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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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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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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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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9쪽

345화 – 세상 귀한 것과 천한 것의 가치가 뒤바뀌는 날엔 풍년이 든다

DUMMY

쐐애애애애액-


“화, 화사아아알!”


파바바바바박-


“끄흑!”


“아악!”


“계속 쏴라! 저들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 일부러 과격한 대응을 벌이듯 화살을 아끼지 말고 쏘란 말이다!”


더는 위전이라 부를 수 없는 거대한 난전 너머 개봉을 포위하고 있던 이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 화살비.


그 무시 못할 일격에 졸지에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쏟아진 홍건적의 이들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마차의 행방에 온 신경이 곤두선 모양새였다.


“화살입니다! 화살이 떨어졌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저길 봐라!”


두두두두-


“저건......!”


“마차다! 마차야! 천자가 타고 있을 어가다! 저것부터 잡아라 저것부터 잡아야 해! 이를 막기 위해 개봉 놈들이 이를 방해하는 게야!”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절묘하게 개봉의 포위군과 개봉 바깥에 자리한 유비군을 막기 위한 별동대 사이를 지나치는 마차들의 질주는 실로 놀랄만한 것이었다.


특히나 겨울날임에도 엄청난 양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미끄러지듯 방향을 비트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를 모는 마부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고 그 말인즉슨,


“필경 저기에 천자 놈이 있겠지! 저것부터 잡아야 해! 저것들이 개봉에 들어오지 못하게 저것부터 막아야 한다!”


바로 저 4대의 마차 안에 그리도 자신들이 찢어 죽이고자 했던 한조의 하늘이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퉷! 오냐, 이 천자 새끼! 네놈이 감히 진정한 대동 사회를 이끌려 했던 우리 교주님을 태워 죽여? 그리고 그 대동 사회를 실현하려 했던 순가의 어르신 명줄도 끊어놨고, 우리 신도들도 핍박했지? 그 복수를 이 손으로 해주마! 뭣들 해! 저 빌어먹을 마차부터 잡아!”


그렇기에 소제 유변의 등장에 눈이 뒤집힌 이들이 우르르 돌격을 감행하려는 찰나,


부우우우-


- 어가를 쫓아라! 어가는 우리 것이다! 저 빨갱이들에게 빼앗겨선 아니 된다!


자신들이 포위한 개봉의 반대편에서부터 묵직한 나팔 소리가 들려옴과 더불어 개미 떼같은 노란 두건을 뒤집어쓴 이들이 포위를 풀고 마차를 향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저, 저......! 저, 새끼들이 지금 누구 걸 가로채려고! 뭣들 하는 게야! 저 새끼들부터 때려! 저 노자가 어쩌고 황천이 하는 누렁이 새끼들이 어가에 들러붙지 못하게 잡아 족치란 말이야!”


와아아아아아-


그렇기에 개봉의 주위를 크게 빙그르르 도는 마차와 그 와중에 먼저 뛰쳐나온 조조의 청주병 그리고 그 뒤를 쫓는 홍건적이 가히 개봉을 뒤로 한 채, 기묘한 문양을 그려내며 마치 실오라기 풀어내듯 기존에 포위했던 포위망을 풀어냈다.


그러나 내달리는 마차를 잡기가 쉽지 않고 또 그 와중에 저들이 개봉 안에 들어설 목적임을 알고 있었으니, 아직도 수많은 이들이 비록 허술해졌으나 더는 포위망이라 부를 수 없는 포위망을 유지한 채, 개봉의 주변을 벗어나지 아니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마치 꺼풀을 벗겨내듯 작게 개봉을 감싸 돌던 마차는 이내 그들을 이끌며 개봉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문루에서 이를 확인한 조종은 이내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곁에 자리한 정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넷이 이탈했군. 정가가 말한 8대 중 절반인가?”


“대단하지요? 일대에서 제일가는 실력을 지닌 마부입니다.”


“못해도 1만 가까이를 덜어냈다.”


“실력 좋은 정예병들, 경보병들 거기에 어설프나마 말을 타고 있는 기병들까지 이 정도면 거진 홍건적과 청주병들에게 몇 없는 귀한 전력은 거의 다 벗겨 먹은 겁니다.”


“하긴, 도적놈들에 농민병에 불과한 이들이 기병을 끌고 다닐 리 만무하지 허나 조 맹덕은 이전에 예주의 기병들 전체를 이끌지 않았나?”


