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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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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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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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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5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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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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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6쪽

350화 – 그렇기에 어제의 붉은 해가 지는 것이며 푸른 하늘이 어둠에 잡아먹히는 것이다

DUMMY

철그럭- 절걱- 절걱-


조그마한 손도끼서부터 투박하게 생겨 녹이 슨 장작 도끼는 물론, 그보다도 더 큼지막하고 흉포하게 생긴 물건들까지 하나같이 질이 좋다고만은 할 순 없었어도 그 종류만큼은 다양한 오만 도끼들이 수백이 넘는 이들의 손에 우르르 쥐어졌다.


“그 태생이 초부(樵夫)거나 품팔이라도 하려고 땔나무 패던 놈들하고 신도 노릇하면서도 또 도적질하면서도 도끼 쓰던 놈들하고 전부 내 말 했던 대로 도끼 챙겼제이?”


- 예!


“우리 장군님, 그러니까 지옥참마 교주 대리께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딱 오늘만을 기다렸다. 뭐, 그냥 조지면 되는 걸 뭘 그리 복잡하게 가는 지 나도 모르겠다만 적어도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카데? 그러니까 신호하면 저기, 저그 나무로 된 목책 중에 제일 얇은 것들부터 부숴. 내 말 알갔제이?”


또다시 한 차례 호응이 벌어지고 그렇게 부장급으로 보이는 인사가 온전히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한 뒤 양봉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수그렸다.


“애들 준비 끝났답니다.”


“오야, 수고했다.”


이에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병사들을 확인한 양봉은 이내 그 고개를 돌려 수천의 보병들의 안내를 받아 개봉 안으로 들어서는 소제 유변이 타고 있을지 모를 마차의 행렬을 살폈다.


“너 하나 잡겠다고, 참 많이도 죽었다. 그럼에도 이리 골 아프게 일을 벌이는 게, 누군가에게 보여줄 무력 시위임을 모르지 않으니, 내 주인을 비롯한 저것들의 주인들도 모조리 이에 찬동했다.”


쿠구구궁-


“성문을 닫는다! 빗장을 채워라!”


그렇게 문루 아래 우렁찬 소리와 더불어 그 성문이, 거진 유일무이한 출입구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유일무이의 앞에 붙은 거진의 의미가 거의의 뜻을 담고 있는 만큼, 이는 희박하게나마 온전하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자리에서 일어난 양봉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개봉의 벽을 훑었고, 어느덧 더는 그 방벽이 돌로 된 석벽이 아닌 나무 구조물로 그친 목책이 자리한 곳에 다다랐다.


“개봉은 본디 성벽이 없다, 그 와중에 진나라의 침공을 받고 이리 황제마저 쫓겨 오니까 다급히 성벽을 쌓았는데 뭐 시일이 부족하다 보니 정확히는 석벽이 모자라지. 해서 부랴부랴 목책에 흙더미에 벽돌까지 쌓아 올렸고, 해서 이 어설픈 도시의 방벽이 생긴 거다. 그런 고로.......”


그 와중에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듯 그 나무로 된 목책을 두들기니 뭔가 꽉 막혀있으면서도 청아한 듯 그 안쪽까지 굳게 굳어진 소리가 느껴졌다.


물론, 겨울이니만큼 나무가 얼어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겠으나 그 목책의 빈틈 사이로 굳어진 볏짚이 섞인 흙벽의 모습은 이내 그 목책을 두들긴 양봉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딱- 딱- 딱-


“그 목책 중 어설픈 곳이 많지. 그나마 벽 하나 쌓겠다고 앞뒤로 목책을 쌓고 그 안에 흙과 볏짚을 다져 넣은 곳이 있는데, 그나마 이 추운 날에 얼어붙은 진흙 벽은 의외로 무너질 일이 적어 석벽만큼이나 성가실 수 있지만.......”


그러나 거기서 실망하지 않은 양봉은 이내 연신 목책으로 이루어진 간이 방벽을 두들기며 더 나아갔다.


그 와중에 유달리 다른 소리가 나는 곳 앞에 멈춰서니 그 목책의 사이사이로 흙가루가 묻어있고 자신의 발치에 하나로 뭉쳐 굳어지지 않고, 얼어붙지 않은 흙더미가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목책의 빈틈 사이엔 볏짚과 더불어 섞여 굳어진 흙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니, 이내 그 입가에 미소를 드리운 양봉이 다시금 모두에게 이를 들려주려는 듯 이전보다 강하게 그 목책을 두들겼다.


