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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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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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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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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397화 – 선수 교체

DUMMY

“하오나 국상, 이는........”


“거부할 거면 하라고 하세요, 아 그때를 대비해서 여러분들은 되도록 많은 사병들을 늘려놓도록 하세요. 기왕지사 그때가 되어 썩어 문드러진 똥값이 된 오수전 녹이고 두들기고 이어붙여서 투구고 갑주고 병기고 모조리 만들어서 일찍이 저 맹위병들처럼 오수병을 신설하시던지, 후후훗. 내전이 내게 옳은 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걸어온 전쟁 피할 생각도 없어요, 이리 옹주가 망하면 그게 어디 내 탓인가? 이조차 감당 못한 병원, 그놈 탓이지.”


그렇게 자리를 정리한 풍방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소위 총알 대신 화살이라 때아닌 비유가 섞인 자금을 확보하고, 부지를 선정하며, 그간에 쌓아 올린 인맥을 활용한 소소한 자리를 몇 차례 만든 것만으로도 언제고 새로이 사부회에 등재될 안건이 통과되도록 하였으며, 그 중심에서 벌어지는 논의는 부정할 것 없는 새로운 조폐국이자 별도의 개념으로 자리를 잡은 중앙은행의 신설이었다.


허나 아직까지는 병원과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기에, 이를 위한 돌파구로서 기존의 조폐국을 감시하며 그에 따른 부수적 문제의 해결과 보완을 위한 일종의 위원회와 같은 형식의 기구의 출범을 의논하는 양식만을 제출하여 넌지시 그 의중이 옹주정에 흘러가도록 조치를 취했다.


- 상인들 다 잡고 나면 이젠 누구를 잡을 셈이냐? 그다음은 공인이냐? 아니면 사인? 상인이 다 죽고 새롭게 군인들과 나라에서 허가한 공인들을 비롯한 운반업자들로 이를 채운다면 결국 유통은 가능하겠으나 과연 누가 진나라에 부를 벌어다 주겠는가?


- 이들이 상인의 역할을 대신하면 그 또한 상인이 될 것이고, 이들이 상인의 역할을 대신하지 않으면 교역을 하지 못해 부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 하나 가축 죽이듯이 우습게 죽이는 너희의 행실은 비단 이 나라의 경제를 우습게 아는 것이다.


- 우리는 우리대로 우려한 바가 있어 이를 멈추는 것이다. 사람 여럿 죽여가며 애초에 바로 잡을 수 있는 문제였으면 우리 또한 비극적이나 이를 허락하였을 터, 허나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이는 애초에 비단길의 부재요, 계한과의 교역에서 생긴 분쟁의 문제다. 이를 해결치 못하는 걸 그저 가진 게 많다는 것만으로 죄 없는 이를 잡아가 구멍난 뱃구녕에 송진 섞은 잿가루 바르듯이 땜질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물론, 그 와중에도 여전히 비단의 수매는 정지하며 옹주정에 지속적인 압박을 넣었고, 휘하의 상인들을 부추겨 한중에서 벌어지는 국제적인 분쟁 요소인 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흘려, 딴에 그 머리가 깨이고 소위 이성을 운운하는 그 잘난 자유와 공화의 시민들에게 경제 위기임을 지속적으로 주입했다.


이들이라고 선동과 선전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이 또한 크게 부정할 것 없는 현실임에 애써 수많은 이들이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민감하게나마 조금씩 이에 반응하는 이들 또한 생겨났다.


뭐 이 또한 당장에 단단히 굳어진 석회 같은 지지층을 크게 흔들진 못하였으나 그럼에도 이에 조금씩 흔들리는 이들이 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 그리 조금씩 금이 가는 걸 지켜보는 와중에 풍방이 찾은 것은 예상 외로 크게 협력할 건덕지가 없는 포홍의 스승인 갑훈이었다.


“이 사람을 왜 찾아온 겐가?”