“그리 소중한 전력을 낭비해야 쓰겠습니까?”


“연주 동부에 남겼다?”


“좁은 듯 보여도 넓고 아닌 듯 보여도 여러 곳에 경계가 맞닿아 있으니 방비할 곳이 많겠지요.”


“기동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겠군.”


우지끈- 푸히히히잉-


와아아아아아-


“음?”


그렇게 전투의 와중에도 대국적 견지를 놓지 않은 이들의 시선은 이내 다시금 시끄러워진 전장을 향해 돌아갔다.


“마차가 엎어졌다! 저 안에 천자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펴라!”


남은 마차들이 튀어나오고 다급히 유비군이 이를 뒤쫓는 형국인데 그 꼬리가 청주병과 홍건적들에 의해 좌우로 갈려 나가는 와중에 그 행렬의 마지막을 달리던 마차 하나가 엎어지며 전장의 중심을 나뒹굴었다.


“안에 탄 것들부터 다 죽여라! 마부까지 모조리 싸잡아 죽여버려!”


콰직-


“나와!”


“이놈들 무엄하다! 감히 마지막까지 한조의 하늘을 모시는 우리....., 읍!”


“이러지 마시오! 이러지 마, 꺄악!”


“아랫도리도 없는 것들이, 계집마냥 말이 많구나! 그리고 거기 계집까지 모조리 이리 나와!”


그 와중에 발로 걷어찬 마차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 자리하던 내관, 나인을 비롯한 환관들이 그 멱살과 머리채가 붙잡힌 채, 끌려 나와 바닥을 나뒹굴었다.


“사, 살려주시오! 이러지 마......!”


푸우우욱-


“아아아악!”


“찢어 죽여도 놈의 새끼들아! 기분이 어때! 어? 아무것도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 나가니까 그 기분이 어때! 우리가 이러했다! 저것들이 이러했어!”


으지지직-


“끄흐아아악!”


“이건 홍이 아비 몫이고!”


뻐억-


“꺼흑!”


“이건 순이 에미 몫이야!”


투박하다 못해 녹슨 검날이 살려달라 엎드려 비는 이들의 허벅지를 찔렀고, 도망치다 엎어진 이의 등을 꿰뚫은 창날이 비틀리며 내장과 폐를 비롯한 가슴뼈를 비틀었다.


그 와중에도 분노를 참지 못한 이들이 달려들어 껍질조차 제대로 벗겨지지 않은 몽둥이질과 발길질이 더해졌으니, 실상 홍건적들과 황건적들 사이 가장 많은 울분을 토하는 이들은 다름이 아닌 그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비극의 세기를 살아야 했던 이 땅의 백성들이었다.


“우리가 이리 살았어! 시키는 대로, 하라 는대로 다 했는데도 왜 자꾸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왜애애애-!”


그리 사람을 죽이고 난도질을 하면서도 발길질과 주먹질을 하면서도 그리 속에 삼킨 응어리를 토해내면서 정작 그 눈 가득히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되려 죽어나가는 이들이 아닌 그리 상대를 죽이고 있는 백성들이었다.


살인도 처음이었고, 복수도 처음이었으며, 그리 느낀 양심의 가책과 더불어 제 손으로 만들어낸 비극을 목도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멈추지 못할 광기가, 파랑이 되어 그 주변에 흩뿌려지니 어째 마차의 주변에는 참혹한 비극에 의한 비명보다 더 구슬픈 울부짖음과 설움이 자리하게 되었다.


“하아아아.....”


“히끕! 사, 살려주시요! 재물이 있소! 저......, 저기! 마차에 일평생을 먹고 살고도 남을 금은보화가 있소!”


그렇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이들 앞에 죽음의 공포를 느낀 이들은 다급히 제 살길을 마련코자 그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바닥을 기어 마차에 다가가 힘겹게 닫혀진 문과 서랍을 열었다.


촤르르르륵-


“이, 이것 보시오! 금은보화요! 이 휘황찬란한 게 보이시요! 이거면, 이거면 충분하지 않소! 이거면 모두가 다 잘 먹고 잘 살 수 있지 않소!”


허나 그렇게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보옥 앞에 나온 반응은 전혀 이들이 기대했던 바가 아니었다.