툭- 툭-


“그 물 섞은 흙조차 없는 곳은 되려 반대다. 너무 많은 흙을 다져놓다 보니 앞뒤에서 이를 잡아주는 구조물이 없으면 금세 무너지고 그 와중에 찰기나 물기도 없어서, 한데 뒤엉켜 얼어붙지도 못한다.”


그렇게 아주 반가운 손님을 맞이한 듯, 기이코 제 바라는 바를 찾았다는 듯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양봉의 얼굴 위로 희열이 돋아났다.


“그러니까......, 뭐해? 부숴버려.”


와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멈칫했던 수백의 도끼를 쥔 홍건적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찰나의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이들은 소제 유변을 죽이기 위해선 개봉의 목책을 무너트리고 이를 넘어 개봉의 안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내 그 목책의 위로 수백 개의 도끼날이 흉포한 기세로 연이어 떨어졌으니, 이내 그 혼란은 어가를 비롯한 마차의 행렬을 이제 막 안으로 들인 문루에서도 관찰되었다.


“저것들이.......! 이제 막 어가를 확보하였거늘, 어째 너무나도 빨리 움직이는 것 아닌가!”


가뜩이나 바깥에 자리한 서주군과 뒤얽힌 전위도 안으로 들이지 못했는데, 문루에서 그리 머지 않은 나무로 만든 목책의 구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가히 거슬리다 못해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심정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병사들 중 몇몇이 목책의 위에서 화살을 쏘며 이를 견제하기 시작하였으니 이에 인상을 찌푸린 조총이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목벽 위의 병사들에게 당장 퇴각 명령을 내려, 자칫 잘못하다간 우르르 무너진단 말이야!”


그렇게 명령이 떨어지자 그나마 가벼운 저항을 하던 이들이 각기 주변에 자리한 석벽으로 멀어져 그곳에서 있으나 마나 한 어설픈 저항을 시작했다.


그 거리가 멀어졌으니 그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화살 세례였고 그 덕에 보다 순조롭게 목책을 부수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된 홍건적의 도끼병들이었다.


“개봉 왕성에서는? 왕궁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는가?”


“애초에 계획하고 벌인 일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저 서주 것들의 참전은 계획에 없던 일이야.”


“필경 조 맹덕의 짓이었겠지요, 앞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서주군의 진영으로 향하던 한 무리의 이들이 조 맹덕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고.”


그 와중에 조총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은 예상을 깨고 등장한 서주군의 존재였다.


아니, 애초에 저 서주군이 거진 모든 작전과 계획에 회방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조 맹덕이 진나라의 대리나 다름이 없는 저것들과 손을 잡고 흔들어 일을 벌였다? 위전을 진짜로 만든 것도 전부?”


“그런 우리조차 그 진나라의 뒷배이자 실세인 여불위와 손을 잡고 그 끄나풀인 홍건적을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콰앙-


“머저리 같은 짓거리도 정도껏 해야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앞에서는 다들 다 같이 잘 해보자고 하면서도 그 뒤로는 어떻게든 저들 유리할 궁리 세워서 칼을 갈고 모르는 척 함께하자는 이들에게 칼을 휘두르고 있으니 이 따위 개피 보는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 아니냐!”


“이제는 자신이 모시는 주인마저 욕보이는 것입니까?”


“누가! 애초에 그 위전 진짜로 만들라 내게 강권한 것이 누구인데!”


“하긴, 그것도 그렇지요. 허면 남은 것은 소인이 내려가 처리하겠습니다. 어차피 개봉 내부의 일이야 본가가 주관하는 것이니, 장군께서는 그저 무너진 목책의 빈틈을 통해 서주군이고 불러들일 전위를 비롯한 진류군이고 모조리 받아주시면 됩니다. 허나 단 하나, 그 빈틈을 뚫고 들어올 청주병만큼은 철저히 거르시지요. 물론, 예상보다 피해가 커진다면 모르는 척 안으로 들여보내야겠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의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우, 알겠어. 믿어보지, 그토록 그 실력을 과신하던데, 어디 제대로 해 봐. 그리고 어가의 붙인 수천의 호위병 또한 방벽이 무너지면 그리로 보낼 테니 너무 작위적으로 내응하지 않도록 하고.”


“그러지요.”


“아, 그리고.”


“또 하실 말씀이 남았습니까?”


“진나라, 여불위가 나왔으니 하는 이야긴데, 진나라와는 한동안 대적할 일이 없을 게야.”