“최근 들어 사위에 대한 소식이 없어서요. 혹시나 연락이 온 게 있을까 하고.”


“말은 그럴싸하지만 그래봤자 장인과 사위 간의 갈등을 비추는 것밖에 더 되는가?”


“매정해도 속정은 깊답니다, 누구 생각과는 다르게 이쪽은 사위를 내버릴 수 없는 처지라.”


“허긴, 손주 보는 재미 생각하는 기다림이라면 그 또한 마냥 나쁘지만은 않겠지.”


“한데, 휘하의 사람들은 어쩌시고?”


“사람들이라니, 내 일찍이 왕사 직을 내려놓고 내 곁을 떠난 이가 얼마나 많은데.”


“에이, 다 아시면서 그러신다. 맹자의 사상을 따르면서도 국가에 충성하는 상공인들, 다 어디 있습니까?”


“.........!”


그리고 이는 의외로 번지수를 잘못 찾았음에도 그 당사자의 등 뒤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게 만드는 날카로운 예측은 있었으니, 달리 말해 풍방은 일을 저지르기에 앞서 따져 물을 것이 있어 그를 찾아왔던 것이다.


“다 떠났네, 당시의 상공인들은, 특히나 그에 이문을 추구하는 이들은. 내 사람들이 될 수가 없었어.”


물론, 이 또한 당시의 역사적 배경에 따라 상공인들의 지위 상승에 반발한 사인 계층의 민심에 의거한 이탈이 맞긴 맞았다.


뭐, 그조차 모르는 나름의 사정?이 있긴 한데 그야 겉으로는 당연히 그 마음속으로 맹자를 숭상하고 그런 맹자의 현신이라 칭하는 갑훈을 과거 낙양의 한조 시절부터 지켜온 이들이 이제는 뿔뿔이 흩어지고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작금의 그를 떠받드는 세력의 주체가 바로 부정할 것 없는 사인들이라는 시대적 요인이 합당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흐음, 아닌데, 그렇다 쳐도 이렇게 빨리 모든 이들을 떨쳐낼 수가 없는데?”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가늘게 뜬 눈 속에 담긴 뱀 같은 눈초리에 담긴 것은 의구심이었다.


아예 그 고개를 비틀어 희한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풍방의 태도는 마치 이미 그 답을 알고 찾아왔다는 듯 실로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자네는 대체 내게 왜 이러나? 그것도 이리 오랜만에 찾아와서.”


“그야, 작금의 상인들 쳐낸 자리에 저 병원이 대안으로 밀어 넣을 것들이 뻔하거든요. 공납을 하는 상인들이라던지 운반업자들이라 하는 것들, 국방을 덜어낸 대신 부리는 군인들 그리고 나라에 등록된 상인들에 그저 배달로 먹고 사는 품팔이들 집어넣는 것이 전분데, 이게 온전한 그 빈자리를 못 채워요. 그렇다면 이문 따지고, 잇속 따지면서도, 그보다 더한 국익과 공익 운운하며 나라에 충성하고 돈 벌어다 줄 상인들이 필요한데, 한 마디로 그 머리에 그쪽 학문이 떡하니 박혀 있어야 가능하니. 어쩔 수 없잖아요? 거기다 그 잘난 감찰이나 치안의 강화다 소송이다 판결이다 뭐다 자꾸 사인들 밀어주는 꼴이 빤한데, 난 또 둘이 모종의 협의라도 맺은 줄 알았지.”


누가 봐도 갑훈을 의심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갑훈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풍방이 이러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연유 또한 병원이 자신들의 대체재가 공식화된 것도 모자라 아예 자신들의 계층을 대변할 정도의 여력과 세를 갖추면 안 되기 때문에 당장에 그 빈 공백을 어디서 채울까를 고민하다 나온 결론이 바로 지난날 낙양의 조당이 망할 당시 끝까지 맹자와 갑훈을 쫓았던 상공인들이었다.


