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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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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322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2.10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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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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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2쪽

349화 – 그럼에도 하늘의 그물은 촘촘하니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DUMMY

와아아아아-


“내 일찍이 말 잘 타고 날랜 놈들 뽑아두길 잘했지! 뭣들 하느냐!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달려라!”


모두가 하늘의 그물을 의심했던 순간이었다.


이미 전장을 이탈한 서주군이 다시금 전장에 그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으니까.


그나마 별도의 정보를 취합한 이들과 그 별도의 정보가 전해진 이들만이 오직 그에 따른 움직임을 읽고 있었으니, 정작 이를 눈앞에서 보고도 충격을 받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이들은 그리 등장한 서주군이 제 앞을 지나치고 나서야 부랴부랴 그 뒤를 쫓았다.


“제기랄! 달려라! 놈들이 형님에게 향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


딴에 이야기가 되었다고 한들, 애초에 서주는 그에 속한 이들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애초에 작금의 개봉의 포위를 비롯한 개전부터 일이 꼬여버린 것이고 바로 그 이후로 위전이 실전이 되어 어마어마한 피해를 초래한 채, 작금까지 진행되었던 것이다.


허니 상황을 모르는 장비의 입장에선 돌연 변수로 튀어나온 저들의 대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여차하면 그간 모든 이들이 공들여 세운 황제의 목을 잘라 이를 가지고 튈 수 있었고 그 와중에 마차에 들러붙어 거슬리는 유비와 관우를 공격할 수 있었다.


애초에 단양병이라고 저 질리고도 질린 놈들에게 시달려온 세월을 모르지 않을 장비이며 그 와중에 설쳐대는 장패의 무위를 모르지 않으니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저 멍청한 연주 것들이 아직도 족대질 제대로 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애초에 통발을 자처하니까! 머저리 같이 굳어진 모양이니, 되려 우리가 고기를 잡는 작살이요, 고기를 모는 족대가 되어야겠다!”


뭐, 장비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장비를 지나쳐 미친 듯이 튀어 나가는 서주의 군세는 어느덧 황제에게 눈이 뒤집혀 다시금 개봉으로 몰려드는 홍건적들 추월해 앞질러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저것들이 지금!”


“저저저! 잡아라! 황제 뺏긴다! 잡으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일찍이 희지재의 방문을 통해 적당한 때에 끼어들라는 여지를 이리 자발적으로 해석해 멋대로 난입해 일을 벌이는 장패의 난입에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다름이 아닌 소제 유변이었다.


“유비를 밀어냈어도 아직도 남았다는 말이지? 기어코 이리 나온다는 건 조 맹덕이 저 바깥 것들과 연합했다는 말이지? 오냐! 이걸로 마지막이야! 뭣들 하느냐! 움직여라! 어서!”


촤악-


푸히히히힝-


“달려라! 어서!”


애초에 개봉의 포위망은 풀린 마당이고, 마치 자신을 밀어넣으려는 듯 어떻게든 제 곁에 남으려는 듯 유비까지 치워낸 상황 속에 그의 머릿속 계산 또한 아주 복잡히 돌아가는 중이었다.


이미 죽을 각오를 마친 것과 별개로 진정으로 저 조 맹덕이 외세와 손을 잡고 자신을 개봉 안으로 들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맞노라면 진정 저 개봉 안에 자리한 진류왕과 장막은 어떻게든 그런 자신을 품에 들여서라도 그에 걸맞은 정통성과 권력의 승계를 넘겨받아야하는 것이 맞았다.


‘설사 짐이 왕이자 후이며 공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지.’


만백성이 한의 이름을 거부하고 유학은 이미 더러운 위선과 추악한 기득권의 탐욕으로 물들어찢어진 지 오래였다.


그나마 순수성을 지키는 이들조차 이 관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간의 악정을 저버리고 토호의 권리마저 내버린 채, 구제, 구휼을 비롯한 일자리 제공과 농토 분배들 통해 그간의 악업을 청한하는 과정을 일시다발적으로 겪고 있으니 이는 유자들이라고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고로 황건적도 모자라 홍건적과 같은 이들까지 등장에 모든 것이 뒤집혀버린 이 관동에서 더는 한조의 이름이 나오기 힘들 것이니 자신의 입지와 위치가 추락하게 됨은 그 또한 모르지 않을 일.


