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440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3.04 04:32
조회
294
추천
7
글자
17쪽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DUMMY

“그렇던가? 기주목께서 정녕 그리 말씀하셨다?”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모든 신하들이 보는 앞에 노골적인 굴욕이자 본보기로 남게 된 유자혜는 인기척이 드문 날을 잡아 심배를 찾았다.


“아닐세, 달리 말하면 크게 틀린 것도 아니지.”

“하오나!”


“우리도 언젠가 그리 썩게 될지 모르지, 그리고 그는 그런 우리가 썩은 한조의 모습을, 지배층에 해당하는 유자들, 사인들의 모습을 일찍들이 사례에서 봐왔을 게야. 그리고 이내 무너지고 기울어지는 나라, 그 너머 사라진 나라의 임금마저 거부하는 백성들을 보며 확신을 가졌겠지. 아닌 말로, 청류를 외친 신하들이 되려 그 황보력을 비롯한 정권을 쳐냈다가 봉기한 인민해방군과 함께 공멸한 과거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바, 그의 관점에서 우리는 필경 위선적인 존재로 비춰질 수 있네. 자신들을 박대하는 정권을 그릇된 것이라 여겨 낙양에 대란을 일으켰으니, 자네가 그의 입장이었어도 작금의 민심에 이반된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사족들이 아니꼬워 보일 수 있어.”


“허면 그가 성군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그러나 그 억울함을 호소하면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정작 심배가 되려 기주목 한복을 두둔하고 나서자 그의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지, 그렇지는 않아. 관행이든, 생존을 위한 방책이든, 그 어울림이 여전히 구린 측면은 존재하니까.”


“후우,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오는 길에도 들었는데 야행순검을 빙자한 자리에 기주목의 치소 앞에 몰려드는 우마차들이 적지 않다 합니다. 뭐 겉으로는 순검을 위한 것이라 하는데, 이게 기존의 관창과 관사를 벗어나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뇌물.......,”


“감사 인사지.”


“하....., 예, 뭐. 그리 포장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공손찬을 지원하는 사족들이야 거진 다 뜻이 있는 이들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의 주장대로 부정한 이들도 있겠으나 반대로 공손찬이 득세하여 밀고 내려오면 거진 끝입니다, 끝!”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에 당면한 공손찬이란 위협이 적지 않은데 어째서 그 반대만을 신경 쓰는 것인지 유자혜의 사고로는 답답한 마음이 앞설 따름이었다.


“그 말도 맞네, 허나 저들의 입장에선 그 경우가 반대지.”


“경우가 반대라니요?”


“사족들 하나만 작살내면 그뿐인 공손찬과 달리, 백성이 도적이 되어 들고 일어난 경우 사족들과의 마찰, 접점 등이 크게 없네. 애초에 가난하고 가세가 크지 않은 이들이 인근의 백성을 괴롭혀봤자 뭘 얼마나 괴롭혔겠는가? 그에 비해 토호는 그 규모가 다르지. 거기에 좋든 싫든 이 난세에 집안이 커지고 가산이 불어나고 가솔과 사병을 비롯한 인력의 증가하는 세력은 거진 호족뿐이야.”


“그, 그럼......!”


그러나 자신과는 생각이 다른 이들의 입장을 직접 심배가 확인시켜 주면서 그의 머리가 깨였다.


“어느 쪽이 더 위협적인가, 어느 쪽이 자신들에게 더 큰 손해인가를 두고 보면 저들과 우리의 입장이 갈릴 수밖에 없지. 사람은 입장이란 게 있지 않나? 자리 말이야.”


“허나 이건 오판입니다! 아닌 말로, 사족들만 거진 공손찬을 무시했습니까? 실상 변방 촌놈이자 냄새나는 오랑캐 터전에 자리 잡은 가문에 그것도 그 어미가 천한 신분을 타고 났으니 거진 이 모든 기주의 이들이 얕잡아보는 것은 당연했지요. 만일 공손찬이 내려오면 토호들도 마냥 살아남을 순 없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마냥 상대를 이해해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 허면 내가 그에 대한 반박을 해볼까? 아닌 말로, 그러는 사족들, 어쩌면 토호임에도 자네와 같이 사족들의 편에 서는 이들은 암만 불어나야 십만 언저리에서 그칠 공손찬은 괜찮고, 그 반대로 백만에 달하는 흑산적은 위협적이지 않은가? 그들이 내려와 업을 비롯한 위군 일대와 기주를 쓸어버렸을 때, 그대를 포함한 이들은 과연 그 앞에 당당할 수 있을까?”


“그야 당연히.........!”


그러나 여기서 유자혜의 머리가 한 번 더 깨지니, 이 또한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결과였다.