그들의 존재와 그에 따른 여력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게 될 것이다.


스스로 관리와 같이 충성하며 절개를 지닌 채, 잇속의 풍요를 포기하고 이를 국가에 헌납할 이 모순적인 상인의 존재란 실로 멋들어진바, 소위 이상과 현실을 두루갖춘 작금의 병원과 같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인 것이니, 그들만 있다면 소위 이상주의 지상낙원의 건설도 마냥 요원한 일로 남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고작해야 그런 걸로 내 자네 앞에 거짓을 운운해야 하나?”


“이 모든 게 병원 그놈 감싸기 위한 거면 진짜 큰일나요, 사위가 마냥 나 미워하는 것 같지? 그렇다고 나 건들면 사위 입장도 골치 아파져. 나 장인이야, 장인.”


“그러는 자네야말로, 그 잘난 병원 핑계로 놈의 스승인 나를 압박하는가? 이러한 사실을 내 그놈에게 전하면 과연 놈은 가만히 있겠나?”


“하......., 우리 어르신 진짜......., 많이 변했다. 어, 많이 간사해지셨어. 내 전에 볼 때는 절 때 이러신 분 아니셨는데.”


하지만 그렇기에 그 둘의 신경전은 더더욱 거세졌다.


엄밀히 말해 풍방조차 모르고 갑훈조차 몰라서 생겨난 불상사는 결국 양측의 애먼 서운함과 확인되지 않은 의구심만을 남겼다.


“그러는 자네도 이 정도로 막 나가는 사람은 아니었지.”


“그래요, 뭐 좋아. 일단 아니라니까 아닌 걸로 하죠, 뭐.”


그러나 끝까지 아니라는데 예서 또 캐묻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간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지난 광장정치의 참석자요, 지금까지 이 진나라 세인들의 무한한 존경을 받는 그의 입지를 본다면 실상 그의 변명이 마냥 틀린 것도 아니다.


거기다 막상 낙양 정권의 붕괴 이후,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무너진 상인들 중 나름 상당수를 저와 같은 이들이 흡수하여 휘하에 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고.


“기우인가? 한데 찜찜하단 말이지, 이대로 밀어붙이자니, 뭔가 좀 그래.”


뭐, 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작금의 포홍이 내세운 내수사(본궁) 소속의 상인들이 되긴 하였지만 당장에 이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그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붕 떠버린 이들 탓에 이러한 결과가 나와버린 것인데, 막상 그 공백에 대한 오판을 하고 있는 풍방의 온 신경은 병원에게 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은 의외로 이 나라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가져오면서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이라는 실로 어설프고 폭력적인 정권을 가져오면서도 당장에 그 모든 것이 결핍된 이 나라의 붕괴를 한시적으로나마 효용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포홍의 조치라 생각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당장에 제 걸림돌로 떠오른 그에 대한 집착이 우선시되었던 것이다.


“안 되겠네. 일은 진행하고 그에 따른 대비는 더 해야겠어.”


그렇게 소득 없이 돌아온 그는 한때의 역성혁명의 동료이자 이제는 팽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인 이들을 불러들였고, 그 면면도 화려한 순우경, 하모, 그리고 양봉(지옥참마)의 이들은 각기 사병 증설과 더불어 기존의 이들에 대한 충성도와 훈련도를 높이라는 명을 받아 은밀한 움직임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을 건넨 것은 다름이 아닌 순우경이었다.


“적미군? 설마 신나라 말기에 그걸 말함이에요?”


“기존의 병사들과 구분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저들은 우리가 쥐고 있는 그 마지막 농민 세력이자 종교 세력이니 신병과도 같은 위엄을 보여야 합니다. 또한 기존의 공위병과 홍건적이라는 개념을 희석시켜 이전에 이들이 일으킨 과오와의 연결점을 지워야 합니다. 소위 태산에 이름에 어울릴 신비로움 정도는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태산을 차지한 조 맹덕이 울겠네, 뭐 좋아요. 그 와중에 본인 눈썹이 붉은 걸 보니 제법 욕심이 나나 봐?”