‘짐의 아우인 협은 아직 짐을 필요로 한다, 장막 또한 모든 것을 승계받을 진류왕이 짐의 꺼풀을 넘겨받길 원할 게야. 고로 저 서주 놈들이 달려오는 순간에 개봉에서 나를 구한다면, 이는.......’


두 말할 것 없는 동앗줄이자, 자신의 살길이 열리는 것이다.


기어코 자신이 다시금 하늘에 오르는 일이 될 터였다.


‘비록 천자가 아닐지라도 내 어찌 한조의 명맥을 이으며 천하를 경락하지 못하랴? 설사 추후에 비참히 버려져도 그 찰나의 시간이라면 내 아우에게 더 많은 것을 남길 수 있으니 저 하늘의 그물을 찢고 나의 안배를 남길 수 있음이야.’


그렇기에 그 마지막 실날 같은 희망을 품은 소제는 다급히 마부들을 독촉하며 남은 마차들의 행렬을 이끌고 달리고 또 달렸다.


두두두두-


그러나 그 뒤로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수레를 달리는 것과 달리 오직 하나 그 등 뒤에 사람만을 태운 채 내달리는 기병들의 질주는 점점 더 거리를 좁혀오며 소제의 가까이로 자리하고 있었다.


“던져라!”


“투, 투창이다!”


후우우웅- 콰직-


그 와중에 매섭게 하늘을 날아 사람이 타고 있는 격벽을 꿰뚫고 박혀버린 투창에 놀란 이들이 나자빠졌다.


펄럭- 푸르르륵-


“으아아! 사, 살았......!”


그에 꿰뚫린 장막이 찢어져 덮개가 자리한 마차의 내부가 훤히 드러났으니 그리 나자빠진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리는 모습이 세간에 드러났으나 이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철창! 누구 철창 있는 놈 있으면 바큇살을 향해 던져라!”


“옙! 흐랴야야!”


쐐애애애애액-


“또, 또 온다! 창이 떨어져.......!”


투콰아아악- 우지지직-


그렇게 나자빠진 이들의 머리 위에서 떨어진 창이 이내 내달리는 마차에 바큇살에 꽂히며 그 속에 박힌 나무를 우그려트렸을 때.


쿠구구궁-


“끄하아악!”


거진 정체 모를 폭발음과 더불어 내달리던 마차의 하부가 떨어져 나가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푸히히힝-


그 엄청난 충격과 더불어 짙은 흙먼지가 내달리는 평원을 감쌌다. 하늘을 날아 고꾸라진 사람들이 연신 바닥을 굴렀고 그 와중에 마차의 틀에 얽혀 이를 벗어나지 못한 말들도 험한 꼴로 바닥을 구르며 구슬픈 비명을 질렀다.


“천자가 있는지서부터 확인해라! 용포를 안 입었다고 천자가 아닌 게 아니야!”


촤르르륵-


“우와! 이, 이게 뭐냐!”


“금붙이다! 은붙이에, 이게 다 얼마.......!”


“이 병신 같은 것들아! 당장 천자부터 찾아! 저기 도망치는 놈들이 흩어지고 있지 않더냐! 남은 이들은 마차의 행렬을 쫓아라!”


그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엎어진 상자에서 흘러나온 귀금속과 재물이었다.


금세 엎어진 마차에 따라붙은 단양병들이 추격은커녕 전장에서 보기 힘든 그 반짝거리는 것들에 시선이 팔려 추격이 정체되는 동안 소제를 비롯한 남은 마차들과 몇 되지 않는 호위들은 기어코 그들에게서 온전히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자, 장군! 이게, 이게 다 얼맙니까, 지금!”


“나라도 잃고 인심도 잃고 다 잃어버린 작자가 그래도 저 황제라고 재물 하나는 남았나보구나.”


그 와중에 도착한 장패가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미 엎어진 마차 주위로 모여든 단양병들의 태도는 거의 임자 없는 돈을 쓸어담는 이들의 난장판과 같았다.


“타고 있던 놈들은?”


“일단 다 활로 쏴 죽였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그 시체들 얼굴 상하지 않게 다 모아놔. 운이 좋다면 저 안에 용안이 있을지도 모르지.”