“고작해야 이거냐?”


“고, 고작이라니! 아! 그, 그렇지! 상자가 안에 실린 상자가 있소, 그 상자에 비단도 있고 가락지, 목걸이, 팔찌 다 있으니 내 그걸 드리리다!”


우지끈- 촤르르륵-


“보, 보셨소! 자, 하하하! 어떻소? 어, 이거면 우리를 살려줄 수 있지 않소? 이 가락지로 말할 것 같으면........”


성의가 부족하다. 그래, 아직 모든 걸 다 꺼내놓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여긴 이들이 이내 마차 안에 실어놓은 상자까지 뒤집어 깠으나 정작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무심한 얼굴로 선 백성들의 반응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앵속이지.”


“애, 앵속이라니? 그, 그게 무슨........”


“우리 같은 놈들 피 빨아먹고 자라난 꽃망울 찌르고 터트려 나온 새하얀 핏물이지. 우리의 고름이요, 고혈이자 너희들의 고노(庫奴)이자 고노(雇奴)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가 만들어준 것이다.”


“그, 그게 아니라......”


“광산에 끌려간 노예가 되어, 죽을 때까지 캐고 캔 뒤에 겨우 살아서 돌아오면 앵속 하나를 던져줬다. 그 극독과 광약에 찌든 놈들 투견장의 개새끼들마냥 그 하나 차지하려고 서로 때리고 죽였지, 다 그랬어. 밥 한 숫갈보다 앵속이 좋으니, 그 하나에 마귀가 깃들어 모두를 짐승으로 만들었다.”


스윽-


그도 모자라 그 손에 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마저 뭉개진 녹슨 낫을 들어 올렸다.


“이, 이보시오! 지, 지금 뭘 하려는!”


“재물, 그래 귀하지. 보옥,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다. 한데 말이야, 이까짓 것보다 배 아파 낳은 내 새끼, 네놈들이 얼굴 반반하다고 데려간 내 새끼가 더 귀하고. 평생을 일 만하다가 내 붙잡혀 끌려가는 길 막아 세우고 이 못난 아들 구하겠다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가 죽임을 당하신 내 부모가 귀하지. 내 묶여 끌려가면서 그리 비명을 질렀다. 그 투박한 손등 한번 따스히 쓸어들이지 못했고, 그 주름진 얼굴 돌아가시는 그 순간에서 어루만져 드리지도 못했어.”


“그, 그게 어찌 내 잘못이요! 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소! 나, 나는 그저! 나는! 그, 그래! 어딨어? 반짝이는 거....., 어! 이거면 될 거요! 관에서 끌어갔고 토호들이 값을 주고 사 갔으며 노예사냥꾼들이 노예로 잡아갔다면 이 재물, 이걸로! 이걸 사용하면 될 것 아니요! 허면 그 남은 딸이라도 찾을 수 있소!”


“내 딸.......”


“그렇소! 당신의 그 귀하디 귀한 딸! 이걸로 다시 사 오는 게요! 이걸로!”


그 와중에 저 하나 살겠다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진 이가 다급히 주변을 살피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아무것도 쥐지 않은 그의 손에 번쩍이는 금덩이 하나를 쥐여주었다.


그러나 뜨끈한 핏물 어린 손아귀에 쥐어진 차가운 금속과 같이 정작 이를 손에 놓은 이의 표정과 반응은 더더욱 싸늘하기만 했다.


“너는 내 딸을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구나. 그저 사고 파는 물건으로 보는 게야.”


“아니요! 그, 그게 아니라......, 그게........”


“그래, 뭐 사고 판다 치자. 그런 내 딸, 좋은 남자 만나서 호강시켜주겠다는 마음씨 좋은 내 딸 얼굴이 지금도 그 눈가에 아른거리는데, 매양 자기 전에 쓰다듬어주었던 그 따스한 촉감이 남아있는데, 이까짓 차가운 쇳덩이가 그 따스한 솜털 어린 볼따구 같다 이거냐?”


“그, 그래도 이걸로 데려올 수 있지 않소! 당신의 딸! 재물이 있어야 다시 사 올 수 있을 것 아니요!”


그렇기에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이가 그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오만 발버둥을 치며 절규했다.


딴에 이 땅에서 제일 높은 하늘을 모신다는 이가 이 땅 중에서 가장 밑바닥이자 밑바닥에 자리한 노예를 전전하던 백성 앞에 엎드렸다.