그것도 이미 한복의 지적을 통해 주구장창 들었던 이야기였거늘, 그저 울분에 답답함에 자신들의 입장과 사고를 이해해주지 않는 저들의 이야기라 애초에 그 귀를 닫고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패착이었다.


“생각해보니 당연하지가 않지? 백성들이 한조에 반발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에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그와 규합한 흑산적들이 내려온다고 과연 그대들이 온전하고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렇게 자신들을 핍박한 나라를 또다시 부활시켜 저들만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데 이에 분노하지 않을 백성이 누가 있겠는가?”


사족이며 또 그런 사족의 행보에 동의하는 작금의 자신들이 과연 호족을 제한 누구를 자극했는지 또 거진 사족과 호족의 구분이라는 것조차 실상 자신들만의 기준일 뿐, 그저 이를 뭉뚱그려 생각하기 쉬운 저들에게 자신들은 그저 똑같은 기득권이자 지배층이며 백성들을 핍박하는 존재들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실상 공손찬이 남하하면 그대들 우려대로 사족들뿐만 아니라 토호들도 죽겠지. 반대로 태행산맥에 자리한 흑산적들이 넘어와도 토호들뿐만 아니라 그대들 사족들도 죽어.”


“허면 어쩌란 말입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해도 둘 다 문제라면........”


둘 중 하나가 정답이 될 수 없는 상황.


그 속에서 거진 좌우마냥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그 딜레마에 머리가 아픈 유자혜였으나 의외로 심배는 아주 쉽게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지.”


“예?”


“이번만큼은 기주목이 나름 옳은 판단을 했던 게야. 뭐, 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 아니 그럼......!”


그리고 거진 처음으로 그가 기주목을 인정하니, 이를 듣고 있던 유자혜의 눈동자 또한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시간을 거슬러 한복의 입장을 살펴보니 진정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기 전까지의 그는 그저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선택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또 그 와중에 먼저 일을 저지른 것은 사족이라 칭하며 그리 사족들이 기어코 일을 벌이자마자 토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허면......”


“이제와 후회에 본들 늦었네. 이미 일은 돌이킬 수 없으니.”


그러나 후회는 늦었다는 심배의 말처럼 이미 모든 일이 벌어진 지금에 이전의 잘잘못을 논한다 하여 그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 돌이킬 수 없다니요? 대저 그건 또 무슨 뜻이옵니까!”


덜컥- 촤르르륵-


“이, 이게 다........”


이미 세상은 그 선택에 따른 여파에 따라 흘러가기 시작하였으니, 심배가 제 옆에 자리한 장을 열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것은 거진 수백 장에 해당하는 서찰들이었다.


“하나 같이들 말하더군, 이번 기주목의 처사가 너무한 것이었다고. 굳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리 망신을 주어도 되는 거냐고, 그 충격에 관직을 내려놓고 나온 이들서부터 이미 그 자리가 내정되어 있던 이들까지 적지 않은 수의 이들이 기주로의 원행을 자처했어. 설사 원행을 자처하지 않고 남은 이들이라고 해도, 한복이 기주를 다스리는 동안은 출사를 하지 않겠다 다짐을 보내온 이들이 이리도 많지. 이게 뜻하는 바가 뭘까?”


“기주 권력에 공백이 생긴다는 겁니까?”


“그건 반쪽짜리 해석이고.”


“허면 남은 반쪽은 무엇이옵니까?”


“3파전이 2파전이 되었지.”


“........!”


“공통의 적이 사라진 자리에 그 빈 권력의 공백을 채워나간 둘이 서로를 마주하게 되면 어찌할 것 같은가? 설사 작금의 닥친 위기를 하나 되어 극복한다고 한들, 그 위기가 끝난 뒤라면 과연 어찌 될 것 같은가?”


심배의 말에 유자혜는 그 팔뚝의 털이 곤두서며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별것 아닐지언정 스스로 악역을 자처하며 기주의 균형과 질서를 유지해오던 사족들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너무나도 가까워져 버린 두 세력은 애초에 서로 다른 어긋난 출신 성분을 지니고 있다.


“토호, 그리고 외지인.”


“그래, 기주목의 그 태생이 결국 토호들이 그를 밀어내게 만들 요인이 되어주겠지. 물론, 딴에 충정을 다한다 그런 그의 곁에서 권력을 탐한다 하는 이들이 들러붙을 터이니 자연스레 그들만을 위한 판이 벌어질 게야.”


스윽-


“이건.......”


이를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품에서 또다른 서찰을 꺼낸 심배는 이를 유자혜에게 건네주었다.