“이조차 하지 않으시면 이 순우경을 곁에 두실 요량이 없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참, 가끔 느끼는 거지만 그대는 알게 모르게 이기적이야.”


“알게 모르게 속하게 된 둥지에서 매양 소외감을 느끼게 되나 보지요.”


“하긴 본의 아니게 우리 지옥참마 휘하의 공위병(홍건적)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사병의 중심이 되긴 했지.”


“편치 않으시면 이번에 신설할 새 병력들만이라도, 새 부대의 이름을 내려주십시오.”


“좋아요, 신설해요. 참, 군분의 이들 중에 소외된 이들을 포섭하는 것도 잊지 말고.”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존의 홍건적의 사병들과는 별개로 별도의 그만을 위한 소위 내전을 위한 정예 사병들이 창설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국상, 입궐하시라는 병 승상의 명이시옵니다.”


“명이 아니라 청이겠지.”


“...........”


“틀렸어요?”


“아, 아니옵니다. 청이......, 맞사옵니다.”


“우후훗, 거봐. 조금만, 기다려요. 그래도 기분 좋은 궁궐 나들이니까, 편안하면서도 정갈한 걸로 골라 입을 테니.”


그의 저택 문을 두들겨 그의 앞에 고개 숙여 예를 갖춘 승상부의 관헌들을 보며 찰나의 승리를 맛본 풍방은 모두가 보는 앞에 귀한 가마를 타고 진나라 왕궁으로 입성하게 되었다.


거진 천자의 그것은 아니어도 대부 공경의 그것보다는 화려하였으며 그 곁을 지키고 선 이들은 부정할 것 없는 왕궁의 위사들로 채워져 그 대우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후후훗, 막연한 상상이지만 만일 내가 궁에 들었을 때, 저치들이 나를 죽이려 들거나 붙잡아 옥사에 넣는다면 그 또한 볼만할 거야.”


그 와중에 범의 아가리에 몸을 넣는 것 같은 순간조차 누군가의 운명이었을, 알게 모를 익숙한 장면을 상기시키고 있으니 그 또한 시대의 풍운아는 맞았다.


쿠구구궁-


“아, 이게 얼마만의 입궁이람? 그것도 내 발이 아닌 누군가의 초청에 의한 것이.”


화려하게 치장된 문이 열림과 더불어 찬란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모든 것이 새하얗게 번져나가며 반짝이는 아름다우니 이제야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간 듯 보였다.


그런데 문득 그러한 그의 앞에 무언가를 내던지는 듯 보이는 흐릿한 한 인영이 보였다.


그와 더불어 어느덧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풍방의 눈앞으로 날아든 것은


“잠깐, 날아들어?”


파사사삭-


“푸흡, 뭐야, 이거?”


누군가의 승리를 시인하는 사인이자 장난기 어린 미소와 더불어 덕분에 재미 잘 봤다는 농간이 서린 쌀 한 주머니였다.


* * *


그 일이 있고서 얼마 뒤.


웅성웅성-


저자에 새로운 풍문이 퍼졌다.


계한과의 조속하고 원활한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며 다가오는 가을 즈음하여 그 협상이 끝난 뒤에 교역이 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며칠 지나지 않은 사이에 정부에서 곳곳에 내건 방이 되었을 때, 수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공인들 또한 이 순간만큼은 부족한 원자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비단 저 남방의 밀림에서 올라오는 목재와 석재 그리고 보옥, 염료 등의 귀함을 알기에 이를 통해 저만의 소모품과 공예품 등을 만들어내 이들에게도 나름의 여유가 생겨난 것이다.


“물론, 뭐 억지로 낮춘 물가야 다시 오르고 있지만.”


