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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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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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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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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DUMMY

두두두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두두두두-


요 근대에 이르러 옹주 일대를 오가는 강족들이 제아무리 줄어들었다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오고 가는 것에 별다른 의문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몰려드는 흙먼지와 더불어 시커먼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등장하는 익숙한 이들의 등장 또한 별 것 없을 것이라 여겼다.


고작해야 열에서 스물, 거진 작은 무리로 다니는 이들이라 해봐야 정탐을 위해 흩어지기 직전에 모여든 척후들 수준이었으니 어디 가서 무슨 짓을 저지르기에도 그닥 그 수가 많다 할 수 없었다.


스르으응-


“어?”


그러나 이들 앞에 속도를 멈추지 않은 선두 중 하나가 그 손아귀에 날카로운 만곡도를 꺼내 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푸화아악- 털썩-


순식간에 사람의 머리가 날았고 그 목이 잘린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지며 경련을 일으켰다.


“어......., 어어.......”


터업-


“허으읍! 드, 듸치 왜 이러시....., 우르르릅! 크륽!”


뚜욱-


그 옆에 자리한 이마저 순식간에 그 턱을 낚아채 그 아가리에 만곡도를 쑤셔 넣는 이의 무자비한 손길에 짧은 신음과 더불어 남아있던 한 사람의 명줄마저 끊어졌다.


“뭐해? 남은 것들도 죽여.”


“예.”


그 한 마디가 전부였다.


푸히히힝-


“스, 습격이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앞발을 추켜세우기 시작한 말들의 우렁찬 울음과 더불어 말 배를 차고 뛰쳐나간 이들의 살육이 시작되었고, 이내 무자비한 칼질과 창질 속에 이를 목도한 수백 명의 이들이 죽었다.


돌담을 넘어 도망치려던 사내의 등짝에 손도끼가 날아들었고, 도망치려던 아낙의 가슴팍을 꿰뚫은 창날이 뛰쳐나왔다.


이 잔혹한 광경에 주변을 지키고 선 병사들조차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었으나 때마침 비단을 걸치고 나타난 덩치 큰 배불뚝이의 등장에 상황이 반전되는 듯 보였다.


“어떤 놈들이 감히 이 진나라의 대부호이신 호상 어른의 사유지에서 이러한 난동을 부리는 것이야!”


“저거 뭐야?”


“위관은 아니고 일대의 창고를 관리하는 총관이나 책임자 같습니다만.”


“누가 그걸 몰라? 상단 소속이야? 가문 소속이야?”


“제법 강단이 있는 게 가문에 속한 심복 같습니다.”


“상가(상인가문)?인가? 그도 아니면 호족?”


“거기까지는 잘......”


“이것들이! 지금 이쪽의 정체도 모르고 쳐들어와서 이 난동을 부린 것이로구나! 감히, 이 대천이 책임지는 영역에 들어와서 이리 난동을 피우다니! 어디에 속한 놈들이야! 내 어른께 말씀들여 당장에 너희를 문책.......!”


스거억-


“흐아! 흐아아아악!”


그러나 그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배불뚝이 위로 더해진 칼질에 핏물과 지방 그리고 내장이 쏟아져나오면서 애석하게도 예상된 반전은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뭐야? 핏물보다 기름이 많이 나오네?”


“그만큼 진나라가 살이 쪘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심지를 쑤셔 넣고 불을 붙이면 잘 타겠지?”


화륵-


“오.”


화르르륵-


“냄새 좋네. 돼지 타는 냄새도 나고.”


그 대신이라고는 뭣하지만 실로 진귀한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반쯤 갈라진 사람의 뱃속에 기름에 적신 헝겊과 밧줄을 꼬아 만든 심지를 쑤셔 놓고 창고의 안에 던져놓으니 어느덧 그 주변으로 불길이 번지는 와중에 녹아내리는 몸뚱이가 마치 단단히 굳힌 소기름으로 만든 촛농과도 같았다.


화아아아악-


그와 더불어 소위 역겨우면서도 고소한 누린내가 주변을 그득 메웠고, 이내 그것이 탄내로 바뀌면서 엄청난 불길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비단 그 창고의 안에 자리한 것이 거진 이 땅에서 가장 귀하고도 값비싼 장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값비싼 촉금을 장작으로 두고 쓸 때가 다 있으니, 제아무리 영 공의 명이라지만 량주 땅에 있을 적엔 상상도 못할 일이로군요.”