“예. 저 하온데 추격은......., 어쩝니까?”


- 야! 이거 봐라!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진주다! 진주!


- 어이! 거기! 그거 내 거야! 손대지 마!


“빌어먹을, 저 꼬라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더냐? 이제 막 후방에서 도착해 제 몫을 주장할 수 없는 놈들더러 당장에 마차를 추격하라고 해. 어디 이 마차에만 저 정도의 양이 실려있겠어?”


“역시 묘안이시옵니다.”


“묘안은 얼어죽을, 어디 저 앞에 놈들이 이제와 내 말을 듣기나 하겠더냐?”


평상시라면 그 인상을 찌푸린 장패의 눈치를 알아서 살피며 군기가 바짝 들었을 이들이 저리 개판이 된 모습을 보이니, 이를 지켜보는 장패의 거슬림 또한 커져갔다.


그러나 정작 길고도 길었던 천하대전의 끝자락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이들의 희생된 것에 비해 정작 그들이 무언가를 크게 가져본 적은 없었으니 정작 이를 통해 제 원하는 것을 건진 것은 고작해야 몇 되지 않는 제후와 군벌과도 같은 이들이 전부였다.


언제고 희생하는 건 아랫것들이고 그 보상은 위엣 것들이 가져가니 원군을 파병한 서주는 서주목의 자리를 가졌고 청주 또한 마찬가지의 입지를 가져가지 않았던가?


그에 비해 원가도 이번 원정에서 적지 않은 식량과 물자를 털렸고, 연주의 장막을 비롯한 토호들도 제법 많은 재물을 대었으나 그 손해가 깊었다.


딴에 이를 메우겠다고 백성에게 칼을 대겠다 마음을 먹은 소제가 사족과 호족을 비롯한 여러 가문의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허락하면서 백성을 쥐어짜 지금의 난장판이 되었으니, 정작 그 인신매매를 비롯한 망국의 발단이나 다름이 없는 자신의 과거가 떠오른 장패가 정작 저들을 말리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그리 창피한 제 과거 때문일 것이라.


“쯧, 그까짓 과거가 뭐라고 되는가 싶었는데, 이게 또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이제와 이리 사람의 발목을 잡으니, 원.”


“예?”


“아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너도 가서 하나 챙겨.”


“예? 아, 아니.......”


“챙기라 그럴 때 챙겨. 내가 미안해서 그래. 내가 지금 말 못할 입장이란 게 있어서 말이지, 이거야 원, 저 동한의 천자 저리 가라 할 죄인이거든.”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이리 챙겨주시니 감사히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제 곁에 남은 이들까지 모조리 내보낸 장패는 이내 제가 추격을 허용한 후방의 무리와 합류하며 다시금 멀어지고 있는 마차의 행렬을 추격했다.


“그래, 싯팔. 내가 죄인이지. 그런고로 내가 죄를 씻는 방법은, 미안하지만 딱 하나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듯 그 눈을 매섭게 뜬 장패는 제 손에 쥐어진 구겸창을 당겨 쥔 채, 내달리는 말에 속도를 높였다.


* * *


그리고 그 시각, 모든 이들이 개봉으로 몰려드는 그 찰나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개봉의 문루에도 비상이 걸렸으니 당장에 성벽의 안쪽으로 수백 기가 넘는 기병들과 수천의 병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온다! 천자가 탄 어가의 행렬이 온다! 모두 준비해라!”


“무장 단단히 챙기고! 투구끈을 바짝 조여라!”


절그럭- 푸히히힝-


그 와중에 제일의 위압감을 자랑하는 것은 같이 말등에 올랐음에도 다른 이들보다 그 머리 하나는 우습게 더 커보이는 전위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위의 모습을 문루 아래에서 내려다보는 조총은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내며 그를 응원했다.


“나는 자네를 믿네.”


“진류군의 총사가 일개 임협 출신의 무장을 믿으십니까?”


“자네 아니었으면 개봉 정가의 이들이 이리 굴복을 못 했지. 이 연주 땅에 자네를 따르는 임협들도 그렇고 자네의 전설을 모르는 이 없으니까.”