기대 심리를 반영한 결과인지 더는 풀 물자가 없는 대신에 내걸게 된 희망 고문인지 몰라도 어느덧 초가을로 접어드는 시점의 옹주는 묘한 기대 속에 다시금 그 물가가 상승하는 기묘한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당장에 불평불만을 품기보단 그저 오른 값임에도 웃어넘기며 이를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날이 추워지면서 땔감을 비롯한 생필품의 값이 오르고, 그 와중에 지금껏 연이어 지속해온 토목공사 덕에 부족한 목재, 석재 분의 수요가 늘며 한시적인 혼란 또한 더해졌다.


결국 시중에 없는 물품에 그 막바지랍시고 올라버린 생필품 가격은 다시금 그 흐름을 타고 올라섰다.


그나마 오르지 않고 버틴 것은 쌀과 같은 곡식인데, 이는 다가올 추수가 머지않음을 모르는 이가 없으며 그 와중에 장로와 손잡고 어떻게든 식량값만은 지켜온 옹주정이 그 마지막 헌신이자 정책승리로 내세운 업적이기에 이를 비판하거나 힐난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위태한 순간들의 끝에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는데, 우선 새로이 옹중 내에 들어서게 되는 사설 은행이면서도, 그 존재가 조폐국과 다를 바 없는 보전국이 신설되었다.


뭐 정확한 명칭으로는 보전위원회로, 보전국이라는 이름에 딸린 이들의 운용권을 지니며 그 규모가 적게나마 나름의 업장과 회의체를 갖춰 보전의회로 부르며, 그 목적은 역시나 조폐국을 비롯한 옹주정의 경제와 그에 따른 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와 감찰 그리고 심사의 권한을 지니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부회와 서원 등지의 감시를 위해 내세운 공안위원회와 같은 권력의 독점과 편중을 위한 부속기관이자 견제 기관을 신설한 셈인데, 이걸로 풍방은 새로 나선 옹주정의 이들처럼 그 목에 언제고 이들을 조를 수 있는 올가미를 신설하게 되었다.


허나 그 권한이 공안 위원회마냥 마냥 막강하진 않아서 세수나 거래, 교역, 화폐 주조와 같은 경제적 측면에 한정되기는 하나 보전이라는 뜻처럼 지켜서 온전하게 하다 동전을 지키다 재산을 보호하다 라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니, 그 상설기관의 진정한 설립 목적을 깨달은 이들은 거진 존재치 않았다.


그저 위태한 경제 상황에 맞서 기존의 부서만으로 이를 해결하며, 그 와중에 돈 불리고 굴리는 상인들을 배제시킨 채, 이러한 경제문제를 풀어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생각하여 나름 화해와 협의를 맞춰 구색 딸린 기관 하나를 선물한 것이라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세간의 시선과 해석이 어찌하든 간에 이 새로 신설된 보전국장의 자리까지 겸직하게 된 풍방은 비단 승리의 미소를 지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보전국이 신설되자마자 수많은 상인들이 제게 속한 자금을 이 보전국의 창고에 연이어 보관하기 위해 찾아오는 장관을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그리 수많은 수레와 마차 그리고 달구지가 연이어 상지를 실어나르는 장관에 전쟁도 아니고 저 모든 자루가 쌀이 아닌 돈이란 걸 알게 되면서 진나라는 또다시 부귀하고 돈이 썩어난다는 풍문이 일대를 적셨다.


그리고 상황이 이쯤 되고 나니 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들까지 돈을 맡기려고 하거나 창고를 임대하려고 하는 등의 거래가 늘었고, 자연스레 그에 따른 부지의 확장과 경비는 새로이 그가 설립된 사병들인 그 눈썹을 붉게 칠한 적미군이 주축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적미군의 화려한 행색은, 소위 눈가에 붉은 안료를 칠한 염색은 나름 그들에게 상징 아닌 상징이 되었는데, 상인에게 신용은 피 같은 것이라 이를 해하면 그 눈두덩이에 피눈물이 나는 일이 생겨난다 어쩐다 하는 말들이 돌며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이들의 존재에 특수성을 부여하니 소위 이들은 현금수송대, 은행경비, 신용보안 같은 존재로 알게 되어 공무 집행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만 갔다.