“그 비싼 값 지키려고 태워야 하는 거다.”


“예?”


“가자, 오두미교의 이들도 움직일 테니 그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인 민간의 움직임이자 특정 교도의 이들이 벌인 범행으로 지목되기 전에, 불의의 습격을 자처한 정체 모를 강족들이 되어야지. 복수는 겸해서.”


“아......, 그렇지요.”


그렇게 눈앞에서 거대한 화마에 잠식된 잿더미가 되어가는 창고를 바라본 이들은 또다시 말 배를 차고 주변으로 흩어졌다.


곳곳에서 연기가 오르고 그 주변에서 비명과 더불어 불길이 솟구친 것은 비단 어느 한 곳의 일이 아니었으니, 그렇게 이레.


고작 이레 만에 옹주의 변경 일대에 자리한 창고가 일백하고도 예순다섯 개가 전소되었다.


* * *


콰앙-


“어디 말들을 해보시오, 말을!”


상황이 이러하니 비단 그 충격에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던 진나라의 상인들이었다.


“미오성 일대는 물론이고, 용현, 남전현, 중천현, 화용현, 풍익도 모자라 동관 일대까지! 그것도 거진 비단 포목과도 같은 직물과 의복 등을 교역하는 이들이 두고 쓰던 창고만 물경 200여 채요! 200여 채! 별것 아닌 전각 하나 우습게 본다고 한들, 그 안에 잠들어 있던 것이 적게는 수십 필, 많게는 수백 필의 비단이란 말이요!”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상품, 중품, 하품 나눌 것 없이 거진 모조리 다 비단이라고! 거기에 비단만큼은 아니어도 따로 색인이 들어가거나 자수와 문양이 들어가거나 염색을 거친 직물이 얼마나 많은데! 그 와중에 지금 그 범인 수색하겠다 설치는 그대들이 가져온 결과가 뭐야!”


병원과의 협상을 거쳐 소위 승기를 잡은 풍방의 성공적인 가치 투자가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돌아서자마자 이들이 찾은 것은 그토록 치안과 감찰을 빙자해 세력을 키워왔던 각 군현에 속한 현위를 비롯한 판관들이었다.


소위 엄청난 규모의 재산상의 피해를 낳은 것도 모조라 거진 수천이 넘는 가병과 사병들의 살해당한 비극이자 학살극은 누가 뭐라고 한들 당장에 이들을 노린 잔혹범죄였으니, 그 명분에 합당한 수습과 조사를 위해 파견을 나온 이들 또한 이 예상치 못한 사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범인이 잡히지 않는가! 어째서!”


“그게 흉수가 한둘이 아닌 것은 물론, 당장에 그 범인으로 지목된 이들의 신분과 배경이 각각 다릅니다! 목격자들의 증언도 그러한 것이 때로는 낮에, 때로는 밤에, 때로는 복면을 하고, 때로는 강족의 복색으로 다닌다 하니......”


“달라도 찾아야지! 달라도 찾아내야지! 그도 아니면 설마? 이거 자네들이 벌인 짓인가?”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애초에 사농공상에서 상인을 뺀 사농공이 뭉친 마당에 결국 제 역할 다하지 못하니까 이쪽의 손을 잡은 것 아닌가! 하여 그 와중에 이쪽의 힘을 빼고자 일부러 이러한 짓을 벌인 것은 아니겠지?”


“절대로 그러한 일은 없습니다! 저희들을 뭘로 보고......”


“절대라, 만약보다 더 믿지 못할 말이로군. 이건 두말할 것 없는 습격이야. 전쟁이란 말일세. 허면 이 땅에 이런 전쟁을 수행할 이들이 과연 누가 있나? 우리가 피해를 입고 주춤하고 고꾸라져야 이득을 보는 이가 과연 누구인가?”


“........!”