“무슨 소린지 알겠습니다, 그쪽이야 이후로도 계한과의 전쟁에 돌입할 것이니 알아서 바쁠 것이고 우리라고 온전히 연주를 집어삼킨 것도 아니니 한동안은 조 맹덕과의 알력 다툼에 온 신경을 쏟겠지요.”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허면 가서 볼일 잘 보시게. 나는 이 전망 좋은 곳에서 지켜볼 테니까, 어디 한번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하던, 그 하늘에서 나고 자라 추락한 짐승의 목이 어찌 잘리는지 아주 톡톡히 봐주겠단 말이야.”


그렇게 문루를 벗어난 정혼이 계단을 내려가 사라졌다.


그런 정혼이 사라진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나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 변화는 기어코 개봉을 뒤흔들었으니, 이내 홀로 남은 조총의 발치에서 느껴지는 것은 마치 지진의 전조증상과도 가벼운 같은 땅울림이었다.


쿠구구궁-


“이런........!”


“어, 어어! 어이쿠!”


이에 놀란 이들이 순간 균형을 잃은 채 휘청였고, 그 찰나의 동요와 더불어 홍건적들이 도끼를 들고 달라붙은 목책 너머, 마치 수맥을 건드린 듯 누렇고 뿌연 물줄기가 터져 나왔다.


푸슈수우우-


“흙! 흙이...... 터졌다!”


“푸흡! 콜록콜록! 어우, 케흑!”


그러나 이는 실상 물줄기가 아니라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나온 흙가루의 일부였다.


“찍어라! 찍어! 흙벽을 받히고 선 목책을 모조리 꺾어라!”


얼어붙은 생나무를 이어붙인 목책이 뚝뚝 소리를 내며 구멍이 나고 갈라졌다.


그 나뭇결이 찢어지고 노골적인 상처와 흠집이 나면 날수록 목책의 빈틈 사이로 터져 나오는 흙먼지는 조만간 붕괴와 폭발이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비극의 전조증상과도 같았다.


우지지직-


“어어어......, 물러나라! 물러나!”


“무너진다! 모, 목책이 기울어! 다들 도망쳐라!”


와아아아아-


“목책 가까이에 붙은 이들은 뭣들 하느냐! 벽이 무너진다! 토사의 붕괴가 그 옆에 방벽을 건드릴 수 있음이야! 더 멀리 떨어지란 말이다!”


그와 더불어 도끼를 짊어진 홍건적들이 우르르 벽에서 떨어졌고 문루에서 다급히 명을 내린 조총의 함성을 들은 개봉의 병사들 또한 그에 멀찍이 도망치듯 멀어지기 시작했다.


퍼어엉-


“으헉!”


푸수수수숙-


그러나 이미 시작된 초 세기의 끝에 벌어진 붕괴는 거대한 분진폭발과 더불어 그에 휩싸인 사람이 날아가듯 자빠졌고, 그 너머 머리 끝까지 화가 솟구친 사람마냥 균열 속에 증기와 같은 흙먼지를 뿜어내는 흙벽이었다.


그와 더불어 그간 힘겹게 육중한 흙벽을 바치고 있던 목책의 상부가 우르르 꺾인 채,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고 그와 더불어 댐이 터진 것마냥, 산사태가 일어난 것마냥 그 너머 거대한 흙더미의 향연이 방벽의 아래 자리한 이들을 강타했다.


쿠구구궁- 푸화아아아아악-


“어어어......, 아아악!”


“끄흑! 사, 살려줘!”


엄청난 모래 먼지가 주변을 그득 메웠고, 기다랗게 부러진 목책의 조각과 흙더미에 깔려 비명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 와중에 무너지는 흙벽과 함께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석벽의 일부까지 무너지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돌덩이들이 섞여 주변에 자리한 말과 사람은 물론, 그 방벽 위에 자리한 병사들까지 함께 뒤엉키도록 만들었으니 곳곳에 피반죽마냥 얼룩진 이들의 고통과 신음을 제물 삼아 거대한 구멍이자 출입구를 만든 셈이었다.


* * *


쿠구구구궁- 푸화아아악-


“이 어인 급작스런 땅울림인가! 마차가 멈춘 건 또 뭐고!”


“화, 황상......, 아, 아무래도 저길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리고 이는 개봉의 바깥에 자리한 이들에겐 기회요, 그 안에 자리한 이들에겐 위기를 뜻했다.


마차에 두른 장막을 젖히다 못해 아예 그 밖으로 나온 소제마저 그 자리에서 놀라 굳어질 만큼 말이다.


“안 돼......, 이럴 수는.......”


뿌연 분진 가루가 뭉게구름마냥 퍼져나가는 하늘 아래, 본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방벽의 일부가 없었다.


