디 이 나라의 또다른 재상이 앞선 이들와 같은 비극을 겪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제야, 이제야 알 것도 같으니 어째서 병원은 그러한 최후를 맞이하였고, 어찌하여 풍방은 이와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


그나마 그 중간에 선 가 문화의 잔혹한 수습이 아니었더라면 이는 진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을 것이니, 그 끝에선 일룡도, 이 나라의 재상도 누구 하나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내 막연히 붙들어야 할 초심이로군. 아니,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 몸담은 이들 전부가 품어야 할, 이 나라의 관료들이라면 당연히 품어야 마땅한 초심이지.”


그렇게 관녕은 돌아온 자리에서 의외의 말과 함께 자신의 결정을 번복했다.


“옳음을 놓지 못해 억울함을 품고 화를 자초한 내 자신이 한스럽도다.”


그와 더불어 그가 남긴 한마디는 그리 자리에 모여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는데, 이는 그 스스로를 억누르지 못해 엇나간 병원의 폭주는 물론이거니와, 풍방의 선례를 비롯한 이전 정권과 세력들의 실수를 곱씹어 작금의 새 정권을 물려받은 이들의 초심을 일깨우는 격언이 되었다.


“돌아올 수 있는 길을 가고, 돌아볼 수 있는 삶을 살면, 돌이킬 수 없는 생이라 한들, 바로잡을 수 있다.”


끝내 사람을 살리는 것은 희망이라 했던가?


- 바로잡자 장안이여! 다시 살아가자, 옹주여!


-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금 나아가자, 대진이여!


풍방의 탄핵에 대한 결의와 더불어 이러한 일화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장안의 민심 또한 다시금 일렁이는 물결이 되었다.


마치 지난 공화정의 폭주를 겪고 풍방의 날뜀까지 겪으며 오만 환란 속에 그 심신이 지친 이들이 되려 그 모든 과거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반성한답시고 감화되어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어나오니 그리 들어선 신정부의 군정을 알리는 참회의 선언과 더불어 그 몸에 나무로 된 형구를 뒤집어쓴 풍방이 수많은 인파가 모여든 궁궐과도 같은 그의 저택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본 국상은 천의를 져버리고 민의를 돌보지 못한 죄를 통감하는 바, 본연의 책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만 자리에서 내려와 사퇴함과 동시에 그에 따른 업을 짊어지고자 참회할 것을, 하여 스스로 옥에 들어갈 것을 청하였기에, 이리........”


와아아아아-


이는 실상 보여주기식 장치요, 감옥에 들어가기 전 어떻게든 다급히 제 입지를 챙기기 위해 움직인 풍방의 공연이었는데, 웃기는 것은 자발적으로 제 몸에 형구까지 차고 제 딴에 짧은 연설과 그에 따른 소감까진 마친 채, 스스로가 벌이는 폐막식이었다.


이미 혁명이나 다름이 없는 군사정권의 신정부 선언과 별개로 일찍이 그에 협조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이 이미 그 내부를 규합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군부의 눈치 속에 탄핵을 부르짖는 상소와 청원을 올렸고, 되려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최고 결정권자인 재상 관녕이 그 결정을 번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이 틀어진 것을 안 풍방이 자발적으로 써다 바친 반성문이었다.


“뭣들 하느냐! 죄인을 압송하라!”


- 비키시오! 투옥을 자처한 죄인을 이송 중이요!


애석한 것은 앵속까지 써가며 그의 정신을 홀려놓으려 했던 것과 달리 대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모를 개소리와 더불어 이미 결의했던 자발적인 사퇴안까지 물리며 강제적 탄핵을 시행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휘하의 이들을 무장시키고 변복시켜 관병과 이를 집행하는 관리행세까지 자처하면서 제 발로 제 집을 나와 그토록 제가 갈망했던, 제가 들어서고자 했던 진나라 황궁으로의 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이 나라의 정의가 다시 쓰여지고 이를 위해 대역죄인을 호송하는 장엄한 모습들이었으나 수없이 많은 호송 인원들로 가려진 인마의 벽 속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대체 어디서 틀어진 거에요? 앵속이 함량 미달은 아닐 테고?”


“그것이 소인들도 잘......”


“그게 할 소린가?”


“소, 송구합니다. 하오나 실로 접점이 없습니다. 비단 휴정 당시에 승상 병원이 여러 이들을 만났다고 하는데, 이것이 누구 하나를 꼭 집기에는 여러 이들과 사적인 담화를 나눈지라......”


“하아, 뭐. 됐어요. 그래, 이렇게 쉬우면 그게 거짓말이지. 아닌 말로, 제 친우가 그리 허망히 죽어버렸는데 그에 깨달음도 없이 이리 그 알량한 미몽과 세뇌에 흔들리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그나저나 이 빌어먹을 형구, 적당하게 조이라니까, 아주 적당한 정도를 넘어섰네요? 거기에 이 피부 좀 봐, 다 쓸리고 짓눌려서 상처가 가득한데 당장에 약도 못 발라, 이러면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니까? 어떻게 할 거야, 이거?”