그도 그럴 것이 일평생 돈 하나만 보고 살던 이들이 딴에 제 미래가치를 위해 내다본 그릇된 투기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는 협상까지 맺어가며 상인들에게 개인재산을 거진 헌납하라는 식의 출혈까지 강요해서 자신들의 위기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이리 반발이 심하다 못해 그에 따른 의구심까지 더해올 줄은 가히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땅에 그나마 이리 날뛸 수 있는 게 바로 군인들이고 가병, 사병들이며 그도 아니면 강족들인데 그리 범위를 잡으니 의심할 곳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동시다발적인 움직임에 민간인들의 행색을 걸친 이들도 대거 불을 질렀다지만 결국 이리저리 따져봐야 상인들이나 호족들의 창고에 자리한 경비들을 습격함과 동시에 일을 벌였다.


그것도 거진 보는 눈이 많거나 상주한 병력이 가까운 곳은 피해서 외지와 변방의 촌락, 사유지, 휴경지와 오가는 이들이 머무는 거점 일대를 작살낸 것이니 그 피해는 막심했는데, 당장에 날뛰는 저 상인들과 별개로 병원이 상인 대용으로 차용했던 운반업자들과 몇몇 공인들의 창고까지 습격을 받게 되면서 거진 기존의 물류 체계 또한 제어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암만 비단이 좋다고해도 이리 나오면 의미가 없지! 그에 따른 보상과 배상이 따를 게요! 아닌 말로, 당장에 우리가 손해를 본 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어야지! 그래야 우리가 남은 비단이라도 마저 수입할 것 아닌가!”


“그게 무슨.......”


“아 무슨 소린지 모르시겠다? 허면 이리 통보하지. 작금의 이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더 이상의 비단 수입은 없을 테니 그리 아시오! 아시겠소이까!”


콰앙-


명백한 축객령에 닫혀진 문이고 쫓겨난 몸이 되었다.


그렇게 당장에 비단을 협상의 카드 삼아 모든 일을 끝내려 했던, 해서 저 계한과의 관계마저 좋게 마무리 지으려 했던 병원의 설계는 일거에 녹아내리는 촛농보다 더 빨리 사그라지는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풍방, 그자가 머리를 잘 쓴 건가?”


“송구하오나 거짓은 없는 듯 보이옵니다.”


“그렇다면 흉수는 누구인가? 우리가 쳐낸 군인들, 그도 아니면 누군가의 의뢰를 받은 강족들?”


“그게......, 살아남은 이들을 쫓는 것도 벅찬데 그렇다고 죽은 이들에게서 찾아낸 별다른 특색이 없어서.”


죽은 자가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 나간 이들의 시신을 뒤져보아도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잡아놓은 포로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정작 예상치 못한 습격에 썰려 나간 이들의 머릿수만 헤아려질 뿐, 그럴듯한 포로조차 잡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두 번 저지를 일은 아니로군. 그 한 번에 이리 곤란해진 적도 처음이고.”


“그렇다고 이쪽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세력들이 아닙니다.”


“그에 비해 소외되었지. 다른 의미로 쌓인 게 많아.”


“그렇다고, 손을 대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누가 봐도 훼방이고 반발인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더 병신이지.”


“알겠습니다.”


이 정도로 큰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필경 연유와 곡절 그리고 동기가 부여되지 않고서는 힘든일이다.


그러나 흉수로 지목된, 이 땅에 오고 가는 기병들, 그것도 강족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나마 량주에 비해 그 수가 적다고 해도 못해도 이 땅에 속한 백성들 중 삼 할에 달하는 이르는 이들이 강족이며, 그들은 본연의 습성 덕에 거진 도시화되지 않은 옹주의 변방 곳곳을 오가며 생활한다.


“그래서, 흉수가 우리다?”


“군무에 관련한 기록을 찾아볼 것이며 그 와중에 정찰과 정탐, 외유 훈련 일지까지 모조리 확인해 볼 예정입니다.”


“미쳤구나, 습격 운운하더니 이제는 이를 핑계 삼아 군부의 내부를 헤집어놓겠다?”


“죄 없는 자는........., 케흡!”


“뭐? 살아남을 것이라고? 이게 진짜 뒤질라고, 네가 무슨 병원이라도 돼?”


“커....., 케흑....., 사, 살.........”


파악-


“허억....., 흐으으읍!”