상황이 이쯤 되고 나니 풍방이 신설한 사병들인 적미군은 그 행동에 제약이 사라졌고 거진 옹주 내에 어디든 이들이 돌아다니며 무슨 짓을 해도 그것은 적법한 절차요, 그것이 나름 잔혹하고 의구심이 가는 일일지라도 나름의 합당한 연유가 있을 것이라 그 나름의 당위성이 생겼다.


그리고 이들이 무엇을 했느냐? 바로, 상인들이 맡긴 자금을 유통해 비단을 수매했다.


정확히는 상단들이 돈을 풀어 비단을 수매하는 등의 행동을 감찰하고 계한과의 교역 등에 참여하여 호위마냥 나선 것도 모자라 돈 배달, 물품 배송 등 신설 조폐국다운 일을 지속했다.


그와 더불어 보전국에서 새로 나온 관료들까지 연이어 한중을 비롯한 일대를 돌아다니며 그 와 관련한 교역과 화폐, 원자재를 비롯한 분쟁의 면면을 살펴 조사했고 종국에는 그 한중의 책임자이며, 이 한중 땅에 가장 많은 신도를 이끌고 있는 오두미교의 수장인 장로와 만나는 것 또한 서슴지 않았다.


철그럭-


“이게 뭔가?”


“그때 맞은 쌀자루 값이랍니다.”


“아, 그때 그것 말이로군.”


스릉-


“물건값은 전했으니 이쯤하고 주인의 뜻을 전하지요. 보전국장(풍방)께서 말씀하시길 장난질도 여기까지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 한중 땅의 통치자를 앞에 두고 스스럼없이 칼을 뽑아 든 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찌 장로가 옹주정의 손을 들어주며 어찌 득을 보았는지의 이야기 또한 함께 흘러나오게 되었다.


“자넨 진 국상의 사람인가?”


“소개가 늦었습니다, 하모라고 합니다.”


“이 땅에서 내 목을 베면 어찌 되는지 알지?”


“뭐가 그리 필요하신 게 많아서 남의 나라 내정까지 들쑤시고 들어오십니까?”


“쌀값이 좋았고, 점포가 생겨났으며, 신도가 늘었고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이게 문제인가?”


“점유율이 늘고, 시장이 잠식당하였으며, 옹주 내의 간세가 늘었고, 그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그게 문제인 겁니다.”


그와 더불어 그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이들의 신경전 또한 지속되었다.


“그게 싫다? 허면 서로 바라는 바를 말해 볼까?”


“말해 무엇합니까, 빤히 그 입에 거짓을 담을 것을.”


“그냥 솔직히 말하게. 적게 가지고 적게 쓰며 적게 소모하는 습관을 설파하는 이 오두미교도들의 생활이 제 물건 팔아치워야만 하는 진나라의 상인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기에 앞으로는 이를 핑계 삼아 오두미교의 신자들을 간세마냥 부려 그 움직임을 옹주정에 알려주지 말았으면 한다고.”


“아주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 알량한 식량 팔아 아랫것들 현혹시켜 평생 신도로 두고 부릴 줄 아는 교주다우신 대답이십니다.”


“허면 반대로 묻지? 이다음에는 내가 어떠한 수를 내놓을 것 같은가?”


“...........”