사락-


[삼가 기주목께 청하옵니다. 작금에 사족들이 대거 가산을 정리하고 출사조차 거부하는 상황 속에 각 지역의 토지와 점포를 비롯한 벼슬자리의 공백이 늘어나고 있사옵니다. 마침 조당에서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토호들의 성의가 늘고 있는 만큼 이 모든 것을 사들여 이 기주 땅에 확고한 기반과 입지를 마련하십시오. 사족이라는 공적이 사라진 지금, 기주목의 유일한 약점은 외지인이라는 출신이옵니다. 이는 곧 지지기반이 불안하다는 것이요, 그 기반이 되는 토호의 이들조차 언제 공통된 반감을 느낀 채,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뜻이 되옵니다. 물론, 이것이 지금은 아니지요. 허나 주공께서 스스럼없이 밝힌 대로 당장에 닥친 위협인 흑산적의 준동과 민중봉기를 모조리 정리해 낸 이후라면 상황이 달라지옵니다. 제아무리 경제력을 키워낸다고 한들, 제 기반인 사병과 가병을 잃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힘이 약화되는 것으로 그 와중에 기주목은, 주목의 권한을 통해 언제든 합당한 군권을 이 땅의 관병들을 통해 행사하실 수 있사옵니다. 그때의 이들이 이 격차를 통해 위협과 불안을 느끼게 되면, 바로 그때가 기주목께서 토호들과 갈라지게 되시는 순간이 될 것이옵니다. 그날을 대비하십시오. 그때까지 이 땅에 온전히 뿌리를 내려 보다 확고한 기반을 갖추셔야 합니다.]


“이건.......!”


“아끼는 심복이 필사해온 게지. 비록 하급 관료이긴 하지만 글 외우는 머리는 좋아서 나름 중한 자리에 있달까? 뭐, 본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한복의 곁엔 자네와 같이 똑똑하고 미래를 볼 줄 아는 이들이 자리하기 시작했네. 일찍이 내 충심을 보인다고 딴에 우려했던 보고를 자네가 대신 한복에게 전하였으나, 그날의 한복을 비롯해 그에게 충성하는 이들은 그 우려의 본질을 모르고 있었지. 허나 오늘날에 이르러 그들도 이를 깨달은 모양이니, 남은 것은 우려가 현실이 될 그날까지 견뎌내는 것 그 하나뿐일걸세.”


그렇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축객령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난 심배가 되려 제 집임에도 먼저 밖으로 나섰다.


“어딜 가십니까?”


“원호(元皓)에게.”


그렇게 유자혜를 뒤로한 그는 업의 가장 휘황찬란한 대로변을 거닐다 짐짓 고풍스러우면서도 제법 오래된 듯 보이는 저택의 앞에 멈춰섰는데, 담장이 높고 겉멋이 잔뜩 든 신흥 가택들 너머 바닥에 깐 판석에도 이끼가 서린 조금 거리로 접어든 아늑한 고택을 보며 미소를 지은 그는 이내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만 오면 차분해진단 말이지. 내게 없는 게 여기 있어.”


애초에 저택의 입구서부터 경비를 두고 으리으리한 규모와 세를 과시하는 다른 집들과는 달리 되려 사람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솔을 자처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그에 비해 집 안에 딱히 정원을 꾸미거나 화려하게 꽃을 심는 등의 관리나 사치도 없으니 말 그대로 세월과 함께 정리된 차분한 옛집 그대로의 정서였다.


덜컥-


“청음 너머 들리는 잡음이 익숙하니 어인 걸음인가?”


그리고 그와 더불어 조용한 듯 인기척이 없던 창의 쪽문이 열리며 마치 쇳덩이와 같은 인상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야 원호, 자네의 지모가 필요하니까.”


“좋지도 않은 사이에 필요할 때마다 아는 척 하는 것도 쉽지 않지. 이쯤 되면 이는 성정 문제야. 곧고 바름을 좋아하는 그대는 왜 늘 내게 무례를 저지르는지 몰라.”


“그런 나를 매양 받아주는 것도 자네 아닌가?”


“작금의 이 기주 땅에 다른 이도 아닌 정남 자네를 내쫓았다간 사족의 이들에게 매장을 당하겠지. 그간 쌓은 청명이 아까워서라도 자네를 받아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통탄스럽군.”


“그런가? 그럼, 이번에도 무례를 저지르도록 하지.”


그렇게 세간에 알려진 인물평과는 달리 조금은 뻔뻔한 모습으로, 그것도 아주 익숙한 듯 전풍이 자리한 전각의 안까지 발을 들여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심배였다.


“차는?”


“알아서 끓여 드시든지.”


“애초에 많지도 않은 가솔, 어째 더더욱 그 얼굴 보기가 힘든데, 이제 자네까지 아랫것들 눈치를 보고 사나?”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이를 묻는 것은 그 추론이 맞을 게 뻔하니 그러는 게야? 아니면, 이 원호조차도 가산을 정리하고 떠날까 떠보는 게야?”