“굴복이 아니라 인정입니다. 양읍의 유씨의 복수를 자처하고 벌인 일은 일대에 칼잡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일이고, 심지어 그 자리에 있던 우리 측 식객이 직접 당시의 상황을 세세히 묘사하였으니 그 와중에 약간의 과장이 더해졌다고 한들, 그대의 무용을 인정한 것이지요.”


그 와중에 그런 조총의 곁에 선 정혼이 반발하고 나섰으나, 되려 그 모습을 보고는 우습다는 표정을 지은 전위였다.


“약관의 과장이라? 그거야 뭐 생각하기 나름이겠지요.”


“그래도 저리 내달리는 서주 놈들 만만히 볼 놈들도 아니야. 물론 목숨 걸고 이를 막은 저 유비와 그 의제라는 놈들도 보통은 아니지만, 그 와중에도 그런 놈들 몰이사냥으로 뜯어먹은 게 저 장패야. 그런 놈이 서주 제일이라는 단양병들을 이끈다.”


“확실히, 소인이 호위의 업무를 서느라 후방에 자리하고 있는 동안 천하대전에 제법 이름을 날렸다지요?”


“그것도 전장의 무용으로. 형남의 손견을 제하면 그 이름값으론 태사자와 순위를 다투는 다음이야. 허나 동탁을 저격해 위명을 떨친 태사자와는 궤가 달라, 그칠 줄 모르고 날뛰는 짐승이다. 본능적인 작자고, 의협에 기댈 수 없는 실로 종잡을 수 없는 놈이지. 허나 잊지 말게, 지금은 놈 하나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보다도 천자의 신병이 더 중요해.”


“어차피 죽일 거, 그냥 제가 그 자리에서 안아 죽이면......”


“어허, 이 사람! 자네의 그 충정은 다 좋은데 너무 우직해서 문제야. 물론, 그 순수함과 위압적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용이 저 포홍의 호위인 호치에 비견될 것을 이 관동 땅의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천하는 저리 무도하게 강탈하는 것이 아닌 정당히 계승해야 하는 것이니 조금만 더 노력해주게.”


“뭐,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노골적인 위협이 다가오는 와중에도 마치 소풍을 나온 듯 무심한 얼굴로 몸을 푸는 전위였다.


병사들을 이끄는 장수가 그러하니 애초에 그를 따르던 수하들 또한 어느덧 두려움을 잊고 그런 그에 감화되어 여유로운 자태로 출격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두두두-


“옵니다! 이제 온전히 시야에 들어옵니다!”


두두두두-


“놈들의 수는!”


“최소 수백이나 후방에 몇이 따라붙는지 알 수 없습니다!”


“빗장을 올려라! 성문을 열어!”


쿠구구궁-


그렇게 전위를 비롯한 이들의 앞에 찬란한 빛과 더불어 차디찬 겨울날의 찬바람이 들이닥쳤다.


두두두두-


“마차다! 어가의 행렬이다!”


그렇게 열리는 개봉의 성문의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겁에 질린 듯 개봉을 향해 도망치는 어가를 포함한 생존자들의 행렬이었고, 이내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마치 사냥감을 사냥하기 위해 뒤를 쫓는 흉포한 늑대의 무리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장패와 단양병들이었다


“다른 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거슬리는 건 모조리 치워내고 마차를 살려 개봉의 안으로 들여라! 내가 못 이긴다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 너희들이 이기지 못할 것들 내 모조리 치워주마!”


“모두 전 호위를 따라라!”


와아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힘차게 말 배를 걷어찬 진류군들이 열린 성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내 이름은 전위, 나는 맹주 어른의 사람이자 이 연주 땅에서 제일 강한 사내다!”


거칠 것 없는 질주가 저 멀찍이 마차를 쫓는 서주군의 눈에 들어올 정도로 성내에서 뛰쳐나온 이들의 내달림은 가히 단양병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장군! 앞에 놈들입니다!”


“상관 없어! 이대로 달려든다!”


“예!”


쿠두두두두-


“어이쿠!”


“보병들은 황상을 호위하여 성내로 움직여라! 기병들은 이대로 저 서주것들을 친다!”


그렇게 양측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속력을 극적으로 높인 이들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미 그 곁을 스치는 마차의 일행들이 불어오는 풍압과 먼지에 놀랄 정도로 전위를 비롯한 이들의 질주는 다가오는 장패의 단양병들에게 부족함이 없었다.