“조사? 어디 한번 똑바로 해봐. 우린 떳떳하니까. 어디 그때 가서 보자고. 만약에 거짓으로 범인 내세우고 이를 핑계 삼아 일 저지르는 거면 그땐 진짜 가만히 안 있어. 순검이고 훈련이고 정찰이고 정탐이고 모조리 안 할 테니까, 어디 군역으로 이름 오른 이들 중에 범인 있나 뒤져봐.”


군인들 또한 마찬가지, 당장에 조사를 위해 풀어놓은 판관, 감관을 비롯해 공안위원회의 이들까지 군영의 발을 들였으나 그에 인상을 찌푸리고 반발하다 못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이들이 작금의 옹주정을 바라보는 눈빛은 가히 사납다 못해 언제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나 거짓을 운운하며 저들에게 일말의 빌미라도 내줬다가는 당장에 반란마냥 들고 일어날 것이 빤하니 막상 쳐들어간 이들마저 조심스레 조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미적지근한 수사 또한 그에 합당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 그나마 흉수에 대한 증거라고 건진 것은 비단 상인들을 조사할 무렵에 우연히 듣게 된 증언이었다.


“내전?”


“예, 협상 이전에 옹주가 망하면 그게 자신들 탓이 아닌 이조차 감당 못한 병 승상의 탓이라고.......”


“거기에 사병까지 늘리려 했다지?”


병원의 눈이 번뜩인 것도 이즈음이었다.


못살 게 굴면 들고 일어나는 것이 이 시대의 기본 근간이라지만, 직접적으로 건들지만 않으면 적어도 가져다 쓸 패가 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 * *


치익- 화르르륵-


그렇게 내적인 혼란이 커져만 가는 옹주에서 멀지 않은 한중 근처 국경에서 화톳불이 오른 것은 비단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타닥- 타닥-


초원이 아닌 울창한 숲속에서 고기를 굽고 나뭇가지에 묶인 말들이 투레질을 하는 사이 벗겨놓은 산토끼와 멧돼지 가죽을 안장 위에 걸어두는 것 또한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되었다.


“늦었소.”


“그래도 곁들일 찬과 밥 몇 숟갈은 있어야지요.”


“어색해, 하지만 이 또한 먹다 보니 목구멍으로 넘어갈 만도 하더군.”


“원하시면 양 몇 마리쯤은 따로 구해올 수 있습니다만.”


“나중에. 지금껏 곡기로 억눌러 온 그 고기 맛을 미리 볼 순 없는 일이니.”


그 와중에 비단 손님이라고 해도 찾아올 이들이 뻔한 데다가 그리 한 번 두 번 찾아올 때마다 빤한 것을 대접하니, 상대 또한 빤한 것을 가져오는 것 또한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해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병원이 기어코 선을 넘었지.”


“오는 길에 들었습니다만, 진정으로 사병에 제한을 두는 법안까지 발표했나 보군요.”


“민중이 두려움에 떨고 있지, 일찍이 소외된 것은 군인들이고 습격을 받은 건 상인들인데 정작 도시민들 사이에서 강족을 비롯한 군부의 이들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졌으니까. 거기에 근래 들어 적미군인가 뭔가 하는 놈들서부터 여러 가문의 가병들 거기에 돈 깨나 만지는 것들의 사병들까지 모조리 흉수의 배후로 지목될 여지가 있는 탓인지, 애초에 군병 그 자체를 지워내는 일에 일대의 민중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지.”


“허면......., 국경은 어찌 되었답니까?”


“정탐과 정찰 거기에 순검을 비롯한 훈련 모두가 정지되었지. 조사를 필두로 발이 묶인 마당에 거짓 증언과 증좌 없는 철저한 수사를 운운하였으니, 되려 그 결백을 스스로 증명하겠다 군부에서 아예 모든 것을 놓아버렸소.”


“국경이 비었다?”


“그러니 이리 쉬이 넘어왔지. 일을 저지른 그대를 따르는 신도들 중 일부도 넘어올 수 있었고.”


그렇게 쌀로 지은 밥과 들이 아닌 산에서 나는 고기 그리고 그에 어울리지 않을 여러 풀떼기가 뒤섞인 소박한 술자리를 안주 삼아 나온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인 것들 뿐이었다.


“국경이 무너지고 내부가 혼란스러우며 사회가 멈추고 군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허면 이 모든 것을 누가 불러왔느냐? 비단 부정할 것 없는 병원이지요.”