“죽었다.”


“.........!”


그러나 삶과 죽음이 뒤집혔고, 그 무게를 논하는 자리에 저울이 뒤집혔다.


더 이상은 이전처럼 재물로 사람의 목숨값을 셈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죽음의 무게는 동등한 죽음이 아니고서는 그 저울의 추가 기울어 동등한 수평의 일직선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세상에 통용되던 화폐의 가치가 하락했고 이는 더 이상의 등가를 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한조가 만들어낸 하늘 아래, 가장 싼 값에 통용되던 백성이, 인민의 가치가 그 어떤 것과도 뒤바꿀 수 없는 존귀한 이들의 그것과 같아졌다.


“재물이 죽은 이도 되살려 낸다더냐? 싸늘하게 식어버린 이의 몸뚱이에 다시금 온기라도 불어넣어 준다더냐?”


“하아......, 씨......., 이 빌어먹을.......”


“목숨값은 목숨으로 받는다.”


서걱-


“꺼흐으으윽.......”


풀썩-


그렇게 모든 것을 채워 고개를 수그린 벼가 아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개를 수그린 사람의 목을 수확한 백성은 이내 눈물을 쏟으며 감격한 얼굴로 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풍년일세......, 끄흐윽!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풍년이야.”


“풍년......, 그래, 풍년이지. 우리의 머리통이 곡식의 낱알이 되어 저들에 의해 수확되었된 세월의 끝에, 이제 우리가 우리를 못살게 굴었던 이놈들의 머리통을 수확하니 풍년이지! 하하하하!”


이에 이를 지켜보던 백성들 중 몇몇이 호응했고 그 와중에 추수의 철에 부르는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아직도 그 주변에 흩어진 병사들, 유비군을 비롯한 마차의 호위를 선 이들의 머리를 베어내며 신이 난 기색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고 즐거워했다.


사방에 피가 자욱한데, 그 아래 엎어진 이들의 비명 속 핏물로 얼룩진 재물이 가득한데 누구 하나 그에 손을 대지 못했다.


“어, 어쩝니까?”


“내버려 둬.”


“아니, 그래도 저기 쌓인 재물이 몇인데.”


“너도 저기 자리한 저것들 손에 머리가 잘리고 싶으냐?”


“그게......, 히끕!”


“빌어먹을......, 거슬리게. 눈에 자꾸 밟히는 게......, 제기랄.”


심지어 그 속에 뒤엉킨 청주군과 그런 백성들을 꼬드긴 홍건적들조차 거진 도적으로 살았던 제 본분을 잊은 채, 모든 것을 토해내며 눈물 젖은 얼굴로 이 땅에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의 머리를 수확해 핏빛 앵속의 꽃밭을 만들어낸 그 잔혹한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람의 잘린 머리가 바닥을 굴러 피분수를 쏟아내니 그 또한 낮고 작게 핀 붉은 꽃이요, 그리 목이 잘린 몸뚱이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붉은 핏물을 뿜어내니 이는 높고 크게 핀 붉은 꽃이었다.


그 잘린 단면 위로 흐르는 끈적한 것들의 일렁임과 그에 취한 이들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에 더는 이를 지켜보지 못하고 구토를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이들도 생겨났다.


“우리도 저렇게 되는 겁니까?”


“언젠가는.”


“씻팔, 이 빌어먹을 도적질도 이제 그만하던가 해야지, 쯧. 구원은 개뿔이 기분만 더러워져서는. 아니, 뭐 우리가 어디 엄한 이들만 죽였냐고! 우리도, 다 살려고......,”


“살려고 죽였지. 그리고 빼앗았지 않느냐?”


“씨......, 아니, 그러면 뭐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으요? 나도, 나도 저것들이랑 다를 바 없는 백성이었다고! 나라고 뭐 처음부터 사람 죽이고 엄한 놈들 터는 게 좋아서 그런 줄 알아? 그냥......., 나는! 하 씨........, 이거 어떻게 하지?”


자신들의 과오와 그간 자신이 저지른 죄악이 언젠가 자신들에게 이와 같은 운명을 선사할까 두려웠던 머리에 두건을 쓴 도적들이 그리 처음으로 백성을 두려워하며 제 목숨값을 그들과 동등하게 여기게 되는 순간들이 생겨났다.