“그보다는 과연 이번에도 우리가 저들의 침공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겠지.”


물론, 그 사이 오가는 안부가 두말할 것 없이 찾아온 연유이자 화두가 될 것을 알게 된 전풍이 되려 이를 더 노골적으로 되돌려주었으니, 그에 따른 본론을 곧바로 꺼내놓는 심배였다.


허나 거진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되려 이를 캐묻는 것 같아 그 심기가 불편해진 전풍은 이내 거슬린다는 듯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불편한 심정을 크게 감추지 않았다.


탁- 탁- 탁-


“당면한 적임에도 공손찬은 애초에 논할 생각조차 없군.”


“당장에 중한 것은 흑산적이야. 그것도 이 나라 사족들이 아예 불을 질러버렸어. 제아무리 이곳 하북의 사정이 관동과 다르다고 한들, 억눌렸던 백성들이 거진 처음으로 역성에 성공한 게야. 제 머리 위에 자리한 지배층을 뒤엎은 게고, 제가 떠받들어야 할 하늘이자 주인의 목을 자른 게지. 물론, 청주병이야 조 맹덕이 있고 홍건적이야 지옥참마가 이끌지만 과연 백성들이 이를 그리 생각할까?”


“사람이 본디 그렇지.”


“사람뿐 아니라, 짐승도 마찬가지야. 다들 제 좋을 대로 생각해. 같은 걸 보여줘도 달리 받아들이는데, 행동력까지 좋으며 그럴 힘과 명분까지 있다면 되려 일을 벌이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그렇게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내게 확답을 바라나?”


“유자혜가 찾아왔어.”


“아, 그자. 거진 호족과 다를 바 없는 배경임에도 그릇된 사족들보다 더 나은 것 같더군.”


“그래, 뭐 어쨌든 이후의 정국에 대한 답은 주었는데, 정작 중한 답은 회피했지. 그저 집안에 쌓인 수백 통의 서찰을 보여주며 여론과 아는 체를 더했을 뿐이야.”


“천하의 정남이 아는 체라? 해서, 뭐라 했기에?”


“뭐, 빤한 게지. 나 같은 이에게는 찰나의 위기를 모면할 방책이면 몰라도, 참을성을 빙자한 대계를 내놓으라 하면 안 되는 것, 자네도 알지 않나? 나는 흑산적이 침공하게 될 것이란 사실은 알아도 그게 언제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끝나는지에 대한 세세한 그림은 없어. 그나마 볼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정략인데 이는 흑산적을 이겨낸 뒤의 기주가 내부 갈등에 휩싸일지 모른다는 정도?”


탁-


“그 정도면 다 봤구만, 뭘.”


“그렇군, 허면 흑산적은 이겨내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심배는 집요했다.


“그 답을 구하지 못해 예까지 온 게야. 확실하게 대답해주게.”


“하아.”


전풍 또한 그 집요함이 작금의 자신들이 자리한 이 땅의 위기임을 모르지 않기에 적어도 그에게는 솔직한 답을 주기로 했다.


“제법 시일이 걸리겠지만 그게 또 다른 위기와 위협을 낳겠지만 이길 수야 있지.”


“시일이야 그렇다 치고, 또다른 위기라니? 위협은 또 뭐고?”


“아닌 말로, 지금껏 백만백만 해오던 흑산적이야. 그것이 둘로 나뉘어 쪼개졌고 나중에는 대두령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내전이 되었지. 뭐, 돌아가는 상황상 저들도 남흉노라던가, 여 봉선이라던가 또 이쪽 기주라던가 중간중간 오가는 대규모의 사행과 교역이라던가 신경 쓸 것이 많아 매번 시끄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벌써 1년이 넘도록 치고 받고 싸워온 것은 알겠지?”


“그야, 간간이 그에 대한 소식들이 들어왔으니까. 산맥 너머가 시끄럽고 때론 병자가 되어 산에서 투항하겠다 내려온 이들도 있었으니, 그래도 나름 저들 내부의 소식을 세세히 알 수 있었지. 뭐, 조당에서 소외된 이상 일선 지휘관도 못 되고 관련된 군무와 내정도 처리를 못하니 이제와 나도 아는 것은 없다만. 그게 왜?”


“소식이 없어.”


“.........!”


그러나 너무나도 솔직했던 그 답이 심배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번 명절 기간은 연재를 쉽니다.[9/30 - 10/4] 20.09.29 414 0 -
공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4 20.06.25 1,446 0 -
공지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월 21일 업데이트] +2 20.06.14 794 0 -
공지 새로 시작합니다. +8 20.05.11 5,102 0 -
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29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8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7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2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2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2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9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49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8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0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8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5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4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6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8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6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9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