“너무 올바르게 살려고 하면 적이 많아지는 법이지, 나처럼.”


“성공영.......”


털가죽으로 만든 보호대를 걸친 이의 정체가 드러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날 이후 복수 그 하나를 위해 일평생을 살았다, 장로.”


“압니다. 그래서 도왔지요. 복수를 위해서. 허나 굳이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비하할 연유가 있습니까?”


강족들이 날뛴 것과 별개로 휘하의 신도들 움직여 민간에서 방화를 저지른 이의 행적 또한 뒤이어 밝혀졌다.


“있지. 나는 실패했으니까.”


“해서 병원도 실패할 것이다?”


“그렇겠지. 물론, 포홍은 성공했지만.”


“허면 되려 포홍의 성공이 이러한 빈틈을 허락한 거군요. 좋은 겁니까? 아니면 나쁜 겁니까?”


“그건......”


실상 강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옹주 내에서 군인들과 얽혀 문제를 일으키고 내부 갈등의 단초가 된 것도 맞고, 여전히 그 풍속이 정주민족들에 비해 위협적인 것도 맞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제 스스로 서융의 오랑캐를 자처하면서 진나라는 실로 그러한 강족에게 진인이라는 정체성을 주입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둘은 하나로 융화되었고, 그 이후 강족들이 진나라 내부를 어디든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일상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일상이 자신은 못 이루던 포용과 성공이 이제와 제게 빈틈을 만들어주었다.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성공했다 여긴 지난날의 자신처럼 작금에 포홍 또한 이를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하야 실상 작금의 자신들이 벌인 방화로 인해 이 옹주 땅에 더더욱 강족을 비롯한 군인들과 민간의 갈등이 거세지는 것일까?


“뭐가 되었든 좋아. 놈이 나처럼 착각을 한 것이든, 실상 진정 성공하였든 간에. 어느 쪽이든 옹주를 기점으로 복수는 이루어진다.”


포홍이라는 짐승을 찔러넣기 위해 꺾이지 않은 그 마지막 대나무이자 터전을 버리고 뛰쳐나온 이리인 성공영이다.


허나 작금에 이르러 돌이켜보건대, 그러한 성공영의 앞에 앉아있는 장로 또한 포홍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냐고 함은,


“글쎄요, 적어도 내가 아는 그대는 공정했습니다. 진왕 포홍의 통치 시절도 그러했지요. 허나 저치는 공정을 핑계로 그 내부를 가르고 줄을 세우려 하지 않았습니까?”


“갈라치기와 줄 세우기라, 내가 그리고 포홍 놈이 문제가 아니다?”


“예. 뭐 이쪽이야 그다지 상관은 없습니다만 시시비비를 가리자면 그러하단 거지요.”


그렇지 않았다.


그 대신이랄까? 무의식 중에 돌아간 그의 고개는 어느덧 남쪽에 자리한 계한의 수도인 성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도의 조당에선 아직 이를 모릅니다.”


“이제 막 소식이 들어갔겠지, 지금의 일이 아니라 얼마 전 벌인 옹주 일대의 동시다발적인 화재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두말할 것 없는 기회겠지?”


“추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국경은 비었고 수확한 식량은 없다시피 하지요.”


“옹주를 집어삼킬 기회인가?”


“아니요, 적어도 그 땅의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수확만큼은 허락을 해주어야 합니다. 애먼 땅과 인구 집어삼키겠다고 이 나라의 출혈을 가속화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고생은 덜하고 더 많이 가지겠다?”


“제아무리 미곡이 흘러넘치는 계한이라고 한들, 당장에 불어난 인구 대비 개간된 토지 수는 적습니다. 또한 진나라는 염철을 전매하듯 미곡을 전매하니 거진 그 수확량의 대다수가 나라에 속한 관창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그때까진 내버려 두었다가 가서 다 죽이고 꺼내 쓰면 되는 겁니다.”


“하긴 가호 1, 2만 넘어온 것이 아닌 이를 상회하는 수가 넘어왔으니 그 수확량이 이를 못 쫓아갈 수밖에.”