콰직-


“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이 땅의 잡것들아!”


그렇게 세상에 등가가 맞춰진 저울 너머 후회와 회한 속에 제가 저지른 업의 무게를 저울에 올리고 있을 때, 더는 벼이삭이 아닌 사람의 머리통을 수확하는 이들의 앞에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마차 위에 올라선 한 인영이 있었다.


이는 내관도 아니요, 나인도 아니요, 환관도 아닌 그 허리춤에 칼을 찬 군관이었다.


마차에서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 곁을 호위하던 이 중 하나였는지, 황제를 호위하던 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일대가 모조리 전쟁터인 이곳에서 부리부리한 두 눈을 뜬 채, 백성을 비롯한 이들을 향해 고압적인 분노를 토해내는 이로 보아 적어도 이곳에 자리한 이들의 적인 것은 확실했다.


“우리가 사라진 하늘에 들어선 네놈들이라고 다를 것 같으냐! 너희 시뻘건 새끼들이 부르짖는 인민해방? 너희 누런 것들이 지껄이는 태평성대? 네놈들 누렇고 씨뻘건 하늘이 들어서도 그 안에서 죽어 나가는 건 다 똑같아! 아닌 말로, 유학이 뭐냐!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고,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네놈들의 민생을 살피고 가르쳐 일깨우는 계몽이자 교화였느니라! 그리 백성을 아낀다는 것들이 그리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것들이 결국 이 세상에 나와서 어찌 세상을 이끌었더냐! 전국의 세기를 정리하고 모두가 한조를 지지한 그 끝이, 작금의 이 나라 꼬라지가 어떻더냐!”


마치 이성을 잃은 듯 분노를 토하는 그 모습에 노래를 부르던 이들도 어깨를 들썩이던 이들도 모두 멈춰선 채, 그 하나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모두가 이리 들고 일어났지! 못 살겠다 뒤엎었지! 전국의 지옥을 끝낸 진나라도 지옥이었고! 그 진나라의 지옥을 끝낸 전한도 지옥이었으며! 그 지옥을 끝내고자 들고 일어선 신도 그 뒤의 후한도 이리 지옥이었다! 고로 네놈들도 마찬가지야! 네놈들도 우리와 같은 자리에서면 똑같아질 게다! 네놈들도 결국 이 땅에서 가장 두고 쓰기 편한 게 인민이고 백성임을 알 게다! 새삼 좋은 꿈, 멋들어진 개소리! 허황된 환상 속 천국을 팔면서 그 백성들, 인민들 앞세워 다 죽이고 그 모든 걸 앗아다 제 살찌울 궁리만 하는 것들이 되겠지! 제일 흔한 게 제일 귀하게 된 세상이 끝나면, 이를 통해 너희도 하늘에 오르고 나면, 결국 그 생각이 달라질 게다! 그리 생각이 달라지면 저울을 다시금 뒤집겠지! 네놈들의 손으로. 그때가 시작이야! 네놈들의 몰락은 그때 시작될 것이다!”


마치 저주와 같은 그 발언을 듣고 있던 이들이 하나같이 얼굴이 일그러지며 분노를 토로하였으나 이내 훌쩍 마차에 뛰어내린 그는 제 허리춤에 있던 칼로 마차를 끄는 말에 얽매여 있던 가죽끈을 자른 뒤, 훌쩍 말 위에 올랐다.


“이 세상 그 어떠한 지배자들이, 지도자들이 아랫것들의 번영을 바란다더냐! 너희가 무지하고 몽매해야, 너희가 이 나라에 조당에 아쉬울 것 없고 잘 먹고 잘 살지 못해야 그래야 너희가 우리에게 수그리고 매달리며 기고 굽신댈 것 아니냐! 굶겨 죽이고 아프도록 내버려 두며 그 속에 부와 번영을 찾지 못하게 혼란을 주고 그 기회를 앗아가야 너희가 되려 우리에게 매달려 종속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베푸는 은혜를 찬양할 것 아니냐! 세상이 하나가 되든 분열이 되든, 내 기필코 오늘을 잊지 않으리니! 나는 동승, 하늘을 모시는 사람이자 뒤집힌 저울을 되돌릴 사람이며, 너희가 일으킨 모든 것을 멸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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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8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6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9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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