“방해하지 마라!”


“그건 이쪽이 할 말이야-!”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덧 서로를 죽이기 위해 창극을 빼든 이들의 말머리와 그 몸뚱이가 부딪히는 순간.


뻐억- 쿠르르륵-


“끄흑!”


푸히히힝- 푸쉬이익-


“아악!”


수십 기의 말과 사람이 한데 충돌하며 나자빠지고 뒤엉켰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믿기지 못할 일들은 연이어 일어났다.


뻐어어억-


“쿠와아악!”


“걸리적거리지 마라-!”


뻐어어억- 푸히히힝-


말등에 올라 있는 이는 거진 한 사람의 키보다 더 높이 있는 것과 다름이 없음에도 그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이의 솥뚜껑 같은 주먹이 작렬했다.


분명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 말에서 떨어진 거한은 확실해 보이는데 어째 그 주먹질 한 번에 말등에 올라서 있는 기수를 날려버리듯 떨어트려 버렸다.


그 와중에 거슬린답시고 아직 남아있는 말까지 몸으로 밀어버리니 기수가 떨어진 말이 휘청이며 발라당 넘어가버렸다.


“이런 씨, 저건 대체 뭣하는 놈이야!”


가뜩이나 그 위압적인 체구마저도 사람의 그것보다 호랑이나 곰과 같아 보이는데, 이 땅에 두발 딛고 서 있음에도 그 눈높이가 꼭 말등에 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데, 그 와중에 주먹을 휘둘러 사람을 날려버리고 그 몸뚱이를 부딪쳐 말을 자빠트리기까지 하니 이에 놀란 서주군이 고삐를 당기며 그 자리에서 멈춰서기 일수였다.


“뭐야?”


“다, 다가설 수가 없습니다!”


“왜?”


“저, 저기 괴물이.......”


“괴물?”


그 와중에 이상함을 깨닫고 도착한 장패가 그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그 잘난 단양병들조차 기가 죽은 지 오래였다.


그나마 난전에 휩싸여 정신이 팔린 것들은 이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들이었지만, 적어도 작금의 이 정신 나간 기행을 목도한 이들은 필경 자신의 머리 위로 그림자까지 지게 만드는 큼지막한 체구의 거한의 등장에 아예 겁을 집어먹은 듯 보였다.


“이 멍청한 새끼들이, 결국 그리 재물을 탐했으면서 이제와 제 목숨 두렵다고 난리야!”


“그, 그치만 진짜 보통 놈이 아닙니다!”


“예서 천자 놈 시체라도 못 건져 가면 우리 입장이 골치 아파진다. 그래도 좋으냐?”


“그, 그게.......”


“여럿이 달려들어! 다 같이 달려들어 죽이면 그만이야!”


“예, 옛!”


그렇게 졸지에 나약한 정신을 일깨우는 장패의 우렁찬 포효에 말 배를 차고 뛰쳐나온 기병 여럿이 눈앞에 장엄한 자태를 드러내는 거한을 향해 내달렸다.


절그럭-


“서주 것들 중에는 의외로 죽고자 하는 놈들이 많구나. 오냐, 어디 뒈져봐라!”


콰지이익-


“..........!”


푸화아아악-


그와 더불어 그 등에서 투박한 철극 두 개를 뽑아든 거한의 육중한 팔이 움직이니, 이내 가장 앞서 내달리던 말이 거진 뒤집히듯 고꾸라졌다.


“이 빌어먹을! 좀 죽어라! 이 괴물 같은 놈아!”


언뜻 보아하니 철극으로 달려오는 말의 머리를 찍은 것 같은데 설사 그렇다고 한들 사람의 힘으로 달려오는 말을 찍어 그 몸뚱이를 이 땅 아래로 처박는 것이 가당키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이내 그 뒤로 달려오는 기병을 향해 한 바퀴 몸을 회전시킨 거한의 철극이 또다시 달려오는 말의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푸우욱- 푸히히힝-


듣는 것만으로도 두 눈이 감기는 살갖과 근육이 찢기는 소리와 더불어 또다시 또 한 마리의 말이 이 땅에 처박혀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졸지에 기병 둘이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해보지도 못한 채 비명횡사 하였으니 그 압도적인 위용에 되려 달려들던 이들이 겁을 집어먹고 멈춰선 것은 당연한 일.