“30만 군병 입에 들어가는 것도 새로 받아들인 이주민들 앞으로 돌린 판입니다. 소식을 권장하고 사사로이 먹는 것을 금하며 부유한 이들조차 오찬을 금하는 풍토를 권하는 것 또한 탐욕의 절제요, 수행의 일종이라 매양 떠들어대는 것도 지치는 형국이지요. 창고에 있던 군량미가 민간에 풀리고 예산이 끊기며 기존의 전쟁 운운하며 키워낸 정병들의 훈련이 줄어든 것은 이쪽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비단 옹주 뿐 아니라 계한의 내치를 비롯한 외부 정세의 혼란과도 관련이 있었다.


“그러고도 전쟁이라니, 그간 늘어지고 찢겨진 이들이 울겠군.”


“이쪽 나름대로도 내부의 불만이 극에 달했으니까요. 특산에 미쳐 날뛰는 남중(남만)의 이민족들도 잠재워야 하고 성도 일대에 자리한 공화주의자들이 날뛰는 것도 잡아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파군 일대가 시끄러워질 한 가지 문제가 더 터졌습니다.”


“성도와 남만은 알겠어. 한데, 파군까지? 그곳은 형주가 가깝다는 것 외에 별다른 문제가 없지않나? 애초에 그 형주도 지금 내전 중이고.”


사락-


“얼마 전에 들어온 소식입니다.”


“이건........!”


그 와중에 장로의 품을 떠나 성공영의 손에 쥐어진 서찰은 이내 이를 확인한 그의 손을 감싼 털가죽마저 떨게 만들었다.


“우리가 잘라낸 것은 옹주의 비단 수급 의지입니다. 저들은 시장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시장이 요구하는 원료와 자재를 지니고 있지요. 허나 이 익주 땅의 실권자 중 대다수가 비단사업에 목숨을 걸고 있는 터라, 이들의 출혈이 없어야 나라가 돌아갑니다. 고로 비단길이 끊어졌어도, 해서 그 시장의 수요가 없어도 먼 훗날의 가치 투자를 위한 투기와 사재기를 운운하며 저들에게 강매를 밀어붙인 셈인데, 문제는 당장에 그리 1차분의 강매를 떠넘겼다고 해도 기존의 생산량의 삼분지일 정도 밖에 소화가 되지 않는 거지요. 못해도 나머지 삼분지일에 해당하는 2차분 또한 저들이 사주어야 하고, 남은 삼분지일과 그 나머지를 다른 곳에서 소화시켜야 하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떠한 소식이기에 진나라에서 출혈을 감수하고 그리 많은 비단을 받아들이게 해놓고서도 당장에 계한 내부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누가, 누가 이를 알려주었는가!”


“귀인이 계십니다. 복수를 도와주는 분이 계시지요.”


“..........!”


“앞서 말했지요? 이 사람 또한 복수를 위함이라고. 이제와 이런 말을 하면 뭣하나 지난 옹주에서 이 사람이 벌여온 것들, 이제와 그게 다 무엇을 위함인지 이해가 되십니까?”


“되네.”


“개가 되십시오.”


“말이 심하군.”


“복수 그 하나만을 위해 억지로 쌀밥을 씹어 넘기는 그 자세가 좋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제와 주인행세를 하겠다?”


“아니요, 개는 개지만 엄밀히 말해 주인이 없는 들개입니다.”


“들개라, 들개.”


“애초에 그 복수 하나 때문에 이 계한을 찾아온 것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누군가는 개 역할을 해야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야 하고 말입니다.”


그 마지막까지 선택을 강요한 것은 장로였다.


그러나 그 끝에서 정작 선택을 내린 것은 성공영이었다.


“좋아. 그리하지.”


“좋습니다. 양을 치는 목동 앞에 습격한 것이 들개의 무리인지 이리의 무리인지는 중요하지 않지요. 그가 본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이리가 됩니다. 그리고 들개와 이리는 일상의 평화와 안식을 깨는 존재지요. 그리고 들개와 이리에게는 인간이 정해놓은 선과 영역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계한도 털어라?”


“그렇다고 너무 깊숙이는 말고, 일단은 한중부터 하시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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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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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번 명절 기간은 연재를 쉽니다.[9/30 - 10/4] 20.09.29 414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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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33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9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8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3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7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3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3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50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50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9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2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9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6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8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4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5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5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7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9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80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1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5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8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20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9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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