그와 별개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와 한 차례 풍방의 심기를 더럽힌 장로가 이렇게 또다시 뛰쳐나오려 한다는 것은 그의 뜻을 전하는 하모의 입장에서 무조건 막아야만 하는 위기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되려 이쪽이 여유 없는 모습을 보여 그 초조함을 들킬 순 없으니 그저 막연하고도 대범한 기백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교주, 모든 문제는 그리 이성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현실은 바둑이 아니고 장기가 아니니 되려 믿음을 갈구하는 신자를 현혹시켜 밑에 두고 부리는 교주 같은 이가 써먹기에는 실로 어렵기 그지없는 방도가 될 것입니다.”


“하긴, 그렇겠지. 알아, 나 또한 그리 이성적인 존재는 못 돼.”


“헌데도, 아직도 그럴 요량이십니까.”


“그래, 그럼 이리 말해주지, 이다음에는 내가 과연 무슨 짓을 저지를 것 같은가? 믿음으로써 그 어떠한 의문도 없이 반드시 실천해야만 하는 신도들이 새롭게 받들고 행해야만 하는 교리와 가르침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말이야?”


그런데 뭔가 잘못되었다.


“정녕 그 끝에서 피를 보셔야 이를 멈추실 생각이십니까!”


“잘 생각해봐, 언젠가 자네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게....., 무슨?”


“여태까지는 옹주가 시끄러웠지, 허나 앞으로는 달라질 게야. 보전국이라고? 옹주 전역에서 돈을 긁어모야 그 돈을 모조리 이 땅에 내던지고 비단을 사재기하면, 해서 이 땅에 자리한 비단 장수를 비롯한 저것들 먹여 살리면 좀 달라질까? 천만에, 당장에 그 두 배가 넘는 물량을 억지로 먹어 치워야 함에도 과연 너희 것들이 지금도 흘러넘치는 비단을 모조리 살 수 있을까? 이 계한 땅에서 나오는 비단 생산량이 얼마인지 알면서도 과연 너희가 이를 모조리 소화시킬 수 있을까?”


“.........!”


“아니, 그보다도 그리 햇빛과 습기만 잘 피해주면 쉬이 썩지도 않아 오래 보관이 용이하다고 쳐 사들인 것들이 과연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도 영원불멸하게 남아있으려나?”


“장로, 이 개 같은 새끼야!”


스퀴이잉- 까앙-


찰나의 순간, 그가 저지르려던 짓을 깨달은 하모가 저도 모르게 그에게 칼을 내질렀고, 그 순간에 빈 곳인 줄 알았던 그의 응접실 한구석에서 튀어나온 장수가 이내 우습다는 듯 하모의 칼을 막았다.


“어떤 새....., 뭐야? 어째서 강ㅈ.......!”


뻐어어억-


“꺼흑!”


그와 동시에 털가죽으로 만든 보호대를 걸친 주먹이 하모의 관자놀이를 후려치며 그를 쓰러트렸다.


그렇게 눈앞이 검게 물들며 모든 감각이 꺼져가는 찰나, 마치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 하모는 어렴풋이 이들의 이야기를 흘러들을 수 있었다.


‘아직도 전쟁을 바랍니까?’


‘그렇지, 복수를 위함이니.’


‘잘 되었군요, 이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 알량한 평화니 뭐니 하는 선택지를 지워나가도록 하지.’


‘날뛰십시오, 그 뒤는 이 사람이 받쳐줄 터이니.’


‘진나라를 불바다로 만들 생각인데도?’


'그러시라고 이러는 겁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이 끝이었다.


그 뒤, 정신을 잃은 하모가 한중이 아닌 성도의 황궁에서 눈을 뜨게 된 것은 보다 한참 뒤의 일이었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두둥등장. 드디어 옹주 내부의 이야기를 끝내고 계한으로 넘어왔습니다. 아, 물론 다음화에서 옹주가 안 나오는 건 아닌데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무대는 이제 계한으로 옮겨갑니다.


+ 8월 2일 추가 수정

둘의 대화가 어색한 듯 하여 마지막 단락 대화지문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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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2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8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2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2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2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9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8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0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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