“하아.”


“자, 장군!”


“비켜, 이놈 말고 주변 것들부터 상대해.”


그와 더불어 짙은 한숨 하나가 그들 사이로 흘러나왔으니, 어느덧 겁을 집어먹은 병사들을 밀치며 나타난 이든 다름이 아닌 장패였다.


이에 거한, 아니 전위 또한 그런 그의 앞으로 나아가니 졸지에 병사들이 물러간 그곳에서 단 둘의 회포를 풀기 위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뭐냐? 네놈은? 어째 낯이 있는 것도 같은데?”


“맹주 어른의 호위장이자 진류군에 속한 장수로 천하대전에 참전했었지.”


“한데 이 정도로 무지막지한 놈이 왜 내 머릿속에는 기억이 없을까?”


“초창기에 두어 차례 출진한 것 외엔 그저 호위를 서는 것이 다였으니까.”


“아, 생각이 날 것도 하네. 장막의 막사엔 범인지 곰인지 모를 거한이 지키고 서 있다 하더니, 그게 네놈이었나?”


“말이 길구나? 겨뤄보고자 온 것 아니냐?”


“아, 그. 덩치 크다고 다 이것저것 잘하는 게 아니야.”


“그러는 네놈이야말로 하늘을 모르고 살았구나.”


“흐하하하! 어이, 씨펄. 누가 인품 자자한 먹물쟁이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거 아니랄까 봐 말도 좆같이 하네? 한데 어떻게? 이 관동 땅에 이미 그 하늘 없어진지 오래인데? 그 하늘 자처하는 짐승도 이제 곧 죽을 텐데, 왜 이렇게 하늘 운운하고 자셨어? 방해도 정도껏 해야지, 거슬리잖아.”


“되려 이쪽이 할 말이다, 동한의 천자는 개봉 안에서 그 목이 잘릴 터인데, 어째 계획도 모르는 외지 것들이 설치는 것이더냐?”


그 순간, 가벼운 신경전이 오가는 것도 잠시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 장패의 표정이 변했다.


“그래, 그러면 일이 틀어진 건 아니라는 거네?”


까아아앙-


“.......!”


그와 더불어 졸지에 날카롭게 비려진 구겸창의 창날이 전위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으니, 그 무심한 일격을 철극으로 막아 세우며 인상을 찌푸린 전위였다.


“말귀를 못 알아 먹느냐?”


“아니, 너무 잘 알아들어서 문제지. 뭐해? 연기 안 해!”


까드드드득-


문제는 이미 장패가 돌아가는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고, 그 와중에 위전을 핑계로 진심으로 붙어보고자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실로 짐승 같은 놈이로구나. 동한의 천자를 핑계로 그리도 붙어보고 싶어하니, 오냐. 흐읍!”


드드드드득-


“이........!”


그러나 막상 그리 달려든 장패 또한 그 상대를 너무나도 얕본 것이 문제였으니, 그가 온 힘을 다해 내지른 창이 고작해야 전위의 한 손으로 밀어내는 철극의 힘을 감당하지 못함을 알았을 때, 그의 몸뚱이가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산짐승 같은 놈이 힘만 무식하게 쎄구나!”


휘리리릭- 까가가강-


그렇게 더는 힘이 아닌 기교와 속력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그 창을 빙글빙글 회전시키는 장패였고 이에 전위 또한 길게 내지른 철극과 손 끝에 당겨진 반대편 철극을 연이어 휘두르며 그 일격을 일일이 쳐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여전한 격전이 벌어지는 단양병과 진류군의 싸움 또한 지속되니 이내 말에서 떨어져 내린 이들의 난전까지 더해진 격전이 점점 더 멀어지는 마차의 행렬을 붙잡지 못하는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광경을 생각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고 있던 양봉이 움직이면서 개봉의 상황은 또다른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자, 허면 이제 슬슬 마차도 개봉으로 들어서겠다. 얘들아!”


- 예!


“도끼 꺼내라.”


하늘의 안배에 빈틈이 없으니 정해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의 끝이 모두가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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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26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8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7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2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6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62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62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2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9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9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49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7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0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8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5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4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6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8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5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9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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