그것도 어지간한 성문보다 넓은 너비의 목책으로 이루어진 방벽이 보이질 않으니 온통 먼지 구덩이로 뒤덮인 그 붕괴 현장 속에 들려오는 것은, 기어코 듣기 싫다 못해 듣기를 거부했던 울분이 가득 찬 이 땅의 이들이 내지르는 함성이었다.


와아아아아-


“화, 황상! 저, 저길 보십시오!”


그와 더불어 뿌옇게 번진 흙먼지를 뚫고 나타나는 엄청난 수의 인영이 있었으니, 그 선두에 자리한 것은 이내 거진 사람이 휘두르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이빨과도 같이 생긴 참마도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양봉이었다.


“저, 저놈은.......!”


“지옥참맙니다! 지난날, 옥사를 탈출하여 황보력을 비롯한 이들의 준동을 일으키다 못해 그들의 지도부로 올라 홍건적으로 전락한 공위병과 인민해방군의 그 마지막 잔당을 이끌고 있는 도적의 수괴인 그 지옥참마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양봉을 알아본 소제 유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네놈이....., 기어코, 내 앞길을 막는구나! 내 죽여 없앤 황보력의 잔재인 이 땅의 천한 도적 두령 나부랭이가 감히 짐의 앞길을 이리도 막아!”


그간에 세월 자신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 이들에 대한 울분이 솟구치는 것이, 그 하늘문을 열고 하늘의 든 자리에서조차 이리 자신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며 어떻게든 자신의 승천을 방해하는 이들의 준동이 가히 더할 나위 없는 살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어디 그 반대편에 자리한 양봉이라고 다르랴?


“제 놈이 몸 담은 하늘에게 내쳐진 가련한 작자의 꼴을 보라! 이 밑바닥을 기어 다니는 이름뿐인 천자야아아-!”


“저, 저! 무례한 놈이 감히 황상께 지금 무슨 말을!”


거진 사자후와 같은 엄청난 함성으로 잠시 멈춰선 마차의 행렬과 이를 감싼 수천의 병사들 안에 자리한 소제를 알아본 양봉의 눈에 생기가 또 살기가 깃들었다.


“내가 네놈 하나 죽이겠다고 이 개지랄을 떨었는데, 또 어딜 그리 꼬리를 만 개새끼마냥 내빼려고 하느냐-!”


그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졸지에 주변에 자리한 백성들이 남몰래 이를 구경하기 위해 빼꼼히 머리를 내밀 정도였고 이에 호응하며 무너진 목책을 넘어온 수천이 넘는 홍건적들이 제 손에 쥐어진 칼과 낫을 높이 치켜들었다.


“본교의 교주를 죽인 구적(仇敵)아. 유학의 본질을 저버린 배덕자야.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참작할 여지 없을 대죄를 지은 죄인아. 제가 돌봐야 할 만백성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아낸 이 흉적아! 이 땅에서 벌어진 그 모든 비극의 설계자요, 방관자야! 제 일신의 향락을 위해 나라를 작살내고 조당의 자리에 값을 매긴 제 아비를 닮아 너 역시 백성의 몸에 낙인을 찍고 그 값을 매겨 네 일신의 안위를 챙긴 이 매국노야! 내 오늘 너를 못 죽이면 사람의 새끼가 아니니, 여기 나와 함께 뜻을 같이 한 이 땅의 이들의 손에 오늘 네놈은 반드시 죽는다아아아-!”


그 끝에서 터져 나온 일갈은 이내 그에 속한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고, 이에 그 성벽 너머 자리한 이들과 볏짚과 진흙으로 쌓은 담벼락 아래 숨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이들까지 거진 수만에 달하는 홍건적을 비롯한 인근의 백성들 모두가 함성을 내질렀다.


기어코 무너진 방벽을 너머 온 이들이 소제가 타고 있는 마차의 행렬을 향해 달려든 것도 그 즈음이었고, 그 와중에 담벼락에 숨어있던 백성들이 뭐에 홀린 듯 우르르 튀어나와 소제 유변의 보호를 자처하고 있는 진류군에게 달려들어 그들의 창과 칼을 비롯한 병기를 빼앗으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이는 바로 길고도 길었던 한 시대의 운명의 끝을 알리는 경종이요, 소수의 힘 있는 이들이 억지로 붙들고 있던 새 시대의 문을 열기 위한 격동이자 그간 한 많은 생을 살아왔던 이들이 기존의 질서를 비롯한 사회구조의 모순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들고 일어난 운동이었으며, 기존의 세상이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이 자리매김하게 되는 개벽이자 이전 시대를 추구하는 이들의 세상을 뒤엎을 역도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국가적, 반사회적, 반계층적 정서를 품고 있는 폭동이자 준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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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49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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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4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6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8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7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9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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