절그럭-


무거운 사슬에 얽힌 형구를 힘겹게 들어 올리며 나 힘들어요, 하고 앙탈을 부리고 있는 죄인 앞에 그 곁을 따르는 이들이 연신 그 고개를 조아리기 바빴다.


“도, 돌아서는 길에 형구를 채운 자를 찾아 엄벌을 내리겠습니다.”


“팔다리 모조리 잘라요, 나 진짜 힘들어. 이거 농담 아니야.”


“그, 그리하겠습니다, 국상!”


“그건 그렇고, 어떻게 계한 쪽에 접촉할 이들은 누가 되려나?”


“현 계한을 다스리는 유언의 아들들이 여럿임에 당장에 첫째와 둘째 정도를 두고 누구에게 후사를 물려주느냐를 지켜보는 듯 합니다.”


“빈틈은 역시 둘째겠네?”


“의외로 장자인 이 또한 비집고 들어설 틈이 있는 모양인지라 양측에 줄을 대보려 합니다.”


“맏이? 어지간한 실수가 아니면 그 빈틈이 드러나지 않을 텐데? 후견인이 되겠다 충복이 되겠다 알아서 손 내밀거나 수그릴 이들이 구름 떼마냥 몰려드니 아쉬운 것도 없을 테고, 한데 그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지금?”


“저 그것이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 맏이가 오두미교의 교주인 장로를 시해하려 한 일 때문에 그러한 일이 생겼다 합니다. 하여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 스스로 갑주를 벗고 병사로서 종군을 자처한 모양인데, 그렇다고 한들 그 파장이 심각한 터라.”


“그 맏이 놈도 어지간히 제정신이 아니네, 대공황이다 뭐다 이쪽이랑 경제 맞물리면서 뚜들겨맞은 것도 모자라서 애초에 제 나라 떠받드는 사족, 호족, 동주사, 오두미 그 네 기둥 중 하나를 때린 거야? 그것도 하필 나머지 기둥과 달리 유일무이하게 민의를 대변하는 오두미를? 거기에 유언이 나이도 있고, 본래 오만 것들이 뒤섞여 골 아픈 그 익주 땅 한복판에서?”


“그러게 말입니다.”


“계한이나 대진이나 다 거기서 거기네요, 하긴 뭐, 그새를 못 참고 일을 저지른 어디 그 어린 놈이나 나나 뭐가 다르겠냐만은.”


“송구하오나 그럼에도 현 계한의 민의는 제법 결집된 듯 보이옵니다. 특히나 다른 이도 아닌 읍참진밀의 이야기는, 거진 이 진국과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일심의 결의로서 이러한 일화가 알려지면서 국경 인근의 사족들이 대거 삼보 일대로 이주하는 경우까지 빈번히 발생하여......”


“그렇겠지, 암만 공자왈 맹자왈 해도 결국 제 한 목숨 내버리기 그렇게 아까운 거라니까. 그러면서 뭐들 그리 위선을 떠는지 몰라. 거기에 뭐라더라, 용이 출현했다나 어쨌다나? 진나라가 죽인 천룡이, 그 적룡이 부활할 것이라나 뭐라나 말이 많던데?”


“그 가룡은 지금 미현 일대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송구스럽게도 아직 관련된 정보가 적습니다. 서진하고 있다는 말이 있기는 한데, 실상 계한군이 병력의 우위를 믿고 원체 사방팔방 들쑤시는 중이기도 하고 또 내부에서 용의 승천을 가지고 불경한 것이다 뭐다 따돌림과 갈등이 있다고는 하는데, 이 또한 역공작일 수 있는 터라......”


“에휴,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가 되겠네요. 죽는 놈이나, 사는 놈이나, 지는 놈이나, 이기는 놈이나. 누구 하나 편하지는 못하겠......”


- 멈춰라!


그렇게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호종하는 이들과의 담화의 끝에 결국 신정부에서 보낸 정식 관헌들의 행렬과 마주하게 된 이들이었다.


그래도 이들 너머 곧바로 번쩍이는 궁궐이 보이고 있으니, 별다른 고난 없이 예까지 온 것 자체가 더한 수모를 겪지 않아 다행인 상황이었다.


“뭐, 그래도 억울하지는 않을 테니까.”


절그럭-


“이는 나 또한 마찬가지고.”


그렇게 때아닌 이 요사스러운 자발적 행렬을 막아선 이들 앞에 수줍은 듯 제 손에 찬 형구를 들어 올린 풍방은 더 이상 섬섬옥수가 아닌 상처투성이의 손아귀를 들어 올리며 티 없이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희들 또한 마찬가지야.”


그 모습이 모두가 기억하는 풍방의, 끝내 반란을 일으킨 진나라 여불위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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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8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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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9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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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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